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자원 분과 정선교, 김종경
국제연합(UN)의 산하 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18년 발간한 1.5℃ 관련 특별보고서를 통하여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보다 높게 상승할 경우 여러 형태의 이상기후와 해수면 상승으로 인류 생태계에 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지구의 탄소중립이 2050년까지 달성되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특히,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 세계에 설치되어야 할 무탄소 원자력에너지 설비용량이 2020년 기준 394 GW에서 2050년에는 1,160 GW 수준의 증가 필요성을 예측하였다. 이 같은 무탄소 원자력에너지 용량 증설은 매우 도전적이지만 2022년 발간된 OECD NEA 분석 결과(그림 1)는 기존의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의 장기적인 계속 운전 추진과 대형 원자력발전소의 신규 건설 그리고 무탄소 On/Off Grid 전력, 공정 열에너지, 그린수소 생산, 해수 담수화 등 다양한 비전력 산업 분야에도 적용이 가능한 다용도의 Small Modular Reactors(SMR) 건설의 결합을 통하여 상당 부분 달성이 가능하다고 예측하였다. 따라서 SMRs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에 요구되는 무탄소 원자력에너지 용량의 격차 해소에 기여하고 나아가 전체의 에너지믹스에서 탈탄소화의 수단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그림 1> 탄소중립에 대한 원자력에너지의 최대 잠재력
출처 : Meeting Climate Change Targets: The Role of Nuclear Energy, OECD Publishing, Paris.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70여 개의 SMR 개념들이 지난 60년 이상의 원자력 설계, 건설 및 운영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현재 개발되고 있다. 기존의 대형 LWR(경수형 원자로) 와 같이 물을 냉각재로 그리고 5% 미만의 연료농축도를 사용하는 경수로 기반 SMRs과 4세대 원자로 개념(Gen IV-지속가능성, 안전성, 신뢰성, 경제성, 핵확산 방지 및 물리적 보호 측면에서 더 큰 장점을 가진 차세대 원자로로 정의)에 기반하여 불활성가스(헬륨), 액체금속(Na, Pb) 그리고 용융염(F, Cl) 등 여러 종류의 냉각재와 연료 농축도가 5~20% 수준인 High-Assay Low-Enriched Uranium(HALEU)를 사용하는 차세대 SMRs들이 세계 각국에서 경쟁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개발 중인 SMR들은 심각한 사고 가능성을 거의 제거한 피동 안전설계, 작아진 원자로노심 설계에 의한 낮은 방사선피폭 선량과 낮은 방사능 방출 확률 그리고 부하추종운전이 가능한 운전 유연성 설계 개념을 적용하여 SMR의 안전성과 운전성을 대폭 향상해 개발하고 있다. 또한, 건설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도록 SSC(System, Structure, Component) 단순화, 표준화 및 모듈화, 공장제작 최적화 그리고 건설 현장 작업 최소화라는 경제적 특성들을 반영하여 개발되고 있다.
기존의 대형 PWR 또는 BWR 원자로에 비해 안전성이 대폭 향상된 SMR들은 원자로 노형의 특성에 따라 전력, 공정 열에너지, 그린수소 생산, 해수 담수화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이 가능한 다용도의 상업적 유연성 측면에서 유리한 면을 가지고 있으나 규모의 경제성 측면에서 불리한 면도 가지고 있다. 원자로개발은 규모의 경제적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60년대 개발 초기부터 지금까지 더 큰 크기로 개발하여 왔기 때문이다. 안전성과 경제성을 높이기 위한 혁신적인 개념들이 설계와 제작에 반영된 경수(LWR) 기반 및 4세대(Gen-IV) SMR들은 오직 FOAK(First of a Kind) SMR 실증로 건설 및 운전을 통해 안전 성능과 경제성이 충분히 입증된 특정 모델만이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방대한 세계 SMR 시장에서 상업화의 파이프라인에 도달할 수 있다. 즉, 탄소중립을 위해 개발 중인 SMR들이 상업적으로 널리 배치되기 위해 극복하여야 할 최우선의 과제는 다른 유형의 무탄소 배출 분산형 전력 및 발전원 대비 우월한 비용 경쟁력(Cost-competitiveness)을 갖추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