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 29. 금요일
논설우원 파토
정동영.
대선을 얼마 남기지 않은 우덜 입장에서는 참으로 문제적인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대선에서의 낙선, 그리고 노무현에 대한 배신 이미지. 그러나 한편 용산, 쌍용, 한진 등 투쟁현장마다 찾아가 위험천만한 아시바에까지 오르는 그. 거기에 강남에서의 무모한, 혹은 용기 있는 도전과 낙선.
이 모든 것이 쑈다 아니다, 믿어도 된다 안 된다, 정동영이 변했다 아니다… 대체 그의 진실은 뭐냐. 이걸 확인하기 위해서는 결국 만나는 수밖에 없다. 만나서 궁금한 것들을 몽땅 물어보는 수밖에. 당신 쑈 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까지 포함해서.
대답이 돌아오면 그걸로 판단한다. 진실된 대답이든 아니든 일단 들어보면 느껴지는 것이 있을 거다. 그런 생각으로 만났다. 게다가 통합민주당 경선도 나올 것 같은 분위기다. 그렇다면 더욱.
그럼 간다.
(어쩌다 보니 정동영과 우원은 이너뷰 장소로 가던 길에서 마주쳤다. 일단 사담을 좀 나눈다. 아는 넘은 알겠지만 그와 내 인연은 2년 반 전의 온두라스 한지수 사건에서 시작된다. 같은 일에 신경을 쓰다 보니 이래저래 너댓 번 만나고 마주치고 했던 거다)
- 전략
파토: 꽁지머리가, 저는 한 육 개월 기른 머리고요. 꽁지머리 하시려면 머리를 먼저 기르시고, 머리가 어느 정도 길 때까지를 감당하셔야 합니다. 그 전에는 꽁지머리가 안 되거든요.
정: 온두라스 한지수 씨 구출, 그때도 꽁지머리였던가요?
파토: 아니요. 그때는 그냥 대학원생 머리 같은 거였습니다.
정: 그랬던 것 같아요. 한지수씨… 참, 그때 SNS, 트위터가 없었으면 힘들었을 거예요.
파토: 그랬죠. 당시에 관심 가져주는 쪽도 없었고, 그때 트위터를 통해서 알려지면서 저 같은 경우에는 딴지에 기사를 썼고, 또 의원님이 관심을 가져주셔 가지고.
정: 원 위원이 큰 일을 하신 거죠.
파토: 그때, 사실은 장관한테 질의도 하시고, 그런 쪽에서 힘이 받쳐지지 않으면, 아무리 (기사를) 써도 풀리기 어려운 문제였거든요. 남의 나라 정부가 개입되고 그래서.
정: 트위터가 사회문제를 푸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걸 보여준 거죠.
파토: 거의 최초의 사건 중에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정: 들어가서 얘기를 하시죠.
파토: 그러시죠.
(이너뷰 장소에 자리 잡고)
파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저희 딴지일보 인터뷰.
정: 허허, 반갑습니다.
파토: 저희 뽕빨 인터뷰라고 해서요.
정: 뽕빨?
파토: 있는 거 없는 거 다 여쭤보고 무조건 답을 들어야겠다.
정: 뽕이 빠지겠군요. (웃음)
파토: 예. 저희는 그런 주의로 인터뷰를 10여 년간 해왔습니다. 지금 의원님(현재는 원외지만 그렇다고 정동영 씨라고 할 수는 없으니 의원으로 칭)이 아마 또 우리 대선도 있고 경선 정국에 들어가는데, 입장을 들어보고자 해서 뵙게 되었습니다.
정: 네.
파토: 일단, 통합민주당 경선에 출마하시기로 결정하신 겁니까?
정: 그런 방향으로 생각을 하고 있고요. 최종 결심만 남았습니다.
파토: 아, 그럼 일단 나가시는 걸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면 지난 대선에서 실패를 하셨는데, 왜 이번에 다시 연속으로 출마를 하셔야 되냐, 그런 의문이 생기거든요. 그 부분에 대해서 출마를 생각하고 계시다면 이유가 있으실 것 같은데.
정: 지난 육 개월 동안 야권에서 의제가 실종됐어요. 사라져 버렸어요. 그리고 많은 부분, 여당에 의해서 빼앗긴 부분도 있어요.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복지국가, 이미지만 빼앗아 간 거지요. 올 12월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반드시 가치와 노선을 중심에 세워야 합니다. 어정쩡하게 해서는, 박근혜 정권과 뭐가 다른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승리할 수 없다고 굳게 믿습니다.
파토: 사실 지금 그런 부분에서 혼란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면 사실은, 일 년 가까이 문재인 대세론이 야권에서 유지가 되어 왔고, 또 안철수 씨 얘기도 나왔지만, 대세론의 문제를 당 내에서 생각을 해보면, 지금 결심을 하신다면, 늦은 게 아닌지?
정: 여당후보의 대세론은 인정합니다. 있지요.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게 과제인데. 야당 내에서 대세론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것은 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또 사실, 야당의 어떤 후보도 여당후보를 넘어선 적이 없지 않습니까?
파토: 그렇죠.
정: 그래서 이제부터 시작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해요.
