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열역학 제 2법칙(엔트로피)
우주는 날이 갈수록 더욱 더 무질서해지고 있다. 아주 느리긴 해도 우주 만물은 시간이 흐를수록 어김없이 더 큰 혼란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건물은 낡아 쓸어지고, 사람은 늙어가며, 산과 해변은 침식되고, 지하 자원은 고갈되어간다.
우주의 한 지역에서 질서가 증가하면 언제나 다른 지역에서는 무질서가 증가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새로운 건물의 건설을 보기로 들어보자.
건물을 짓는데 사용된 물질은 필연적으로 세상의 자원을 고갈시키며, 또한 그 건물을 지을 때 소모된 에너지 역시 되찾을 길이 없이 상실된다.
이렇듯 전체를 따져보면 언제나 무질서가 승리한다.
물리학자들은 무질서를 양(量)으로 나타내기 위하여 엔트로피(entropy)라고 불리우는 수학적인 수치를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많은 조심스러운 실험들은, 외부와 단절되고 독립된 물질적 체계 안에서의 전체 엔트로피는 절대로 감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해 준다.
다시 말해, 무질서는 계속 증가상태이며, 무질서는 절대로 감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일 한 체계가 주변과 따로 떨어져 있다면, 그 안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든지 엔트로피는 더 이상 높아질 수 없을 때까지 무자비하게 증가할 것이다. 그러다가 엔트로피가 최대치에 달하면 그 후에는 더 이상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 때에 그 체계는 '열평형'이라고 하는 상태에 도달할 것이다.
화학 혼합물질을 담고 있는 상자를 예로 들어 보자.
화학물질은 서로 반응할 것이며, 따라서 약간의 열이 생성 될 것이고, 그 구성물질들의 분자형태가 바뀌는 등 여러 가지 일이 일어 날 것이다. 이 모든 변화는 상자 안의 엔트로피를 증가시킨다. 그러다 마침내 최종적인 화학적 형태를 취하면서 상자안의 내용물은 일정한 온도에 고정될 것이며, 그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 내용물을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지만, 그것은 상자를 열어 그동안 일어난 변화를 역전시키기 위하여 외부와 다른 에너지와 물질을 소비할 때에 만 가능해진다. 이렇게 하면 상자 안에서의 엔트로피는 감소시켜 주지만 전체를 따지면 오히려 더 많은 엔트로피를 증가시킨 것이 된다.
만일 우주가 한정된 양의 질서를 가지고 있으며, 또한 돌이킬 수 없이 무질서를 향해 변화해가고 있는 경우에는(다시 말해 최종적인 '열평형'상태를 향해 변화해가고 있다면) 두 가지 매우 심각한 결론이 당장에 뒤따르게 된다.
첫 째, 우주는 결국에 가서는 예컨대 그 자신의 엔트로피의 진흙구덩이에 빠져 죽고 말 것이다.
물리학자들은 이것을 우주의 '열사망(熱死亡,heat death)이라고 한다.
둘 째, 우주는 영원히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일 우주가 지금까지 영원히 존재해왔다면, 이 엔트로피 증가 때문에 이미 무한 시간 전에 열평형이라는 끝장에 도달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여기에 뒤따르는 결론은, 우주는 언제나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엔트로피(entropy)>
'에너지(energy)'와 희랍어로 '변형' 또는 '진화'의 뜻인 '트로포스(tropos)'의 합성어이다.
물질계의 열적(熱的)인 상태를 나타내는 물리량으로, 온도 높낮이의 차이를 표시한다.
온도의 차이가 적을수록 엔로피가 크다.
어떤 독립된 물리적 체계는 무질서를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자연히 진행하는데, 이 진화 방향을 정확한 수학적 형태로 표현하기 위하여 루돌프 크라우시스(Rudolf Clausius)가 도입하였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물리적 현상에는 어떠한 경향에 있어서, 기계적 에너지는 열로 소모되고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다. 즉 더운물과 찬물을 섞으면 미적지근한 물이 되며, 그 두 가지 액체는 분리되지 않는다. 이들 과정의 일반적 의미는, 그것들이 '질서에서 무질서로'라는 일정한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 무질서의 증가는 엔트로피라는 수학적 양으로 측정할 수 있다.
엔트로피의 개념은 니콜라스 게을게스코-뢰겐(Nicholas Georgescu-Roegen)에 의해 경제 이론이 도입되었다. 즉 마찰과 기타 형태의 에너지 손실에 의해서 엔진의 열역학적 효율이 적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산업사회에서의 생산과정 역시, 필연적으로 마찰을 유발하고 경제 에너지와 자원의 일부를 비생산적인 행동으로 손실시킨다는 것이다.
<열사망(heat death)>
어떤 고립된 체계(isolated system)에서 엔트로피가 최대치에 달했을 때의 상태를 말한다.
그때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완전한 무질서상태가 되며, 일정한 온도에 도달한다.
따라서 작업을 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을 수 없게 된다.
만일 우주가 하나의 닫힌 체계라면-이것을 고립계 또는 폐쇄계(closed System)라고 한다- 우주는 필연적으로 이러한 상태가 된다.
이것을 '우주의 열사망(heat death of the universe)'이라고 한다.
오늘날 은하계에서 별들의 탄생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을 발견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 가운데 하나인 오리온좌(座)의 대성운(大星雲, the Great Nebula)은 육안으로도 관찰할 수 있다.
이렇게 생긴 별들은 계속해서 불타다가 소멸되고, 반면에 다른 별들이 그것들의 빈자리를 대신하기 위하여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것이라면, 이 탄생과 죽음의 싸이클은 끝없이 계속되어온 것일까?
천만에, 전혀 그렇지 않다.
열역학 제2법칙은 우리에게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불타 없어 진 별의 물질은 절대로 그대로 재사용될 수가 없다. 일단 사용 된 에너지는 별빛의 형태로 우주공간 속으로 흩어져 영원한 여행을 떠나버린다. 그리고 별의 재료 가운데 어떤 것은 다시는 돌이킬 수 없게 블랙홀 속으로 사라져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