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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새싹을 피워내며 새로운 생명력을 발산하는 봄은 오행상 목木에 해당하는 계절이다. 따스한 봄볕과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맡길라치면 어느새 기분 좋은 나른함에 취하게 마련. 하지만 시작에 대한 설렘과 늘어난 활동량 탓에 피곤을 쉽게 느끼게 되는데, 이런 때는 기를 보하는 된장에 간을 튼튼하게 하는 냉이를 곁들인 냉이된장찌개가 보약 중의 보약. |
냉이는 우리 민족과 가장 친근한 풀의 하나로 나생이, 나승구, 나잉개, 계심채, 정장채라고도 하고 한자로는 제체薺菜라고 쓴다. 그러나 냉이가 본디 이 땅에서 자라던 식물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외래식물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냉이는 전 세계에 널리 분포하는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 풀로 , 원래 유럽에서 서식하던 것이 중국을 거쳐 한반도에 들어온 것으로 추측된다. 냉이와 비슷한 식물로 다닥냉이, 황새냉이, 싸리냉이, 꽃다지 등이 있는데 어느 것이나 비슷한 용도로 쓰이지만, 특히 정력자子라고도 불리는 꽃다지 씨는 기관지염, 지혈, 여러 가지 피부병에 특효로 알려져 있다.
수많은 고문헌에 등장하는 냉이의 효과
냉이를 흔한 나물로만 여길 뿐 약초로는 무시하기 쉬운데, 냉이는 매우 뛰어난 약성을 지니고 있다. 수많은 옛 문헌들에 인류가 수 천년 전부터 먹어온 냉이의 약효가 기록되어 있다. 중국의 <시경>에 냉이를 나물로 먹었다는 기록이 나오고 <명의 별록>에는 ‘잎으로 김치나 죽을 만들면 맛이 좋다’고 하였다. 또 <일화본초>에는 ‘냉이꽃을 그늘에서 말려 가루를 내어 대추 달인 물과 하루 8그램씩 먹으면 오래된 이질을 다스린다’고 전했고, <약성본초>는 ‘냉이 뿌리와 잎을 태워 그 재를 먹으면 역시 이질에 효과가 나타나고, 냉이 씨는 청맹으로 앞을 못 보는 것을 다스리고 오장을 튼튼하게 한다’고 하였다.
<증보산림경제>에도 냉이에 대해 성질이 따뜻하여 오장을 이롭게 하는데, 죽을 끓여 먹으면 간에 이롭고 눈을 밝게 한다고 하였으니 씨에서 뿌리, 줄기, 잎에 이르기까지 약이 아닌 부분이 없다. 특히 간의 해독작용을 돕고, 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눈병을 다스리는 데 탁월한 효과를 지녔다.
위와 간을 다스리고 지혈에 특효
냉이는 맛이 달고 성질이 평하며, 독이 없는 풀이다. 비위를 조화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지혈작용과 눈을 밝게 한다. 냉이에는 단백질, 비타민, 회분, 섬유질, 탄수화물, 칼슘, 인 등의 영양분이 골고루 들어있는데, 특히 단백질과 칼슘함량이 높다.
한의학에서는 냉이를 이질이나 설사, 자궁출혈이나 폐결핵으로 인한 각혈 등에 약재로 사용해왔고, 눈이 자주 충혈 되거나 망막에 출혈이 있을 때 줄기와 뿌리를 달여 차 마시듯 먹으면 눈이 밝아지고 눈병에 걸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독작용도 탁월해 혈뇨나 부연 소변이 나올 때 냉이 달인 물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효과적이며, 몸이 나른하고 기력과 식욕이 떨어지기 쉬운 이른봄에 냉이를 먹으면 기운 회복에 도움이 된다.
요즘에는 계절에 관계없이 냉이를 구할 수 있지만, 이른 봄, 산에서 캔 냉이의 효능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제철풀이 가장 큰 약초가 되는 법이니 이 봄, 냉이 반찬 가득한 보약식탁을 준비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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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영실 leeys@healso.net │ 사진 · 김명순
도움말 · 최진규(한국토종약초연구학회 회장)
음식 · 약초음식점 디미방 02-720-2417
자료 : 월간 힐링소사이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