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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영취산
‘남한 최대 진달래밭’ 자랑
산세 자체도 뛰어나고 흥국사 벚꽃도 볼만
여수 사람들은 영취산 진달래밭을 한국 최대의 진달래군락지라고 자랑한다. 실제로 면적을 재보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싶을 만큼 영취산 진달래 군락은 넓다. 이 영취산 진달래밭은 공해가 빚어낸 역설의 화원이다. 산 북사면 해안가를 널찍하게 둘러싸고 있는 여수공단에서 품어져 나오는 공해로 인해 대다수 수종은 고사하고 대신 공해에 강한 진달래가 무성해진 것이다. 그러므로 영취산 진달래 구경 때는 공단으로부터 풍겨오는 역한 냄새를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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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취산 시루봉 서릉의 진달래밭.
- 영취산은 해발 510m라는 고도로만 보아서는 뜻밖이다 싶게 산의 형상 자체만으로도 명산의 품격을 갖추고 있다. 진달래밭은 이렇듯 준수한 산릉들을 타고 마치 거대한 불가사리 같은 형상으로 군락을 이루며 뻗어나가 있다. 이중 서릉에 형성된 군락을 정상 군락지, 동릉 상의 길쭉한 암괴인 개구리바위 북사면 일대를 개구리바위 군락지, 그 동쪽 골망재 근처 능선 북사면은 골망재 군락지, 돌고개 근처는 돌고개 군락지, 그리고 정상 남쪽 봉우재에서부터 시작되어 시루봉 정상까지 펼쳐진 진달래밭은 봉우재 군락지라 이름붙이고 곳곳에 안내판도 세워두었다.
영취산의 명물인 진달래와 흥국사를 모두 보려면 진달래축제 행사장~개구리바위~정상~봉우재~시루봉~봉우재~흥국사 순으로 이어가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영취산 진달래 만개시기는 3월 말~4월 초다. 올해 진달래축제의 주행사기간은 4월3일부터 6일까지로, 진달래 개화기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이 아니므로 사전에 문의해보고 떠나도록 한다. 영취산 진달래축제위원회 전화 061-691-3104, www.jindalrae.or.kr
축제장을 떠나 콘크리트 포장도를 따라 오르면 요란한 농악소리와 노랫소리가 곧 자그마하게 잦아든다. 콘크리트 포장도로는 100여m 위 산제 장소에서 끝나고 통나무로 단을 지어둔 가파른 비탈길로 이어진다. 중간엔 드문드문 큼직한 바윗덩이들이 엎드려 시원스런 조망처가 되어준다. 다만 시야에 드는 것은 둥근 정유시설이거나 거대한 굴뚝, 미로처럼 복잡해뵈는 공장시설들이다.
가파른 길이 끝나고 평탄한 능선 위에 오르며 곧 진달래꽃밭 가운데로 들어서게 된다. 산길을 오르다가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사람 말소리를 따라 나서보면 가슴마저도 벌겋게 물들일 것 같은 진달래밭 조망처다. 혹 안개가 뒤덮는다고 해도 그 나름의 멋이 있다. 뿌연 안개 속에서 물 묻은 나목 줄기는 검은 균열 같은 무늬로 드러나고, 거기에 대비된 진달래빛은 선정적일만큼 붉다.
개구리바위(혹은 코끼리바위, 기차바위)라고 부르는 커다란 암괴 위에 오르면 특히 주변 조망이 좋다. 불그스레한 진달래밭이 온 산록을 채운 풍치가 발아래로 가득 펼쳐진다. 절정의 개화기에 날씨가 좋은 날 이곳 개구리바위에서는 정체가 심하여 우회로도 내두었다. 급경사의 개구리바위 끄트머리에는 교행도 가능한 든든한 쇠사다리가 놓였다.
과거 기우제를 지내는 신령스런 자리였던 정상부(510mㆍ옛 진례산)는 폐 군막사, 벙커시설과 더불어 산불감시 CCTV 철탑이 서서 경관을 해치고 있다. 이곳에서 올라온 길을 조망한 뒤 남쪽 봉우재로 내려선다. 정상 바로 아래의 도솔암쪽 갈림길목에는 간단한 음식을 파는 간이음식점이 선다.
