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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학의 유용성- 내 삶을 결정하는 심리학은 무엇인가? ***
S.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의 심리학 내용을 처음 접했을 때 당혹해 했던 기억이 있다. 엄마의 젓을 빨고 있는 해맑은 갓난아이가 성적 욕망을 가지고 있다니. 그것도 입에서 항문으로 그리고 성기로 성감대를 바꿔 가면서. 해괴망측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러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에 이르러서는 아예 충격 자체였다. 해괴망측정도가 아니라 낯이 뜨거워지고 불쾌해지고 심지어 분노까지 치밀었다. 어린 사내아이가 자기를 낳은 엄마를 성적 상대로 생각하고 아빠를 경쟁자로 여기다니. 도덕적으로는 말할 것도 없고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이런 내용이 교과서에 실릴 수 있었을까? 게다가 이런 내용들이 심리학뿐만 아니라 철학, 예술, 종교, 문화 등 우리 생활 거의 모든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니. 진짜 미쳤다.
자극을 이용한 행동의 통제
특별히 심리학에 관심을 두지 않은 사람이라도 개를 대상으로 한 I. P. 파블로프Ivan
Petrovich Pavlov, 1849~1936의 실험내용 정도는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바로 개에게 음식을 줄 때마다 종을 울리는 실험을 여러 차례 반복하다가, 나중에 종소리만 들려주었더니 개가 음식을 주면서 종을 울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침을 흘렸다는 내용이다.
파블로프는 이 실험을 통해 ‘침을 흘리는 것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종소리(중성 자극)’가 ‘침
을 흘리게 하는 음식(무조건 자극)’과 함께 반복적으로 주어지면, 나중에는 ‘침을 흘리는 것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종소리(중성 자극)’만 들려주어도 개가 침을 흘리는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즉, ‘중성 자극(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는 자극)’을 ‘무조건 자극(훈련 없이도 반응을 유발하는 자극)’과 연합해 반복해서 가하게 되면 나중에는 무조건 자극 없이 중성 자극만 주어져도 반응을 보이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중성 자극(종소리)’이 ‘조건 자극(훈련에 의해 반응을 보이게 되는 자극)’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바로 심리학 기초이론에 등장하는 ‘고전적 조건 형성Classical conditioning 이론’이다.
B. F. 스키너Burrhus Frederic Skinner, 1904~1990의 실험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스키너는 고전적 조건 형성처럼 대상의 수동적인 반응의 변화를 통제하지 않고, 개 대신 쥐를 이용해서 대상의 능동적인 역할 변화를 통제하는 실험을 했다. 그는 한쪽 벽에 먹이를 나오게 하는 지렛대 장치를 설치한 상자 안에 굶긴 쥐를 넣었다. 굶주린 쥐는 여러 가지 행동을 하다 지렛대를 누르면 먹이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후 배가 고플 때마다 곧바로 지렛대를 눌렀다. 이 실험은 바로 쥐의 ‘능동적인 행동’에 따라 먹이를 줌으로써 쥐의 행동을 통제하고 강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즉, 굶주린 쥐에게 제공하는 먹이와 같이 강화물reinforcer(반응할 확률을 높이는 자극)을 통해 대상의 반응(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바로 ‘조작적 조건 형성Operant conditioning 이론’이다.
서양 철학자들에 의한 인간의 마음 탐구
인간의 행동과 심리과정을 연구하는 심리학은 1879년 W. M. 분트Wilhelm Max Wundt, 1832~1920의 실험 심리학을 계기로 독립된 과학의 길로 들어섰다. 기존의 철학의 일부로서의 심리학이 분트를 경계로 ‘과학으로서의 심리학’으로 독립선언을 한 것이다. 현대 심리학의 출발이다.
철학의 일부로서의 심리학의 역사는 짧지 않다. 고대 그리스에서 중세에 이르는 동안 서양의 심리학은 주로 인간의 ‘마음 탐구’에 머물렀다. 심리학(Psychology)의 어원이 ‘마음(psyche)’과 ‘이성 또는 법칙(logos)’의 합성인 만큼, 마음 탐구에서도 ‘마음을 구성하고 있는 실체는 무엇일까?’ 하는 문제에 주로 집중되었다. 이른바 영혼 심리학이다.
먼저 고대 그리스의 원자론자인 데모크리토스Democritos, BC460?~BC370?의 주장을 들어 보자
일반 물질은 물론 인간의 영혼 그리고 사고작용 자체도 모두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얼핏 극단적인 유물론자다운 주장으로 여길 수 있지만, 오늘날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뇌
생리학Cerebral physiology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사고작용이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와 같은 데모크리토스의 주장은 대단히 예리한 통찰이었다고 할 수 있다.
