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도서관에 오는 것을 보면 흐뭇하다. '좋은 책은 어떤 것일까?", '무엇을 읽혀야 할까?", '어떤 책을 읽을까?', '재미있는 책은 무엇일까?' 등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므로 그들에게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우선 부모님들의 책 고르기를 유심히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서가를 한바퀴 돌고 나면 어김없이 전집 앞에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부모님들이 관심을 갖는 전집에는 세계명작, 소년소녀세계문학, 교육동호, 논술창작동화, 위인전기 등의 타이틀이 붙어있고, 최소 30권에서 많게는 100권에 이르는 권수를 가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종류의 책들은 부모의 눈에 익숙한 것들로 보통 「소공자」「소공녀」「데미안」「햄릿」「대지」「장발장」「왕자와 거지」「전쟁과 평화」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부모들은 왜 전집을 선호하는 것일까? 첫째는 책 고르기가 쉽다는 것이다. 단행본에 비하여 서가의 한 곳에 전체가 꽂혀 있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지 않고도 한자리에서 몇 권씩 고를 수 있다는 이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책을 고를 때는 한 권씩 읽고 골라야 하는데 전집을 보고 고르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집이 다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전집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크기와 모양이 천편일률적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요사이 들어 겉모양은 더 화려해졌지만 책의 제목과 내용에 맞는 개성이 없다. 그러나 단행본인 레이먼드 브럭스의 「곰」(비룡소)처럼 진짜 커다란 곰을 연상케 할 정도로 큰 책들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둘째, 책의 내용에 상관없이 삽화가 모두 같다는 것이다. 「돈키호테」와 「톰 아저씨의 오두막」의 삽화가 같은 분위기여서 시대적 배경과 주인공들의 표정이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리디아의 정원」(시공사)처럼 편지형식의 내용에 맞게 글자체를 필기체로 한 것도 있고, 「까막나라에서 온 삽사리」(등나무)처럼 책을 세로로 볼 수 있도록 한 것도 있다.
셋째, 번역에도 문제가 있다. 레오 리오니의 「내거야」(문도)의 원제는 It's Mine인데, 전집에서는 제목부터 「세 마리의 개구리」로 되어 있어서 책 읽는 느낌을 줄어들게 할 수도 있다.
아이들은 어떤가? 우선 재미있는 책을 찾는다고 온 서가를 누비고 다닌다. 두 번, 세 번 같은 곳을 맴돌면서 골라오는 책들을 보면 안타까움을 느낀다.
제일 먼저 가지고 나오는 것이 「코망쇠 형제」「번데기 야구단」「요술천사 피치」「드래곤 보이」「슈라드」「라이온 킹」「인어공주」「알라딘」등과 같은 애니메이션들이다. TV나 영화로 본 것도 모자라 시간을 내어 찾아온 도서관에서 또 다시 본다는 것이다.
'왜일까?' 생각해 보니 당연한 결과였다. 재미있게 보았고 아는 것이 그것뿐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 들고 나오는 것이 「사육장의 빨간 원숭이」「오싹 야광귀신」등과 같은 괴담, 공포물 등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도서관에 간다고 신통해 하고 기뻐하기만 할 일이 아니다.
아이들이 어떤 책을 읽고 오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도서관에 있는 책이 다 좋은 책이라고 단언할 수 없는 현실에서 부모들이 꼭 챙겨봐야 한다.
부모와 아이가 같이 오더라도 문제는 있다. "너 이거 읽을래?", "너는 왜 그런 쓸데없는 책만 고르냐?", "재미있어!"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대부분 집으로 가지고 가는 책은 부모가 고르고, 아이들에게는 "너 읽고 싶은 책 아무거나 골라서 보고 있어!"라고 말한다.
정말로 아이들은 아무거나 읽는다. 아이들은 그렇게 하는 동안 좋은 책 고른다고 서가를 돌아 다니는 것은 무엇인가? 읽는 곳이 어디건 관계없이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
책 고르기는 부모 따로 아이 따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시작해서 나누어져야 하는 것이다.
요즈음 제일 바쁜 사람이 아이들이라 평일에는 도서관에 오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부모와 아이들이 같이 와서 전집이나 애니메이션 이외의 다른 책에도 관심을 가지고 함께 책을 골라야 한다. 도서관에 오기 전에 집에서 어떤 책을 고를 것인지 미리 정하고 오는 것도 좋겠다.
또 권수를 정해서 부모와 아이가 반씩 골라보는 것도 좋다. 부모들이 좋은 책 고르기를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지금 혼자서 혼란스럽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처럼 아이들도 학년이 올라 간다고 해서 어느 날 갑자기 혼자서 좋은 책을 고를 수는 없다.
부모와 같이 했던 시간이 몇 년 동안 쌓여야 가능한 일이다. 이번 여름방학 아이들과 함께 가까운 도서관에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