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무 이야기
마을 강변 길가에 있던 그 나무
강을 따라 차례로 늘어선 벚나무에 밀려
바로 옆 언덕배기에 내 밭이 있는데도
몇 해가 지나도록 이름조차 몰랐지
아니, 관심을 두고 보지도 않았지
이름을 물어도 사람들은 잘 몰랐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나무라고
그냥 베어 버리라고도 했었지
기억하기도 끔찍한 그해에
홍수 관리한다며 만든 댐의 물을
허겁지겁 방류한 탓에 엄청난 물난리가 나서
그 나무 주변의 토사가 마구 휩쓸려가고
쑥대밭처럼 되어 버린 그 밭을 사서
석축을 쌓으려면서 그 나무를 바라봤지
이참에 베어 버리라는 사람들의 말에
차마 그럴 수는 없어서, 그럴 수가 없어서
포클레인 날카로운 기계삽질에 상처를 입은 채로
밭 한쪽가로 자리를 옮겨 주었지
늘 잡풀 무성한 곳에서 두고
제 명줄에 버티며 살까 죽을까
마을 사방에 감나무가 지천인 마을에
감나무를 닮은 듯 아닌 듯한 그 나무는
있는 데도 없는 듯, 살면서도 버려진 듯 잊힌 채
어두운 밤하늘 별빛 받으며 서 있었지
고욤 일흔이 감 하나보다 못하다, 라는 속담이 있다지
큰 것 하나를 못 당해내서
자질구레한 취급을 받는 서러움
감처럼 생겼으나 훨씬 작고
열매라고 해봐야 작은 것이 너무 떫고
온통 씨투성이라 먹기도 거북하여
이쯤 되면 이 나무는 정말
쓸모없는 나무임에 분명하다 싶겠지
허나,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살짝
두고 가는 뻐꾸기 이야기도 있다지만
그 나무를 밑나무로 하여 감나무 가지를
잘라다 접붙이기하여 키운다지
어찌 보면 남의 자식 열심히 키워주는
마음씨 착한 새엄마인 것을
내가 미처 몰라본 것인가
아냐, 내가 몰랐던 것은
어쩌면 저렇게 사는 것들이
어쩌면 저렇게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이었다는 사실일 거야
어쩌면 나도 저 고욤나무처럼
있는 듯 없는 듯하면서도
한여름 장대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찬 이슬도 맞고, 흰 눈을 가지에 올려놓고
알아주든 말든 잊히든 말든
무심하게 새벽별 바라보며
사는 건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그렇게, 너를, 봄을 기다리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