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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후쿠시마 사고는 끝나지 않았다
―오염수 해양방류와 원전의 진짜 비용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들어가며
― 사고 15년, 바다로 흘러가는 물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 제1원전 1~3호기의 노심이 녹아내리는 중대사고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났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23년 8월 24일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한 오염수의 해양방류를 시작했다. 그 뒤로 방류는 회차를 거듭해 2026년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3년 가까이 바다로 내보냈는데도 부지에 남은 처리수와 처리도상수의 저장량은 여전히 약 124만 세제곱미터에 이른다. 방류를 시작하기 전과 비교해 줄어든 양은 7% 남짓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고원자로에는 녹아내린 핵연료, 곧 연료데브리가 그대로 남아 있고, 지하수와 빗물이 건물 안으로 흘러들면서 새로운 오염수가 계속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탱크에 담긴 물을 몇 차례 비우고 끝낼 문제가 아니다. 사고 자체가 끝나지 않았기에 오염수도 계속되는 것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방류되는 처리수가 기준치 이하이며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국제안전기준과 어긋나는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한다.1 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한 단계 더 물어야 한다. 기준치 이하라는 사실이 수십 년에 걸쳐 방사성물질을 바다로 내보내는 선택 자체를 정당화하는가. 그리고 사고 15년 뒤에도 오염수를 처리하고 방류하고 바다와 생물을 감시해야 한다는 사실은 원전의 '진짜 비용'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가. 이 글은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1절. 왜 바다였는가
― 다섯 가지 처분방식과 사라진 대안
후쿠시마 오염수 논쟁은 자칫 "ALPS로 잘 처리했는가", "삼중수소 농도가 얼마인가"라는 기술적 논쟁으로 좁아진다. 그보다 앞선 질문이 있다. 왜 바다였는가.
일본 정부도 처음부터 해양방류만 검토한 것은 아니다. 경제산업성 산하 '삼중수소수 태스크포스'는 2013년부터 논의를 시작해 2016년 보고서에서 다섯 가지 처분방법을 정리했다. 지하 깊은 지층에 주입하는 지층주입, 물을 증발시켜 대기로 내보내는 수증기방출, 삼중수소수를 분해해 수소 형태로 내보내는 수소방출, 물을 고형화해 지하에 묻는 지하매설, 그리고 해양방출이다.
일본 정부는 앞의 세 가지는 규제와 기술과 기간에서 어려움이 있고, 실제 운영사례가 있는 수증기방출과 해양방출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 2020년 ALPS 소위원회는 그 가운데 해양방출을 설비 운영과 모니터링이 상대적으로 쉽고 확실하게 실행할 수 있는 방법으로 평가했다.2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이 다섯 가지는 모두 '처분(disposal)'을 전제로 한 선택지였다. 당장 환경으로 내보내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육상에서 관리한다는 '장기보관'은 애초에 목록에 오르지 않았다.
일본의 원자력시민위원회와 환경단체·연구자들은 별도로 두 가지를 제안했다. 하나는 1,000세제곱미터급 탱크 수천 개 대신 석유비축기지에서 쓰는 10만 세제곱미터급 탱크를 설치해 장기간 보관하는 방안이고, 다른 하나는 오염수를 시멘트와 모래 등과 섞어 고체로 만들어 격리 저장하는 모르타르 고형화다. 후자는 미국 사바나리버 핵시설에서 활용된 경험이 있다.
그런데 이 대안들은 제안자들과 공개적으로 비교하고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형탱크안은 도쿄전력이 빗물 유입과 대량누출 가능성을 들어 부정적으로 설명한 뒤 논의가 이어지지 않았고, 모르타르 고형화는 정부 소위원회의 본격적인 선택지로 오르지도 못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형탱크나 고형화가 완벽한 해결책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대안에는 비용과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 문제는 비가역적인 해양방류를 선택하기 전에 되돌릴 수 있는 대안을 얼마나 성실하게 검토했느냐이다.
