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이곳 저곳에서 온 스페샬티 커피를 취급하다 보니 종종 고객들로부터 루왁 커피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인도네시아 여행을 할 때, 또는 베트남이나 태국, 라오스를 여행하면서 맛보았다며 그 여행의 기억과 그 커피의 맛을 말한다. 그들은 그 커피가 평소 그들이 마셔왔던 커피와는 달리 특별했고, 맛있었다고 기억한다.
루왁 커피는 그 지역의 주민들이 '루왁'이라고 부르는 사향고양이과 동물의 배설물에서 채취한 커피다. 이 동물의 정식 명칭은 아시안 팜 시벳(Asian palm civet)인데 동남아 전역과 인도에 걸쳐 서식하고 있다. 몸길이는 53센티, 꼬리길이는 48센티, 무게는 2~5키로 정도 나가며 무리 지어 살지 않는다고 한다.
이 고양이가 동남아에 널리 서식함에도 인도네시아에서 이 커피가 유행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인도네시아 커피재배의 역사 때문일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커피 재배는 325년 전(1699년) 네델란드의 동인도 회사가 자바 섬에 처음으로 커피묘목을 심으며 시작되었다. 네델란드의 동인도 회사는 1616년 한 그루의 커피묘목을 예멘의 모카 항에서 몰래 반출하여 암스테르담의 한 식물원에서 재배했는데 동인도 회사는 이 후손을 실론(스리랑카, 1658년)으로, 인도네시아로 이주시켰다. 자바에 심겨진 커피나무는 점차 동인도회사가 관리하는 인도네시아 전역으로 퍼졌고 그곳에 살고 있던 야생의 사향고향이가 잘 익어 붉게 물든, 달콤한 커피체리의 맛을 알게 되었다.
적도 이북에 위치한 수마트라 섬에서는 겨울인 12월부터 2월 사이에 커피가 붉게 익는다. 신혼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발리 섬에서는 적도 남쪽에 위치한 이유로 7~9월이 겨울이고 커피 수확기다. 열대지방도 겨울에는 야생에 먹을 것이 많이 줄어든다. 그래서 시벳 들이 밤에 커피나무에 올라 잘 익은 커피체리를 따먹고 소화되지 않는 커피 알맹이를 배설한다.
그들이 배설한 커피는 우선 그들이 잘 익고 탐스런 열매만을 따먹기 때문에 선별이 잘되어 있고, 다음으로는 그들의 위장을 통과하며 소화효소, 소화액이 커피의 아미노산에 영향을 주어 성분을 변화시키고, 셋째로 그들의 체온이 커피의 발아 메커니즘을 작동시켜 쓴맛을 줄이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맛은 정말 좋은가? 특별한가? 아쉽게도 나는 그렇다고 평하지 못한다. 그 커피의 부드러움과 밸런스는 훌륭하다. 그러나 그 정도 맛을 내는 생두는 대략 루왁의1/5 가격이하에 구할 수 있다. 그러니 루왁 커피는 맛이 아닌 스토리를 파는 셈이다.
또 대개의 루왁커피는 아마도 동물학대의 결과일 것이다. 커피체리를 탐내다 덪에 걸려 사로 잡히고 작은 철망에 갇혀, 사람이 가져다 주는 커피체리를 먹고 알맹이를 배설했을 것이다. 작은 철망 속에서 야생의 삶을 그리워하며 지내는, 그 고통스런 삶을 사는 고양이의 위장을 통과한 알맹이들이 건강음료의 재료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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