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일반부 대상작품
달
단국대문예창작과1
조 우 리
1.
우기의 난 한 촉 벌 듯,
내가 바깥에서 채우지 않았는데도
달은 고개를 끊어 올리는 구개음화
꺼내보고 싶지 않은 마음들은
하늘잠자리 날개짓 친다.
해질 무렵, 어느 느즈막한 지붕 위로
달이 머문 자리마다 지구의 창이 뜬다.
달무리 핀 길 따라 기차가 간다,
그 수신호를 큰 호흡으로 들이마시면
세상에 목발 짚고 있는 달을 보겠는가.
가슴에 와서 걸린 파랑물고기 몇 마리
투명하고, 맑고, 자신있게 알을 깐다,
사실 나는 어렸을 적 은빛 호랑이와
시방 할머님의 영정사진을
헝겊으로 내 닦아주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삶이란, 기운 달도 다시 뜨고 새로 또 지는 일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눈 하나 닦아내기 위해
청동의 돋보기가 더 크고 눈부시다,
2.
서슬 푸른 갑옷의 견고함과 두려움이
중세 돌림병처럼 일어 설 때마다,
꽃잎은 어쩌면 달을 건너가는 웅덩이의 심정을
읽어내고 있는 중인지도 모를 테다.
누군가는 계란 프라이를 반숙하며
선조의 수많은 밤을 꿈꾸어 보다가
세상의 병든 꽃들과,
가난한 사람들의 허기를,
달의 공복을 통해 생명을 깨닿는다,
고등부 장원
산
안양예술고 2
김 보 나
이른 새벽, 삼례 행 고속버스
아직 어스름 내려 앉아있는 창 밖으로
모시 소매 초록 물 얇게 스민 아버지
희뿌연 안개 사이로 고개 내밀고 있다
몸에 매달린 자그마한 꽃 한송이 피우려
커다란 소나무 등판 가득 짊어지고
비바람 막아 주시던 아버지
세찬 바람에 솔방울 떨어 질 때도
푸른 소매로 닦아내고
산 봉오리 어귀마다
머리 기대게 해 주셨다
흘러가는 공기도 허공에 흰 숨결로 남아
이곳에 발 걸음 멈추는데
난 그 숨결만도 못 되어 그저
눈 가득 흰 안개만 채워가고 있다
아버지 오래 주무시고 계신
작은 산 높게 자란 머리 깎아 드리려면
아직 몇 시간은 더 달려야 한다.
지용 백일장 심사평
올해는 현대시100년의 해이다.
그리고 저 모국어가 꺾이고 짓밟히던 시대에 금빛보다 더 눈부신 모국어로
이 땅에 시의 씨앗을 뿌렸던 정지용시인 탄생 106년을 맞는 해이다.
우리의 현대시의 선각자인 정지용시인을 기리는 제21회 지용제와 함께
전국지용백일장은 뜻으로나 규모로나 으뜸의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만큼 전국에서 모여든 열기도 뜨거우려니와 응모된 작품의 수준 또한
예년의 수준을 넘고 있어 작품을 고르기에 마음이 뿌듯했다.
고등부
장원「산」(28)은 안개 낀 새벽
아버지의 산소로 성묘 가는 아들의 마음을 아주 차분하게 그려내고 있다.
아버지를 산으로 비유하려 들지 않고도 “아버지 오래 주무시고 계신”곳
또는 아버지를 마음속에 쌓아두고 있는 산으로 기대는 모습이 생생하다.
억지를 부리지 않고 시를 다듬어내는 솜씨가 깔끔하다.
차상「산」(22) 이 작품도 아버지의 이미지를 산으로 형상화 했으나
자신과 아버지의 관계를 설명하려 들고 시적 성과를 높이려 한 점이
오히려 감점의 요인이 되었다.
차상「산」(38)은 산을 관념의 대상으로 삼고 있어 가슴에 와 닿은 이야기가 없다.
생각으로만 만들어지는 시는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시에 비해
감동도 떨어지고 여운도 없다. 나를 벗어난 시의 맛은 싱겁기 마련이다.
차하「산」(95) 앞의 작품과 달리 어머니를 산으로 세워나갔다.
화자가 냉정할 때 읽는 이가 행간을 읽을 수 있는데
“눈물이 핑 돈다” 같은 시를 떨어트리는 표현이 감점이 되었다.
차하「산」(60) 이번에는 언니를 산으로 떠올리며
열여덟에 떠난 언니를 그리고 있는데
시의 구성이 허술하고 억지로 만들어낸 느낌이 들었다.
문장력이 돋보였으나 글감에서 서투른 것이 아쉬웠다.
대학일반부
대상「달」(95) 자칫 일상적이거나 상투적 대상으로「달」에 접근하기 쉬운데
“우기의 난 한 촉 벌 듯” 하는 시의 첫줄에서
이미 잘 다듬어진 시적 수사를 보게 된다.
달을 이만큼 깊은 생각으로 끌어내기란 여간한 숙련이 아니고는 어렵다.
기성의 냄새가 물씬하다. “달의 공복을 통해 생명을 깨닫는다”는 끝줄에서
이의 없이 대상으로 뽑아들게 되었다.
최우수「달」(84) 서정주시인은 시「자화상」에서
“어메는 달을 두고” 라고 뱃속의 아기를 달이라고 했다.
지은이도 “달이 찼다, 어느 행성의 뿌리가 이곳에 스며들었나” 하고
자라는 태아를 커가는 달에 비유하여 시를 펴나갔다.
그러나 진술적 서술이 시의 감도를 낮추었다.
우수「달」(75)는 공사장을 배경으로 삶의 고단함을 달빛 속으로 채워 넣고 있다.
내가 체험하지 않은 세계를 생각으로만 그리려 한 것 같아 쉽게 와 닿지 않는다.
글감은 밖에서 찾지 말고 안에서 찾기 바란다.
심사위원 이근배
이가림
신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