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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서예가 윤판기씨 한자·한글 손글씨 폰트 전국 첫 개발 | |
지난 5월 광개토호태왕비체·한웅체 이어 물결체·동심체 등 4종 “서예는 개인 전유물 아닌 폰트로 영구히 남겨 후손에 물려줘야” | |
도내 서예가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한자·한글 손글씨 폰트(서체) 4종류를 개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경남도청 공보관실에 근무하는 서예가 허중자(虛中子) 윤판기(54)씨는 지난 5월 손글씨로 쓴 한자폰트 ‘광개토호태왕비체’ 4888자와 한글폰트 ‘한웅체’ 2350자를 개발 완료한데 이어, 이달들어서도 한글 손글씨 폰트인 ‘물결체’와 ‘동심체’ 각각 2350자씩을 추가로 개발했다. 서예가가 자신의 독특한 서체를 개발해 일반에 전시하는 것은 필생의 과업이지만, 자신의 독특한 서체를 컴퓨터 문서를 이용, 전 세계에 통용될 수 있도록 폰트로 만든 것과 한글·한자서체 4종류를 동시에 폰트로 개발한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컴퓨터로 필기도구를 대신할 수 있다고 해서 감성 표현까지 컴퓨터가 대신할 수는 없다. 그래서 컴퓨터 시대에 오히려 감성과 문화정신이 살아 있는 서체, 폰트 개발과 실용화는 반드시 필요하고, 21세기 첨단 문화시대에 우리 손글씨가 사장되지 않고 당당히 선도적 위치에 설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으며, 디자인계도 감성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디자인 세계를 열며 세계무대로 당당히 앞서 나갈 수 있기 때문에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윤씨는 지난 93년 대한민국서예대전에서 ‘광개토호태왕비체’로 특선을 수상한 이후 대한민국서예대전과 한국서가협회 초대작가로 활동하며, 경남도청 광장의 ‘경남탄생 100주년 기념탑 도민헌장비’,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 정원에 있는 ‘공명선거’ 표지석, 경남지방경찰청 정원에 있는 ‘일등경남경찰’ 표석, 창원대도호부연혁비(남산공원), 통영해저터널, 자굴산, 한우산, 남덕유산 표석 등 수많은 금석문을 휘호한 중견작가이다. 윤씨는 의령군 낙서면 정곡리 죽림마을에서 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글씨를 쓰기 시작한 뒤 군 제대 후 국전에 도전하면서부터 본격 서예에 뛰어들어 30여년의 서예인생 관록을 자랑하고 있다. 그는 서체를 개발해 폰트로 만들어 컴퓨터 언어로 남기게 된 동기에 대해 “당대의 서예는 개인의 전유물이 돼서는 안된다. 폰트로 영구히 남겨 후손에 물려줘야 한다. 또한 서예의 아름다운 서체를 문서로 통용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게 폰트여서 손글씨 서체를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더욱이 그는 현대인들이 컴퓨터를 이용해 편리한 문자생활을 하고 있지만 딱딱한 고딕체 글씨의 답답함을 느끼고, 좀 더 자연스러운 글씨체에 목 말라하고 있기 때문에 서체개발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윤씨가 개발한 폰트는 각종 출판물, 인쇄, 광고(방송자막), 관공서 문서용 서체, 학교 등에서 한글 프로그램 서체에 포함시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현재 서울의 폰트뱅크(대표 손동원)에서 윤씨의 손글씨 서체를 취합해 CD로 개발했다. 윤씨가 개발한 폰트를 한글 프로그램에서 이용할 경우, 문서 처음부터 물결체·동심체·광개토호태왕비체·한웅체로 문서를 작성할 수 있고, 일반서체를 마킹해 윤씨의 독특한 서체로 변형시킬 수 있도록 편리하게 구성돼 있다. 그가 20여년 전부터 생각하면서 최근에 완성한 ▲물결체는 한자 전서체와 한글서예를 접목한 노자의 ‘상선약수’처럼 자연과 함께 물이 흐르는 듯한 부드러운 한글서체이며, ▲동심체는 아이들의 마음처럼 밖으로는 천진함을 드러내고 안으로는 순박함을 간직한 동글동글한 귀여운 한글서체 ▲한웅체는 기교를 부리지 않은 질박하고 고졸한 맛이 나며, 현대적인 감각을 살린 광개토호태왕비체와 가장 조화를 잘 이룰 수 있는 한글서체이다. 특히 서체 도용을 우려한 폰트뱅크의 각별한 요청으로 극비리에 개발한 ▲광개토호태왕비체는 소박하고 장중하며 착한 시골아이들처럼 뽐내지 않고 우직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으며, 고구려 광개토호태왕비 필의를 기본으로 고졸한 맛을 살린 한자서체이다. 이 서체는 개발자 윤씨의 사후 50년 동안 ‘디자인보호법’에 의해 저작권을 보호받고 있어 가치를 더하고 있다. 윤씨는 “우리 글씨가 새로운 예술과 생활 속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나 영원한 생명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아름다운 손글씨를 많이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씨는 윤판기서전, 묵상의 여백, 간화묵선, 묵천여정 등 4권의 서집을 출간했으며, 대한민국서예대전·경남미술대전 초대작가, 경남미술인상, 한일프랑스교류전,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특별전 초대, 경남불교미술인협회장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조윤제기자 cho@knnews.co.kr Copyright ⓒ 경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입력 : 2009년 9월 23일 수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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