진달래축제 때는 봉우재에도 간이음식점들이 늘어선다. 커다란 물통에 수도꼭지를 매단 음료수대와 화장실도 있다. 진달래철이면 이곳 봉우재가 가장 붐빈다. 진달래밭까지 가장 쉽게 오를 수 있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봉우재에서 남쪽 시루봉 방향으로 봉우재 군락지가 시작된다. 곧게 시루봉 정상을 향해 난 탐승로는 급경사이면서 여기저기 바윗덩이들이 진달래밭 조망대로 서 있다. 시루봉 정상으로 진달래꽃과 몸 비비며 오르다 수십 명이 앉아도 좋을 널찍한 암반 위로 나서면 영취산 동릉 풍광이 멋지게 펼쳐진다. 맞은편 개구리바위는 개구리가 아니라 전설 속의 거대 동물 형상으로 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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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우재~시루봉간 암부에서 본 영취산 동릉과 개구리바위. 곳곳에 진달래가 만개했다.
- ‘영취산 시루봉(418.7m)’ 팻말이 선 정상부도 여기저기 앉아 점심 도시락을 펼치기에 안성마춤인 곳이다. 여기서 시루봉 서릉의 진달래꽃밭을 역광으로 바라보는 멋이 영취산 진달래 풍광에서 제일이라 할 만하다.
봉우재로 다시 내려섰다가 흥국사계곡으로 접어들면 진달래꽃은 일부러 솎아내기라도 한 듯 사라지고, 대신 신록의 새순들이 온 계곡을 채운다. 물방울이 영롱히 맺히듯 맺힌 연록색 새순들 아래로는 맑은 계류가 흐른다. 계곡의 수림 아래를 꽉 채운 댓닢의 사철 푸르름도 신록의 찬란함을 대한 듯 환희롭다. 계류를 두어 번 건너며 제법 길게 걸었다 싶을 무렵 흥국사 경내로 들어선다.
3월 말~4월 초의 영취산엔 진달래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신록도 있고, 오랜 옛절의 푸근함도 있거니와 벚꽃의 화사함도 만만찮다. 흥국사 사천왕문과 멋지게 휜 장송이 옹위하고 있는 부도군을 지나 일주문에 이르기까지 줄을 이은 벚나무 고목들에서 벚꽃들이 난분분 흩날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영취산은 넓은 대로인 17번 국도, 77번 국도, 그리고 공단도로 등이 이어지며 빙 둘러싸고 있고, 이들 도로변 여러 곳에 영취산 등산로 입구임을 알려주는 팻말이 서 있다. 날씨만 맑다면 이중 어느 지점을 잡아 올라도 길 잃을 염려가 없다.
진달래 축제기간 중의 주말로 날씨가 좋아 사람들이 많이 몰리면 흥국사와 축제행사장 일대는 주차가 어렵다. 다만 상암동 방면은 상암초교를 임시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상대적으로 이용자가 적어 주차장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어디서 오르든 정상까지 거리는 3.5~4km로서 천천히 진달래 구경하면서 오른다고 해도 3시간이면 충분하며, 산중에서 점심 먹고 하산까지 감안해도 총 산행시간은 5시간 정도다. 하산 후 차를 둔 곳까지는 택시를 이용한다. 여천콜 061-682-0066, 685-7877. 061-681-4545번은 통화 연결이 빨리 되는 대신 콜비 1,000원을 더 받는다. 흥국사~축제행사장 4,000원.
- 교통
서울 용산역 발 여수역 행 전라선 무궁화호·새마을호 열차 약 1시간 간격(06:50~22:50)으로 하루 14회 운행. 주말 운임 새마을호 40,200원, 무궁화호 27,100원. 여수역 발 용산역행 막차 23:00.
서울~여수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40분~1시간 간격 운행(06:00~23:20). 5시간20분 소요. 요금 20,600원, 우등 30,600원. 거의가 우등고속임. 여수터미널에서 출발한 고속버스는 여천 시외버스터미널을 경유해 서울로 간다. 여수 시외버스터미널 061-623-1877, 여천 시외버스터미널 061-682-4666.
숙식 (지역번호 061)
영취산 남서쪽, 구 여천시가지 가운데 자리한 여수시 제1청사 주변 학동에 깨끗한 모텔들이 밀집해 있다. 진달래 축제기간 중에도 대개 방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여수 토박이들이 소개하는 괜찮은 맛집들로는 람바다횟집(686-2401), 칠공주장어탕집(663-1500), 구백식당(662-0900), 갯마을장어집(643-2477), 한정식 한일식당(654-0091), 서대회 무침 전문 삼학집(662-0261), 새조개 샤브샤브로 이름난 광장실내마차식당(652-1201) 등. 여수의 명물인 돌산갓김치의 모든 것을 보려면 돌산갓영농체험장(644-0636)을 찾는다. 여수시청 관광문화과 마케팅계 061-690-2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