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4일, IAEA는 ALPS로 처리된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보고서를 채택했고, 도쿄전력은 8월 24일 방류를 시작했다. IAEA 보고서에 관심이 집중된 이유는 해양 방류 외에 다른 대안이 있는지 여부와, 방류가 불가피하다면 ALPS 성능을 포함한 도쿄전력의 오염수 처리에 대한 검증 때문이었다. 2011년 원전 사고 이후 후속 조치가 진행되는 동안 주변국과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이유는 일본 측이 제공하는 정보를 신뢰할 수 없었던 데 있다.
도쿄전력과 IAEA는 2015년부터 ALPS(다핵종제거설비) 기술과 성능을 적극 홍보해왔다. 도쿄전력은 방사능 오염수를 처리하기 위해 다양한 설비를 도입했는데 60여 종의 방사성 핵종을 제거하는 ALPS도 그중 하나다. ALPS는 도시바와 히타치GE가 제작했다.
도쿄전력이 ALPS 오염수 처리 실패를 최초 인정한 것은 2018년 8월이지만 ALPS 도입 초기부터 논란은 있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도시바의 ALPS는 2013년 필터 결함 등 문제가 발생했고, 도쿄전력은 히타치GE가 제작한 ALPS를 추가로 설치했다. 스트론튬 제거 공정이 제대로 설계되지 않았다거나 균일하지 않은 오염수(염분 포함 등) 처리를 위해 그때마다 필터 종류를 바꿔야 하는데 이같은 조정이 어렵다는 등의 의견이 제시된 바 있다.4)
ALPS 문제는 도쿄전력이 오염수 처리 관련 경험이 전무한 기업에 운영을 맡겼다는 점에서 시작된다. 2012년 3월 23일 퓨로라이트(Purolite)는 후쿠시마 1원전에서 6개월 간의 파일럿(Pilot) 실험을 종료하고 냉각수에서 배출 허용치를 초과하는 62가지 방사능 물질을 측정 불가수준까지 달성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본사를 둔 퓨로라이트는 이온교환수지 시장에 집중하며 원전 오염수 처리에 경험이 풍부한 기업으로 알려졌다.5)
그러나 정작 운영 계약을 따낸 것은 도시바와 히타치GE였다. 이후 퓨로라이트는 히타치GE를 상대로 피해 보상 소송을 제기했다. 히타치GE가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설계 정보를 허가없이 3자에게 제공하고 이 정보로 고성능 ALPS를 설계함으로써 비밀 유지 계약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도쿄지방법원은 히타치GE가 퓨로라이트의 정보를 이용했다고 판단할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패소 판결했다.6) 테스트 설비까지 완료한 퓨로라이트를 배제하고 다른 기업에 ALPS 운영을 맡긴 도쿄전력의 의사결정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움으로써 ALPS를 둘러싼 기술적 논란은 예견된 일이었다는 지적이다.
2018년 9월 28일 도쿄전력은 ALPS 3대를 이용해 처리한 89만㎥ 오염수 가운데 75㎥ 가량이 해양 방출 허용 기준보다 높은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다고 인정했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이미 처리된 오염수 가운데 6만5000㎥는 스트론튬-90의 농도가 안전 기준보다 무려 100배나 높았으며, 어떤 탱크에서는 안전 기준의 2만배에 달하는 방사능 준위가 관찰되기도 했다. 그동안 도쿄전력은 ALPS를 이용해 오염수의 방사능 농도를 확실하게 낮출 수 있다고 단언해왔다. 일각에서는 제염계수(DF) 편차 문제와 초기 ALPS 결과에 대한 의문을 지속 제기한 바 있는데 2018년 도쿄전력이 처리 실패를 인정함으로써 사실이 된 셈이다.7)
2018년 8월 발표 전까지 도쿄전력은 ALPS로 처리할 시 오염수에 삼중수소만 포함될 것이라고 홍보해왔다. 그러나 실상은 일본의 국내 배출 기준도 초과한 것이다. 2020년 10월부터 도쿄전력은 스트론튬-90 등의 방사성 핵종 농도를 배출 허용 기준 이하로 낮추기 위해 ALPS 2차 처리 작업에 착수했다.
