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기상현상과 기후위기도 문제다. 지난 2022년 3월 4일 경북 울진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한울원전 부지의 전기 설비 인근까지 번졌다가 진화됐다.10) 한울원전에는 총 6기의 원자로가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께 산불은 한울원전 부지의 스위치 야드 인근까지 접근했다. 스위치 야드는 발전소 전기를 송전선로로 공급하거나 공급받는 설비다. 당시 산불 영향으로 외부 송전선로 8개 중 2개가 차단됐다.11) 당시 원전 자체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을지라도 부지 주변으로 산불이 번져 위험한 상황이었다는 것.
<이투뉴스>에 따르면 이날 산불이 확산될 당시 한울원전과 연결된 4개 송전선로(8회선) 가운데 단 1개 선로만이 정상기능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이 선로마저 기능을 상실했다면 전력계통 주파수 하락과 태양광설비 추가 정지로 전국 단위 블랙아웃(대정전)이 발생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당시 설비용량 5.6GW(기가와트)급 한울원전과 연결된 3개 송전선로 6회선이 산불 영향으로 두절됐고, 한울2원전~신영주 345kV선로가 다른망(網) 복구 시까지 버텨줘 재앙을 막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투뉴스>는 계통운영 관련 관계자를 인용하여 “산불이 휩쓸고 지나가는 대로 계통이 연쇄적으로 탈락했고 강행송전을 거듭했음에도 일부 선로는 금세 다시 나가 떨어졌다”며 “한울원전 쪽도 폐쇄된 구조의 제어실까지 연기가 흘러들어갈 정도여서 출력 감발지시 등이 빠르게 이행된 것으로 안다”고 보도했다.12)
2003년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원전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위험 요인으로 ▲대기와 해양의 온도(Temperatures of the air and the sea) ▲바람의 패턴과 빈도, 폭풍우(The patterns, frequency and storminess of winds) ▲수위 상승 등 강수 특성(The
characteristics of precipitation such as higher peak levels) ▲해수면 상승 및 이상 현상(Rises and anomalies in sea levels) ▲하천의 유량(The flow rates of rivers) 등을 꼽았다.
IAEA에 따르면 원전은 과거 데이터에 기반하여 이 같은 사건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기후위기 심화로 미래에 발생할 사건의 심각성을 예측하는 데는 불확실하다는 내용이 골자다.
2018년 IAEA는 이 같은 유형들을 ‘점진적 기후변화(Gradual Climate Change, GCC)’와 ‘극단적 기상 사건(Extreme Weather Events, EWE)’ 두 가지로 분류했다. 점진적 기후변화(GCC) 카테고리에는 ▲높은 평균 온도(Higher mean temperatures) ▲평균 강수량 감소(Lower mean precipitation) ▲해안 및 건조 지역 주변 강풍의 빈도 증가(Increased windiness near coasts and dry areas) ▲해수면 상승(sea level rise) 등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냉각 효율성이 줄어들거나 냉각수 온도 상승, 유량 감소는 발전소 출력 감소 및 가동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해안에 위치한 원전의 경우 염분으로 인한 장기 부식 및 장비 오작동 유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두 번째 유형인 극단적 기상 사건(EWE)은 폭염과 극서, 강우, 가뭄, 강풍 및 폭풍 등이다.
<각주>
10) https://www.yna.co.kr/view/AKR20220304123300053
11)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33594.html
12) https://www.e2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406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