파토: 도전자로서의 자세를 말씀하시는 것 같군요. 하지만 지난 대선 패배 이미지가 아직 남아 있거든요. 지금 문재인이라든가 김두관 지사, 손학규 이런 사이에서 승리 가능성이 높지 않은 거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 승리를 얘기하기보단, 저는 가치를 얘기해야 된다고 생각하지요. 가치, 정권교체 네 글자만 가지고는 가슴이 뛰지 않아요. 과거에 김대중 대통령이 성권했을 때, 그때는 정권교체 한 마디 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단 말이지요.
파토: 첫 번째 수평적 정권교체였으니까요.
정: 예. 지금은 박근혜 정권으로 바뀌는 것도 정권교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꽤 있단 말이에요.
파토: 그렇죠.
정: 그렇기 때문에, 정권교체를 해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손에 쥐어드리지 않는 한, 가슴은 뛰지 않습니다. 20대 30대의 열정에 불을 붙이기 힘든 거죠. 그래서 명백하게 다른, 박근혜 정권과 다른 세상의 모습,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서 까지도 문제해결 능력과 대안을 보여주는 것, 이것이 뭉뚱그려서 가치와 노선이라고 말할 수 있죠.
파토: 그럼 기존에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이라든가, 다른 경선주자들의 경우에는 그런 것이 부족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군요?
정: 예컨대 한미 FTA 같은 것이 대표적이지요. 한미 FTA를 인정하면서 그 바탕 위에서 새로운 세상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그것은 거짓말입니다.
파토: 착한 FTA론 같은 것.
정: 그렇죠. 경쟁, 효율, 시장만능, 이런 세상으로 지난 20년 동안 살아왔습니다. 민주정부도 마찬가지고 이명박 정부는 그 원조 격에 해당하는 것이고. 이것을 넘어서서, 김대중 정부를 넘고 노무현 정부를 뛰어넘어서,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면서 한미 FTA에 대해서 착한 FTA에 머물러 있어가지고는, 저는 국민을 감동시킬 수 없다고 생각해요.
파토: 이번 경선에 나오신다면 사실 지금까지 해 오신 부분들을 경선을 통해서 발언권을 확보한다는 부분도 있지 않겠습니까? 경선에 사람들 시선이 모였을 때, 얘기하셨던 부분들, 그런 것들을 새로운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말씀하실 수 있는, 그런 것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지금 한편으로는 정권교체가 중요한 과제가 되어있는데 승리를 목적으로 하는 투지를 갖고 계신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요.
정: 승리를 위해서 뛰는 것은 기본이지요. 그리고 모든 선거는 까봐야 압니다. 까봐야.
파토: 하하
정: 이른바 대세론이라는 것은 무너지기 위해서 있는 것이다. 드라마라는 것은 반전과 역전이 있을 때 감동이 있는 것이고. 이번 대선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지요.
파토: 지금 늦게 출발했다고 얘기가 되는 게, 당내에서 조직이라든가 이런 부분, 과거에는 정 의원님이 강력한 조직을 갖고 계신 이미지가 있었는데, 그런 부분이 현실 선거에서 좀 필요하지 않습니까? 아닌가요?
정: 더 이상 정동영에게 조직은 없습니다. 제가 야인으로 지내는 동안에 다 무너졌죠. 그리고 지금, 계파? 정동영 계파가 어디 있습니까? 탄압받고 또 학살당하고, 그러면서 사실상 없는 거지요. 중요한 것은 과거 정치에서 조직이라는 것은 곧 돈을 의미했습니다. 조직이라는 것을 관리하는 데는 어쨌든 밥 사고 활동비 주고 하는 그런 걸 전제로 했죠.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정동영 정치 지난 십몇 년 동안은 조직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왜냐면 정동영 정치에는 돈은 빠져 있습니다. 돈은 없습니다.
파토: 돈이 없는 건가요? 아니면 원래가?
정: 재주가 없죠. 그래서 돈과 상관없는 거니까, 조직이라기보다는 네트워크에 가깝죠. 네트워크라면 지금도 살아있습니다.
파토: 지지자들의 네트워크.
정: 그 분들이 투자를 많이 한 거죠. 다른 투자가 아니라 정동영 이름 석 자에 대한 지지와 투표와 열정을 부었던 투자가 있기 때문에 이미 했던 투자가 아까운 분들이 있지요.
파토: 그 아까운 분들이 본전을 건지기 위해서라도 (웃음) 자발적으로 움직여주지 않겠느냐, 이런 생각을…
정: 그 분들이 제 힘이죠.
파토: SNS 활동도 몇 년 동안 굉장히 활발하지 않으셨습니까?
정: 네.
파토: 트위터에서는 일찍 활동을 시작하셨고.
정: 정치인 중에는 굉장히 빨리 2009년 6월인가 시작했으니까 딱 3년 됐네요. 3년 전에 트위터를 시작했으니까, 뭐 고참인 셈인데. (웃음)
파토: 그때 아까 잠깐 말씀하신 한지수 사건 때 저랑도 트위터로 말씀 나누시고.
정: 네.
파토: 그때가 정 의원님조차도 팔로워가 3~4천 명 밖에 안 되던 시절이니까 굉장히 초기인데.
