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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부동산 투자자가 급증하고 있다. 1998년 9월 외국환거래법 시행 이후 2005년 말까지 개인의 해외 부동산 취득은 총 72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6년 5월 100만달러까지 투자 목적의 해외 부동산 취득이 가능해지면서 2006년 한 해 동안만 1268건, 5억1400만달러로 늘어났다. 투자 한도가 300만달러로 늘어난 2007년엔 11월까지 2465건, 10억2700만달러로 늘어났다. 올해부터는 해외투자 한도 자체가 폐지될 예정이어서 투자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해외 부동산 투자자들을 겨냥한 소위 ‘국제기획부동산’ 사기 피해 사례도 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피해 사례는 최근 투자가 급증하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에 건설되는 주상복합 등 주거용 건물 중 한국인이 개발하고 있는 것만 수십여 곳에 달한다. 이들 현지 시행사는 국내에 분양 홍보관을 열고 고객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높은 투자 수익률, 영어 조기교육의 메카인 국제학교 입학, 그리고 국내보다 저렴한 생활비로 누릴 수 있는 장밋빛 은퇴 생활 등을 내세우며 투자자를 모으고 있다.
해외 부동산 전문업체 루티즈코리아 이승익 대표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 담보대출) 영향 때문에 지난해 6, 7월을 기점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가 미국, 캐나다 등 미주 지역에서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선회하고 있다”면서 “이 지역 투자가 늘어나면서 해외 부동산 분양업자들 중 국내 투자자들이 현지 사정에 어두운 점을 악용, 허위·과장 광고는 물론 분양 평수를 속이거나 심지어 가짜 토지계약서까지 제시하는 등의 수법으로 투자자들을 울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개인사업을 하는 김모(49)씨는 지난해 6월 베트남 나트랑 바이아이 해변가에 지어지는 펜션을 4억원에 매입했다. 리조트 사업 시행사인 A사와 분양사 B사가 지난해 2월부터 국내 신문과 홈페이지 등을 통해 베트남 나트랑 바이아이 해변에 13만2000㎡(약 4만평)의 대규모 휴양 리조트를 개발하기로 했다며 대대적으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광고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됐다. 김씨는 “베트남 정부와 50년 임대계약을 맺었으며 연 8~11% 임대 수익을 보장하는 수익보장 확약서를 발급한다고 광고했고, 지난해 6월에는 모 언론사와 함께 대규모 합동 투자설명회까지 열었다. 이 설명회를 듣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투자허가서부터 확인해야
하지만 이 사업부지에 대해 베트남 인민위원회는 투자허가서를 발급하지 않았다. 사업승인을 받지 못한 리조트 측은 분양 모델하우스를 찾은 고객들에게 베트남어로 된 ‘사업자등록증’을 보여주며 베트남 인민위원회가 발급한 ‘토지임대계약서’라고 속이기까지 했다. 사업승인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국내에서 투자자를 모집한 것이다. 뒤늦게 이를 안 김씨는 투자금을 회수하려 했지만 시행사와 분양사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아직껏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법무법인 한울의 장시일 대표변호사는 “투자허가서를 받기 전까지는 토지임대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이 경우 사업 시행사와 분양사가 한국에 있기 때문에 형사상 사기죄로 고소할 수 있고, 민사상으로도 손해배상청구소송이나 매매대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했다.
현지 답사, 가치 확인 필수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4월 정부가 부동산에 대한 양도세, 전매제한, 외국인 소유상한제 등을 폐지한다고 발표하면서 인기 투자지역으로 급부상 중이다. 여기에 일정금액 이상의 정기예금을 예치하면 현지인과 다름없는 거주와 투자 권한이 주어지는 MM2H(Malaysia My Second Home) 비자 프로그램을 시행해 은퇴이민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인이 몰리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한 개발사는 지난 2006년 12월 경기도 일산에 한국인 취향에 맞게 실크 벽지에 대리석 바닥재 등 럭셔리풍의 모델하우스를 지어놓고,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부근에 지어지는 고급 주상복합아파트라며 3.3㎡당 분양가가 700만원인데 향후 2000만원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익성에 끌린 국내 투자자들은 서울 강북지역과 맞먹는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현지에서는 이 아파트 분양가가 턱없이 비쌀 뿐 아니라 언제 완공될지도 미지수라는 싸늘한 반응이었다. 실제 이 아파트가 들어서는 지역은 콸라룸푸르(KLCC)에서 차로 1시간 이상 가야 하는 외곽지대로 아파트 한 채 가격이 1000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미개발지역이다. 또 말레이시아는 우리나라와 달리 분양면적이 아닌 전용면적을 기준으로 분양가를 산정하는데, 이 개발사는 분양면적을 기준으로 국내 투자자들에게 분양했다.
예를 들어 분양면적이 105.6㎡(32평)인 경우 전용률을 75%로 가정하면 약 79.2㎡(24평)가 나온다. 이때 분양가가 3.3㎡당 700만원이라면,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구입하면 전용면적을 기준으로 하기에 1억6800만원이 되지만 이 개발사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분양면적을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해 2억2400만원에 분양한 것이다. 국내 투자자가 현지 법규를 모르는 점을 악용해 한 채당 수천만원의 폭리를 취한 셈이다.