게다가 선택의 근거로 제시된 비용과 기간마저 실제와 크게 달랐다. 일본 시민단체가 정부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초기 해양방류 예상비용은 약 17억~34억 엔, 기간은 52~88개월 수준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후 실제 방류설비와 풍평피해 대책 등을 포함한 비용은 최소 1,200억 엔 수준으로 커졌고 방류기간도 30년 이상으로 늘었다.3 정부가 선택할 당시의 가정과 실제 사업이 전혀 달라진 것이다.
ALPS는 해양방류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그러나 ALPS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해양방류가 최선의 정책임을 자동으로 증명하지는 않는다. "희석하면 안전한가"라는 질문보다 먼저 "왜 바다여야 하는가, 다른 선택지는 충분히 검토됐는가"를 물어야 하는 이유다.
다만 이 질문에는 이 장이 다루지 않는 또 하나의 차원이 있다. 왜 하필 바다라는 선택이 그토록 쉽게 철회되지 않았는가 하는 물음이다. 그 배경은 이 장 끝에 붙인 보론에서 살펴본다.
2절. 삼중수소만의 문제가 아니다
― 탄소-14, 요오드-129 그리고 '시간의 핵종'
후쿠시마 오염수 논쟁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방사성핵종은 삼중수소다. 수소의 방사성동위원소이고 물 분자에 포함되기 때문에 ALPS로 제거하기 어렵다. 그래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처리수를 대량의 해수로 희석해 방출한다. 삼중수소는 분명 중요한 핵종이다. 그러나 오염수 문제를 삼중수소 하나로 설명하면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게 된다.
도쿄전력은 방류 전 삼중수소 이외에 29개 핵종의 농도를 측정하고 평가한다. 여기에는 세슘-137, 스트론튬-90, 요오드-129, 코발트-60 등이 포함된다. 각 핵종은 성질이 완전히 다르다. 세슘-137은 반감기가 약 30년이고 생물체에서 칼륨과 비슷하게 행동한다. 스트론튬-90은 반감기가 약 29년으로 칼슘과 유사해 뼈 등에 들어갈 수 있다. 요오드-129는 반감기가 약 1,570만 년에 이르고, 요오드라는 원소의 특성 때문에 갑상선과 해조류를 포함한 환경거동을 장기적으로 보아야 한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지만 중요한 핵종이 탄소-14다. 반감기가 약 5,730년이다. 삼중수소가 물의 순환에 참여한다면 탄소-14는 탄소순환에 참여한다. 플랑크톤과 해조류가 탄소를 흡수하고 그것을 물고기가 먹고 다시 상위 생물이 먹는다. 따라서 탄소-14의 문제를 물속 농도만으로 볼 수 없다.
필자는 이를 '시간의 핵종'이라고 불러왔다. 삼중수소의 반감기가 약 12.3년이라면 탄소-14는 5,730년, 요오드-129는 약 1,570만 년이다. 같은 '기준치 이하'의 방사성물질이라도 우리가 고려해야 할 시간의 규모가 전혀 다른 것이다.
희석의 의미도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 희석하면 농도는 떨어지지만 방사성물질의 총량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순간적인 리터당 베크렐뿐 아니라 한 해의 총방출량과 10년·20년의 누적방출량, 핵종별 반감기와 환경거동을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결국 이 문제의 핵심은 방사선량과 함께 시간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있다. 정치는 몇 년 단위로 움직이고 언론은 하루 단위로 뉴스를 만든다. 그러나 방사성핵종의 시간은 인간의 정치시간과 다르다.
