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서 가장 북한과 가까운 터미널, 적성터미널.
사실 분단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적성은 개성과 연천, 철원을 잇는 주요지점으로서 크게 성장했다.
지금은 거의 대부분이 민통선 지역으로 속한 장남면(고랑포)과 더불어,
상업으로 유명했던 개성과 강원권 최대도시였던 철원의 교류를 도왔다.
하지만 6.25 전쟁이 터지고 그어진 휴전선에 의해 적성은 최전방 지역으로 군사시설에 의존한 고장으로 바뀌었다.
적성과 더불어 연담도시 역할을 했던 고랑포는 '민통선'이란 장벽에 막혀 더 이상 들어가지도 못하고,
적성 또한 최전방에서 고립되어 군사 기능만을 수행하는 지역이 되었다.
그런 곳에 적성터미널이 놓여 서울, 의정부 등으로 연결되는 시외버스가 운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단거리라는 점은 이 노선들을 각각 30번, 25번이라는 시내버스로 환원시켰고,
결국 애초의 목적과는 약간 다른 시내버스터미널로서의 역할만 담당하게 되었다.
이 곳을 기점으로 하는 부천터미널행 5500번의 개통으로 인해,
예전과는 약간 다른 느낌의 터미널로 변화했다.
하지만 아직도 옛날의 그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빛바랜 세월의 녹을 고단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적성버스터미널의 생김새는 구 전곡터미널(현 대양운수차고지), 문산터미널과 비슷하다.
버스 승차장을 떠받들고 있는 웅장한 지붕이 무척 인상적이다.
이런 구조가 만들어진 것도 거의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는데,
그 때부터 지금까지 들어오는 버스만 바뀌었을 뿐 주변은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았다.
법원읍, 파주읍에도 없는 터미널이 '적성면'에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적성면이 지리적인 입지가 뛰어나 예로부터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는 증거이기도 할테다.
실제로 법원, 파주읍보다 동네 규모는 작을지언정,
오히려 그 둘보다 더 활기를 띄는데다 문산-전곡을 잇는 중점지역이다.
그래서 이런 낯선 동네에 터미널까지 자리잡게 된 것 같다.
의외로 높은 건물들도 꽤 많고, 조그만 규모의 상업시설이 즐비하다.
이렇게만 보면 좁고 혼잡하여 항시 차와 사람으로 붐비는 문산보다도 나아보인다.
하지만 터미널을 아주 조금만 벗어나도 금세 한적한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적성이 그만큼 인구는 적고 상권이 발달하였단 뜻이리라.
아니나 다를까, 적성은 군인들이 먹여살리는 동네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지역주민 수요도 제법 많은 편이지만, 주민 수요에 비해서 유독 버스 편수가 발달한 것도 군사적 요인 때문이다.
문산, 금촌, 교하를 경유해 부천까지 나가는 5500번이 개통될 정도로,
몇몇 업체들도 적성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무척 조그만 간이터미널의 모습을 띄고 있다.
독특하게 생긴 버스승차장 옆으로 조그만 벽돌건물이 있는데,
저 곳이 바로 적성터미널 건물이다.
한 때는 정식으로 매표업무를 하기도 했으나 시외버스의 쇠퇴로 그 기능은 거의 잃었다.
하지만 나름대로 시대적 변화에 발을 맞춰, 이제는 카드까지 판매하고 여기서 충전을 할 수도 있다.
좁다면 좁고, 넓다면 넓은 터미널 내부의 주차장.
불광동(서부터미널)행 30번 버스가 유독 눈에 자주 띈다.
여기에서 금촌행 92번 버스, 의정부행 25번 버스도 운행하고 있지만,
명색이 수도권인지라 확실히 서울로 직접 연결되는 30번이 가장 눈에 잘 띄는 것 같다.
마침 하루에 세 대 밖에 운행하지 않는 5500번 버스가 유유히 터미널로 들어온다.
적성에서 문산, 금촌, 교하를 거쳐 계산동, 경인교대, 부천터미널까지 운행하는 초장거리 시외버스.
전국에 단 한 대밖에 없는 매우 희귀한 시외버스이기도 하다.
4시간의 긴 여정을 마치고, 적성터미널로 유유히 휴식을 취하러 조심스레 들어온다.
5500번과 30번 차량이 나란히 주차되어있다.
구도색 차량 뒤로 이어진 두 대의 신도색 차량,
그리고 저 너머에 주차된 구도색 두 대가 인상적이다.
어디를 보아도 세련됨과는 거리가 먼 낡디낡은 모습이지만,
고단한 세월의 녹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인간미 넘치는 터미널이기도 하다.
첫댓글 경기도의 최북부에 있는 터미널같군요 /좋은자료 구경하고갑니다 건승하십시요
5500번은 적성의 가능성을 평가해서 개통된게 아니라 파주시의 요청으로 업체와 무관하게 신설된 노선 입니다.
이 근처에 한우마을이 있어 요즘엔 유동인구가 꽤 많아졌습니다. 주말에는 자가용으로 꽉꽉 매워지더라고요.
적성 얼마전에 갓다가 의정부행 25번 기다리는데 터미널로 안들어오고 앞에 도로로 유유히 지나가더라는 ㅋㅋ 당황햇습니다
25번은 적성TR에서 문산방향 조금 들어간 곳에 차고지를 새로 마련해서 적성TR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앞에서 승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