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이 오마 하거늘.hwp
님이 오마 거늘
님이 오마 거늘 저녁밥을 일 지어 먹고 中門(중문) 나서 大門(대문) 나가 地方(지방) 우희 치라 안자 以手(이수)로 加額(가액)고 오가 가가 건넌 山(산) 라보니 거머흿들 셔 잇거 져야 님이로다.
<보션 버서 품에 품고 신 버서 손에 쥐고 곰븨님븨 님븨곰븨 쳔방지방 지방쳔방 즌듸 른듸 희지 말고 위렁충창 건너가셔 情(정)엣말 려 고 겻눈을 흘긧 보니 上年(상년) 七月(칠월) 사흔날 가벅긴 주추리 삼대 드리도 날 소겨다.> 해학성이 가장 잘 드러난 부분
모쳐라 밤일싀 망졍 힝혀 낫이런들 우일 번괘라.
<진본 청구영언(珍本 靑丘永言)>
[시어, 시구 풀이]
* 일 : 일찍* 지방(地方) : 문지방
* 이수(以手)로 : 손으로
* 가액(加額)하고 : 이마를 대고
* 거머횟들 : 검은 빛과 흰 빛이 뒤섞인 모양
* 곰븨님븨 : 엎치락뒤치락. 연거푸 계속하여
* 쳔방지방 : 허둥거리는 모습
* 즌 듸 : 진 곳
* 위렁충창 : 급히 달리는 발소리
* 정(情)엣말 : 정이 든 말
* 상년(上年) : 작년
* 발가벅긴 : 발가벗겨 놓은 가늘고 긴 상태
* 삼대 : 삼의 줄기. 마경(麻莖)
* 살드리도 : 알뜰하게도(반어법)
* 모쳐라 : 마침* 우일 : 웃길
[전문 풀이]
임이 오겠다고 하기에 저녁밥을 일찍 지어 먹고 중문을 나와서 대문으로 나가, 문지방 위에 올라가서, 손을 이마에 대고 임이 오는가 하여 건너 산을 바라보니, 거무희뜩한 것이 서 있기에 저것이 틀림없는 임이로구나.
버선을 벗어 품에 품고 신을 벗어 손에 쥐고, 엎치락뒤치락 허둥거리며 진 곳, 마른 곳 가리지 않고 우당탕퉁탕 건너가서, 정이 넘치는 말을 하려고 곁눈으로 흘깃 보니, 작년 7월 3일 날 껍질을 벗긴 주추리 삼대(씨를 받는라고 그냥 밭머리에 세워 둔 삼의 줄기)가 알뜰하게도 나를 속였구나.
마침 밤이기에 망정이지 행여 낮이었다면 남 웃길 뻔했구나.
[핵심 정리]
▶지은이 - 미상
▶갈래 - 사설시조
▶성격 - 해학적, 과장적
▶주제 - 임을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
● 작품 해설
그리워하는 임을 어서 만나고 싶어하는 마음을 해학적으로 잘 표현한 시조이다. 임이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이어 하는 행동들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임을 그리는 초조한 마음에서 허둥대던 작자는 스스로 자기 행동에 대해 겸연쩍어하고 있다.
초장에서는 밥을 일찍 지어 먹고 임을 기다리는 초조한 마음이 그려져 있으며, 중장에서는 이 초조한 마음이 행동으로 구상화되어 나타났으나, 이에 대한 자신의 경솔한 행동에 대해 겸연쩍어하는 마음을 종장에 그려, 전체적으로 임을 애타게 그리는 여성의 섬세하고 간절한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