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김태희를 ‘완벽녀’라 부른다. ‘컴퓨터 미인’ ‘자연 미인’이라 불릴 만큼 뛰어난 외모의 소유자인데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수식어는 그가 엘리트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게다가 최근 드라마를 통해 보이는 그의 연기력 역시 흠잡을 데 없다. 요즘엔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의 큰 인기를 얻어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임수정과 함께 2005년 벽두 방송계 최고의 스타 자리를 양분하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 1년간 김태희는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미니시리즈 <스크린>의 주인공으로 깜짝 발탁된 이후 그의 행보에는 늘 ‘성공’이라는 이름의 전령사가 ‘인기’라는 선물을 가져다줬다. 다만 너무 가파르게 상승하는 인기전선은 비구름을 동반하기 마련. 수많은 사람의 사랑과 관심이 집중되는 동안 삐딱한 시선과 온갖 의혹들이 줄을 잇고 있다.
과연 이런 의혹의 진실을 무엇일까. 그를 둘러싼 온갖 의혹의 진실을 풀어가며 배우 김태희의 진정한 모습에 다가가 보도록 한다.
김태희는 아름답다. 서구적인 생김새와 동양적인 선이 조화를 이룬 김태희의 외모는 컴퓨터로 균형과 굴곡을 설계해 놓은 듯 완벽하다. 물론 연예인 대부분이 출중한 외모의 소유자이지만 김태희는 이 가운데서도 빛이 난다.
네티즌들은 당장에 그의 중·고등학교 시절 졸업 사진 구하기 작업에 들어갔다. “당연히 과학 기술의 은총을 입은 얼굴일 것”이라며 자신만만했던 네티즌들은 어렵게 구한 졸업 사진 앞에서 할 말을 잊었다. 당시의 외모 역시 지금처럼 완벽 그 자체였기 때문. 심지어 몇몇 네티즌들은 ‘학창시절이 더 예쁘다’고 얘기할 정도다.
‘태희의 눈트임까지 한번에?’라는 반가운 인터넷 광고 문구가 한 대형 포털사이트에 떠오른 순간, 다시 한번 그의 성형 의혹이 불거졌다. 연예인 가운데 자연 미인은 없다는 사실이 입증된 데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 흥분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 광고는 모 성형외과의 광고를 맡은 대행사 측에서 제작한 것으로 김태희 관련 부분은 일종의 허위 과장 광고였던 것. 결국 광고대행사 측이 공식 사과문을 보내는 것으로 사태는 마무리됐다.
사실 김태희의 성형 의혹에 대한 가장 확실한 사실 확인은 그의 고향인 울산지역에서 가능했다. 울산 지역 최고의 명문고인 울산여고에서 전교 석차 상위권을 달리며 서울대에 진학한 김태희는 이미 고교시절부터 유명 인사였다.
김태희는 고교시절 얼짱에 공부까지 짱인 여학생으로 유명세가 상당했다고 한다. 그가 다니는 입시 학원에는 남학생들이 떼로 몰려 함께 수업을 듣기 위해 진을 쳤을 정도. 심지어 울산 지역에서는 김태희가 등록하면 따라오는 남학생이 워낙 많아 공짜로 학원을 다녔다는 소문까지 나돌았을 정도다.
하지만 확인 결과 김태희는 두 부위의 성형 수술을 받았고 이 가운데 한 군데는 수술이 잘 안돼 재수술까지 고려중이다. 우선 하나는 치아 교정이고 또 하나는 입 주변의 점을 빼는 수술이다. 이 가운데 점을 빼는 수술은 완전치 않아 재수술을 고려중이다.
김태희의 안티 세력 가운데 가장 주류는 단연 ‘서울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그를 싫어하는 이들이다. ‘얼굴도 예쁘고 연기도 잘하는데 공부까지 잘 하다니’라는 시기어린 시선은 김태희에게 오랜 굴레가 되고 있다. 이들 안티의 주장은 ‘김태희의 높은 인기는 서울대 출신이라는 명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말 서울대 출신이라는 이름표가 그의 연예계 생활에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 되고 있을까. 울산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의류학과에 진학한 김태희는 뛰어난 외모 덕분에 패션 잡지 모델로 발탁되어 연예계에 입문하게 된다. 이후 그의 영역은 CF업계였다. 특히 지난 2001년 초 주택은행 CF와 삼성전자 CF에 연거푸 출연하면서 세인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된다.
특히 삼성전자 프린터 마이젯 CF의 영향력이 컸다. <엽기적인 그녀>로 세상을 놀라게 한 전지현에 이은 마이젯 CF 2대 모델이라는 점에서 그는 당당히 ‘CF업계의 샛별’이라는 칭호를 선사받게 된다.
이렇게 세인들의 호기심이 집중되자 매스컴 역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그의 가장 특이한 이력인 ‘서울대 출신’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대 내에서도 그는 뉴스메이커였다. 학교 버스정류장을 비롯해 여러 광고판에 그의 사진이 내걸려 있으니 다른 학생들의 눈길을 집중되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CF 모델로 일할 뿐 학교생활은 평범했다. 아니 교내 스키 동아리 회장을 맡을 정도로 활동적인 학생이었다.