또한 말레이시아는 우리나라와 달리 벽지나 바닥재 등 실내 인테리어를 하지 않는 ‘누드 아파트’를 짓는다. 풀 옵션을 하려면 개인 투자자가 별도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말레이시아 현지에 마치 국내 모델하우스와 똑같은 풀옵션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처럼 허위, 과장광고한 것이다.
장 변호사는 “개발사가 한국 내에 없고 한국 내에 재산도 없는 경우라면 국내법상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없다”면서 “피해를 준 국가에 가서 현지법에서 정한 구제절차를 밟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과 비용 문제로 해외 개발업자에 의한 피해는 사실상 구제받기 힘들다.
동남아 부동산시장 전문가인 CBRE 김한석 차장은 “현지인 개발업자와 에이전트가 결탁해 질이 떨어지는 부동산을 비싸게 팔아도 현지 사정에 어두운 국내 투자자들은 속을 수밖에 없다”면서 “계약 체결 전 현장을 답사하거나 이것이 힘들다면 다른 해외부동산 전문업체를 통해 그 물건의 위치 및 가치를 확인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현지인 정보에 주의하라
한인 거주자만 80만명에 달하는 은퇴 이민자의 천국 필리핀도 한국인들의 부동산 투자 열기로 뜨겁다. 그 열기만큼이나 한국인들의 부동산 투자사고도 빈번하다.
이모(43)씨는 2년 전 필리핀에 있는 지인의 권유에 따라 지도에 표시된 위치만 보고 2억원을 투자해 1000㎡의 땅을 매입했다. 마닐라 부근이라 가격이 오를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지역은 사람과 차량의 통행이 빈번하지 않은 지역으로 시세차익을 보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몇 년은 족히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매수자도 전혀 나타나지 않아 묶인 자금 때문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형편이다.
윤모(40)씨 역시 필리핀 부동산에 투자했다 쓴잔을 마셔야 했다. 그는 현지 지인을 통해 해당국 고위 공무원을 소개받는 자리에서 카지노 개발 계획이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개발 예정지 인근 토지를 주변 시세보다 50% 비싼 가격에 취득했다. 그러나 막상 발표된 개발지역은 5km 정도 떨어진 지역이었다. 지금도 해당 토지는 윤씨의 취득가격보다 한참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BHP코리아 오윤경 부사장은 “부동산 가격상승의 원동력을 보유한 필리핀 같은 개발도상국에 투자할 때는 고위 공무원을 포함한 현지인이 흘리는 정보는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면서 “매입하려는 부동산에 대해 현지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개발업체나 에이전트, 그리고 국내의 믿을 만한 해외부동산업체 등 가능한 한 여러 곳에서 그 가치를 평가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앙코르와트 유적지로 한국 관광객이 늘고 있는 캄보디아에서도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테라아이지 코리아 한정윤 대표는 “캄보디아는 말레이시아나 필리핀보다 저평가되어 있는 데다 지난해만 해도 연 100%씩 부동산 값이 급등하면서 투자지역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현지법상 외국인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편법으로 투자를 했다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임모(38)씨는 캄보디아 여성과 결혼해 정착한 한국인 B씨를 믿고 1년 전 B씨의 아내 명의로 수도 프놈펜에 20만달러 상당의 토지를 매입했다. 그러나 토지는 B씨 아내에 의해 이미 제3자에게 매각됐고 B씨 가족은 종적을 감췄다.
나라마다 다른 소유권 제도
해외 부동산 투자는 멀고 낯선 곳에 있는 부동산에 큰돈을 묶어둬야 하는 만큼 주의해야 할 점이 많다.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의 부동산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는 데 해외 부동산 전문가들은 동의한다. 하지만 반드시 짚어봐야 할 점들이 있다.
우선, 현지 부동산 관련 법규를 알지 못하거나 개발사(또는 현지인)의 말만 믿고 현지조사도 하지 않은 채 투자를 결정했다 피해를 당한 경우가 많다. 아직은 해외 부동산 투자가 초창기인 만큼 현지 정보에 어두워 해당업체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투자자가 많다.
‘발품을 팔아야 성공한다’는 부동산 투자 원칙은 해외 부동산 투자에도 예외가 아니다. 반드시 사전에 해당 지역의 시세, 부동산 관련법규, 세제, 외환송금 절차 등을 숙지한 후 현지를 방문해 실제 주변 시세, 매매가와 임대가, 공실률, 이자율, 환율 등을 꼼꼼하게 점검해 해당업체에서 제공한 정보와 일치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오성회계법인 맹동준 대표는 “해외투자의 경우 국가마다 법규나 세제가 달라 피해를 보기도 한다”면서 “반드시 이를 확인해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특히 부동산 소유권 문제는 나라마다 달라 투자 전에 반드시 확인해보는 게 좋다.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는 땅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필리핀의 경우 땅에 대해서는 50년 임대권(25년 추가연장)만 준다. 대신 건축물에 대해서는 소유권을 인정해준다. 베트남이나 캄보디아는 개인의 부동산 소유 자체가 금지되어 있다. 대신 현지인과 합작으로 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 이 경우 지분율은 외국인 49%, 현지인 51%로 제한된다.