3절. 생물농축은 있는가, 없는가
― 과학이 확인한 것과 아직 모르는 것
이 절에서 확인하려는 것은 현재의 방류가 안전한가 위험한가가 아니다. 우리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가려두는 일이다. 모르는 것을 위험하다고 말하면 아는 것까지 의심받고, 모르는 것을 안전하다고 말하면 감시할 이유가 사라진다. 그런 점에서 가장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문제가 '생물농축'이다. 정부 설명을 비판한다고 해서 "삼중수소가 물고기에 계속 쌓이고 결국 인간에게 위험해진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최근 발표된 여러 동료심사 논문은 오히려 현재 방류조건에서 삼중수소의 장기적 축적과 해양생물에 대한 방사선량이 매우 낮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다카타 등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후쿠시마 인근 해수와 물고기에서 삼중수소와 세슘-137을 실제로 측정했다. 모델이 아니라 현장시료를 이용한 연구라는 점에서 중요한데, 해수와 어류의 평균적인 방사능 수준이 낮으며 즉각적인 위험을 보여주는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다.4 사토 등도 ALPS 처리수 방류 조건에서 플랑크톤·해조류·어류에 유기결합형 삼중수소(OBT)가 축적될 가능성을 검토한 결과 먹이사슬 기준과 비교해 매우 낮고 수산물 섭취에 따른 내부피폭 위험도 작다고 평가했다.5 확률론적 생태위해 평가 역시 13종의 대표 해양생물에 대한 추정 흡수선량이 국제적인 생태스크리닝 기준보다 약 세 자릿수 낮다고 보았다.6 다만 이 연구들은 하나같이 지속적인 환경모니터링의 필요성을 함께 강조한다.
이러한 결과는 존중해야 한다. 현재 자료를 가지고 해양생물에 위험한 수준의 삼중수소 농축이 이미 발생하고 있다고 말할 근거는 부족하다. 그러나 여기서 논의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첫째, 많은 연구가 특정 종과 평균조건을 대상으로 하거나 모델을 이용한다. 실제 해양생태계는 계절과 해류, 먹이사슬과 저서환경, 퇴적물까지 훨씬 복잡하다. 모델은 현실 자체가 아니라 현실을 단순화한 계산구조다. 성장률과 먹이섭취량, 대사율과 희석속도 같은 가정이 달라지면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둘째, 삼중수소와 탄소-14의 생물학적 거동은 다르게 보아야 한다. 삼중수소수는 생물체에서 비교적 빠르게 교환되기 때문에 전통적인 의미의 생물농축이 크지 않다는 연구가 많다. 그러나 삼중수소 일부는 유기결합형으로 전환될 수 있고, 탄소-14는 탄소 자체가 단백질과 지방과 세포 등 생체조직의 일부로 편입될 수 있다. 단순한 농축배수보다 생물학적 편입과 내부피폭의 시간이라는 관점이 필요한 이유다.
셋째, 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과 현재의 계획방류를 구분해야 한다. 무소와 묄러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야생생물을 조사해 발표한 연구에서는 사고 후 비교적 고오염 지역에서 일부 조류와 곤충에 유전·생리·개체군 수준의 영향이 관찰됐다.7 그러나 이 연구들을 지금의 ALPS 처리수 방류가 같은 영향을 일으킨다는 증거로 가져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사고 당시의 고선량 복합오염 환경과 현재의 저농도 계획방류는 노출조건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연구가 주는 교훈은 있다. 방사선의 생태학적 영향은 실험실 모델만으로 완전히 설명할 수 없고 실제 생태계에서 장기간 추적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장 과학적인 태도는 "이미 위험하다"고 단정하는 것도, "현재 이상이 없으니 미래에도 문제없다"고 단정하는 것도 아니다. 현재 확인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하되, 장기간 독립적인 현장조사를 계속하는 것이다.
4절. 후쿠시마 바다가 우리에게 묻는 것
― 시민과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2026년 8월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3년 세미나에서 스즈키 유즈루 교수가 발표한 「후쿠시마 바다에서 보이기 시작한 것」은 하나의 흥미로운 사례다.8 방류 전체를 평가하는 연구라기보다, 실제 후쿠시마 바다에서 시민들이 무엇을 보고 측정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의 '이와키방사능시민측정실 다라치네'는 사고 뒤 지역주민들이 만든 시민측정기관이다. 시민단체로서는 드물게 삼중수소와 스트론튬-90까지 측정할 수 있는 실험실을 갖추고 원전 앞바다에서 해수와 해양생물을 조사하며, 스즈키 교수는 채집한 물고기를 해부해 조직을 현미경으로 관찰한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결과를 과장해서는 안 된다. 그의 자료에서도 방류 이후 세슘-137 농도가 증가했다고 인정할 만한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고, 일부 해양생물에서 관찰된 현상의 원인이 방사능이라고 확정된 것도 아니다. 스즈키 교수 역시 현재 자료만으로 방류 위험이 입증됐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반대로 장기적인 생물영향까지 포함해 안전하다고 단정할 근거도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바로 이 지점에 시민조사의 가치가 있다. 모르기 때문에 계속 보는 것이다. 정부 조사와 시민조사는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신할 필요가 없다. 정부와 도쿄전력이 측정하고 IAEA가 검증하고 대학과 연구기관이 연구한다. 그리고 지역 시민도 독립적으로 시료를 채취하고 측정한다. 결과가 같으면 신뢰가 높아지고, 결과가 다르면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과학이다.