플라톤Plato, BC428?~BC348?은 객관적 관념론의 창시자답게 유물론자인 데모크리토스와 달리 ‘인간의 정신은 이성과 열정과 욕망으로 되어 있다’고 말했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384~BC322는 비육체적 영역을 ‘영혼(soul)’과 ‘정신(mind)’으로 구분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유하는 힘인 ‘정신’을 육체의 형상인 ‘영혼’보다 높은 단계로 인식했다. 육신의 구속을 많이 받는 영혼에 비해 정신은 영혼 속에 깃들어 있으면서도 육체로부터 독립적인 실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육신의 구속을 받는 영혼은 육체와 분리 될 수 없어 육체가 소멸할 때 함께 소멸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사유하는 능력인 ‘정신’의 근거는 찾아내지 못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중세로 넘어와 중세 후반 스콜라철학의 대표적 신학자였던 T. 아퀴나스Thomas Aquinas,
1225?~1274는 인간의 영혼과 육체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주장했다.
인간은 영혼(anima)과 육체로 이루어져 있으며, 영혼은 질료인 육체의 형상으로서 육체로부터 독립해 존재한다.
그러면서 그는 영혼은 다섯 가지 기능을 갖는데, 바로 생장기능, 감각기능, 욕구기능, 장소이동기능, 지성적 기능이라고 주장했다.
근대 철학의 문을 연 R. 데카르트Ren Descartes, 1596~1650는 다음과 같이 영혼의 구체적인 역할을 정의하기도 했다.
인간은 신체와 영혼(anima) 둘로 이루어져 있으며, 영혼은 영양을 섭취하고, 걷고, 감각하고, 사유하는 활동에 관여한다.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을 함께 다룬 동양의 심리학
위와 같이 근대까지의 서양 심리학이 주로 형이상학의 영혼 심리학이었다면, 동양의 심리학
은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이 함께하는 의식 심리학, 작용 심리학이었다. 마음을 구성하는 의식
구조와 외부와 연결되는 마음의 작용을 주로 다루었다.
공자孔子, BC551~BC479는 사람들이 인간의 도리를 제대로 알지 못해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없었던 시대를 살았던 인물이다. 그는 그러한 시대상황적으로 시급한 인간의 도리, 즉 윤리 설파에 칠십 평생을 보냈다. ‘마음’과 같은 한정적 주제를 깊이 파고들 상황이 못 되었던 것이다.
■공자의 성(性)의 개념에서 발전한 맹자의 성선설
공자는 사람들은 ‘성性은 서로 비슷하나 습관에 의해 서로 차이가 난다(性相根也 習相遠也)’라는 가르침에서, 뒷날 동양 사회 심리학의 핵심 화두가 되는 ‘성性’(이하 ‘性’이라고 표기함)을 언급했다. 이런 공자의 性에 대해 그의 손자 자사子思, BC483?~BC402?는 ‘하늘이 내린 것이 性이다(天命之謂性)’라는 말로써 性의 연원을 밝혔다.
공자보다 200년 가까이 늦게 태어난 맹자孟子, BC372?~BC289?는 다음과 같이 性의 개념을 좀 더 구체화했다.
자신의 마음을 다하는 자는 性을 알게 되고 性을 알면 하늘을 알게 된다.
盡其心者 知其性也 知其性則知天矣
그러면서 그는 ‘性은 선하다(性善)’라고 주장했다. 주희朱熹/朱子, 1130~1200는 이런 맹자의 주장에 대해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
性은 사람이 태어날 때 하늘에서 받고 태어난 이치이니 완벽하게 선하여 악함이 있을 수가 없다.
性者 人所稟於天以生之理也 渾然至善 未嘗有惡
주희의 해설은, 공자가 말한 性은 바로 ‘하늘이 인간에게 심어준 마음의 이치’이며 ‘하늘이
부여해 준 속성’인 만큼 性은 완벽하게 선하다는 이야기다.
맹자는 또한 사단(四端)으로서 사람의 타고난 마음인 ‘인의예지(仁義禮智)’를 찾아냈다. 바로 《맹자》에 나오는 다음 내용을 통해서다.
측은해 하는 마음은 인仁의 드러남이요, 부끄러워 하는 마음은 의義의 드러남이요, 사양하는
마음은 예禮의 드러남이요, 옳고 그름을 따지는 마음은 지智의 드러남이다.
惻隱之心 仁之端也 羞惡之心 義之端也 辭讓之心 禮之端也 是非之心 智之端也
아울러 맹자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통해 ‘양지(良知)’라는 새로운 심리학 개념을 내놓기도 했다.
사람들이 배우지 않고도 할 수 있는 것이 양능良能이고 생각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
양지良知다.
人之所不學而能者 其良能也 所不慮而知者 其良知也
■성선설과 성악설에 대한 논쟁
맹자보다 70여 년 늦게 태어난 순자荀子, BC298?~BC238?는 다음과 같이 性과 구분되는 ‘정情’(이하 ‘情’이라고 표기함)의 개념을 내놓았다.
나면서부터 그러한 것을 性이라 하는데, 性의 조화된 상태가 내외의 정묘한 감응을 받아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작용 역시 性이라 하며, 性의 호오희노애락의 감정을 情이라 한다.
