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들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난다
창릉지구 인근 삼표ㆍ아주ㆍ유진
개발이후 이전 대체부지 ‘막막’
‘님비현상’으로 연쇄 퇴출 우려
[대한경제=한형용 기자] 3기 신도시 개발이 수도권 레미콘 공급망을 위협하고 있다. 개발 지역 인근 레미콘 공장들은 연쇄적으로 퇴출 압력을 받으며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3기 신도시 개발이라는 국가적 프로젝트가 레미콘 공장의 퇴출을 촉발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은 고양창릉지구가 꼽힌다. 이곳에서는 삼표와 아주, 우진 등이 레미콘 공장을 가동 중이지만, 3기 신도시 개발사업에 따라 이들 기업의 부지는 수용된 상태다.
LH는 ‘3기 신도시 포용적 기업이전 대책’을 통해 이들 기업의 이전 대체부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전부지 주민들의 반발이다. 당장 창릉지구 내 레미콘 공장 등 기존 기업을 인근 고양현천 기업이전부지로 옮기려는 계획은 사실상 중단됐다. 현천동 주민과 마포구청장 등의 반대로 이렇다할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전 대상 3개 레미콘 회사의 면적을 모두 합하면 4만여㎡이며, 이는 고양종합운동장(7500㎡)면적의 5배에 해당한다. LH 관계자는 “해당 업체들은 고양창릉 기업 이전부지인 고양현천 외에 다른 부지로 별도 조성하는 계획으로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남양주 왕숙, 인천 계양, 하남 교산, 부천 대장 등의 레미콘 제조사들도 신도시 개발 여파로 휘청일 것으로 예측된다. 남양주 왕숙지구와 인접한 진관일반산업단지 내 레미콘 제조사들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사업에 필수 조건이 레미콘이지만, 정작 조성된 이후에는 쫓겨나는 신세”라며 “무엇보다 부지가 수용된 이후에는 님비현상으로 다른 어느 곳으로도 이전하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규모 공공개발 → 레미콘 공장 수용 및 이전 추진 → 이전 지역 반발 → 이전 부지 마련 난항 → 공장 폐쇄 → 레미콘 공급망 붕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실제 과거 사례를 보면 레미콘 공장의 퇴출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1970년대부터 서울의 산업화를 이끈 삼표 성수공장은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이전 약속 이후 2022년 6월 문을 닫았다. 서울시가 경기 의정부ㆍ구리ㆍ하남ㆍ과천ㆍ시흥ㆍ양주 등에서 대체 부지를 검토했지만 결국 확정하지 못한 채 사라졌다. 문화재 발굴 문제로 퇴출당하는 풍납공장 역시 이전 부지를 찾지 못해 문을 닫는 처지에 놓였다. 선일콘크리트 평택공장 역시 2019년 착공한 평택 브레인시티 개발사업에 따라 공장부지가 사업부지로 수용됐고, 공장 이전 대체부지를 마련하지 못해 지난해 공장 문을 닫아야만 했다. 현재는 평택시를 상대로 ‘공장이전 승인 신청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박상헌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대체부지를 마련하더라도 또 다른 지자체에서 반기지 않는다. 레미콘 공장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지자체와 정부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한형용 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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