Ⅳ. “바닷물 농도만으로 안전 판단 못해”…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3년, 한·일 학자들 ‘생태계 장기조사’ 촉구
한·일 전문가,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후쿠시마 오염수의 생물 농축과 건강 영향’ 세미나
스즈키 유즈루·백도명 교수, 수생생물·OBT·먹이사슬 문제 제기…“기준치 이하가 검증 끝 아닌 출발점”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방류가 시작된 지 3년을 맞아 한·일 전문가들이 국회에 모여 해수의 방사성물질 농도만으로 해양생태계의 장기적 안전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27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의 생물 농축과 건강 영향’ 세미나에는 일본의 스즈키 유즈루 도쿄대 명예교수와 한국의 백도명 서울대 명예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명예교수,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김해창 경성대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세미나 전체 사회는 최무영 서울대 명예교수가 맡았다.
주관 측인 탈핵변호사모임 해바라기 대표 김영희 변호사는 일본 측 발제자인 스즈키 교수를 소개하면서 오랫동안 물고기의 생리와 면역을 연구해온 수산생물학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스즈키 교수는 도쿄대 농학부 수산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76년부터 도쿄대에서 연구와 교육에 몸담았다. 1989년 조교수, 2000년 도쿄대 대학원 농학생명과학연구과 교수로 부임했으며, 어류면역학과 어류생리학, 어류의 생체방어기구 등을 연구해왔다. 도쿄대 재직 당시에는 수산실험소에서 어류 면역과 복어의 유전체를 이용한 연구 등도 수행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는 방사능 오염지역의 물고기 건강상태를 조사하는 연구에 참여했고, 최근에는 이와키방사능시민측정실 ‘다라치네’의 해양조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다라치네는 2015년부터 후쿠시마 제1원전 앞바다에서 해수와 물고기를 채취해 세슘-134·137, 스트론튬-90, 삼중수소 등을 측정·기록해오고 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백도명 교수를 전 서울대 보건대학원장을 지낸 환경·산업보건 분야의 대표적 역학자로 소개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을 비롯한 산업현장의 건강피해와 원전 주변 주민 역학조사 등 환경과 직업이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학자라는 설명이었다.
이렇게 일본의 수산생물학자 스즈키 교수와 한국의 환경보건·역학자 백 교수가 서로 다른 학문적 배경에서 후쿠시마 바다를 바라본 것이 이날 세미나의 특징이었다. 두 사람의 문제의식은 결국 “바닷물의 방사성물질 농도가 낮다는 사실과 해양생태계에 장기적인 영향이 없다는 것은 같은 말인가”라는 한 질문으로 모였다.
스즈키 교수 “실제 바다 생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봐야”
스즈키 교수의 발표 제목은 ‘후쿠시마의 바다에서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몇 Bq(베크렐)인가’, ‘얼마나 희석되는가’라는 수치 중심의 논쟁에서 벗어나 실제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살아가는 생물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표는 ALPS 처리오염수의 확산과 삼중수소, 요오드-129 문제에서 시작해 시민들의 삼중수소 모니터링, 해산어의 방사선 영향조사, ALPS 처리오염수 방출금지소송 등으로 이어졌다. 특히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물고기를 직접 채집해 혈액을 채취하고 해부한 뒤 조직표본을 만들어 변화를 관찰하는 현장조사가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다라치네의 후쿠시마 제1원전 앞바다 조사계획에도 잡은 물고기의 혈액을 스즈키 교수가 선상에서 채취하고 이후 측정실에서 해부하도록 돼 있다.