生之所以然者 謂之性 性之和所生 精合感應 不事而自然 謂之性 性之好惡喜怒哀樂 謂之情
그러면서 그는 맹자의 성선설에 대립해 다음과 같이 ‘성악설(性惡說)’을 주장했다.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 선한 것은 인위적으로 된 것이다.
人之性惡 其善者僞也
당唐시대를 살았던 이고李, 770?~841?는 이런 말을 통해 맹자와 같이 性을 선한 것으로 파
악하면서, 순자와 같이 情의 개념을 내놓았다
사람이 성인이 되는 근거는 바로 性으로 인해서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본성을 미혹시키는 것
은 情 때문이다. 희·노·애·구·애·오·욕 일곱 가지는 모두 情의 작용이다. 情이 혼란스러워지면 性도 어그러지게 된다. (중략) 情이 일어나지 않으면 性은 충실해진다.
人之所以爲聖人者 性也 人之所以惑其性者 情也 喜怒哀懼愛惡欲七者 皆情之所爲也 情旣昏 性斯溺矣 (중략) 情不作 性斯充矣
이고의 情은 악한 속성으로서 性의 선한 속성과 대립적·대체적 관계를 이루고 있다. 다만 희· 노·애·구·애·오·욕의 情 개념은 이고 이전에 《예기》의 다음 내용에서 먼저 등장했었다.
무엇이 사람의 情인가? 기뻐하고, 화내고, 슬퍼하고, 두려워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욕심내는 것이다. 이 일곱 가지는 따로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 갖추고 있다.
何謂人情 喜怒哀懼愛惡欲 七者 弗學而能
■인간의 마음을 대상으로 한 심리학적 접근
주희는 《중용》 서문과 해설에서 각각 다음과 같이 주장함으로써 맹자의 인의예지와 사단四端에 근거해 인간의 마음을 ‘속성’과 ‘작용’으로 구분하는 심리체계를 제시했다.
사람에게 형체가 있지 않음이 없으므로 인격이 뛰어난 사람이라 할지라도 잘못된 마음이 전혀 없을 수 없고, 또한 性을 지니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으므로 아무리 어리석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반듯한 마음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을 수 없다.
人莫不有是形故 雖上智 不能無人心 亦莫不有是性故 雖下愚 不能無道心
희로애락은 情이며 이 희로애락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 性이다.
喜怒哀樂 情也 氣未發 則性也
주희는 이를 통해 ‘性은 하늘이 인간에게 부여한 선한 것이지만 사람은 누구나 육체를 가지
고 있기 때문에 외부와의 작용에서까지 性이 순수하게 드러나기는 어렵다’는 점을 밝히면서, ‘외부로 드러나는 희로애락과 같은 마음의 작용’을 情으로, ‘사람의 내부에 순수하게 보존되는 마음’을 性으로 구분했다. 또한 그는 맹자의 사단四端과 인의예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설함으로써 마음의 작용인 情과 마음의 본질적 속성인 性을 선명하게 구분하고, ‘마음(心)은 속성(性)과 작용(情)으로 이루어져 있다(心統性情)’는 점을 분명하게 정리했다.
측은·수오·사양·시비는 情이고, 인·의·예·지는 性이며, 마음心은 性과 情을 통합한다.
惻隱羞惡辭讓是非 情也 仁義禮智 性也 心統性情者也
이처럼 주희는 性을 맹자나 이고와 같이 인간의 타고난 선한 속성으로 보았지만, 이고는 性
과 情의 관계를 ‘선한 것’과 ‘악한 것’으로 인식해 대립적·대체적인 관계로 파악한 데 반해, 주
희는 그 관계를 마음의 본질적 ‘속성’과 마음의 외부적 ‘작용’으로 구분하고 있다. 따라서 주
희의 관점에서는 측은지심·수오지심·사양지심·시비지심과 같은 인·의·예·지의 ‘작용’인 사단四端이 마음의 ‘작용’인 만큼 분명히 ‘情’에 해당된다. 이에 반해 이고 관점에서는 이것들이 情에 해당되는지 性에 해당되는지가 다소 애매해진다.
■양명학의 심즉리(心卽理)사상
왕양명王陽明, 1472~1529이 창시한 양명학陽明學에서의 심리학은 학문은 물론 이 세상 모든 것들을 다 아우르고 있다. 다음과 같은 그의 말처럼 양명학은 곧 모든 것들이 마음心으로 환원되는 유심론唯心論, Spiritualism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곧 하늘의 이치다. 이 세상에 어찌 마음 밖에 일이 있고 마음 밖에 이치가 있을 수 있
겠는가?
