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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言律詩
佛國寺途中
山深氣一客 깊은 산 속에 한 나그네
流水性相親 흐르는 물과 서로 어울리네.
碧藏雲外寺 봄기운 감도는 구름 밖의 절
紅露雪邊春 오르는 길 가에는 봄이 완연한데
笞路鐘聲古 이끼 길에 종소리는 예스럽고.
竹林鳥語新 대나무 숲에는 새소리 새롭다.
釋仙吾不識 부처와 신선은 나를 알아보지 못 하네
天地大虛眞 하늘과 땅이 텅 비었다 함이 참인 듯하구나.
臨海殿遺址
羅運將終夕: 신라의 운이 다할 즘에는
哀歌咽舞時: 애달픈 노래와 목메는 춤이로세.
勸酌千年業: 술잔에는천년의 업이 담기고
受盃一美姬: 잔 받는 한 미희뿐이었다.
麻衣血漏濕: 베옷에는 피 젖어들고
寶劍霜光微: 보배로운 칼은 날카로운 빛을 잃었다.
依舊鷄林月: 계림의 달만이 예스러운데
浮雲雁鴨池: 안압지에는 구름만 떠도는구나.
歸鄕
塵世意難合: 속세와 뜻이 안 맞아
歸來便一旬: 문득 고향에 온지 10여일
心閒山色遠: 맘은 한가하고 산색은 멀다.
夜靜水聲隣: 밤은 고요해 물소리만 가깝네.
功名爭蝸角: 공명은 달팽이 뿔 다툼일레라.
富貴貪魚鱗: 부귀는 고기비늘 탐냄이니
眞味菜香淡: 참 맛은 나물의 향기와 담백함이로세.
恐知權勢人: 이를 권세 있는 사람이 알가 두렵다.
叙懷
平生睡不足: 평생 잠이 부족한 채
愛此白雲幽: 저 흰 구름 그윽함을 사랑하여
懶臥白雲裡: 게을리 흰 구름 속에 누우니
靑山笑我愚: 청산은 나를 어리석다 웃네.
靑山休笑我: 청산아 나를 웃지 마라
浮世萬端愁: 뜬세상은 만 갈래 근심이로라
兩忘榮辱苦: 영욕의 고통 다 잊으니
茅屋忽高樓: 띠 집이 홀연히 높은 누각이로라
謾詠
元是寒貧士: 원래 가난한 선비기에
詮非林下賢: 죽림의 현인을 가릴 수 없어라
柴門山影掩: 사립문은 산 그림자에 가리었고
書榻水聲穿: 책상은 물소리가 뚫고
身臥雲邊石: 몸은 구름 가 돌에 눠
心參定裏禪: 마음은 참선 속에 들고
此間何所樂: 이 사이가 어찌 즐거우랴
却笑謂吾憐: 웃지 마라 내 가련함을
與枕處上人拈韻共賦
庬睡碧山廬 삽살개 조는 푸른 산 집
南風抑卷舒 남풍은 서책 펴기를 말리네.
尋雲兼採藥 구름도 찾고 약초도 캐면서
帶月或看書 달밤에는 혹 책도 보네
鱖肥携兒釣 쏘가리가 살찌니 아이는 낚시하고
麥長共婦鋤 보리가 자라니 부부가 함께 김매네.
拙計還成樂 작은 계획도 즐거움 되니
遺氓意有餘 가난한 농부의 뜻도 여유로워라.
沽酒
山童沽酒去 아이는 술 받으러 가고
客自遠方來 객은 멀리서 찾아 왔구나.
隔世愁腸閉 세상 근심에 괴로워
對床竹口開 술상을 대하고 피리 분다.
寒喧病世矣 세상 불만 털어 놓으니
生計樂天哉 잠시나마 즐겁구나.
與子一場醉 그대와 한바탕 취하니
月侵石上苔 달은 섬돌 위 이끼를 비추네.
秋夜興
東籬種晩菊 동쪽 울타리에 국화 심고
釀酒置其間 그 사이에 술 빚어 두었더니
花開酒亦熟 국화꽃 피니 술 역시 익더니만
客到月初圓 마침 객이 달 첫 둥글 때오니
葉落山盈寂 나뭇잎 진산은 그지없이 적막한데
琴鳴水更潺 거문고 소리에 물 다시 잔잔하네.
但得壺中趣 다만 술 마시는 멋에 겨워
不知夜轉寒 밤이 차지는 것도 알지 못하겠구나.
七言絶句
雲霞深處泉聲咽 구름 안개 깊은 곳 샘물 소리 졸졸
時聞山禽路更迷 산새 소리 듣다가 길을 잃었다.
無事老僧岩下睡 일없는 노스님은 바위 아래서 조는데
靑天白日落花飛 청천백일에 낙화만 날린다.
山酒初熟適在秋夕 枕虛師共其韻
客隨流水敲柴扉 나그네는 흐르는 물 따라 시비를 두드리고
山酒初酣月上枝 산 술에 취했는데 달을 나뭇가지에 오르고
且漉且嘗無恨趣 또 술 걸러 또 맛보니 정취가 무르익었는데
滿庭松韻得時宜 때 마침 뜰에는 솔바람 소리 가득하구나.