또 다른 움직임은 법적 대응이다. 2023년 9월 일본에서 151명의 원고가 방류 중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스즈키 교수도 생물학자로서 변호인단의 논의에 협력하고 있다. 유엔해양법협약 제194조의 해양환경오염 방지의무와 일본 수산자원보호법·해양기본법이 근거다. 법원의 판단은 별개의 문제이나, 이 운동은 오염수 문제를 인간의 방사선량만이 아니라 해양생태계와 미래세대의 권리 문제로 넓힌다.
5절. 일본의 문제가 아니라 바다의 문제다
― 국제사회와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해양방류가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말하고 IAEA도 기술적 검토에서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완전히 끝난 것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IAEA 틀 안에서 독립적인 시료채취와 분석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일본과 합의했고,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은 장기 모니터링과 지역의 독자적인 과학역량 강화를 요구해왔다.
한국 정부 역시 일본 측 데이터를 받아 확인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우리 스스로 장기적인 데이터 생산자가 되어야 한다. 특히 필요한 것은 단순한 해수검사에서 생태계 모니터링으로의 확대다. 해수와 해저퇴적물, 플랑크톤과 해조류, 어패류를 함께 보고, 삼중수소와 세슘뿐 아니라 스트론튬-90, 탄소-14, 요오드-129 같은 핵종을 장기간 동일한 지점과 방법으로 측정해야 한다. 모든 원자료는 대학과 연구기관과 시민이 재분석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라치네 같은 일본의 시민측정기관과 한국 시민사회, 대학이 함께 참여하는 동아시아 시민해양방사능 모니터링 네트워크도 생각해볼 수 있다.
시민사회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오염수는 위험하다"는 구호만으로는 오래 가지 못한다. 측정하고 기록하고, 논문을 읽고 정부자료와 비교하며, 위험하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그것도 그대로 공개해야 신뢰를 얻는다. 이 문제에서 시민사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공포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기업과 언론의 관심이 사라진 뒤에도 오래 기억하고 감시하는 것이다.
6절. 하나의 사고가 낳는 비용의 사슬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결국 다시 원전의 경제성 문제로 돌아온다. 원전이 싸다고 말할 때 우리는 무엇을 비용으로 계산하는가.
중대사고가 남기는 비용의 총액과 그 부담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는 이 책 5장에서 다룬다.9 여기서 짚으려는 것은 조금 다른 것이다. 하나의 사고가 어떻게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비용을 만들어내는가 하는 문제다.
그 과정은 사슬처럼 이어진다. 연료데브리가 남아 있으니 냉각이 필요하다. 건물에 지하수와 빗물이 들어오니 오염수가 생긴다. 오염수가 생기니 ALPS가 필요하다. 처리수가 생기니 탱크가 필요하다. 탱크가 차니 방류시설을 건설한다. 방류를 하니 국제검증과 해양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어업과 지역경제에 피해가 생기니 보상과 풍평피해 대책이 필요하다.