정: 그렇죠. 2~3천 명. 고재열 기자, 독설하고 4천 명 팔로워 먼저 되면 사천탕면 사주기로 하자, 그랬는데.
파토: 기억납니다. 꼽사리껴서 얻어먹으려고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웃음)
정: (웃음) 처음엔 제가 앞서가다 나중에 뒤집혔어요.
파토: 그럼 트윗을 직접 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주변에 보좌관이나 이런 사람 통해서?
정: 직접하지요. 그리고 직접하지 않으면 금방 냄새가 납니다.
파토: 예, 그렇죠.
정: 다른 사람 하는 거 봐도, 아 이건 팀에서 하는 거구나, 금방 알 수 있죠.
파토: 그렇게 보이는 정치인도 사실 많이 있고, 뒤늦게 뛰어들어서.
정: 이걸 재미를 느끼고 여기서 뭔가 얻는 게 있어야 직접 하게 되는데, 제 경우를 보면 저한테는 맞는 것 같아요. 특히 젊은 세대와 실시간으로 호흡할 수 있고, 또 젊은이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그리고 기존 매체 신문이나 라디오보다 훨씬 빨리 중요한 뉴스를 접할 수 있고 하는 장점들이 많습니다.
파토: 말씀하시니까 말인데, 한 1,2주일 전에 디아블로 트윗 때문에 정계 은퇴론도 나오고 뉴스에까지 실리고 했는데, 어떻게 갑자기 디아블로 얘기를 하신 건지?
정: 저는 갤러그 세대에요. (웃음)
파토: 아니 제가 갤러그 세대인데요. (웃음) 무슨 말씀을 지금.
정: 스타크래프트는 옆으로 얼핏 봐서 아는데, 디아블로가 그렇게 난리더라고요. 그래서 디아블로 3가 뭔가 알려면 해볼까 했더니 트위터에서 말리는 사람이 많더군요. 정계 은퇴하게 된다고.
파토: 중독성 때문에. 실제로 해볼 생각이 있으신 겁니까?
정: 아니, 궁금해서, 재미로. 재미도 있다고 하니까.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죠.
파토: 나중에 은퇴하시고 하셔도 충분하지 않을까. (웃음) 폐인들이 많이 되더라고요. 옆에서 보니까.
정: 폐인이 되면 그건 문젠데요.
파토: 자기 생활이 없어지는 사람도 있고, 그래서 아마 걱정들 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파토: 그런데, 경선에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여당후보를 본선에서 다시 상대하셔야 하지 않습니까? 본선 경쟁력에 대한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없는데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정: 본선에 간다는 것은 경선을 거치고 야권후보 단일화를 거치는 역동적인 과정이 있기 때문에, 그 사이에 누가 되더라도 경쟁력은 갖춰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대통령 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민주정부 십 년 동안 새로운 세상을 기대했지만 못 미친 것도 사실이거든요. 그것은 저는 팀으로 집권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파토: 팀으로 집권.
정: 팀으로 집권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른바 박근혜 대세론을 넘으려면, 저는 팀의 경쟁력으로 넘어야 한다고 봅니다.
파토: 팀이라고 말씀하는 것은, 본인이, 후보가 정점이 되어서 정권을 교체를 하고, 교체된 정권 속에서 팀을 만들어 통합적인 책임을 지는, 이런 모습을 얘기하는 건가요.
정: 링컨이 대통령이 되어서 꾸린 내각을 '팀 오브 라이벌'이라고 불렀어요. 라이벌 팀, 자기랑 경쟁했던 사람을 몽땅 내각에 다 불러서 팀을 꾸렸습니다. 그러니까 야권이 경선에 참여한 사람들, 경선에 나올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그래도 내각의 한 부서 정도는 맡을 수 있는 역량을 다 갖고 있는, 그런 경험과 연륜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걸 라이벌로 볼 게 아니라 하나의 팀으로 봐서, 예를 들어서, 라이벌들과 함께 그림자 내각을 구성해서 우리 사회를 이렇게 바꿔가겠습니다, 이런 그림을 그리는 것도 저는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파토: 문재인 후보나 김두관 후보는 영남 출신의 야권후보다, 이런 점에서 본선에서 현실적으로 이점을 갖고 있지 않냐는 말이 있습니다. 한편 정 의원님은 호남 출신이지만, 호남 주류의 어드밴티지를 얻고 계신 것도 아닌 것 같고,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정: 호남 출신이라고 해서 피선거권이 박탈된 건 아니죠. (웃음)
파토: (웃음)
정: 그리고 호남만으로 집권할 수 없는 건 맞지만, 호남 없이 집권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저는 이번 2012년 선거가 과거의 구도를 좀 넘었으면 좋겠어요. 지역을 중심으로 한 사고로부터 가치 중심의 전환, 자연스럽게 그 과정에서 지역연합도 될 수 있는 것이지요. 현재 나와 있는 후보들이 영남지역 출신 후보들이 야권에 많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보면 가치의 연합, 또 지역의 연합, 이런 형태가 될 수 있겠지요.