心卽理也 天下又有心外之事 心外之理乎
그는 한 사람이 바위 위에 핀 꽃을 가리키며 ‘이 세상에 마음 밖에 사물이 있을 수 없다면 깊은 산중에서 저 홀로 피고 지는 꽃은 내 마음과 어떤 관계입니까?(天下無心外之物 如此花 樹在深山中自開自落 於我心亦何相關)’라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네가 이 꽃을 보기 전까지 이 꽃은 네 마음과 같이 그냥 적막한 상태였다. 네가 이 꽃을 보았
을 때 꽃은 자신의 모습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곧 이 꽃은 네 마음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未看此花時 此花與汝心同歸於寂 來看此花時 則此花顔色一時明白起來 便知此花不在的心外
그의 ‘심즉리心卽理’사상의 진수를 드러내는 내용이다. 마음(心)이 하늘이 내린 이치(理)이고,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속에 존재할 뿐이라는 ‘유심론’이다. 모든 것이 마음속에 존재하는 만큼 왕양명은 배움을 주희처럼 밖에서 찾지 않고 마음 안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지론良知論의 출발이다. 맹자에게서 가져온 양지良知에 대해 왕양명은 이렇게 말했다.
안다는 것은 마음이 근원이다. 마음은 저절로 알 수가 있어 아버지를 보면 저절로 효도를 떠
올리고 형을 보면 저절로 공경을 떠올리고 어린아이가 우물 속으로 들어가려는 것을 보면 저
절로 측은한 마음이 생긴다. 이것이 바로 양지良知로, 양지良知는 밖에서 구하는 것이 아니
다.
知是心之本體 心自然會知 見父自然知孝 見兄自然知弟 見孺子入井 自然知惻隱 此便是良知 不假外求
선도 없고 악도 없는 것이 마음의 본체이고, 선도 있고 악도 있는 것이 마음의 움직임이고, 선을 알고 악을 아는 것이 양지良知이고, 선을 행하고 악을 없애는 것이 격물이다.
無善無惡是心之體 有善有惡是意之動 知善知惡是良知 爲善去惡是格物
‘오로지 마음밖에 없다’는 유심론唯心論의 입장에서 맹자가 말한 양지良知 역시 각자의 마음속에 존재한다는 주장은 당연한 결론이다. 왕양명은 위의 두 문장을 통해서 ‘양지良知의 의미는 다름 아닌 선악을 판단하는, 즉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판단하는 잣대로서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자기 마음속에 이 잣대를 모두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따라서 그에게 있어서 심리학은 사람의 마음에 한정되지 않고 이 세상 모든 것을 포괄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마음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능력을 천부적으로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조선에서 벌어진 심성론(心性論) 논쟁
유교의 본격적인 심리학적 논쟁은 사실 중국이 아닌 조선에서 진행되었다. 바로 이황·성혼과 기대승·이이 간에 벌어진 ‘심성론 논쟁’이었다. 논쟁의 핵심은 사단칠정四端七情에 대한 관점차이에 있었다. 즉, 인의예지의 외부적 표출인 측은지심·수오지심·사양지심·시비지심 사단四端과, 외부 사물과 접할 때 인간이 드러내는 자연스런 감정인 희·노·애·구·애·오·욕 칠정七情을 둘러싼 논쟁이었다.
더 구체적으로는, 원리인 형이상학의 이理(이하 ‘理’라고 표기함)와 물질인 형이하학의 기氣
(이하 ‘氣’라고 표기함)로 구분하는 이기론理氣論 관점에서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 볼 때, 사단四端이 理에 속하는가, 氣에 속하는가 하는 것과 理가 과연 밖으로 드러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였다.
존재론적 차원의 ‘理(인간에게 있어서는 性)’와 ‘氣(인간에게 있어서는 마음의 작용인 情)’를
x축에, 도덕론적 차원의 ‘선善(도심道心)’과 ‘악惡(인심人心)’을 y축에 두고 4분면으로 나누어 인간의 마음을 일반 자연론에 비추어 볼 때, ‘성性&선善’ 분면과 ‘정情&악惡’ 분면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태어날 때 부여받은 性은 선善(이하 ‘善’이라고 표기함)하고, 살아가면서 작용하는 마음인 정情(이하 ‘情’이라고 표기함)은 이기주의로 악惡(이하 ‘惡’이라고 표기함)하게 나타나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性&惡’ 분면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맹자에 따르면 性은 善하기 때문이다.
결국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情&善’ 분면이다. 이것은 바로 性인 인의예지가 측은지심 등
으로 밖으로 드러날 때, 이 밖으로 드러난 사단四端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
다. 또한 여기에 존재론적(자연) 이기론理氣論에서는 理가 원리로서 물체에 내포되어 존재할 뿐이라고 했는데, 인간에게 있어서는 예외적으로 이 理가 밖으로도 드러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도 있었다.
■이황의 주리론(主理論) 대 이이의 주기론(主氣論)
만일 인간에게 있어서는 理가 밖으로 드러날 수 있다고 본다면 이기론理氣論은 ‘존재론적(자연) 이기론’과 ‘도덕론적(인간) 이기론’으로 갈라서게 된다. 이에 대해 이황1501~1570은 이렇게 주장했다.
사단四端은 理가 드러날 때 氣가 따르는 것이고, 칠정七情은 氣가 드러날 때 理가 거기에 실
려 있는 것이다.