贈花豚禪師金文輯
昔在長安豪蕩客 옛 날 장안의 호탕 객이
妙心托鉢一禪僧 묘심 탁발의 한 선승일레라
携笻獨去雲生衲 지팡이 짚고 장삼 입고 홀로 구름 따라 가네
踏盡泉聲萬慮輕 샘 소리 다한 데 이르니 여러 생각 가볍다.
妓女
遊子無情折柳枝 놀이꾼은 무정하게 버들가지를 꺾지만
佳人多淚濕羅衣 가인은 많은 눈물로 적삼을 적신다.
落花征馬蕭蕭雨 꽃은 지고 쓸쓸히 비 내리는데 말 타고 가지만
千里長程日暮時 천리장정에 해가 저문다.
汲女
汲水歸時聞笛聲 물 긷고 돌아갈 때 젓대소리 들리더니
偶逢狹路妾心驚 좁은 길에서 우연히 만나 여자 마음 놀라서
回頭赤面無他語 머리 돌리고 얼굴 붉히며 다른 말 없네
誰說靑春已入情 누가 청춘에 이미 정이 들었다 하네.
洗女
芳草溪邊楊柳枝 시내 가의 향기로운 풀, 버드나무 가지
一聲木笛燕斜飛 한 가닥의 버들피리소리, 빗겨나는 제비
浮雲流水無非恨 뜬 구름 흐르는 물 한스럽지 않은 것이 없세라.
獨坐浣紗日照時 혼자 앉아 비단 옷 빨아 햇볕에 말리네.
菜女
杜鵑花發滿山中 진달래 꽃 피어 산에 가득하여
菜女衣裳綠映紅 나물 캐는 처녀 푸른 치마 붉게 비추네.
胸裏多懷歌半淚 가슴 속 그리움에 노래는 반이 눈물일레라.
此心空虛此筐空 이 마음도 텅 비었듯 이 광주리도 비었네.
寄牧雲
四月南風三一雨 사월 남풍에 자주 비 내리니
溪邊芳草白雲多 개울 가 꽃다운 풀 흰 구름 많구나.
山花自落兒羊背 산꽃이 스스로 새끼 양 등에 떨어지는데
麥穗爭高露滿簑 보리 이삭은 높이 다투고 도롱이에는 이슬 가득하네.
蟬二絶
幾世鍊丹化羽仙 여러 해 연단(신선이 되는 약)하여 신선이 되니
彩霞甘露意悠然 채색 놀 단 이슬에 뜻은 유연한데
綠陰深處淸吟罷 녹음 진 깊은 곳에 맑은 노래 소리 그치고
鳥啄高飛五月天 새는 먹이 쪼며 높이 나는 오월 하늘
長年林下不求仙 여러 해 숲 아래서 신선을 구하지 못했네.
花落花開摠自然 꽃 지고 꽃 핌은 모두 자연스런 일
黙黙終生眞是術 묵묵히 생을 마침은 참 올바른 방책이레라
枕書閒臥白雲天 책 베고 한가롭게 워 있는데 흰 구름 하늘이라
戱吟
舊郞來到夕陽門 지아비 석양 무렵 문에 이르니
老婦含凝半避門 늙은 아내는 말없이 반쯤 문을 피하네.
可憐紅顔何處遇 가련한 홍안은 어디서 만나랴
蕭蕭白髮映柴門 쓸쓸한 백발이 사립문에 비친다.
述懷
墻頭老槿又逢春 담장 머리 묵은 무궁화는 또 봄을 만났네.
漢上歸帆映更新 한강 위 돛단배는 그림자가 새로운데
胸裏有懷向誰說 가슴 속 그리움을 누구에게 말하랴
蒼凉曙色向三津 푸르고 서늘한 새벽빛에 삼진(삼랑진)으로 향하네.
七言律詩
登五臺山毘盧峰
毘盧峰上瑞雲開 비로봉 위에 상서로운 구름 열리고
海色山光摠自來 바다 빛 산 빛 모두 스스로 오네
一念頓空無爲樂 한 생각 조아려 비우니 저절로 즐겁다
多生受報有情哀 여러 해 은혜 받으니 정이 있어 슬프다
風塵熱惱蒸三界 풍진의 열뇌가 삼계를 찐다.
法雨淸凉酒五臺 법우는 오대의 淸凉酒일레라
合眼數珠松子落 눈 감고 염주 돌리는데 솔방울 떨어진다.
忽然天際暮鍾回 홀연히 날 저무니 저녁 종소리 들린다.
東都懷古
鷄林王業一荒邱 계림의 왕업은 한 거친 언덕이요
萬古興亡水自流 만고의 흥망은 물 스스로 흐름일러라.
半月城空花落雨 반월성은 텅 비었는데 꽃이 비 오듯 떨어지네.
瞻星臺屹麥登秋 첨성대 우뚝 솟아 있는데 보리 익을 때로다
鮑亭暮宴舞姬散 포석정 저녁 연회에 무희는 흩어지고
臨海三更王氣收 임해전 삼경에 왕의 기운 거두네.
