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열락재유고 3권 p40 ~43
獅子庵記(사자암기)
저자 : 김지익 / 번역 카페지기
庵在高方寺後 以此拙搆 揭乎華楣 心甚愧恧矣. 今也 庵毁板無 其間未一紀也. 而興廢相棄 往蹟不存 良可浩歎.
사자암은 고방사 뒤에 있는데, 이 졸렬한 글을 화미에 걸고자 하니 마음이 매우 부끄럽다. 지금은 암자가 훼철되어 판도 없고 그간의 기록도 없다. 흥하고 폐하면서 서로 버려져 지나간 사적이 남아 있지 않아 크게 탄식한다.
*화미(華楣) : 문 위에 다는 遮陽 처마 *괴륙(愧恧) : 부끄러워 하다.
庵以獅子名取靈异也. 昔顧 光寶畵獅子牓戶外 陸溉愈瘧. 宗殼製獅子 列陳前敵師大潰. 西域之安息産井龍驚飛. 元魏之波斯進庭豹瞑目. 博物志可取以考也 豈不以獅 是獸中之靈怪 鬼物之畏憚也. 羣仙乘此 軼雲霓而上下, 諸佛跨是 御天壇而去來. 是故 龍宮古刹 必畵扵壁上, 梵文諸經 雜出扵篇中 獅之爲靈 固略略也.
암자의 이름을 사자( 獅子)로 지은 것은 신령하다. 지난날을 돌아보니, ‘광보(光寶)가 사자를 그려 문 밖에 액자로 걸자 땅에 스며들어 학질을 치료하였다.’고 하고, ‘종각(宗殼)이 사자를 만들어 가지런히 적의 앞에 펼치자 대장이 무너졌다.’고 하고, ‘서역의 안식(安息,파르티아)에서 나는 정룡(井龍)이 놀라서 날아갔다.’고 하며, ‘후위(後魏)의 파사(波斯,페르시아)가 정원의 표범에게 나아가서 눈을 감았다.’고 하였다.
박물지에서 고증할 수 있는 것은 대개 사자가 아니라, 이 짐승 중에서 영묘하고 괴상하여, 괴물이 두려워하고 꺼렸다. 여러 신선이 이것에 타고서 구름과 무지개를 지나 오르내렸고, 여러 부처들은 이것에 걸터앉아 천단을 다스리며 가고왔다. 그래서 용궁의 오래된 절에는 벽에 반드시 그림을 그리고, 범문으로 된 여러 불경에는 편 가운데 섞여 나타내는데, 사자를 신령하게 여겨 한결같이 간략히 하였다.
*영이(靈异) : 기이하다 *광보(光寶) : 光宝圖獅子户外牓之 是夕中夜户外有窸窣之聲 明日所畫獅子吊 臆前有血淋漓漑病遂愈 <八朝家怪録> *종각(宗愨) : 중국 남조(南朝) 송나라 종각(宗愨)을 가리킨다. 종각은 좌위장군을 지냈는데 소년 시절에 숙부인 종병(宗炳)의 물음을 받고 자신의 원대한 포부를 말하여 “장풍을 타고서 만 리의 물결을 깨부수고 싶다.〔願乘長風 破萬里浪〕”라고 한 일이 있다. 《宋書 卷76 宗慤列傳》 *정룡(正龍) : 우물 속의 용 *원위(元魏) : 중국 5호16국 시대의 後魏(北魏)(386-530)의 별칭 *박물지(博物志) : 西晉(385-431)의 학자 張華가 저술. 神仙과 이상한 인간, 동식물에 관한 기록을 주로 하였음. *영괴(靈怪) : 영묘하고 괴상함. *귀물(鬼物) : 나쁜 음기(陰氣)의 화신 *외탄(畏憚) : 두려워하고 꺼림 *운예(雲霓) : 구름과 무지개
今夫 庵畔有一雲根 頭似銅 額似鐵 拳鞭之所不驅 李弧之所未開. 雖未聞聲吼如雷 亦不見目閃如電. 頑然蹲伏形 猛扵嘯谷之虎, 若將飛勝威 勝扵乘雲之蛟. 倘使井龍庭豹見之 亦必驚飛而瞑目也. 安知是物也 自西域中出來 化爲片石 落此名區 天龍地靈有 所呵護者存.