당시 도쿄전력은 8월 초까지 ‘검출 한도 이하’로 핵종 농도를 낮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ALPS 1차 처리가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이후 처리 목표를 당초 검출 한도 이하에서 ‘배출 기준 이하’로 바꿨으며 이는 당초 목표 대비 몇 십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8)
18년 간 제너럴일렉트릭(GE) 원자력사업부에서 기술 책임으로 일했던 사토시 사토(Satoshi Sato) 컨설팅 엔지니어에 따르면 2020년 9월 30일 기준 ALPS로 걸러낸 오염수 가운데 방출 한도 이하인 것은 27%에 불과했다. 기준치 대비 농도가 △1~5배 높은 것은 34% △5~10배 19% △10~100배 15% △100~19909배 6%로 집계됐다. 4월 13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도쿄전력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서 스트론튬-90은 오염수 1L에 평균 3355Bq(베크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배출 기준(30Bq/L)을 110배 이상 초과하는 수치다.9)
도쿄전력의 첫 번째 거짓말이 2018년에 탄로났다면 두 번째 거짓말은 2020년 8월에 드러났다. 그동안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ALPS를 거쳐 탱크에 저장된 오염수에 대해 ‘처리수(Treated Water)’로 불러야 한다며 삼중수소를 제외한 ‘62개 방사성 핵종’을 제거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도쿄전력은 삼중수소만 부각시키고 스트론튬, 세슘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해오다가 2018년 ALPS 1차 처리 실패를 시인한 이후 2차 처리를 실시했다. 스트론튬-90 농도의 경우도 기준치 이하가 확실한지도 의문인 가운데 2020년 8월 27일 ‘C-14’라는 방사성 물질의 존재가 공개됐다. 8~9월 도쿄전력은 C-14 관련 발표 자료에서 “ALPS 배출구 검사에서 측정한 법규에 따른 비율의 합계와 탱크 샘플링을 통해 파악한 법규에 따른 농도 사이에 큰 편차가 있음이 발견됐다”고 언급했다. 같은해 9월 일본 정부도 “총 베타값과 초기 핵종 측정값 사이에 편차가 발생한 원인은 C-14”라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ALPS 처리 대상인 62개 방사성 물질에는 C-14가 포함됐을까.
당초 만들어진 리스트에는 C-14가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도쿄전력은 ALPS 가동 후 몇 년이 지난 후에야 C-14의 존재를 인정한 셈이다. 지난해 발표된 관련 자료에는 ALPS 제거 대상 62개 핵종과 삼중수소를 비롯해 C-14도 검출 결과를 분석하겠다는 설명이 포함됐다.10)
ALPS로 처리 불가능한 삼중수소가 논란인 만큼 C-14의 유해성과 해양에 미치는 영향 등도 부각될 필요가 있다. 그린피스가 발간한 후쿠시마 1원전 오염수 관련 보고서에서 2019년 대비 2020년 두드러지는 점 가운데 한 가지는 탄소-14 언급 여부다. 베타선을 방출하는 C-14의 반감기는 5730년이며 생물농축 계수가 삼중수소 대비 5만배로 알려졌다.
저자인 숀 버니(Shaun Burnie)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수석 원자력전문가는 2019년 11월 일본 경제산업성 자료를 제시하며 “삼중수소 방류로 인한 위험이 낮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생물체에 더 큰 영향을 주는 방사성 동위원소로 C-14를 예로 들었다”고 설명했다. 경제산업성은 ‘삼중수소와 주요 방사성 핵종이 생명체에 미치는 영향 비교’라는 그래프를 통해 삼중수소는 1로, C-14는 32로 표기했다. C-14가 삼중수소 대비 32배 더 유해하다는 뜻이다.11) 그렇다면 왜 ALPS는 C-14를 제거하도록 설계되지 않았을까.