투자하려는 국가의 외환거래법 및 부동산법과 세법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해 높은 수익을 냈다 해도 현지 외환거래법이 까다로워 국내로 수익금을 들여오기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국의 부동산 관련 취득세, 양도세, 재산세 등 법규를 챙길 필요가 있다.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두바이 등은 양도세와 보유세가 없고 거래세만 낸다. 태국을 제외한 3개국은 전매제한이 없다.
국내 대행업체 대신 현지 업체와 직접 계약하면 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 루티즈코리아 이 대표는 “아파트 분양에 많은 사람이 관여할수록 유통비용이 증가해 소비자는 높은 값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면서 “개발업체 또는 개발업체 지정 분양팀과 직접 접촉하는 게 가장 저렴하게 투자하는 길”이라고 조언한다. 다만 해외 개발업체를 선정할 때는 국내법의 보호를 받기 힘들므로 반드시 현지에서 1급으로 인정받는 개발업체를 선정해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제도적으로 투명성이 갖춰진 미국이나 캐나다와 달리 동남아 지역은 투자자가 부동산을 구입할 때 현지인과 같은 가격조건으로 구입하기란 쉽지 않다. 한국 투자자를 위한 홍보비와 인건비 등이 분양가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또 동남아 지역에는 기본적으로 옵션제품이 거의 없다. 심지어 전등도 직접 달아야 한다. 분양가가 저렴해 보여도 직접 설치해야 하는 옵션 수준과 종류를 따져보면 오히려 풀옵션 아파트보다 비싼 경우도 있다.
특히 투자 목적의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 전문가 도움 없이는 관리가 힘들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월 10%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도 한 번쯤 의심해봐야 한다.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KLCC) 등의 평균 임대 수익률은 연 7% 정도다.
무늬만 ‘지사’
해외 부동산에 투자할 때 누구를 가이드로 선택하느냐 하는 점도 중요하다. 초창기 시장인 만큼 해외 부동산 투자는 ‘돌다리도 두드려 가듯’ 조심스럽게 접근하면서 신뢰성 있는 안내자를 만나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현지 또는 국내의 믿을 수 있는 1군 개발사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이다.
하나은행 부동산신탁부 이원주 차장은 “신뢰도가 높은 개발사의 경우 회사 차원에서 지급보증을 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다”고 말한다. 법무법인 한울 박준원 변호사는 “국내에 적(籍)을 둔 컨설팅업체를 통하면 사후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국내법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해외 부동산업체는 잘 선별해야 한다. 낙후된 입지에 있는 매물을 갖고 매매가격을 장난치는 브로커가 많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 수수료를 매매가격의 15%까지 요구하기도 한다.
해외투자 수수료 체계를 잘 모르는 경우 피해를 보기 쉽다. 미국에서는 국내 부동산 중개수수료에 해당하는 ‘에이전트 수수료’를 매도자가 전적으로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동남아의 경우도 매입자의 에이전트 수수료가 1% 안팎이다.
해외 투자의 경우 거리, 비용, 언어적인 문제 등으로 국내 리조트에 투자했을 때처럼 충분히 점검하기 어렵다. 아는 사람을 통해 투자처를 선정하기보다 세계적 체인망을 갖춘 검증된 부동산 투자대행사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다만 세계적인 체인망을 갖춘 해외 부동산업체라고 해도 확인은 해야 한다. 해외 부동산 투자 전면 자유화를 앞두고 해외 부동산업체들이 지사 형식으로 문을 열고 있다. 특히 미국 부동산시장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후폭풍으로 매수자가 줄면서 한국 투자자를 공략하기 위한 업체가 여럿 등장했다.
CBRE 김 차장은 “미주 지역은 뉴욕 맨해튼, LA 등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가격이 지난해 대비 10% 이상 빠진 상태다. 실거주가 아닌 투자 목적이라면 관망세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미주 지역 투자를 무리하게 권하는 업체는 의심할 여지가 있다”고 충고했다.
테라아이지 코리아 한 대표는 “해외에 본사가 있는 부동산업체라지만 ‘무늬만 지사’인 경우도 있다”면서 “본사와 부동산 물건에 대한 자료가 공유되고 있는지, 해외투자 경험은 있는지 등 운영진의 경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HP코리아 오 부사장은 “현실적으로 해외 부동산업체가 믿을 만한지 점검하기 어렵다면 계약 체결 전까지 수수료 부담은 없으므로 국내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구입하려는 매물을 최소 3곳 이상의 업체에 의뢰해 그 가치를 평가받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최은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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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렇게 주의를 줘도... 당하는 사람은 뭐에 홀리는건지??...발품은 꼭 ~~~현명한 한국인이 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