파토: 결국은 어쩌면 정 의원이 후보가 됨으로 해서, 그런 부분들이 영남 지역을 대표하는 분들과 팀을 이뤄서 자연스럽게 호남과 영남을 어울러서 갈 수 있지 않겠느냐,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정: 링컨이 선거 때 가장 치열하게 싸웠던 라이벌을 국무장관, 제 2인자에 임명하지요. 전국민이 깜짝 놀라지요. 그리고 다른 반대자들도 다 내각에 포용합니다. 결국 나중에 가서는 최강의 내각이 됐지요. 가장 충직한 부하가 됩니다, 링컨 대통령의. (웃음) 내부의 적을 동지로 만들어내는 위대한 리더쉽이 거기서 발현된 것이지요. 지금 우리가 링컨의 리더쉽을 배울 필요가 있지 않느냐, 민주당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
파토: 어떻게 보면 원대한 말씀이지만 현실적으로 좀 어려운 부분도 있지 않겠습니까?
정: 저한테 기회를 준다면 그렇게 해보고 싶어요.
파토: (웃음)
정: 사실 민주당의 후보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다 자원이거든요. 다 보물 아닙니까?
파토: 그렇지요.
정: 그분들의 에너지를 쓰는 거지요. 새로운 국가 운영 원리의 전환, 그래서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함께 머리를 맞대는 것, 그것이 바로 유능한 민주세력, 유능한 민주진보 정부의 핵심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파토: 자연스럽게 지역적인 부분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그림이기도 하고요.
정: 그렇죠. 결국 정치는 사람이 하는 건데, 그 후보가 되려고 하는 정도의 인물을 길러내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투자가 있었습니까? 그분들이 다 한 팀이 된다고 하면 분명히 유능한 정부가 될 수 있습니다.
파토: 좀 예민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지난 대선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고 하는 반감이, 특히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신 후에도 그렇고 많이 남아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 전후 상황에 대해서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데요.
정: 두 가지 말씀 드리고 싶은데요. 하나는 노대통령이 저에 대해서 섭섭해 하신 건 맞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 인간적으로 죄송합니다. 그런데 두 번째 사실관계인데요, 노대통령과 저 사이에 결정적인… 뭐라고 할까요, 결별이라고 할까요, 그 부분은 어떤 거였냐면, 열린우리당 사수론이었습니다. 저는 대선을 해보려면 구 민주당과 합치는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합치는 걸로 갔죠. 거기에 대해서 못내 섭섭해 하셨어요. 저는 이건 정치적 판단, 정치적 소신의 차이이지, 인간적 섭섭함 이런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파토: 당시에 김근태 의원도 입장이 좀 비슷하지 않았나요?
정: 뜻을 같이 했지요. 김근태 선배, 인간적으로는. 동지로서는 김근태 의장과 뜻을 같이 한 거지요. 결국은. 또 당시에 김대중 대통령께서 강조하셨어요. 저희들을 불러 놓고. 국민의 뜻이 어디 있느냐? 이건 열린우리당 옥쇄론이 아니다. 민주당하고 합쳐라, 하고 강조하셨는데 저는 그것이 맞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노 대통령께서는 원칙론을 갖고 계셨지요. 정권을 이번에 뺏기더라도 다음에 다시 가져오면 되지 않냐? 열린우리당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의견을 가지셨기 때문에, 그 점에서 많이 섭섭해 하신 거죠. 그게 사실입니다. 사실관계입니다.
파토: 이번에 3주기에 추모사를 발표하지 않으셨습니까? 저도 읽어봤는데, 일단은 뭐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 인간적인 여러 감정들이 느껴졌고, 한편으로는 재미있는 게 거기에 광복절 이야기가 등장하더라고요. 추모사에 나오는 그런 얘기들은 어떤 맥락이셨는지? [추모사 보러가기]
정: 노무현 후보가 이인제 대세론을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은, 그 맥락에 역사의식이 깔려있었습니다. 한 번도 반칙과 특권을 누린 자들을 눕히지 못한, 그런 아픈 역사의 도전자로서.
파토: 그렇죠.
정: 집권하는 덴 성공했지만 그러나 그 뜻을 다 펴지는 못했습니다. 그 뜻의 출발점을, 이제 광복절이 다가옵니다만, 노예로 살다가 35년만에 해방이 되어서 길거리로 뛰쳐 나온 2천만 조선 백성들이 그 벅찬 가슴 속에 그렸던 새 나라의 모습, 그게 과연 오늘의 이 모습인가, 물론 자랑스러운 성취가 있죠. 민주주의와 경제적인 성취. 그러나 그 속에 빠져 있는, 실패한 부분이 있습니다. 사람다운 세상. 노 대통령의 꿈이었잖아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의 꿈. 그것이 우리 후배들이 계승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파토: 그런 정동영의 역사의식을 해방, 이런 쪽에서 찾는 거로군요.
정: 그렇죠. 우리의 출발은, 공화국의 출발은 해방으로부터 시작하지요. 임시정부가 공화정을 표방한 게 원조이지만, 현실로서 우리가 공화정을 시작하는데. 그러나 아직 공화국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공화국의 핵심은 인간이 인간의 가치를 온전히 누리는 그런 세상이지요. 공화국의 반대말이 왕국 아닙니까?
파토: 그렇죠.