지금 암자 변에 바위가 솟아 있는데, 머리는 구리와 유사하고 이마는 철과 같아서, 주먹과 채찍으로도 몰아 낼 수 없고, 오얏이나 오이도 꽃피지 않았다. 비록 듣지 못하지만 우레처럼 울리고, 역시 보지 못했지만 번개처럼 번쩍였다. 완연히 웅크리고 있는 형상은 골짜기의 호랑이보다 사나웠고, 앞으로 날아오르려는 위세는 구름속의 교룡보다 뛰어났다. 만약 우물속 용과 마당의 표범이 보게 하면 반드시 놀라 날아가서 눈을 감을 것(자지러 질 것)이다.
이 물건에 대해 알려진 것은, 서역에서 나와 돌조각으로 변해 이 좋은 곳에 떨어져, 천룡과 지령이 있는 곳을 지키고 있다.
*운근(雲根) : 벼랑이나 바윗돌을 뜻하는 시어(詩語)이다. 두보(杜甫)의 시에 “충주 고을은 삼협의 안에 있는지라, 마을 인가가 운근 아래 모여 있네.[忠州三峽內 井邑聚雲根]”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그 주(註)에 “오악(五岳)의 구름이 바위에 부딪쳐 일어나기 때문에, 구름의 뿌리라고 한 것이다.” 하였다. 《杜少陵詩集 卷14 題忠州龍興寺所居院壁》 *편석(片石) : 돌조각. 파편 *천룡(天龍) :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천룡팔부(天龍八部). 천룡팔부는 불법(佛法)을 수호하는 신장(神將)들로서 천(天)ㆍ용(龍)ㆍ야차(夜叉)ㆍ아수라(阿修羅)ㆍ가루라(迦樓羅)ㆍ건달파(乾闥婆)ㆍ긴나라(緊那羅)ㆍ마후라가(摩睺羅迦)임.
耶山之僧弘卓入此洞見此巖 築小庵扵巖之東 遂名之曰, 獅子庵意固淵矣. 余嘗登庵而覽 白雲栖其半間 松風擁其處牖 滿庭蘿月 一榻其居也. 如欲擇其令名 白雲可卧也. 松風可怡也. 蘿月可抱也. 不以雲 不以風 不以月 而必以獅子爲名者 抑何義也.
가야산의 승려 홍탁(弘卓)이 이 골짜기에 들어와 이 바위를 보고 바위의 동쪽에 조그만 암자를 짓고 이름을 지어 말하기를 “사자암의 뜻은 단단하고 깊다.” 하였다.
내가 시험 삼아 암자에 올라 둘러보니 흰 구름이 그사이에 깃들고 송풍이 창을 감싸 안고, 수풀 속 달빛이 마당을 채우고 사는 곳에는 평상 하나가 있었다. 영명(令名)을 택하려는 듯 흰 구름이 누워 있네. 송풍이 기뻐하네. 수풀에 뜬 달이 안겨오네. 구름으로도 바람으로도 하지 않고 달로도 하지 않고서 반드시 사자를 이름으로 하였는데, 어찌 그 뜻을 추측하겠는가.
*처편(處牖) : 기거하는 곳의 창 *나월(蘿月) : 담쟁이덩굴 사이로 바라보이는 달. *영명(令名) : 아름다운 이름
噫我知之矣. 人世羣魔 假其威而駈除, 妖被不祥 俾其靈而呵禁. 慾界之利寇 防禦之以是, 天慳之秘區 護衛之以是 使法界淸淨 道眼光明 亦如宗殻之潰敵師 光寶之愈陸瘧者耶. 亦安知 乘此獅度白雲 與羣仙而上下 隨諸佛而去來者耶.
