[탈핵신문]
2023. 5. 11
삼중수소, 체내 피폭 시 세슘보다 2배 이상 위험
먹이사슬과 세대 넘어 축적되면서 유전자 변형 우려
티머시 무쏘 교수, 논문 250건 분석해 부산서 강연
일본 정부가 조만간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할 계획인 가운데, 오염수에 다량 포함된 삼중수소가 체내 피폭 시 세슘보다 2배 이상 위험하다는 주장이 추가로 나왔다. 생물학자 티머시 무쏘 교수는 ‘삼중수소 생물 영향’을 다룬 전 세계 논문 등 250건을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적은 양의 방사성 물질이라도 생물학적으로 전혀 괜찮지 않으며,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에 더욱 폭넓고 엄밀한 과학 연구가 반드시 진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린피스와 더30km포럼, 탈핵부산시민연대가 4월 28일 오후 3시 30분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 혁신홀에서 ‘저선량 피폭과 삼중수소’를 주제로 티모시 무쏘 교수를 초청해 특별강연을 열었다. 무쏘 교수는 강연에서 “삼중수소에 피폭된 실험쥐에서는 정자와 난자, 생식기 손상이 관찰됐고, 유전자 고리가 단절되면서 유전인자 변이도 나타났다”고 했다. 또 “심각한 문제는 삼중수소 피폭의 영향이 먹이사슬 상위 단계로 갈수록 커지고, 특히 여러 세대를 거쳐 축적되면서 종 유전자 변형을 가져올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삼중수소가 특히 정자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정자의 DNA의 손상은 다음 세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했다.
무쏘 교수는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지역의 떠돌이 개 등을 관찰한 결과, 주변의 다른 지역 개들과는 전혀 다른 유전정보가 확인됐다”며, 자신이 직접 참여한 연구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에도 주변 생태계에서 많은 생물의 유전정보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무쏘 교수 발표에 이어 숀버니 이어 숀 버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원자력 수석 전문위원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사고 핵발전소를 30년 안에 폐로하고 오염수 방류를 완료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허구적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무쏘 박사 강연 내용 정리> 삼중수소에 관한 진실
티커시 무쏘 교수 (사진=그린피스)
삼중수소의 실체는 1934년 올리펀트, 하텍, 리더포드에 의해 이론적으로 처음 예측되었다. 삼중수소는 태양에서 나오는 방사선과 대기 상층부의 기체가 상호작용하여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냉전시대(1940~1960년대)에 핵폭탄 실험 과정에서 대량의 삼중수소가 생성되었으며, 현재 핵발전소의 정상적인 운영 과정에서 대량의 삼중수소가 생산되고 있다. 삼중수소는 베타 방사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체외에 있으면 위험하지 않다. 문제는 내부피폭이다. 전리방사선은 직접적으로 유전자(DNA)를 손상시키거나 간접적으로 산화 스트레스를 통해 DNA 복구 능력 저하나 기타 신진대사 활동에 영향을 끼친다. 삼중수소가 정자 형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연구가 있다. 최근 여러 연구에서 유기적으로 결합된 삼중수소(OBT)를 조사한 결과, 삼중수소가 체내에 머무는 시간이 훨씬 더 길 수 있으며, 이 상태에서 삼중수소는 생체 축적 특성을 보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본다에바(Bonndareva) 등은 2022년 논문에서 어류의 다양한 장기에서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반감기가 175일(생선 전체)에서 550일(간)에 이른다고 밝혔다(Mosseau and Todd, 2023). 삼중수소가 동물의 체내에 축적될 수 있다면 먹이사슬을 통해 생체 축적도 발생할 수 있다. 레이철 카슨이 쓴 『침묵의 봄』은 DDT(디클로로 디페닐 트라클로로에탄, 지금은 사용 금지된 농약)가 생체 축적되어 최상위 포식자를 멸종위기에 처하게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DDT의 생물학적 농축으로 인해 많은 맹금류가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저선량 피폭도 문제가 될 수 있다. DDT의 경우처럼 저선량 피폭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삼중수소는 식물 플랑크톤 세포에서 유기결합 삼중수소로 생체 축적되고, 녹조류는 시아노박테리아보다 더 많은 삼중수소를 흡수했으며, 유기결합 삼중수소는 식물성 플랑크톤에서 홍합 섭취 시 홍합으로 옮겨졌다. 삼중수소가 홍합에 선형적으로 흡수된다는 것은 생물 농축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현행 법규는 환경 내 삼중수소 축적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 삼중수소 베타 방출량은 낮은 에너지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약한 건 아니다. 많은 연구에서 삼중수소를 섭취하면 다른 방사성 핵종보다 더 강한 생물학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효과비’(RBE)가 2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삼중수소의 상대 생물학젹 효과비는 다른 방사선원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는 말이다.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시스템에 대한 영향은 과학 문헌에 충분히 설명되어 있지 않다. 1950년대부터 2022년까지 발표된 삼중수소 논문 70만 건을 살펴본 결과, 이 가운데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영향을 다룬 논문 등은 250건이었다. 이 문헌 검토를 통해 얻은 첫 번째 결론은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주제의 연구가 의외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삼중수소가 DNA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130개 이상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하지만 삼중수소와 발암 관계 연구 논문은 14건에 불과했다. 석면과 암을 다룬 보고서는 19만 7천 건, 라돈과 암에 관한 연구는 9만 6700건임에 비해 삼중수소 연구가 얼마나 부족한지 알 수 있다. 삼중수소와 생식 기능에 대한 영향 관련 연구는 37건이다. 생물학적 축적 가능성을 고려할 때 삼중수소가 환경으로 대량 방출될 경우의 위험성과 유해성 평가를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전에 생물학적 시스템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 나는 연구 계획을 제안한다. 방사선 영향에 대한 가장 민감한 생물학적 지표는 각 유기체의 DNA에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에 생물체들의 유전 물질을 보관하여 향후 비교 및 피해 평가를 해야 한다. 오염수 방류 전후 노출된 전체 생물종의 종합적 연구를 통해서만 오염수 방류가 개체와 개체군, 생태계에 어떤 피해를 입히는지 여부를 평가할 수 있다. 현재 도쿄전력은 도다리와 전복, 해초 3종을 다핵종처리설비(ALPS)로 처리한 뒤 바닷물로 희석한 오염수에서 키우며, 생물학적 영향을 평가하는 것으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폐사 여부와 발육 상태, 삼중수소 농도 등만을 살펴보는 현재 방식은 과학적 상식에 비춰보면 보여주기식 연구에 그치고 있다. 도쿄전력의 연구는 생태계의 장기적이고 여러 세대에 걸친 영향을 판단하기에는 매우 불충분하다. 도쿄전력은 광범위한 생물 공동체에 대한 현황 조사를 해야 하고,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여러 종(약 100종 이상)의 DNA와 조직 표본을 수집하고 보관하되 이 작업은 2~3년마다 반복해야 한다. 범위는 초국경적이고 포괄적인 수준의 생물학 영향 평가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이 분석은 독립적인 과학자 그룹에 의해 수행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재난은 예고 없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고 이전의 기준 데이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후쿠시마에서 방대한 양의 오염물질을 태평양에 방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후쿠시마와 향후 사고 현장뿐만 아니라 가동 중인 모든 핵발전소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에 대한 적절한 관리와 정화 노력을 하고, 최소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시도를 해야 한다. 이는 충분히 가능하다. 이 책임을 무시하는 것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고의적 무지는 용납할 수 없다. 증거의 부재가 방사성 오염수 방류와 생물학적 영향 사이의 연관성이 없다는 증거는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