정: 공화국은 나라의 주인이 우리라는 건데 우리가 지금 행복하지 않거든요. 국가라는 것은 헌법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도구인데, 헌법정신은 공동체 구성원의 행복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거든요. 권리라고 말하고 있거든요. 국가가 그것을 위해서 헌신해야 하는데, 오늘 대한민국 국민은 과연 행복합니까? 그것이 제 질문입니다.
파토: 예전에, 지난 번 대선에서 정동영 당시 후보의 비전이 뭔지 철학이 뭔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우리 사이에서는. 그런데 지금 말씀하는 걸 보면 철학자가 다 되셨는데, (웃음) 이게 요즘 현장을 많이 다니면서 느끼신 건지.
정: 지난 번 대선에서 제가 내세웠던 캐치프라이즈가 가족 행복입니다. 가족 행복. 문제의식은 같습니다. 같은데 차이가 있죠. 그때까지 저는 땅에서 발이 좀 떨어져 있었지요. 허공을 걷고 있었다고 할까요? 머리와 가슴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그러나 몸 전체로는 행동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저는 땅 위에서 몸으로 길을 찾은 셈이지요. 그러니까 이제는 발을 땅에 붙이고 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 감히 이렇게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현장에 답이 있더라고요. 현장에. 책상 위에서 자료료, 전문가들과 토론, 필요하지만, 정작 진짜 답은 현장에 있더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파토: 현장 얘기는 나중에 좀 더 하도록 하고요. 지난 대선 얘기로 또 돌아가 보겠습니다. 당시에 이명박 후보의 BBK 문제를 아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셨거든요. 이게 중요한 문제기는 했지만, TV 토론도 화제를 계속 그쪽으로 가져가서 이건 좀 지나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략상의 미스가 있었던 거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회상할 때는 어떠신지?
정: 인정합니다. 지금 다시 하라면 그렇게 안 하겠습니다.
파토: (웃음) 사실은 정봉주 의원이 지적을 2010년에 했지만, 네거티브 전략을 후회한다고 말씀하시고, 정봉주 의원이 그건 네거티브가 아니고 도덕성 검증이다, 이렇게 얘기를 했잖습니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 그건 맞는 얘기죠. 도덕성 검증이죠. 결국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 그건 정직함입니다. 그래야, 정직이 모든 것의 기본인데, 그것이 무너지면 나라 꼴이 이렇게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 점에서 정봉주 의원의 말은 백 번 타당한 얘기고. 다만 후보 입장, 후보였던 입장에서 저는 하지 말았어야죠. 그건 전략의 미스였습니다.
파토: 그런 과정에서 후보의 비전이나 이상 이런 것들을 더 보여 주었어야…
정: 했지만 가려버렸죠.
파토: 방금 정직함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 본인은 그런 부분에서 충분히 도덕적이라는 자신감이 있으신가요?
정: 사리사욕으로 정치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성직자 수준의 도덕을 얘기한다면 자신이 없습니다. 그러나 사리사욕을 추구했느냐? 하는 질문을 한다면, 저는 적어도 정치인으로 복무하는 동안, 그러지 않았다, 하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파토: 지난 대선의 패인과 관련해서 많은 이유가 이야기 됐지만, 본인의 한계는 뭐였다고 생각하십니까?
정: 준비되지 않았지요. 물론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가 하는 열정은 갖고 있었지만, 충분히 거기에 대한 깊이와 방법론이 덜 익어 있었다. 그 이유는 현장에 발을 딛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머리로는 가슴으로는 이해했지만, 그러기 때문에 불과 9개월 뒤로 다가와 있었던 미국 금융위기 신자유주의 진영의 본산이 무너지는 일을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했다, 거기에 대한 대안 모색을 구체적으로 그려보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었지요.
파토: 지금은 준비가 되신 건가요?
정: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말을 제 말로 할 수는 있지만, 제 말로 준비가 돼 있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웃음)
파토: (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실패라든가 지난 몇 년 동안의 경험으로 깨달으신 게 많다는 그런 얘기로 듣게 됩니다.
정: 대선 실패가 저의 아버지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실패가, 실패도 자산이라고 한다면, 실패로부터 왜 떨어졌는가를 묻기 시작했고, 그리고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야 한다, 그 길을 찾았다고 감히 말씀 드리고 싶었습니다.
파토: 지금까지 얘기를 종합해 보면 정치인으로서 목적이 분명하고, 정권교체 이후에 구현하고 싶은 사회상, 이런 것들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출마한다고 들리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생각이십니까?
정: ISD 독소조항 걷어내는 것, 정동영 아니면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미국을 상대로 해서 독소조항 제거를 위한 한미 FTA 전면 재협상, 저는 저 말고 이끌어낼 사람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감히. 또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과연 다른 후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데 대해서 의구심이 있습니다.
파토: 그런 부분은 아무래도, 왜 삼성장학생이란 이야기가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자유로우신가요?
정: 자유롭습니다.
파토: 그렇기 때문에 재벌개혁 같은 것도 자유로운 상태로?
