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제철에 먹는 맛이 진짜다. 때문에 별미를 맛보려는 진정한 미식가는 다리품을 팔아 산지를 찾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여름이 시작되는 시기는 덥고 습한 날씨로 쉽게 지치며 땀으로 비타민, 전해질이 빠져 장 기능도 떨어진다. 이런 때는 수분과 양기를 보충해주는 음식이 좋다. 따라서 5~6월은 오징어가 제철 음식으로 손꼽힌다.
우리 입맛에 친숙한 오징어는 심심풀이 간식과 맥주 한 잔에 곁들이는 안주까지 다양하게 즐기는 바다의 보물이다. 오징어는 낮에는 깊은 곳에 있다가 밤이 되면 수면으로 나온다. 빛을 따라다니는 성향이 있어 불빛을 보고 모여든다. 까만 밤바다에 오징어잡이 배가 내뿜는 불빛은 바다에 핀 밤꽃이다. 새벽 환하게 밝힌 오징어잡이 배는 도시의 야경 못지않은 장관이다.
밥반찬으로, 때론 술안주로 유독 한국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오징어, 그중에서도 갑오징어를 한번 맛본 사람이라면 탱글탱글하고 쫀득한 식감과 혀 안에 감도는 부드러운 그 맛을 잊지 못해 갑오징어 노래를 부르게 된다. 바다가 없는 내륙의 도시 청주에서도 부드럽고 찰진 가래떡처럼 입안에서 살살 녹는 갑오징어 맛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크나큰 행운이다. 용암동 갑오징어&문어 전문점 ‘갑돌이(대표 박대현)’에는 청주에서는 흔하지 않은 갑오징어 전문점으로 맛을 찾아다니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미 소문난 청주맛집이다.
음식은 제철이 맛이다.
최근 여성들에게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아 다이어트 효과가 높은 갑오징어 요리가 ‘핫’하게 떠오르고 있다. 갑오징어는 식사용 메뉴는 물론 간의 회복을 돕는 음식으로서 술자리 안주로도 자타공인 최고의 음식으로 손꼽힌다. 갑오징어는 95%가 단백질이고 지방은 5%미만에 불과하며 DHA, EPA 등 불포화 지방이 풍부하다. 특히, 식감과 맛이 좋은 착한 식품인 갑오징어의 맛의 최고치는 남자에겐 정력에 도움을 주고 여자에겐 살 때문에 걱정되는 다이어트를 위한 건강한 식품이다. 흔히들 먹는 음식들과는 달리 기름기가 없고 지방질이 ‘0’에 가까워 담백해 속이 부대끼지도 않아 안주로는 따라올 자가 없을 정도이다. < 자산어보>에는 ‘맛이 감미로워서 회로 먹거나 말려서 포를 만들어 먹으면 좋다’는 기록돼 있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갑오징어 회는 육질이 찰지고 쫀득쫀득하며 비린내도 없고 맛이 달착지근하다.
박 대표는 20여 년간 중국집 운영과 주방장 경력을 지녔다. 중화요리에 가장 많이 쓰이는 해산물인 오징어가 인기가 많은 것을 알았다. 자신만의 색다른 요리를 고민하다 갑오징어를 선택하고 새로운 변신을 꾀했다. 갑오징어 요리를 위해 부산에 찾아가 원양산(대서양) 갑오징어를 직접 구매한다. 원양산 갑오징어는 대서양 해역에서 3개월가량 선동(조업 냉동)작업을 마치고 국내에 유통되기 때문에 신선도가 유지된다. 그의 요리철학은 ‘모든 음식은 재료에서 온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당일 손질한 갑오징어는 당일 소비한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 그 이유는 신선도를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는 “손질되지 않은 갑오징어는 영하 18도이하인 냉장고에다 보관해야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손질한 갑오징어는 영하 5도 완전히 얼리지 않은 상태에서 보관해야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저희 집에 진정한 맛의 비결은 바로 신선도에 있습니다. 어느 누구 앞에서든 자신 있게 말하고 내놓을 수 있는 자부심으로 갑오징어를 손님상에 내놓습니다.”라고 말한다. 또한, 박 대표는 갑오징어 숙회를 만들기 위한 손질법도 정성을 다한다. 기다림과 수고로움의 연속이다. 갑오징어를 냉동에서 냉장에서 자연스럽게 해동하는 방법을 경험에서 찾아냈다. 또 몸통과 다리부위에서 냄새가 심하다. 점액질이 남아 있으면 냄새가 난다. 자칫 냄새로 인해 요리에 실망감을 덜기 위해 소금으로 문질러 냄새가 빠지게 한다. 손질하는 시간만도 2시간정도 걸린다. 그 과정을 거치고 나면 마치 아기살처럼 뽀얗게 된다. 그때의 순간이 기분이 가장 좋다고 했다.