아! 내가 아는 것은, 세상의 여러 마귀들을 그 위력 빌어 걷어내고, 상스럽지 않은 요기들을 영기를 더하여 꾸짖어 금하였다. 욕계의 이익이 침입하는 것을 이처럼 방어하고, 하늘이 아껴둔 비지를 이처럼 호위하여, 이 청정한 법계에 도안(道眼)을 밝게 밝히니, 또한 종각(宗殻)이 적의 대장을 궤멸시키고, 광보가 육지의 학질을 치료한 것과 같다. 또한 이 사자를 타고 백운에 이르러 여러 신선들과 오르내리고, 여러 부처들을 수행하여 가고 오는 것이다,
*구제(駈除) ; 몰아서 덜어냄 *가금(呵禁) : 큰 소리로 말리다 *욕계(慾界) : 탐욕이 들끓는 세계로, 지옥·아귀·축생·아수라·인간·6욕천(六欲天)을 통틀어 일컫는다. *도안(道眼) : 진리를 분명히 가려내는 눈
然則 錫杖之觧虎 奇則奇矣. 鉢盂之蔵龍 异則异矣. 事甚無稽 說誠荒誕 曷若此釋之. 托物而揭號 托名而思義 益自修練 期臻通慧也. 惟彼鷄林之石窟 順興之浮石 只取 其石中之有竇 大石之能動 則意無所寓 名無可取. 此諸斯庵 風斯下矣 吾不取焉.
그래서 석장으로 호랑이를 갈라 놓으니 기이하고 기이하며, 발우에 용을 감추니 신기하고 신기하다. 일이 매우 근거가 없고 설명이 참으로 허황되었다. 만약 이것을 풀어보면, 물건을 두고서 이름을 부르고, 이름을 두고서 의(義)를 생각하면, 스스로 수련을 더하여 신통에 이르는 것을 기약하는 것이다.
저 계림의 석굴(石窟)과 순흥의 부석(浮石)을 생각해보면, 다만 그 돌 가운데 굴이 있는 것과 대석이 움직이는데 뜻을 취하여, 뜻이 머물지 않으니 이름에는 취할만한 것이 없다. 저 여러 암자에는 기풍이 그 아래에 있지만 내가 취하지 않았다.
*석장해호 발우장룡(錫杖解虎 鉢盂藏龍) : 당나라 이백(李白)의 〈태백산 호승가〔太白贈胡僧歌〕〉의 병서(幷序)에 보인다. 태백산 중봉(中峯)에 풀옷을 입고 능가경을 품은 호승(胡僧)이 살았는데, 어느 날 동쪽 봉우리에 호랑이 두 마리가 싸우다 약한 놈이 죽으려 하자 호승이 지팡이로 갈라놓았고, 서쪽 못에 독룡(毒龍)이 오래도록 싸우기에 걱정이 되어 그릇에 한 마리를 담아 놓았다고 한다. 이백은 시에서 “창가에서 석장으로 두 마리 호랑이를 갈라놓고, 침상 아래 바리때에 용 한 마리를 담아 놓았네.〔窓邊錫杖解兩虎 床下鉢盂盛一龍〕”라고 읊었다. *무계(無據) : 근거가 없음 *황탄(荒誕) : 말 등이 근거가 없고 허황함 *통혜(通慧) : 지혜를 바탕으로 한 신통 *풍사하(風斯下) : 《장자(莊子)》 〈소요유(逍遙游)〉에 나오는 구절 중 ‘풍사재하(風斯在下)’에서 따온 것이다. 후대 사람이 앞 시대의 현인들보다 더 뛰어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풍사재하’는 붕새가 남명(南冥)으로 갈 때 9만 리 상공에 이르면 바람이 이 아래에 있다[九萬里 則風斯在下]라 한 것을 말함.
庵主弘卓 盖乃淸虛者 流與之語 頗聰明 識道理 要自胷中 無所滯礙 不爲事物之所侵亂者也 嘗與之來往矣. 庵落請余以作文以記之 不敢以不文辭扵是乎書.
암주 홍탁은 맑고 욕심 없는 사람으로, 말을 나누어 보니 사뭇 총명하고 도리를 알고서 가슴속의 요점에 대해 막힘이 없었고, 다른 일이나 물건의 침란을 받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오고 가면서 함께 하였다. 암자가 낙성되자 나에게 글을 지어 기록할 것을 청하여 감히 글을 짓지 못하겠노라고 사양하지 못하고 이 글을 쓴다.
*체의(滯礙) : 머뭇거림이 없음 *불위사물침란(不爲事物之所侵亂) : 일이나 사물에게서 침란을 받지 않음 출전 <한유. 여맹간상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