정: 재벌개혁이 거창한 게 아니고요, 재벌총수 사면 안 하면 됩니다. (웃음) 그리고 법 앞에 평등 만들면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 사법개혁이 필요합니다. 법도 힘 없는 일반 서민이나 시민이나 재벌 총수나 똑같이 다뤄야지요. 그러면 이른바 탈세, 부당거래, 중소기업 괴롭히는 거라든지, 불법, 위법, 탈법 행위를 못하지요. 거기서부터 시작한다면. 정권의 의지, 대통령의 의지가 핵심이지요.
파토: 소위 말하는 부자증세, 버핏법이라고 하는데, 이런 부분도 사실 재벌들의 특권이라든가 이런 것을 법 앞에서 평등함을 구현하는 것과 함께, 또 그들이 만들어내는 부에 대해 정당한 세금을 걷는다는 의미가 있을 텐데요, 부자증세와 보편복지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정: 우리 사회에 삼겹살이 많이 끼어 있다고 생각해요. (웃음) 근육질 사회로 가야죠. 그게 건강한 사회잖아요. 지방이 많이 끼어 있으면 건강도 위태롭죠. 삼겹살이라는 건 부패, 비리, 기득권, 기득권끼리 뭉쳐서 법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이런 것들이 중앙과 지방 차원에 꽉 들어차있단 말이죠. 이런 것들을 들어내는 것.
이를테면 조세정의, 거창한 것 같지만 돈 많이 버는 사람은 세금 많이 내야 하는 거잖아요. 돈 조금 버는 사람은 세금 적게 내는 거고. 이게 당연한 상식인데 지켜지고 있다고 보십니까? 아니거든요. 민주정부 십 년 동안에도 이거 실현 못했어요. 예를 들어서 제2국세청, 이런 거 만들어서. 지금 세금혁명당 하는 선대인 소장 같은 분 꿈이 정권 바꿔서 하고 싶은 거, 제2국세청장 해봤으면 좋겠다.
파토: 제2국세청.
정: 그렇죠. 조사 기능과 탈세, 세금 빠져나가는 거, 저는 얼마든지 의지와 신념을 가지면 해낼 수 있다고 봅니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부자증세로 나타나겠지요. 그리고 공평과세,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고 하는 조세정의가 실현되는 것이겠지요.
파토: 그렇죠.
정: 그래야 복지를 할 수 있는, 복지국가로 갈 수 있는 재정이 확충되고 재원이 마련되는 것이지요.
파토: 그런데 부자증세 같은 경우는 의원님이 사실 주창을 했고,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를 많이 했었고, 그런데 나중에는 여당에서도 당론이 됐단 말입니다. 그래서 법을 통과를 시켰고요. 그렇게 보면 의원님이 의제를 선도한 것이 사실인데, 지금 선거전의 관점에서는 차별성이 좀 떨어지지 않느냐?
정: 차별성이라고 하면…?
파토: 모든 사람들이 부자증세 얘기를 하는 상황이 돼버렸으니까.
정: 다 하지도 않아요. 사실은 시늉만 하는 거지. 여당에서야 무늬만 부자감세 철회지, 실제 박근혜 대표 같은 경우에 '줄푸세' 있잖아요.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은 세운다? 대표적인 신자유, 시장만능주의 사고를 압축해 놓은 건데, 여기에 대해서 사과 없잖아요? 이게 틀렸다고 인정하지 않잖아요?
그리고 지금 야권후보들도 선거에서 세금 얘기하면 표 깎인다, 이런 굉장히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정확하게 99%를 대변하려면 1% 부자의 사회적 책무를 얘기하는 것이 당당합니다. 전 세계가 다 얘기하잖아요. 오바마가 얘기하지 않습니까? 왜 민주당이 얘기하지 못합니까?
파토: 결국 이런 거랑 엮여있는 게 노동문제인데, 쌍차나 한진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대기업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하거든요. 이런 것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요?
정: 법대로 하면 됩니다. 헌법 119조, 경제민주화 조항이지요.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막기 위해 정부가 규제와 조정을 하라는 거지요. 또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해서 경제민주화를 이루자고 되어 있잖습니까? 경제주체라는 게 재벌기업 오너뿐만이 아니라 일하는 노동자들이 주체 아닙니까? 소비자와 더불어서. 그렇다면 경제주체를 기계부속, 너트나 볼트처럼 여기는 인간관, 이것은 바뀌어야 합니다. 그리고 바뀌도록 정부가 규제와 조정도 법을 통해서 제도를 통해서 견인해내야지요.
헌법 119조 2항 :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파토: 결국 헌법 119조 2항의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만 해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 그게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얘기.
정: 그러니까 대기업의 시혜, 동정심으로 노동자들의 권익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법에 따라서. 법이라는 건 뭐냐? 노동 3법이 헌법에 보장되어 있잖아요. 노조를 조직할 권리,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서 단체행동을 할 권리, 교섭을 할 권리가 보장되어 있는데, 지난 5년 동안은 반 노동, 노동억압, 그 결과가 뭡니까? 지금 노조 조직율이 해방 후에 한 자리 수로 떨어졌어요. 9.7%밖에 안됩니다. 결국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을 통해서 균형을 이루게 하는 것, 이것이 차기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파토: 북한 관련해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의원님께서는 계속 평화적인 접근을 말씀하시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 중심적인 사상 같은 게 있으신가요?