C-14에 대한 언급은 경제산업성 자료 외에도 2014년 도쿄전력 자료에서도 등장한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오염수 내 C-14는 ‘불검출 수준’으로 표기됐다.12) ‘ND’는 검출한계 미만의 값에 해당한다는 표시다. 그린피스는 “이것은 C-14를 실제로 측정해 얻은 값이 아닌 값을 추정하기 위한 참고 값으로 전-후 세슘 농도를 사용해 계산한 값”이라고 설명했다.13)
초기 ALPS 결과값이 들쭉날쭉한 경우도 있었다. 2014년 도쿄전력이 발표한 ALPS 초기 결과는 코발트-60와 요오드-129 등의 농도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었지만 스트론튬-90의 경우 기존 오염수 대비 1억~10억분의 1로 줄어들었다는 것이었다. 이같은 결과에 일각에서는 몇 년 전부터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이후 ALPS 처리 결과가 나오지 않다가 2017년 도쿄원자력자료정보실(CNIC)에서 스트론튬-90과 요오드-129의 농도가 기준치 대비 각각 4.7배, 6.8배 높게 나왔다는 조사 결과가 알려지면서 ALPS 성능을 둘러싼 논란은 재점화됐다. CNIC의 조사 결과는 2018년 도쿄전력이 ALPS 처리 실패를 인정하면서 밝힌 내용과도 차이가 있다. 스트론튬-90만 놓고 3가지 결과를 비교해봤을 때 △2014년 기존 대비 1억~10억분의 1로 감소돼 기준치 이하 △기준치 대비 4.7배 이상 △ 오염수 6만5000㎥에서 기준치 대비 100배 초과로 ALPS 1차 처리 결과가 제각각이다. 왜 동일한 1차 처리 오염수를 두고 이 같은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도쿄전력은 기술적 분석 자료를 제공하거나 확실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각주>
4) https://m.huffingtonpost.jp/hiroaki-mizushima/alps_b_6867812.html
5) https://news.v.daum.net/v/20120324102504368
6) https://www.greenpeace.org/static/planet4-korea-stateless/2020/10/272490f8-%ED%9B%84%EC%BF%A0%EC%8B%9C%EB%A7%88-%EB%B0%A9%EC%82%AC%EC%84%B1-%EC%98%A4%EC%97%BC%EC%88%98-%EC%9C%84%EA%B8%B0%EC%9D%98-%ED%98%84%EC%8B%A4.pdf
7) https://www.greenpeace.org/static/planet4-korea-stateless/2019/06/4d462027-greenpeace_germany_report_fukushima_water_crisis.pdf
8) <BEE7C0CCBFF8BFB520C0C7BFF8BDC72DC8C4C4EDBDC3B8B620BFC0BFB0BCF620C7D8BEE7B9E6C3E220B4EBC0C0B9E6BEC820B1B9C8B8C5E4B7D0C8B82DB3BBC1F62E687770> (yangyi.kr)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출 대응방안 국회토론회 자료집> 2021.5.6
9)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990785.html#csidxefc3ce394e10f20bd6e688eb8736413
10) https://www4.tepco.co.jp/en/decommission/progress/waterꠓtreatment/images/200910.pdf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Station Performance confirmation tests of the secondary treatment of water treated with multi-nuclide removal equipment> TEPCO 2020.9.10.
11) https://www.meti.go.jp/english/earthquake/nuclear/decommissioning/pdf/20191121_current_status.pdf <The Outline of the Handling of ALPS Treated Water at Fukushima Daiichi NPS> 일본 경제산업성 2019.11
12) https://www.meti.go.jp/earthquake/nuclear/pdf/140424/140424_02_008.pdf
13) https://www.greenpeace.org/static/planet4-korea-stateless/2020/10/272490f8-%ED%9B%84%EC%BF%A0%EC%8B%9C%EB%A7%88-%EB%B0%A9%EC%82%AC%EC%84%B1-%EC%98%A4%EC%97%BC%EC%88%98-%EC%9C%84%EA%B8%B0%EC%9D%98-%ED%98%84%EC%8B%A4.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