四端 理發而氣隨之 七情 氣發而理乘之
다소 복잡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그는 理가 밖으로 드러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마음에
있어 理는 곧 性이니(性卽理), 性이 마음의 ‘원리’로서만 있지 않고 마음의 ‘작용’이기도 하다’ 는 주장이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은 性이고 드러나는 것은 情이다’라고 한 주희의 성정론性情論이 무너졌다. 아울러 자연과 인간 사이의 이기론理氣論적 일관성도 무너졌다.
이에 반해 이이1536~1584는 이런 주장을 펼쳤다.
氣가 드러나고 理는 거기에 실려 있을 뿐이다.
氣發理乘
사단四端도 밖으로 드러난 것인 이상 氣로서, 당연히 칠정七情에 포함될 뿐이라는 입장이다. 주희의 성정론性情論은 물론, ‘理는 밖으로 드러날 수 없다’는 존재론적(자연) 이기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이의 주장에서는 ‘측은지심 등의 사단四端을 통해 환원적으로 인의예지의 존재를 확인’한 맹자의 성선설性善說적 입장이 다소 흔들리게 되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理의 존재를 ‘원리’에서 ‘작용’으로까지 확대시킨 이황의 입장이 주
리론主理論이었다면, 이기론을 유지하면서 현실에서의 모든 작용은 氣의 역할이라는 입장을
취한 이이의 입장은 주기론主氣論이었다.
사단칠정에 대한 이황과 이이의 관점 차이를 서양에 비교하면, 이황의 주리론은 T. 아퀴나스의 ‘영혼·육체 독립설’과, 이이의 주기론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육체 일체설’과 닮았다.
먼저, 理가 먼저 드러날 수도 있고 氣가 먼저 드러날 수도 있다는 이황의 주장은 심성心性작
용에 있어서 理와 氣가 별개라는 것으로서, 아퀴나스의 ‘영혼은 육체로부터 독립해 있다’는 주장과 닮았다
반면에 심성작용에 있어서 理는 언제나 氣에 붙어 함께 존재한다는 이이의 주장은 아리스토
텔레스의 ‘영혼과 육체는 함께 존재하고 함께 소멸한다’는 관점과 닮았다.
또한 이황의 성정론性情論은 앞서 이야기한 이고의 입장과도 닮았다. 이고는 주희에 비해 性과 情을 구분하는 기준을 善惡 관점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데, 이황 역시 ‘밖으로 드러나는’ ‘착한 마음’인 사단四端을 ‘착한 마음’에만 무게를 두어서 理가 ‘밖으로 드러나고 마는’ ‘존재론적(자연) 이기론理氣論에서의 이탈’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이이의 성정론性情論은 앞서 이야기한 주희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주희의 성정론性情論은 性은 ‘원리’이고 情은 ‘작용’이라는 기능 관점인데, 이이 역시 마음의 理, 즉 性은 밖으로 드러날 수 없고, 밖으로 드러나는 것은 사단四端이든 무엇이든 모두 氣가 드러난 것인 情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인간의 속성에 대한 인식 차이
이황과 이이가 각각 주리론과 주기론을 주장하며 논쟁을 벌인 근본 원인은 결국 일반 자연과는 다른 인간의 속성에 대한 인식 차이에 있었다.
이기理氣 패러다임, 즉 ‘눈에 보이지 않는 원리’인 형이상학의 ‘理’와 ‘눈에 보이는 물질’인
형이하학의 ‘氣’ 관점으로 인간을 볼 때, 理와 氣로 이루어져 있다는 기본 틀에 있어서는 인
간과 자연이 동일하지만 理의 속성에 있어서는 서로 다르다. 생명이 없는 돌이나, 생명은 있
으나 움직임은 없는 식물, 생명과 움직임은 있으나 이성은 없는 동물과 같은 자연은 맨 처음
주어진 물리법칙 또는 본능인 理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반면에 이성적 존재인 인간은
처음 주어진 속성인 理와 그 理의 현실에서의 작용이 당연히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자연과 인간을 어디까지 같은 자연물로 인식하고, 또 어디서부터 본능적 존재와 이성적 존재로 구별하여 인식할 것인지는 관점에 따라 서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인간 심리학은 자연과 공통부분도 존재하고 다른 부분도 존재한다. 이황과 이이 사이에서 벌어진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 논쟁은 바로 이 인간 심리학과 자연과의 공통부분과 차이를 둘러싼 논쟁이자, 조선 심리학에 있어서 학문적 논리를 세우기 위해 벌어진 치열한 학자적 논전論戰이었다. I. P. 파블로프의 고전적 조건 형성이나 B. F. 스키너의 조작적 조건 형성에서와 같이 자연(개, 쥐)에서의 심리학을 인간 심리학과 처음부터 동일시하고 들어가는 이성적 존재(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무례가 저질러지지 않았다.