정: 정치는 전쟁이냐 평화냐, 이 두 갈래 길에서 전쟁의 가능성은 제로로, 평화는 백으로 만드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점에서 민주정부 10년은 성공한 정부였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5년은 실패한 정부였습니다. 그래서 12월 19일, 우리는 선언해야 합니다. 잃어버린 5년을 청산하고 다시 민주정부의 십 년, 화해협력 정책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포용정책 2.0의 시대를 열어야 하는 거지요.
파토: 우리나라의 경우는 특수한 상황이 있는데, 이번 정권에서지만 연평도 포격 등 저쪽에서 공격을 해오지 않습니까? 여기에 대해서 평화적인, 유화적인 대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을 우익 쪽에서는 계속 하고 있거든요.
정: 원인 없는 결과가 없지요. 그러니까 대북 적대시정책, 대북 증오정책이 계속된 결과입니다. 민주정부가 계속됐다면, 제가 지난 번에 지지 않고 대통령이 되었다면, 지금 남북은 경제공동체를 향해서 질주하고 있을 겁니다. 그 상황에서 연평도 포격,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요. 결국 한반도 문제의 주인이 누구냐, 주체가 누구냐, 이것이 핵심이라고 봅니다. 미국이 우리의 평화를, 중국이 우리의 평화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지만 그 주인, 주체는 우리입니다. 남과 북입니다. 특히 대한민국 정부와 대한민국 대통령의 신념과 철학이 중요합니다.
지난 5년 동안 남과 북이 다시 서로 증오하는 시대로 갔잖아요. 이것을 근본적으로 증오를 화해로 바꿔놓는 것이 근본 해법이지요. 저는 12월 19일 다시 민주세력이 집권하면, 그 날로 지난 오 년 동안의 대북적대시 정책이 잘못됐다는 걸 선언하고, 6.15의 복원, 2007년 10.4 정상합의의 복원, 2005년 9.19 베이징 공동성명, 북은 핵을 포기하고 미국과 일본이 평양을 승인하는 이런 정책으로 돌아가는 것을 추진할 것을 선언해야 한다고 봅니다.
파토: 그런 부분에서 현실적인 문제가, 요즘 종북 문제가 대두됐지 않았습니까? 통합진보당 사태와 종북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십니까.
정: 원 위원님 등 떠밀어서 평양 가서 살라고 하면, 이북에 가서 살라고 하면 사시겠어요?
파토: 절대 안 되죠. (웃음)
정: 정상적인 대한민국은 등을 떠밀어도 가지 않습니다. 글쎄요, 저는 신 매카시즘, 2012년에 한국에서 불고 있는 이 광풍, 이것은 역사의 퇴행입니다. 전세계 지구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그리고 민주통합당의 대북평화 노선, 화해협력의 노력까지를 종북으로 몰아붙이는, 이것은 미친 짓입니다. 종북은 나쁘지요. 그런데 종북을 이용한 장사는 더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통북이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북과 통해야지요. 그래야 한반도의 운명을 우리가 관리할 수 있지요. 이미 대한민국은 한반도의 평화를 관리할 만한 역량을 갖고 있습니다. 누가 주체냐? 우리가 주체지요. 주인이지요. 미국이 그 평화를 담보합니까? 중국이 담보해줄 수 있나요? 도움이 필요하죠. 도움을 끌어와야죠. 그러나 주인은 우리지요.
파토: 자신감을 갖고 주체적으로 나가야 된다.
정: 그렇죠. 자신감을 얼마든지 가질 수 있습니다. 보십시오. 지금 북한이 남북경제교류협력 총 액수가 작년 말로 15억 불인데요, 개성공단 반출입 물자가 총 15억 불입니다. 개성공단 하나가 딱 남북교류 전부에요. 반면에 작년에 북한과 중국과의 교역이 60억 불입니다. 남북교역 15억 불의 4배인데요. 지난 정부 때까지는 비슷했거든요. 한 20억 불, 20억 불 정도로. 그러니까 우리가 관리를 포기하니까 중국이 (북한을) 관리하는 거지요. 이게 이명박 정부 5년의 결과입니다.
파토: 아까 잠깐 얘기 나왔던, 현장 이야기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많이 다니신 건 들어서 알고 있는데, 어디를 어떻게 다녔는지 간략하게나마 얘기를 해주신다면?
정: 정봉주 의원 식 표현이면 깔때기 (웃음) 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뭐, 오라는 데는 다 갔습니다. 가서 좀 성과를 냈다고 할까요, 결과적으로 푸는 데 도움을 드린 곳이 일고여덟 군데는 됐던 것 같아요. 한진, 세종호텔, 또 도봉구 한일병원, 청주의 아시아제지, 부산 고신대학의 청소 아주머니들, 전주 시내버스, 인천 세관 비정규직 노동자들 등등. 그런 데에는 어쨌든 제가 문제를 푸는 데 좀 도움을 드렸고 그 점에 대해서는 보람 있게 생각합니다.
파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사실 희망버스.
