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진수이며 핵심은 연기법이고 보리방편문입니다.”
-두번째 금강 오프라인 모임을 마치고 나서 (1)-
해인사에서 일을 마치고 동대구역에 도착하니 오후 3시 25분쯤.
5시 표를 끊어놓은 것을 부랴부랴 3시 45분 것으로 바꾸고 도봉산 광륜사 입구에 도착한 시간은 6시 40시분쯤이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도봉산역 입구에서 택시를 타고 광륜사 입구에 내리니 낯익은 사람이 입구에 서 있었습니다.
이름하여 금강의 스타 윤거사님! 대구에서 기차를 타고 나서 혹시나 같은 차에 타지나 않았을까 전화를 했더니, 이미 서울역에 다다르고 있다는 소식이었는데, 마치 매일 광륜사에 살고 있는 주인처럼 손님(?)을 맞았습니다.
“아니, 날씨도 쌀쌀한데 왜 밖에 나와 계세요?”
“안에 있으니까 승진행님의 향훈이 나서요..”
이쯤이면 거의 멘트성 발언이다 싶어 반갑다는 악수도 못한 채 직언을 하고 말았습니다.
“어머, 이건 멘트성 발언인데요? ”
(윤거사님, 미안합니다. 사실은 아무리 멘트성 발언이라 해도 감동했거든요.^^)
공양간에 들어가 공양주보살님에게 미안한 웃음을 짓고 파장에 가까운 저녁공양을
하고 7시 경주거사님 법문이 있을 선방에 들어가니 7시 3분 전쯤!!
지난 번 첫 번째 오프라인 모임에 온전하게 참석을 하지 못해 무척 아쉽고 미안했던 터라 이번엔 별 일이 없어야 할텐데 마음졸였었는데 너무 다행이다 싶은 마음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자리에 앉았습니다. 진주 선우선방에서 많은 분들이 올라오시고 서울을 비롯한 각 지역에서 불자분들이 동참하셔서 선방은 활기로 가득차 있더군요.
"그분은 진정, 대하는 한 사람 한 사람 모두를 부처로 맞으셨지요. 그래서 우리는
착각을 했답니다." (수형보살님의 전언)
저, 아름다운 미소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저에게 큰스님은 부처님이셨고, 그 분 곁에 있으면서 '아, 내가 부처님 회상에
와 있구나.' 생각하곤 했습니다." (경주거사님 말씀)
경주거사님의 법문 주제는 “불교의 진수와 핵심”이었습니다.
청화큰스님의 법제자답게 경주거사님은 처음 말씀을 큰스님의 친필 법문에서 인용하셨고, 마지막 말씀도 보리방편문으로 맺으시더군요.
제법이 공임을 각하면 심은 스스로 무념해진다. 염기念起하면 각覺하라.
공임을 각하면 즉무卽無이다. 수행의 묘문을 다만 여기에 있을 뿐이다.
고로 갖추어 만행萬行을 수修한다 하더라도 오직 무념을 종宗으로 할 뿐...
......
......
불교의 진수이며 핵심은 연기법이고 보리방편문입니다.
“불교의 진수와 핵심”이라는 주제로 두 시간여 법문하신 경주거사님의 처음 말씀과 마지막 말씀입니다.
불교를 일컬어 ‘지혜’의 종교이며 ‘자비’의 종교라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혜롭게 살라는 말을 너무나 많이 듣고 삽니다. 그런데 그 ‘지혜’라고 하는 것이 ‘제법諸法이 공 空’ , 곧 정견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이번 경주거사님의 법문은 이를 일깨워주시는 말씀이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연기법이 곧 공이며 무아이며 무상이며 무심이며 무념이며 중도이며 정견임을 이해하는 데, 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경주거사님은 이번 법문에서 그걸 설명하고 계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
저는 법문을 들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저 분처럼 저리 깔끔하면서 격조 있게, 수다스럽지 않으면서도 충분하게 불교를 설명하려면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까? 하고 말입니다.
‘나는 이랬노라’고 “나‘를 드러내지 않고도 차갑지 않게 불법을 여러 사람 앞에서 설명할 수 있도록 열심히 정진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하시더군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자니 법문 내용 중 떠오르는 말씀이 있습니다.
“불교는 결코 어려운 종교가 아닙니다. 다른 사람에게 불교를 잘 설명할 수 없으면 그것은 불교를 잘 모르는 것입니다.”
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리고 불교는 원래 어려운 것이고 깨달아야만 알 수 있는 것이라고 잘못 이해하고 있는 우리 불자들이 음미해 보아야 할 말씀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념으로 기도하는 사람은 빨리 성불할 수 있습니다.”
간화선 일변도의 한국 불교 풍토에서, 자칫 기도하는 사람이 기복불교로 폄하되고 있는 분위기를 고려하신 듯한 말씀은 무척 따뜻하게 들렸습니다. 언젠가 후학에게 말씀하셨던 귀한 말씀이 떠오릅니다.
“마음의 힘이 모이고 길러지면 마음 먹은 것이 여의롭게 이루어집니다.
기복이 나쁠 것 없습니다. 우주는 복덕으로 사는 것입니다.
덕을 쌓고 복을 누리는 것이 삶입니다.
복을 누리는 것을 그것으로 끝내느냐 다른 덕을 쌓는 밑거름으로 사용하느냐가
성인과 중생의 차이입니다. 여기에 회향의 중요성이 있습니다.
근본목표를 생명을 기루고, 우주를 밝히는 쪽에 두면 기복도 나쁠 것이 없습니다.
유위복덕을 받아먹고 끝내는 것이 아니고 더 크게 우주를 향해 돌리는 것입니다.