끝맛이 맵다. 하지만 깔끔하다.
좀처럼 청주에서 접하기 힘든 갑오징어 맛이 궁금해진다. 자리에 앉자마자 갑돈불고기(갑오징어+돼지고기 목살)와 갑오징어 숙회를 주문했다. 기본상에도 주인장의 인심은 후하다. 맛깔스럽고 푸짐한 밑반찬과 함께 시원한 바지락탕이 나온다. 입맛을 당기는 국물을 단번에 마시듯 금방 먹어치웠다. 아쉽게도 더 먹고 싶었지만 추가비가 있어서 참았다. 주문한 갑오징어 숙회(1만8000원)가 나왔다. 말끔하게 하얀 속살을 드러낸 두툼한 자태는 보는 이의 눈을 휘둥그레 만든다. 적은 양과 조그마한 것을 예상했지만 제법 양도 많았다. 정갈한 접시에서 부끄러움을 잊은 갑오징어를 입 안으로 가져가 맛보았다.
정말 감동이다. 혀 안에 와 닿는 첫 느낌은 부드럽다. 살짝 깨물면 가래떡을 씹는 느낌이다. 여기에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바다의 맛이 풍겨 나온다. 안주인이 옆자리에 앉으며 고추냉이를 고추장에 조금 섞어서 맛을 보면 더욱 색다른 맛이 난다고 조언한다. 일단 따라 해서 먹어보니 톡 쏘는 알싸한 맛이 어우러져 제법 풍미가 있다.
갑오징어와 돼지 목살요리인 갑돈불고기(대4만2000원, 중3만5000원, 소2만8000원)는 환상의 궁합이다. 청경채와 새송이 버섯을 곁들인 17가지의 양념에 달달한 맛과 짠 맛, 그리고 매워 보이지만 과하지 않은 매운 맛이다. 먼저 뒤집은 깻잎 한 장에 하얀 속살을 드러낸 갑오징어 올리고 그 위에 돼지고기 목살을 얹어 쌈을 싸서 먹어보았다.
갑오징어와 돼지고기 알목살이 만나니 금슬 좋은 원앙부부가 따로 없다. 부드럽고 짠 맛으로 하얀 속살에 연지곤지 찍은 바다처녀 갑오징어와 싱겁기는 하지만 마블링으로 타이를 둘러맨 육지총각 돼지고기가 만나니 금상첨화다. 끝맛이 맵다. 하지만 깔끔하다. 알싸한 국산 청양고추가 잡아주는 뒷맛은 역시 시원하고 깔끔했다. 첫 맛은 양파즙 때문에 달짝지근한 맛으로 평범했지만 이내 목 넘김 다음으로 이어주는 단맛을 잡은 과하지 매운 맛은 청양 생고추가 잡아준다.
박 대표는 “갑오징어 숙회는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고 살이 찌지 않아 여성분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특히, 고단백·저지방·저칼로리인 갑오징어는 운동 마니아들의 단골 식품인 닭 가슴살보다도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 음식으로 이미 명성이 자자합니다. 또한, 피로 회복과 성인병 예방을 돕는 타우린이 가득한 갑오징어야말로 진정한 ‘갑’으로 인정받는 착한 음식입니다.”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