國亂當時誰死節 나라 어지러울 때 누가 지키랴
滿天雲濕客登樓 하늘에는 젖은 구름 가득한데 객은 누에 오르네
鮑石亭址
鮑石亭前植杖時 포석정 앞에 지팡이 짚고 서니
興亡歷數思依依 흥망의 역수를 생각해 보니
曲水流觴遺迹是 곡수유상 하던 유적이 이 같네
鶯歌燕舞主人非 꾀꼬리 같은 노래 제비 같은 춤추던 이 없고
千年王業金樽酒 천년 왕업은 금 술통의 술이네
一代榮華血流衣 일대의 영화 피 흐르는 옷이네
灘聲猶咽羅朝恨 여울 소리 오열 같은데 신라 조정의 한이로다.
獨依寒岩望落暈 홀로 찬 바위에 의지해 지는 놀 바라본다.
訪柳一壽君-次三山詩會韻-
此地煙霞罕於今 이 땅의 煙霞는 이제 보다 드문데
有樓有月白雲尋 루 있고 달 있어 흰 구름 찾았더니
逝矣長江遊子意 장강에 가서 마음대로 노니니
屹然靑嶂古人心 우뚝 솟은 푸른 산은 옛 사람의 마음
數莖翠葛迂幽石 여러 줄기 푸른 칡넝쿨 먼 그윽한 돌
一曲寒泉酒暮林 한 굽이 찬 샘물은 저녁 숲에 술이로다.
閑談轉入昇平事 한가로운 이야기는 일상사로 옮겨지고
遙聽樵歌百感深 멀리서 들려오는 나무꾼 노래 여러 느낌 깊게 하네.
贈
落日長歌客到山 저녁에 긴 노래 부르며 객이 산에 도착하니
彈琴人在古松間 고송 사이에 가야금 타는 이 있네
歸雲萬壑淸風動 골짜기 가득 구름인데 맑은 바람 분다.
漉酒O泉鏡月寒 샘에서 술 거르니 거울 같은 달이 차다
騎牛我夢煙霞界 소타고 나는 연하 속에서 꿈꾸네.
友鶴君心氷玉班 친구 학군의 마음은 얼음과 옥일레라.
俛仰千秋流水裡 흐르는 물 속에서 천추를 우러르니
一宵歡勝十年顔 처음 기쁨이 10년의 얼굴이로라
**위 시의 O은 무슨 자 인지 알 수 없다.
旅懷
千里春光燕子歸 천리 봄빛에 제비 돌아오고
雲心水性動柴扉 구름 마음 물 성품에 사립문 움직인다.
苔封路石寒山雨 이끼 돋은 돌길에 찬 산비 내리고
酒熟江村暖夕暈 술 익는 마을에 따듯한 석양 놀
客窓殘燭思今古 여관 촛불 밑에서 어제 오늘 생각하네.
故國遺墟論是非 옛 나라 성터에서 시비를 논하니
多恨多情仍爲病 다정다한은 병이 되어
惜花愛月拂征衣 꽃을 아끼고 달을 사랑해 옷 떨치고 가네.
龍化洞天聽杜鵑
我何窮谷緊孤鞍 나는 어째서 궁곡에서 홀로 안장을 감았나
曉日三更寄欄干 새벽 삼경에 난간에 의지해
宇宙茫茫人共醉 우주는 망망해 사람이 함께 취하고
乾坤寂寂鵑同歎 건곤은 적적해 두견이 함께 탄식하네.
雲光雲影和心潔 구름 빛 구름 그림자 화하니 마음도 깨끗하네.
花雨花風入淚丹 꽃비 꽃바람에 눈물 붉게 든다.
落魄江湖多少恨 강호에 낙백하니 적은 한이 많다.
倚樓長笛一星殘 누각에 의지해 피리부니 별 하나 남았네.
述懷
回顧生平恨益新 일생을 돌아보니 한이 더욱 새롭다.
浮沈滄海一葦身 푸른 바다에 부침하는 한 갈대의 몸이네
萬古興亡何日始 만고의 흥망은 언제 비롯되었나.
百年風雨到今頻 백년 바람 비 지금도 잦네.
從傷家國偸閑客 이지러진 나라 쫓으니 한가로운 나그네 구차하네.
自樂琴書半廢人 스스로 가야금과 글을 즐기다보니 반 폐인이 되었다.
揮疾長嘯鳴匣劒 긴 휘파람 부는 괴로움에 칼집의 칼이 운다.
天涯遐想倚腥塵 하늘 가 먼 생각하니 속세가 더럽네.
첫댓글 五言과 七言 律詩 의 좋은시 이네요 五言詩중 臨海殿遺祉에 신라의 종말이 안타가운게 보니네요
위 의시중에 알한암대선사 시는 혹자는 한용운님의 시로 알고쓰신 분들이 있는데
조지훈 선생의 시가확실함니다.
조지훈 선생은 청록파시인 중에 한분이심니다.
女詩 넉수 잘 읽었습니다.
후우~ 그 시대 여인 아니어서 감사해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