의식 심리학의 정수, 불교의 유식사상(唯識思想)
의식 심리학 또는 작용 심리학의 정수는 사실 불교의 ‘유식唯識사상’이다. 3~4세기 무렵 인
도의 대승불교에서 시작된 유식사상에서는 ‘우주의 궁극적 실체는 오직 마음뿐으로, 마음 바
깥에 존재하는 것들은 모두 마음의 작용에 의해 나타난 거짓 존재에 불과하다’고 본다.
■8식(八識) -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여덟 가지 영역
유식사상에서 보는 범부凡夫(지혜가 얕고 우둔한 중생)로서의 인간의 마음(인식)은 다음 여덟가지 영역(8식)으로 되어 있다.
① 안식(眼識) ② 이식(耳識) ③ 비식(鼻識) ④ 설식(舌識) ⑤ 신식(身識)
⑥ 의식(意識) ⑦ 말라식 ⑧ 아뢰야식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은 곧 자신의 마음을 알고 다스리는 것으로, 불교는 깨달음을 추구하는 종교이니만큼 인간의 의식에 대해 일반 심리학에서보다 세밀하고 특별하게 다룰 수밖에 없다. 8식은 크게 네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바로 눈·귀·코·혀·몸 오감에 의해 갖게 되는 마음(① 안식~⑤ 신식), 생각하는 마음(⑥ 의식), 자아에 집착하는 마음(⑦ 말라식), 과거의 경험과 인식을 축적하고 이 축적에서 새로운 경험과 인식을 만들어내는 마음(⑧ 아뢰야식)이다.
유식사상에서는 안(眼)·이(耳)·비(鼻)·설(舌)·신(身)이라는 다섯 가지 인간의 감각을 감각기관으로 인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각각의 기능을 마음의 일부로 인식한다. 따라서 위에서 이야기한 네 부류의 마음은 유교의 사단칠정론에 있어서의 ‘마음작용’과 이렇게 짝지어 볼 수 있다.
① 안식~⑤ 신식에 의해 갖게 되는 다섯 가지 → 희·노·애·구·애·오·욕의 칠정(七情)
⑥ 의식 → 측은지심·수오지심·사양지심·시비지심의 사단(四端)
⑦ 말라식 → 모든 번뇌가 비롯되는 의식
⑧ 아뢰야식 → 마음 바깥에 존재하는 모든 허상들을 만들어 내는 원천
여기에서 ⑦ 말라식과 ⑧ 아뢰야식 두 영역은 이 세상 모든 존재들을 연기緣起에 의해 존재
하는 공空한 것으로 보는 대승불교 특유의 관점이 반영된 심층 심리학 영역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인간을 중심으로 한 현대 심리학의 분류
앞서 언급한 분트로부터 시작된 현대 심리학은 인간을 자연과 같은 관점에서 수동적 존재로
볼 것인가, 이성적 존재 관점에서 주체적 존재로 볼 것인가에 따라 크게 ‘결정론적 심리학’과 ‘의지론적 심리학’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또한 주장의 근거를 관찰이 불가능한 내부의 마음
작용에 두고 있는가, 관찰 가능한 외부의 행동에 두고 있는가에 따라 ‘주관적 심리학’과 ‘객관
적 심리학’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Psychoanalysis은 인간을 의지의 주체가 아닌 ‘무의식의 포로’로 본다는 차원에서 결정론적 심리학인 동시에 주관적 심리학으로 구분할 수 있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마음에 무의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자유연상법Free
association’을 개발해서 히스테리 환자에게 무의식 속의 트라우마를 상기하게 함으로써 병을 치료했다. ‘정신분석’으로 명명된 이 치료법은 나중에 프로이트가 수립한 심리학체계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인격이 세 부분, 즉 쾌락의 원리를 좇는 무의식의 ‘이드(Id)’, 현실을 고려하고 현실의 원칙에 지배되는 ‘자아(Ego)’, 이드를 통제하는 무의식의 ‘초자아(Superego)’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신이 심리의 기초로 인식한 본능에는 자신을 보존하고자 하는 ‘자아 본능’과 자손을 잇고자 하는 ‘성 본능’ 두 가지가 대립 상태로 존재하며, 성 본능의 에너지인 ‘리비도(libido)’는 2~6.5세 사이에 사내아이가 아빠를 증오하고 무의식적으로 엄마에게 성적 애착을 갖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프로이트는 말년에 인간의 본능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바꿨다. ‘자아 본능’과 ‘성 본능’을 결
합을 추구하는 ‘삶의 본능(Eros)’ 하나로 묶고, 이에 대립해 해체를 추구하는 ‘죽음의 본능
(Thanatos)’ 두 가지로 인간의 본능을 인식한 것이다.
■성리학·양명학 관점에서 본 프로이트의 심리학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프로이트 심리학은 인간의 의식구조와 그 작용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로 인간의 의식과 그 작용에 주로 초점을 맞혀온 동양 심리학과 잘 어울린다.
