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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복' 터졌다. 초복(13일)에 찾은 초계탕집은 앉아있는 게 등 따가울 정도로 밀려드는 사람이 줄을 이었다. 저녁식사 준비를 위한
브레이크 타임이 끝날 시각인 오후 5시를 향하기 10분 전, 종업원이 환기한다고 잠깐 문 연 그 비좁은 틈 사이로, 권투선수처럼 날쌔게
몸을 비집고 들어가는 한 무리의 사람들 덕에 이미 식당 안은 꽉 찼다. "아이고, 정말 저희 죽을 뻔했다니까요"라고 너스레를 떠는 평래옥
주인장은 군대 지휘관처럼 내무반(?)을 질서정연하게 통솔한다. 3대째 내려오는 손맛을 보기 위해 백발의 노인부터 직장인, 대학생,
아이들까지 한 시간 넘게 줄 서기도 감내하는 곳.
가게 초입에서 메밀 전을 쉴 새 없이 부치는 경기도 파주의 초리골초계탕 주인장 김성수 대표는 "120년 전통"이라며 힘주어 말한다.
4대째 평양에서 냉면을 만들던 이북 출신 부모의 뒤를 이어 그가 파주에서
초계탕을 선보인 지도 40년을 넘긴다고. 정식 상호가 있긴 하지만 '파주 (법원리) 초계탕' 하면 이 집으로 통한다. 요즘 같은 때엔 하루 300그릇 이상,
1000인분 넘게 판다. 닭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30회 이상 손질한다. "요즘같이 음식이 넘쳐나는 시대에 초계탕은 되레 건강식이라고 할까요?
기름기 쫙 제거한 담백한 맛이 초계탕의 정수죠."
평안도 음식 전문점을 표방하는 경기 고양 평양초계탕은 얼마 전 '평안감사'로 상호를 바꿨지만(전화번호 안내에는 '평안감사'라고 나온다)
평양초계탕도 그대로 쓴다. 정원이 좋아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 높다.
평래옥: 서울 중구 저동2가 18-1. (02)2267-5892. 초계탕(2인 이상) 1인분 1만2000원. 냉면·비빔냉면·온면 9000원. 제육 1만3000원.
초리골초계탕: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법원리 391-3. (031)958-5250. 초계탕 2인 3만원, 3~4인 4만원, 4인 이상 1인 추가 1만원. 춘천막국수 6000원.
평양초계탕(평안감사): 경기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 851. (031)966-0696. 평양초계탕 정식 2인 3만원, 3인 4만5000원, 4인 6만원. 평안막국수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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