물론 CF 모델로 활동할 당시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데에는 서울대 출신이라는 명찰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연기자로 데뷔한 이후에는 서울대 출신
이라는 점이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왔다. ‘서울대 출신 얼짱 연예인’이란 호기심 어린 인식을 ‘진정한 연기자’로 바꾸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아직도 이런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결국 그의 높은 인기가 서울대 출신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렇다면 김태희의 진정한 힘은 무엇일까. 그를 향한 가장 악의적인 의혹은 ‘누군가 뒤를 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다. 정치인, 고위층 인사, 재벌가 인사 혹은 방송국 고위층 관계자와 은밀한 관계를 유지해 그들이 뒤를 봐줘 톱스타가 됐다는 근거없는 의혹이다.
김태희가 이런 의혹에 휘말린 결정적인 이유는 1년간의 휴식 때문이다. 2001년 초 CF 업계의 떠오르는 별로 연예계에 데뷔한 김태희는 2002년 초 학교를 휴학하고 본격적인 연기자로 나선다. 그의 데뷔작은 일일시트콤 <레츠고>. 하지만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하던 <레츠고>가 종영된 2002년 6월, 그는 연예계를 떠나 평범한 서울대생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태희는 학교에 복학하지 않았다. 조용히 연기수업에 몰두했고 정확히 1년 만에 연예계로 돌아왔다. 그것도 미니시리즈 <스크린>의 주인공으로. 이런 깜짝 컴백 이후 김태희의 연예계 행보는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나 다름없었다. 정확히 1년 반이 지난 요즘 그는 최고의 인기 스타 반열에 올랐다. 네이버 선정 2004년 인기검색어 탤런트 부문 1위에 올랐을 정도다.
문제는 1년간의 휴식 이후 갑작스럽게 <스크린>에 주연으로 캐스팅된 과정이다. 연예계를 떠난 김태희에게 누군가 뒤를 봐주는 사람이 생겼고 그 힘이 시트콤 밖에 출연한 경험이 없는 그에게 주연 자리를 만들어줬다는 얘기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힘이 되어준 사람은 분명 존재한다. 바로 <천국의 계단>과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의 연출을 맡은 이장수 감독을 비롯한 그의 소속사인 로고스 필름이다.
연예계를 떠나있던 김태희의 가능성을 알아본 이들은 그를 영입해 연기수업을 통해 배우의 기본기를 다지게 한 뒤 <스크린>에 출연시킨 것이다.
로고스 필름은 소속 연예인이 김태희와 동생 이완뿐으로 사실 연예인 매니지먼트사가 아닌 드라마 외주업체다. 대표감독인 이장수 감독과 <스크린>의 이승렬 감독을 주축으로 한 회사로 수월한 배우 수급을 위해 기대주 김태희를 영입한 것이다.
결국 <스크린>에 주연으로 출연한 것은 깜짝 발탁이 아닌 외주제작사가 완벽한 준비를 마친 소속 신인 배우를 세상에 소개한 것이다. 이후 김태희가 출연한 <천국의 계단>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가 모두 로고스 필름에서 제작한 드라마다.
어두운 은밀한 거래를 통해 얻은 힘이 아닌 김태희의 잠재된 가능성을 미리 눈치챈 외주제작사의 안목이 그의 뒤를 든든히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굵직한 의혹 대부분이 사실무근임으로 판별될 경우 안티들이 빼드는 마지막 카드는 ‘알고 보니 싸가지가 없더라’는 얘기다. 브라운관으로 보이는 모습과 달리 실제 성격은 비정상이라는 루머가 이런 의혹에 힘을 보탠다.
그렇다면 김태희의 실제 성격은 어떨까. 김태희 본인은 자신의 성격을 “털털하지만 불의를 보면 못 참는 맹렬여성”이라고 소개한다. 흥분하거나 놀라면 경상도 사투리가 자연스레 입에서 튀어나오는 귀여운 경상도 아가씨라고.
대학 친구들은 김태희의 특징을 세 가지로 말한다. 잠이 많고 행동이 둔하고 머리가 나쁘다는 것. 우선 잠이 많아 어디서나 졸음에 빠져버리는 탓에 ‘잠보’이고, 민감과는 거리가 먼 털털한 성격에 ‘둔녀’라 불린다. 서울대생이 머리가 나쁘다면 좀 이상하게 들리지만 실제 김태희는 암기력은 조금 떨어지는 편이라고. 드라마 촬영장에서도 대본을 외우는 게 가장 큰 고생이라는 후문이다.
2005년 김태희는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그렇다고 연예계 활동을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 연예계 활동을 병행하며 다닌 2004년 1학기에도 평균 A학점을 받아낸 그다. 본래 계획은 2004년 1년 동안 휴학을 하지 않는 것이었으나 <러브 스토리 인 하버드>의 해외 로케이션 때문에 2학기를 포기하고 휴학해야 했다.
2005년 최고의 목표는 졸업이라는 김태희가 그 뜻을 이루도록 팬들이 가만둘지는 아직 미지수. 팬들의 사랑이 커지면 커질수록 졸업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행복한 비명을 질러야 하는 상황이다.
김태희의 갈 길은 아직도 멀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심은하 최진실 고현정 등 시대를 풍미한 최고 배우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땀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는 팬들은 그가 그 먼 길을 무사히 건너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민섭 ksiman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