프로이트의 3단계 인격구조를 동양의 성리학·양명학의 심리학에 비추어 보면, 善惡 관점에서 이드와 자아는 성리학의 情으로, 초자아는 성리학의 性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또 초자아는 양명학의 ‘양지良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性은 타고난 절대선이고 양지는 善惡을 구분하는 타고난 능력으로 초자아의 속성 및 역할과 동일하고, 情은 감각에 의존하고 생존을 위한 이기주의에 근거한다는 점에서 자아 및 이드의 속성과 닮았기 때문이다.
불교의 유식사상에 비추어 보면 인식 차원에서 이드는 ‘말라식’ 및 ‘아뢰야식’에 속하고, 자
아는 안·이·비·설·신·의 ‘육식六識’, 초자아는 모든 존재가 품고 있는 ‘불성佛性’에 해당된다. 곧 말라식은 모든 악의 원인인 자신에 대한 집착의식이고, 아뢰야식은 모든 허상을 만들어 내는 무의식이므로 이드의 속성 및 역할과 같고, 육식은 현실 속의 외부와 직접 접촉하는 기관으로써 자아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불성은 앞의 8식(① 안식~⑧ 아뢰야식)과는 대립·대체관계로써, 부처와 같이 ‘깨달은 이들에 한해서만 밖으로 드러나는 최고의 지혜’라는 속성상 초자아와 같다.
■행동주의 심리학은 인간을 포함한 동물 심리학의 영역
행동주의 심리학Behavioristic psychology은 외부적으로 객관적 관찰이 가능한 ‘행동’을 통해 대상의 반응을 연구한다는 차원에서 결정론적 심리학인 동시에 객관적 심리학으로 볼 수 있다. 1950년대에 미국의 주류 심리학으로 등장한 행동주의 심리학은 앞서 언급한 파블로프(78쪽 참조)의 조건반사학의 영향을 받은 J. B. 왓슨John Broadus Watson, 1878~1958에 의해 시작되었다.
행동주의 심리학은 정신분석학과 같이 ‘의식을 대상으로 하는 심리학은 주관적이고 비과학
적’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시작한 만큼, 의식이 아닌 ‘관찰 가능한 행동’을 대상으로 동물과 사
람의 심리를 연구했다. 동물이나 사람의 모든 행동을 ‘자극(Stimuli, 독립변수)-반응
(Response, 종속변수)의 관계’로 환원하는 행동주의 심리학은 앞서 개와 쥐를 이용한 파블로프와 스키너의 실험(78~79쪽 참조)과 같이 ‘중성 자극의 조건 자극화’나 ‘강화수단에 의한 조작적Operant 행위 유도’를 증명해냄으로써 교육·훈련 분야 및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많이 응용되었다.
하지만 행동주의 심리학은 ‘자극(S)-반응(R) 관계’를 비롯한 여러 원리들이 인간의 주체적 의지보다는 수동적인 동물적 본능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인간 심리학이라기보다는 인간을 포함한 동물 심리학 또는 동물 행동과학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주체적 의지를 중요시한 인본주의 심리학
인본주의 심리학Humanistic psychology은 말 그대로 ‘인간의 주체적 의지’를 중요시하는 심리학이다. 따라서 인본주의 심리학은 의지론적 심리학인 동시에 주관적 심리학이다. 인본주의 심리학은 인간의 행동이 무의식의 영향을 받는다는 정신분석학과, 외부 자극에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는 행동주의 심리학의 결정론적 입장에 대한 반발로 등장한 만큼 ‘인간의 자유의지와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를 강조했다. 인본주의 심리학에서는 인간을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며, 자신의 의지로 스스로를 창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로 인식했다.
인본주의 심리학의 대표적인 학자인 A. H. 매슬로우Abraham H. Maslow, 1908~1970는 인간의 욕구를 다음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①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 needs)
② 안전의 욕구(Safety needs)
③ 애정과 소속의 욕구(Need for love and belonging)
④ 존중받고자 하는 욕구(Need for esteem/respect)
⑤ 자아실현 욕구(Self-actualization needs)
위의 다섯 가지 욕구는 위계적(계층적) 관계로 ① 생리적 욕구에 가까울수록 동물적 생존에
필요한 필수 조건이 되고, ⑤ 자아실현 욕구에 가까울수록 이성적 존재가 되기 위한 충분 조
건이 된다. 그래서 매슬로우는 사람들이 이 5단계를 아래부터 차례대로(① → ⑤) 채워 나간다고 설명했다.
다섯 가지 욕구 중 가장 높은 단계인 자아실현 욕구는 인간이 이성적 존재로서 가지는 가장 ‘인간다운’ 욕구이다. 모든 존재의 존재이유는 자신의 잠재력을 모두 실현시키는 데 있다. 그
런데 인간을 제외한 생물은 본능에 의해, 무생물은 물리적 법칙에 의해 ‘기계적으로’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시킨다. 이에 비해 불완전하나마 이성적 존재인 그리고 부분적으로 창조적 존재인 인간에게만은 각 개인에게 자신의 존재이유인 자아실현이 맡겨져 있다. 모든 생명체 중 인간만이 유일하게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유의지를 가진 이성적 존재로서의 자기완성인 자아실현은 인간에게 주어진 선택 없는 운명이자 가치다.
