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전령사
최명애
어머니는 지난겨울에 콩팥 제거 수술을 하고, 수술 후 담낭염 증세로 인해 보살핌을 받으면서 지내신다. 배액 관을 아침. 저녁 관리하고 일주일에 두 번 전문 병원으로 소독하러 가야 한다. 어머니 본인은 얼마나 힘드실까? 마음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고통을 두 달 가까이 버티고 오셨다. 담낭 시술이든 수술이든 하려고 했지만, 의료파업이 일어나면서 입원 대기가 길어졌다. 기다리는 중에 허리가 아파 다시 동네 병원에 가서 사진을 찍었다.
“척추가 많이 내려앉았네요.”
“작년에 수술하고 아주 좋아졌었는데 다시 내려앉았으니, 의뢰서를 들고 가보세요.”
아파트 정원의 매화나무에 꽃들이 활짝 피었고 산수유나무도 노란 꽃을 피웠다. 자연의 힘은 대단하다. 마른나무 가지 속에서 새순을 만들어내어 꽃을 활짝 피우고 향기를 뿜어낸다. 설레는 마음으로 지인의 텃밭으로 가서 냉이를 캐왔다. 봄 향기가 가득한 냉이된장국을 끓였다. 어머니는 향긋한 냉이 향으로 봄기운을 느끼시며 한 그릇을 다 드셨다. 봄의 전령사 역할을 톡톡히 해 주었다.
작년에 친구들과 비슬산 참꽃 축제에 간 적이 있다. 투어버스는 많은 인파로 왁자지껄한 주차장을 출발해서 산봉우리를 향해 아슬아슬하게 올라갔다. 산비탈에는 붉은색의 참꽃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아름다운 산세와 맑은 공기의 상쾌함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사계절의 변화에 내 모습을 반성하며 대견사 삼층 석탑을 한 바퀴 돌았다. 대견보궁에 들러 삼배로 친견하고. 참꽃 군락지로 향하였다. 대견봉으로 가는 길에 계단 아래로 펼쳐지는 분홍색의 물결이 무척 아름답다. 자연의 이치에 순리대로 적응하며 해마다 멋진 봄 풍경을 선사하니 대단한 힘이 느껴졌다.
훈훈한 봄바람과 확 트인 전경이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김밥과 친구가 만들어 온 상큼한 샐러드로 점심을 먹고 나니 건강은 덤이고 마음도 느슨해졌다.
“우리 트로트 한 곡씩 부르자.”
친구가 먼저 선창하자 함께 손뼉 치며 돌아가면서 불렀다. 각자 생각해 온 단톡방 이름을 배경 설명과 함께 발표하고 선발까지 했다. 친구가 발표한 ‘해당화’로 정했다. 해마다 당당하고 화려해지자는 뜻이란다.
“다시 돌아오는 봄에는 해당화가 더 풍성해지기를 바라자”
온 산이 붉게 물든 참꽃을 한가득 눈 속에 담고 나니 단톡방 이름에 걸맞은 아름답고 멋진 봄나들이가 되었다.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집 부근 팔거천 주변으로 걷기를 나갔다. 물속에서 한가로이 노니는 오리 가족들 모습이 여유롭고, 천변에 질서 없이 핀 꽃들과 풀들도 빗물을 머금어서 화려하고 싱그럽다. 많은 생명을 품어 흐르고 우리에게는 건강과 쉼을 주는 곳이다. 연둣빛 이파리를 쏙 내민 수양버들과 맑은 새소리가 또 한 번의 새로운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것 같다. 다시 맞이하는 봄 이야기를 가지고 어머니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날씨가 더 따뜻해지면 봄맞이 여행을 하고 싶었는데….
첫댓글 명애선생님 좋은 글 발표 감사합니다. 글은 그렇게 쓰는 겁니다. 점점 좋은 글을 쓰시게 될 겁니다. 조급하게 생각 마시고 전진하시기 바랍니다.
봄의 전령이 어머님께도 올 수있길 기원드립니다.
봄이 곳곳에 옹기종기 모여서 나도 모르게 스며들어오네요 힘내세요 어머님께도 봄이 찾아와서 함께 즐기실 수 있을겁니다 건필합시다
봄맞이 전령사로 봄을 만끽 하셨네요
세월의 봄은 년년세세 다시 찾아 오는데
인생의 봄은 두번다시 오지 않으니,
어머님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