내가 그만큼 편안해졌으니 공부를 더 열심히 할 여건이 되고
공부를 잘 해서 무변중생을 제도하는 데 일익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불교의 핵심인 사성제와 팔정도, 12연기, 삼법인, 보리방편문에 대한 설명을 마치고 나서
약속된 두 시간인 9시가 되자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산뜻하게 마무리한 말씀은 이렇습니다.
“불교의 진수이며 핵심은 연기법이고 보리방편문입니다.”
마지막 말씀은 평소에 강조하셨던, “나무아미타불 여섯 글자에 보리방편문이 실려야 하며, 보리방편문엔 팔만대장경 모두가 실려 있습니다.”를 기억하게 했습니다.
“불교의 진수이며 핵심은 연기법이고 보리방편문입니다.”
훗날 불교를 설명할 때 교리에 대한 풍부한 이해와 깊은 수행력으로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기원해봅니다.
경주거사님의 법문이 끝나고 잠시 휴식을 가진 다음, 10시부터 대웅전과 선방에서 각각 철야정진이 시작되었습니다. 모처럼 많은 분들로 선방과 대웅전이 꽉 차서 마치 잔칫집 분위기처럼 풍성한 분위기였으나, 마음만은 구도에 대한 간절함과 스승을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차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는 매달 철야정진이 막 시작되는 시간, 머리가 맑은 상태로 금강선원에 앉아 있노라면 기쁨과 감격을 함께 맛보곤 합니다. 그날도 역시 그랬습니다.
미혹한 이 중생이 대체 무슨 복으로 불법을 만나 오늘, 여기에 앉아있는가!
또한 이 시대 성자의 숨결이 그대로 서려있는 이 아름다운 도량, 금강선원에 와 있는가!
맑은 도반님들과 함께 있으면서 보리방펀문을 관하고 염(思惟修)하면서 앉아있음의 기쁨!은
그곳에 앉아 있어 본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아,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눈꺼풀이 밑으로 내려 앉아 이러한 사유수와 함께 하는 기쁨의 시간들은
잠깐, 다담과 휴식을 겸한 1시간의 휴식이 끝나고 1시부터 다시 정진이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수마와 싸우기 시작하는 시간입니다. 법당에서 들려오는 삼천배 정진하는 도반님들의 나무아미타불 염불소리가 자장가로 들리기 시작하며 두시, 세시, 네시에 댕그렁 울리는 그 벽시계소리는 곧 구원의 소리입니다.
언제쯤이나 변함없이 성성적적 아마타불로 깨어있을 수 있을지...
(계속)
_()_
첫댓글 감사합니다. "승진행님 향훈이 나서"라는 것은 역시 좀 멘트성 발언이구요. 왠지 나가봐야 겠다며 자연스럽게 발길이 옮겨지더군요. 택시가 도착한 것과 거의 동시였죠. 도반인연이 깊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경주님 법문을 잘 전달해주셔서 저는 이 부분에 대해 글 쓸 부담을 덜어주셔서 더욱 감사드립니다. 저는 법문
정리는 잘 못하는데 역시 오랜 기자생활과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십니다. 다음 글도 기대됩니다. 바쁘신 중에도 글 올려주시느라 수고가 많으세요. 다음 만날 날이 벌써 기다려 집니다. 나무아미타불.._()_
저도 경주님 법문을 메모에 의존하지 않고 기억나는 대로 편하게 써서 좀 죄송한 마음입니다. 블루문님이나 날마다좋은 날님, 지리산님 등 젊은 도반님의 글을 기대합니다. _()_
경주님의 법문을 녹음해 놓았다가 금강에 링크해 올렸으면 참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불교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이해를 깊이 하는 데 더 없이 훌륭한 말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_()_
우리도 이제 자체 서버가 생기니까, 앞으로는 법문시에 녹음하여 우리 서버에 올리면 못 오신 분들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습니다. 여러 모로 좋지요?
경주님의 법문을 직접 듣지는 못 했지만, 승진행님 덕분에 더 마음 가까이 듣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_()_
어떻게 쓰시든 승진행님의 글은 참 좋아요...()()()
감사합니다.그날 오셨다면서요? 인사를 나누지 못해 아쉽습니다. 따님, 입시준비에 여념이 없으실텐데 동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험 끝나고 제게 도움 말씀 많이 주셔야 합니다. _()_
불교의 진수와 핵심... 과연 내가 알아들을 수 있을까? 하는 맘으로 광륜사엘갔는데 (사실 전 철야 정진이 좋아서 참석 했거든요) 경주법사님께서 쉽게 이해를 시켜주셨습니다.시험문제를 콕콕집어서 쉽게 설명해 주시는 선생님처럼요. 좋은 자리 마련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잘 오셨습니다. 도반이 되어 함께 정진하게 된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_()_
감사합니다 ^^_()_
하루 종일 일하시느라 분주하심에도 불구하고 매달 정진에 빠짐없이 동참하셔서 선방에서 등을 곧게 펴고 앉으시고, 때로는 법당에서 삼천배로 정진하시는 님을 뵈면서 많은 공부를 합니다.따님들 예쁘게 잘 크지요? 안부 전해주시고, 다음 달 정진에는 함께 오세요! 감사합니다. _()_
무아와 공과 연기법에 대한 경주거사님의 법문은 모두에게 감동이었습니다. 언제나 핵심을 읽고 전달해주시는 승진행보살님의 혜안에 늘 고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감사합니다. 나무 아미타불_()_
무착거사님! 어느날 우리들 삶에 들어와 환희속에 빠뜨렸던 보리방편문!,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