이 사슬은 15년째 이어지고 있고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폐로에서 가장 어려운 작업인 연료데브리의 본격적인 반출은 아직 초기 단계다. 2051년 폐로 완료라는 목표가 제시돼 있지만 기술적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 방사성폐기물과 오염토양의 최종 처분도 장기간의 과제로 남는다. 원전 중대사고의 최종비용은 사고 당시에는 알 수 없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그리고 어떤 추정치에도 들어가지 않는 비용이 있다. 고향을 떠난 사람의 상실은 얼마인가. 흩어진 마을공동체는 얼마인가. 후쿠시마라는 지역명이 방사능과 연결되면서 농민과 어민이 감수해야 했던 풍평피해는 얼마인가.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음식과 물을 걱정하며 보낸 시간은 얼마인가. 15년 뒤에도 시민들이 바다로 나가 해수와 물고기를 채취하고 방사능을 분석해야 하는 사회적 노력은 얼마인가.
경제학에서는 이런 비용을 외부비용이라고 한다. 시장가격에는 제대로 들어가지 않지만 사회와 다른 사람에게 떠넘겨지는 비용이다. 후쿠시마가 보여준 것은 원전 중대사고의 외부비용이 얼마나 크고 얼마나 오래갈 수 있는가이며, 오염수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따라서 앞으로 신규원전을 건설하거나 노후원전의 수명을 연장할 때 후쿠시마를 "특별한 과거의 사고"라며 경제성 계산 밖으로 밀어내서는 안 된다. 발생확률이 낮더라도 한 번 사고가 일어났을 때 사회 전체가 부담할 비용, 그리고 그 부담이 몇 세대에 걸쳐 이어질 것인지를 함께 계산해야 한다.
맺으며
― 희석해도 책임까지 희석되지는 않는다
현재까지의 모니터링과 여러 동료심사 연구에서 ALPS 처리수 방류 때문에 후쿠시마 연안 생태계에 심각한 방사선 피해가 나타났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점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이 문제가 끝났다는 뜻은 아니다. 원자로에는 연료데브리가 남아 있고 폐로는 갈 길이 멀다. 오염수는 지금도 생기고 방류는 앞으로 수십 년 계속된다. 오염수에 포함된 핵종들의 시간은 제각각이며, 무엇보다 해양방류 자체가 원전사고가 낳은 결과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의 해수 농도가 기준치 이하인가"만 물을 것이 아니라 더 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이런 오염수가 생겼는가. 왜 15년이 지나도 계속 생기는가. 다른 대안은 충분히 검토됐는가. 수십 년 동안 어떤 핵종이 얼마나 방출되는가. 바다와 생태계는 누가 얼마나 오래 감시할 것인가. 그 모든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가.
필자는 이 책 6장에서 원전을 얼마나 오래 사용할 것인지를 누가 결정하는가를 물었다. 후쿠시마는 그 질문에 하나를 더 보탠다. 원전사고가 남긴 비용은 누가 책임지는가. 사고를 일으킨 기업인가, 국가인가, 전기를 소비한 현재세대인가, 아니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세대까지인가.
후쿠시마 사고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후쿠시마를 계속 보아야 한다. 공포를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어떤 에너지를 선택할 것인지를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서다. 희석하면 농도는 낮아진다. 그러나 책임까지 희석되는 것은 아니다. 바다는 원전사고의 마지막 처리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주
1. IAEA, Comprehensive Report on the Safety Review of the ALPS-Treated Water at the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Station, Vienna: IAEA, 2023. 및 이후 발간된 방류 후 검토보고서.
2. 経済産業省 多核種除去設備等処理水の取扱いに関する小委員会, 『多核種除去設備等処理水の取扱いに関する小委員会報告書』, 2020.2.10.
3. 일본 시민단체의 정부자료 분석. (편집자 주: 원출처 확인 예정)
4. Takata, Hyoe, et al., "Tritium and 137Cs Levels in Marine Fishes and in Their Host Seawater around the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Plant from 2021 to 2024", Journal of Environmental Radioactivity, Vol. 289, 2025, 107760.
5. Satoh, Yuhi, et al., "Accumulation Possibility of Tritium Released from the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Station in Marine Organisms", Environmental Science and Pollution Research, Vol. 33, 2026, pp. 5818-5826.
6. Marine Pollution Bulletin에 실린 확률론적 생태위해 평가, 2026. (편집자 주: 서지사항 확인 예정)
7. Mousseau, Timothy A. and Anders P. Møller, "Genetic and Ecological Studies of Animals in Chernobyl and Fukushima", Journal of Heredity, Vol. 105, No. 5, 2014, pp. 704-709.