원전 남쪽 가까운 해역의 대수리류에서 일반적인 계절과 다른 성숙 현상이 관찰되는 등 아직 원인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생물학적 현상도 소개됐다. 다만 이러한 현상이 방사성물질이나 현재의 오염수 방류 때문이라고 곧바로 단정할 수는 없으며, 수온, 먹이, 서식환경, 다른 오염물질 등 여러 변수를 함께 조사해야 한다. 그러나 반대로 인과관계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리는 것도 과학적인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중수소만이 아니라 요오드-129 등도 봐야
스즈키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 논의가 지나치게 삼중수소 한 핵종에 집중돼 있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ALPS 처리 이후에도 삼중수소 외에 세슘-137, 스트론튬-90, 요오드-129, 탄소-14 등 서로 다른 반감기와 환경·생물학적 거동을 가진 핵종의 문제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세미나 자료집에서도 “해수에서 방사성물질 농도가 낮게 측정됐다는 사실”과 “해양생물과 먹이망에 영향이 없다”는 결론은 같은 것이 아니며, 삼중수소 외의 핵종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요오드-129는 반감기가 매우 길어 장기적인 환경거동을 추적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백도명 교수 “물속 삼중수소와 생물 속 삼중수소는 다르다”
백도명 교수는 ‘후쿠시마 앞바다의 생태계 훼손과 그 의미 모색’을 주제로 발표했다. 백 교수의 질문은 “후쿠시마에서 아직 삼중수소 농도가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면 그것이 곧 위험성이 없다는 뜻인가”라는 명료한 명제였다.
백 교수는 특히 유기결합형 삼중수소(OBT·Organically Bound Tritium)에 주목했다. 삼중수소는 물 형태인 HTO로 존재하지만 생물체에 들어가면 조직자유수삼중수소(TFWT)가 되고, 일부는 유기물과 결합해 OBT로 전환될 수 있다. 해양생태계에서는 식물플랑크톤이 삼중수소수를 흡수해 광합성을 통해 유기물로 만들고, 이를 동물플랑크톤이나 패류·어류가 먹으면서 먹이망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후쿠시마 주변 조사에서는 OBT가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나, 백 교수는 의미 있게 해석할 수 있는 측정자료가 아직 적고 방류 후 관찰기간도 짧다는 점을 지적했다. 무엇보다 먹이사슬의 각 단계에 필요한 자료가 충분히 모이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바닷물과 물고기의 농도를 비교해 ‘생물농축이 없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날·같은 장소에서 물과 생물을 함께 조사해야”
백 교수는 앞으로의 연구방법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해수→식물플랑크톤→동물플랑크톤→소형어류→상위 포식어류로 이어지는 부유생태계 경로뿐 아니라, 해수·유기물·퇴적물→저서생물→갑각류·갯지렁이→가자미·볼락류 등 저서생태계의 먹이망도 함께 추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같은 날짜, 같은 수심, 같은 장소에서 해수와 퇴적물, 먹이생물, 대상 어류를 동시에 채취해야 각 단계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들 “방류 관리와 생태계 안전 검증은 다른 문제… 장기 조사 필요”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두 발제의 의미를 “방류 관리와 생태계 안전성 검증을 구분해야 한다”는 말로 정리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 IAEA가 방류시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방류 농도가 기준에 맞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앞으로 수십 년간 바다와 생태계에 영향이 없는지까지 확인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현재의 측정으로 무엇을 확인했고 무엇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는지를 구분해야 하며, 불확실성은 안전을 선언하기 위한 근거가 아니라 추가 조사와 예방적 관리가 필요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장정욱 마쓰야마대 명예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사고원전의 폐로 문제와 함께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핵연료데브리 제거와 폐로가 장기화된다면 오염수 문제 역시 단기간에 끝날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해창 경성대 교수는 한국 정부가 일본과 IAEA의 방류자료를 확인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생태계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해수뿐 아니라 퇴적물, 플랑크톤, 해조류, 패류, 저서생물, 어류를 장기간 함께 조사하고 HTO와 OBT를 구분해 측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 시민측정소와 한국의 연구자·환경단체가 같은 방법으로 시료를 채취하고 교차분석하는 ‘한·일 시민해양방사능 공동모니터링 네트워크’ 구축도 제안했다.
스즈키 교수 발표 말미에는 “증거가 없는 것은, 없는 것의 증거가 아니다”라는 문장이 소개됐다. 과학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위험을 이미 입증된 사실처럼 과장해서도 안 되지만, 아직 충분히 확인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는 의미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계속되는 만큼, ‘기준치 이하’라는 결과는 검증의 끝이 아니라 장기적인 해양생태계 조사의 출발점이어야 한다는 점이 이날 국회 세미나의 핵심 메시지였다.
글;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출처; 인저리타임 2026-8-28
https://injurytime.kr/View.aspx?No=4203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