정: 그렇죠. 희망버스는 사실 우리 시민사회가 노동문제와 결합한 최초의 사례이고, 또 성공적으로 김진숙 씨를 크레인에서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도록 만든 성공한 연대운동이었지요. 그 점에서 역사적으로도 평가 받을 수 있는. 그리고 광주라든지 촛불이라든지 희망버스라든지, 시민의 위대한 저력은 과거 역사에서도 쭉 발현되지 않았습니까? 동학이든 항일운동이든, 이것이 우리의 DNA 속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파토: 현장에 계셨던 느낌은 남다르셨을 것 같아요. 리드를 했던 부분도 있고.
정: 그래서 정치가요, 저는 협치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들만의 정치가 아니라, 대통령만의 통치가 아니라, 시민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나라를 끌어가는 거지요. 요즘 집단지성이라는 말도 있는데, 우리 국민처럼 현명하고 시대정신을 충실하게 가슴 속에 담고 품고 있는 국민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 국민처럼 선량한 국민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우리 국민이 생각하는 상식과 선의를 기초로 정치를 해나간다면, 저는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문명국가 반열에 올라가리라고 생각해요.
파토: 여기서 질문을 드리자면, 이런 일련의 변화와 노력조차도 정치적인 재기를 위해서 계산된 쇼다. 이런 시각이 있는데요.
정: 야박하긴 해요. (웃음)
파토: (웃음) 아닌가요?
정: 다른 분들이 하는 얘기에는 그런 토씨가 안 붙는데, 왜 저한테는 그런 것들이 따라 붙는지, 스스로 반성합니다. 어쨌든 저는 현장에서 답을 찾았고, 그것이 대한민국이 가야할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그것이 쇼라면 저는 정치를 끝내는 날까지 그 쇼를 할 생각입니다.
파토: 한편으로는 일주일에 몇 번씩 멀리까지 다니고 하시는데, 그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정: 배우는 거지요. 그리고 그 에너지를 얻는 거죠.
파토: 현장에서 오히려 에너지를 얻으신다.
정: 내가 이걸 몰랐구나, 하는 깨달음도 있고요, 거기서 또 희망을 봅니다. 이렇게 인간으로서의 고결함이라고 할까요, 예를 들어서 김진숙 씨가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해서 목숨을 건 건 아니잖습니까? 타인의 삶의 일상성을 찾아주기 위해서, 타인의 고통을 내 고통으로 끌어다가, 내 목숨을 건 투쟁을 한 그 앞에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지요. 많이 배웠습니다.
파토: 이번에 강남을에 출마하고 낙선하셨는데, 노무현 전대통령이 부산에서 여러 번 출마하고 낙선한 일이 있잖습니까. 정 의원님도 이번 대선에 출마하려는 계산에서 그 전철을 밟는다는 생각을 한 건지.
정: 노무현 대통령이 떨어지고 대선 나갈려고 부산에, (웃음) 계산한 것은 아니었겠지요. 저는 정말 강남에서 제 주장을 받아주면, 강남 한복판에서 부자증세와 경제민주화를 외치고 싶었습니다. 그러면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가 확 탄력을 받을 것 같았어요. 제가 떨어진 것보다도 더 안타까운 것은 제가 이겼더라면, 저의 주장 FTA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 그 다음에 재벌개혁으로 갑시다, 복지국가로 갑시다, 하는 주장에 힘이 붙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지요.
파토: 예민한 질문을 또 드리겠습니다. 저희는 이럴 수밖에 없으니 이해하시고요. 지난 대선 때 1982년에 전두환 정권 아프리카 순방에 동행해서 정권을 옹호하는 말씀을 했다는 지적이 있었고, 그 영상이 TV 시사프로그램까지 등장을 했었습니다. 그때 관련 인터뷰를 거절하는 모습까지 나오고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이제 이야기를 해 주시겠습니까?
정: 아픈 얘깁니다. 인정합니다. 인터뷰 거절한 건 잘못됐죠. 변명 같아서 피한 건데요. 저는 5공 때 기자를 했습니다. 늘 가슴 속에 사표를 품고 다녔습니다. 가장 부끄러운 한 대목이죠. 1982년인가요. 정권은 방송사에 기자 파견을 요구했고, 회사는 아프리카 정상외교에 선발대를 구성해서 막내기자로 포함이 됐어요. 그것을 거절하는 용기를 내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 후회합니다.
그리고 현장에 간 이상 그걸 보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좌담회에 관한 것인데요, 스트레이트 보도라고 하지요. 스트레이트 보도는 철저하게 사실관계 위주로 보도했던 기억이 있고. 좌담회에서 케냐의 쿠데타, 아시아태평양 시대, 객관적인 것들을 에둘러서 말하려고 나름대로는 고심했지만 보는 이에 따라서는… 지금 생각해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파토: 당시에는 언론이 정권에 대한 노골적인 아부성 보도를 포함해서, 지금과는 굉장히 다른 시대였는데, 방송 언론의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정: 관제언론의 시대였죠. 땡전뉴스라고(웃음) 그때는 모두가 다… 부끄러운 시대였습니다.
파토: 그런 부분에 있어서, 앞서 나가서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이렇게 생각하시는 거죠?
정: 네. 뭐…
파토: 알겠습니다.
- 아래 영상 보고 직접 판단들 하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