8. 鈴木譲, 「후쿠시마의 바다에서 보이기 시작한 것」,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3년 국회세미나 자료집』, 2026.8.
9. 후쿠시마 사고 대응비용의 총액 추정과 부담 주체에 관한 논의는 이 책 5장(이정윤) 참조.
그 밖의 참고문헌: 김해창, 『원자력발전의 사회적 비용 — 에너지전환으로 가는 길』, 미세움, 2018. / 김해창, 프레시안 연재 칼럼 4편(2025.11.24, 2026.3.11, 2026.6.21, 2026.7.29). / Ikenoue, Tsubasa, et al., "Negligible Tritium Accumulation in Japanese Flounder from Treated Water Released from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Plant",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Vol. 59, No. 38, 2025.
보론 ㅣ 후쿠시마 방류는 무엇의 전례인가
― 롯카쇼무라와 일본 핵연료주기 정책
이원영 (국토미래연구소장)
앞에서 우리는 왜 바다였는가를 물었다. 다섯 가지 처분방식 가운데 해양방출이 선택되었고, 대형탱크 장기저장이나 모르타르 고형화 같은 되돌릴 수 있는 대안은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채 밀려났다. 일본 정부의 설명은 비용과 기간, 그리고 운영과 감시의 확실성이었다.
그런데 이 설명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대목이 있다. 당초 해양방류의 예상비용은 매우 적게 잡혔으나 실제로는 수십 배로 불어났고 기간도 30년 이상으로 늘었다. 비용과 기간의 이점이 사라진 뒤에도 방침은 바뀌지 않았다. 그렇다면 다른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 실마리는 후쿠시마가 아니라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에 있다.
1. 재처리공장이 바다로 내보내는 양
일본의 핵연료주기 정책의 심장은 롯카쇼무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공장이다. 사용후핵연료를 화학적으로 녹여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회수하는 시설로, 연간 800톤의 처리를 목표로 한다. 그리고 이 공정은 필연적으로 대량의 방사성 액체폐기물을 낳는다.
재처리는 원자로 운전과 성격이 다르다. 원자로에서는 핵연료가 피복관 안에 갇혀 있지만, 재처리에서는 그 피복관을 잘라내고 연료를 용해한다. 연료 안에 갇혀 있던 삼중수소와 요오드, 탄소-14가 한꺼번에 풀려나온다. 그래서 재처리시설의 방출량은 원자력발전소와 자릿수가 다르다.
숫자로 보면 그 차이가 분명해진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해양방류는 사고 전 방출관리목표치인 연간 22조 베크렐을 상한으로 삼고 있다. 반면 프랑스 라아그 재처리시설이 2022년 한 해 액체로 방출한 삼중수소는 약 1경 500조 베크렐이었다. 후쿠시마 상한의 약 480배다. 이 수치는 탈핵 진영이 아니라 일본 원자력계가 삼중수소를 설명하기 위해 스스로 내놓은 자료에 실려 있다.
그리고 롯카쇼무라다. 원자력자료정보실이 일본원연의 시험계획서를 분석해 정리한 바에 따르면, 이 공장이 정상 가동될 때 액체폐기물로 바다에 내보내는 삼중수소는 약 1.8경 베크렐, 요오드는 약 2,130억 베크렐에 이른다. 후쿠시마 방류 상한의 약 800배다.
이것은 사고가 아니다. 계획된 정상운전의 결과다.
2. 후쿠시마가 막히면 롯카쇼도 막힌다
여기서 문제의 구조가 드러난다. 만약 국제사회가 후쿠시마 ALPS 처리수의 해양방류를 저지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사고로 발생한 오염수를 바다에 버려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세워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보다 수백 배 많은 방사성물질을 매년 정상운전으로 내보내야 하는 재처리공장은 어떤 논리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
일본의 핵연료주기 정책은 롯카쇼무라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 각 원전 부지에 쌓인 사용후핵연료는 재처리를 전제로 '자산'으로 계상되어 있고, 플루토늄 이용계획도 재처리를 전제로 한다. 재처리가 막히면 사용후핵연료는 자산에서 부채로 바뀌고, 각 원전의 저장용량 문제가 즉시 현실이 되며, 원자로의 계속운전 자체가 흔들린다.