지나치게 성 본능을 중시한 프로이트에 반발해 그의 정신분석학파로부터 갈라져 나온 A. 아
들러Alfred Adler, 1870~1937의 심리학도 인본주의에 해당한다. 아들러의 개인 심리학
Individual psychology은 성性적 동기가 아닌 사회적 동기를 중요시하고, 인간의 행동을 열등감과 무력감을 극복하기 위한 또는 우월한 위치로 가기 위한 목적 지향적 행위로 이해했다. 즉, 인간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인정하는 만큼 개인의 의지를 중요시하는 주관적 심리학이었다.
M. 베르트하이머Max Wertheimer, 1880~1943 등의 독일학자들에 의해 시작된 게슈탈트 심리학Gestalt psychology도 일정 부분 인본주의 심리학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인간 행동을 기계적으로 해석한 행동주의 심리학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을 뿐 아니라, 개인의 지각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게슈탈트 심리학은 한마디로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다’라는 입장이다. 애니메이션은 여러
장의 만화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우리는 애니메이션을 ‘여러 장의 만화’가 아닌 ‘하나의 동영
상’으로서 인식한다. 즉, ‘만화 한 장 한 장의 합’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영상이
라는 하나의 전체 단위’로 인식하는 것이다. 분명 ‘전체’가 ‘부분의 합’과 다르다. 게슈탈트 심
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에 착안하여 인간의 심리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지각 체제화 원리’ 가 작동한다고 주장한다.
① 지각적 조직화 : 물리적 현실을 지각이 그대로 따르지 않고 작은 부분들을 하나의 전체로
체제화하려는 경향
② 지각적 분리 : 전경前景, figure과 배경背景, ground을 분리해 인식하려는 경향
③ 행동적 환경과 정신물리학적 동형이성同形異性, Isomorphism : 지각 시 감각기관의 정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개인의 과거 경험과 학습, 지식, 동기, 기대, 성격 등이 영향을 미친다는 원리
‘만화 한 장 한 장의 합’을 ‘움직이는 영상이라는 하나의 전체 단위’로 인식하는 착시를 ‘가
현운동假現運動, Apparent movement’이라고 하는데, 게슈탈트 심리학에서는 가현운동 등을 일으키는 위의 세 가지 원리가 직접적 경험과는 무관한, 유전에 의한 일종의 내재적인 법칙이라 이해했다. 칸트Immanuel Kant, 1724~1804의 열네 가지 지성 개념을 떠오르게 하는 내용이다. 주관적 심리학의 한계가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심리학 선택이 내 삶을 결정한다
모든 것은 ‘유용성’이 있으므로 존재한다. 심리학의 유용성은 사람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하고 사람의 미래 행동을 기대하기 위한 것이다. 사람에는 타인과 나 자신이 있다. 따라서 심리학의 사용은 과거지향적/미래지향적, 외부지향적/내부지향적으로 나누어진다. 심리학을 사용해서 타인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은 과거지향적-외부지향적이며, 타인이 앞으로 할 행동에 대해 기대하는 것은 미래지향적-외부지향적이다. 반대로 심리학을 사용해서 나 자신이 이미 한 행동을 반성하는 것은 과거지향적-내부지향적이며, 내가 앞으로 할 행동을 기대하고 추진하는 것은 미래지향적-내부지향적이다.
타인의 과거 행동에 대한 것은 정신분석학이나 행동주의의 결정론적 심리학으로 이해하는 것이 지혜롭다. 사람들에 대한 실망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미래 행동에 대해서는, 그 사람을 진실로 아끼고 사랑한다면 인본주의의 의지론적 심리학으로 기대하는 것이 맞다. 그것이 인간이 인간을 진심으로 존중하는 방식이니까.
자신의 기존 행동과 앞으로 할 행동에 대해서는, 자존감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삶을
진심으로 아낀다면 마찬가지로 인본주의의 의지론적 심리학으로 반성하고 또 고민하는 것이
맞다. 그래야만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으니까.
혹시 파블로프의 개 실험이나 스키너의 쥐 실험에 대한 내용을 처음 접했을 때 무엇인가 유
쾌하지 않은 느낌이 스쳤던 기억이 있다면, 당신은 바로 의지론적 심리학을 선택한 것이다. 심리학 선택이 내 삶을 결정한다.
** 출처: 신동기 著 『오래된 책들의 생각』(2017,아틀라스북스刊) p75-102
*****(2022.06.20.)
나이 들수록, 더 안정적인 사람이 되는 방법 l 디카프리오 인생 명언

첫댓글 [다큐 플렉스]
오은영 박사와 함께 알아보는
프로이트의 심리 성적 발달 이론!,
MBC 211001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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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훈 명언 l
나이 들수록,
돈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깨달은 이유는 바로..
https://www.youtube.com/watch?v=jA7F4Xvo2S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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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사로잡은 3대 미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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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을 연구한 프로이트의 ′마음 이론′
차이나는 클라스 10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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