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5월의 가게일을 마무리 할 쯤 고대하던 문학기행을 가는날이 밝았다. 회장님께서 휴가를 못내셔서 국장인 내가 회원들을 인솔해야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그나마 도서관 담당직원들이 함께라 다행이었다.
오전 8시에 공설운동장에 모여 버스로 출발하기로 했는데 기사님의 착각으로 20분 늦게 출발하게 되었다. 그래서 일정을 조금씩 당겨서 진행하기로 했다.
달리는 버스안에서 5월의 도서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에 대한 토론을 했다. 우리 독서회 회원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나누며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버스는 달리고 달려 부산에 도착했다. 첫번째 목적지는 보수동 책방골목이었는데 화요일마다 휴일이란다. 관광지나 마찮가지라 휴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려 깡통시장으로 갔다. 시장골목이 넘 현대식으로 바뀐것 같아 깡통시장이라는 분위기가 아닌듯 하여 약간 실망스러웠다. 그냥 일반시장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기념될만 한것 하나는 사야 할것 같아 1인용 화로를 샀는데 바가지를 썼다. 몇번이나 싸게 주시는거 맞죠? 라고 물어봤는데 걱정 말라시더니 나 이리 순진하지 않은데 사장님을 믿고 싶었는지 순순히 돈을 드리고 나왔는데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시장에서 나오는 길에 골동품을 파시는 할아버지께 동으로 만든 차 주전자를 삿다. 깡통시장이란 이름에 걸맞는 물건을 발견한듯하여 살짝 설레이기도 했는데 골동품을 좋아하시는 시매시의 곧 다가오는 생일 선물로 딱이다 싶었다. 같이 가신분들도 넘 잘 샀다고. 받는 사람과 넘 잘 어울리는 선물이 될것 같다고 했다. 참 잘 산듯하여 좀전에 산 화로에 대한 속삼함은 잊었다.
차주전자를 신문지에 둘둘말아 까만 봉지에 넣었는데 보물보따리처럼 안고 다녔다. 깡통시장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각자 흩어져 장을 보시든 회원들이 시간을 너무 잘 지켜주셔서 정해진 시간내에 식사를 마쳤다. 그런데 엄청난 맛집이라고 대기줄도 길었는데 맛은 별루였다. 나뿐만아니라 대부분 그랬다고 하신다. 골동품 차주전자말고는 그리 좋은 기억이 되지 못한 깡통시장이을 나와서 깡깡이예술마을로 향했다. 어려운시절 배를 수리하던 아줌마들의 연장소리가 깡깡하고 낫다하여 깡깡이마을이란다. 먼저 배를 타고 바다를 한바퀴돌고 왔다. 시원도하고 주위의 풍경이 아름다웠다. 그러다 예전에 배를 고치던 것을 재연 해놓은 곳과 그시절 사진들을 보게 되었는데 목숨을 내어놓고 가족들을 위해 일하던 곳을 보니 이곳에서 일하시던 분들에게는 그 바다가 아름답지는 않았겠다는 생각에 눈이울이 붉어졌다. 나도 가족을 위해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가슴뭉클함을 뒤로하고 김성종추리문학관으로 향했다.
바다가 보이는 4층건물안으로 들어섰다. 1층까페에서 유리창 넘어 연세가 있으신 할아버지 한분을 발견했다. 여명의 눈동자 작가이신 김성종 작가님이셨다. 모두들 실물을 영접하고는 함께 사진을 찍기에 바빳다. 2층과 3층에 작가님의 수많은 책들을 보면 눈이 휭둘굴해졌다. 작가님은 어쩜 이리도 많은 책을 쓰셨을까? 세상엔 어쩜 이리도 좋은 책이 많은걸까? 난 어쩜 이리도 안 읽은 책이 많은걸까? 복잡미묘한 감정으로 문학관을 둘러보다 창가의자에 앉았다. 뿌옇게 된 유니창 넘어로 보이는 바다뷰가 아쉬웠다. 문학관 위치는 너무 좋았는데 까페영업 위주의 관리가 또 아쉬움을 남겼다. 해질녘 버스에 다시 몸을 실고 의성으로 돌아 왔다. 회원들은 양손에 부산에 대한 추억을 가득 들고 집으로 돌아가고 나도 화로와 골동품 차주전자를 들고 집으로 돌아 왔다. 신랑이 신문지를 펼쳐보더니 한참을 어이없이 웃더니 잘 샀단다. "매형이 좋아 하겠네" 한다. 사진을 보여주며 하루를 얘기하며 갔다오길 잘 했다는 생각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