그러므로 후쿠시마 방류를 둘러싼 다툼은 탱크 124만 세제곱미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바다로 방사성물질을 내보내는 일이 국제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가라는 원칙의 문제였고, 그 원칙이 무너지느냐 서느냐에 일본 원자력정책의 존속이 걸려 있었다.
이 관점에서 보면 후쿠시마 방류는 목적이자 동시에 수단이었다. 탱크를 비우는 것이 목적이라면, 앞으로 있을 훨씬 큰 규모의 방출에 대한 전례를 만드는 것이 수단이었다. 한 번 열린 문은 다시 닫기 어렵다.
3. 국제 거버넌스는 왜 작동하지 않았는가
이 대목에서 두 가지 어긋남을 짚어둘 필요가 있다.
첫째는 일본 자신의 자기모순이다. 일본은 1990년대 러시아가 동해에 방사성폐기물을 투기하는 것에 강력히 항의했던 나라다. 그 항의가 런던협약의 규제 강화로 이어지는 데 일본이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해양투기를 금지하는 국제규범을 만드는 데 앞장섰던 나라가, 30년 뒤 스스로 바다로 내보내는 쪽에 서게 된 것이다.
둘째는 미국 안에서의 어긋남이다. 미국의 여러 주정부는 자기 관할 수역에 훨씬 적은 양의 방사성 폐수를 방류하려는 계획조차 강하게 막아왔다. 반면 연방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의 검토를 근거로 일본의 방류를 사실상 용인했다. 자국 연안에는 엄격하고 태평양 건너편에는 관대한 이중의 잣대다.
여기서 국제원자력기구의 성격을 다시 떠올릴 필요가 있다. 이 기구의 헌장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촉진하는 임무와 그 안전을 감시하는 임무를 함께 지운다. 진흥하는 손과 규제하는 손이 한 몸에 붙어 있는 것이다. 그 기구의 기술적 검토가 부정확하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검토가 곧 국제사회의 합의는 아니며, 그것이 방류 정책 전체의 정당성을 대신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4. 그래서 남는 물음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삼중수소 농도의 문제로만 보면 이 구조가 보이지 않는다. 기준치 이하인가 아닌가는 중요한 물음이지만 유일한 물음은 아니다.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이것이다. 바다에 방사성물질을 내보내는 일이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그 결정은 누가 내리는가. 그리고 그 결정에 우리는 무엇으로 참여했는가.
한국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국회의 동의를 구한 적이 없다. 국민에게 물은 적도 없다. 이웃 나라가 우리 바다에 30년에 걸쳐 방사성물질을 내보내겠다는 결정을 내렸는데, 그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행정부 내부에서 정리되었다. 국가의 명운과 관련된 사안이 주권자를 거치지 않고 처리되는 방식은, 이 책이 원전 증설 결정에서 확인한 것과 정확히 같은 구조다. 그 구조에 대해서는 4부에서 다시 다룬다.
보론의 주
1. 후쿠시마 제1원전의 연간 방출 상한: 도쿄전력, 「ALPS 처리수의 처분」. 사고 전 방출관리목표치인 연간 22조 베크렐을 상한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2. 프랑스 라아그 재처리시설의 2022년 액체 방출량: 일본 전기신문, 「트리튬의 기본 Q&A」.
3. 롯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의 예상 방출량: 원자력자료정보실(CNIC), 「방사능의 대방출이 시작된다 — 롯카쇼 재처리공장 사용후연료 시험 임박」. 일본원연(JNFL)의 우라늄시험·액티브시험 계획서를 근거로 한다.
4. 참의원에도 관련 질문주의서가 제출된 바 있다. 제189회 국회 질문주의서 제53호 및 제121호는 롯카쇼 재처리공장에서 해양으로 방출된 삼중수소의 양을 후쿠시마 제1원전과 비교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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