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후 글을 써 달라는 의뢰로
" 여성정책연구소"의 회보에 실은 글 입니다.
5.31 지방선거 당선소감과 의정활동에 대한 포부
부산광역시 금정구의회 의원 정 미영
“부산 ․ 울산 ․ 경남의 유일한 열린우리당 지역선거구 여성 당선자”
앞으로 4년간 이름 앞에 붙여진 이런 수식어에 가슴 뿌듯한 달성감과 동시에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신들린 듯이 몰입했던 73일간의 선거전
제가 입후보한 지역은 2인 선거구이지만 인구감소 등으로 두 동이 하나로 통합된 곳이 두 곳이나 포함되어 있어 금정구 전체 면적의 약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넓은 선거구입니다. 그리고 역대 국정ㆍ지방선거 결과를 살펴보아도 열린우리당계 후보자의 평균 득표율이 금정구 내에서 줄곧 제일 낮은, 보수 성향이 매우 강한 선거구입니다.
이런 주어진 악조건보다도 더욱 저를 힘들게 했던 것은 열린우리당 당원협의회의 일부 간부들이 정당 추천을 전후하여 조직적으로 가공하여 퍼뜨리는 근거 없는 온갖 마타도어였습니다. 한나라당 추천 탈락자 등으로서 무소속 입후보를 준비하고 있던 세력들과 내통한다느니 하며 정당 추천을 방해하던 이들이 나중에 알고 보니 스스로 그들과 연대하며 그들을 지지하는 해당 행위도 서슴없이 하고 있었습니다. 열린우리당 부산광역시당 간부들의 격려와 지원이 없었다면 저는 아마 여기서 주저앉고 말았을 것입니다.
3월 19일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하고 가두로 나갔습니다. 그다지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냉소 섞인 이야기를 던지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만 이날부터 거의 매일 남편과 함께 아침부터 밤까지 지나가는 주민들께 명함을 나누어 드렸습니다. 5월 30일까지 짧지 않은 73일 동안 주요 가두를 이어가며 우직하게 선거구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발품을 팔았던 것입니다. 선거구-동-투표구-통-반으로 이어지는 조직을 중심으로 선거전을 펼치는 한나라당계 후보들의 흉내를 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토착적 기반이 매우 취약한 열린우리당 후보로서 이러한 조직 중심의 선거전에 말려들었다가는 백전백패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중 속으로 뛰어들었던 것입니다.
본선에 돌입하며
현역 구의원과의 경합을 거쳐 어렵게 정당 추천을 받은 후 후보등록일이 임박하여 우선 선거사무장과 회계책임자를 내정해야 하는데도 위에서 언급한 여러 악조건들로 지역의 선거 경험자들은 아무도 맡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선거사무장으로는 우리 아파트에서 함께 부녀회 일을 하고 있는 30대의 아이 셋 달린 아줌마, 회계책임자로는 순수 아줌마 경력 20년의 큰 아들 친구(고3) 엄마를 모셨습니다. 이런 경험을 하리라고는 아마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이 분들을 중심으로 선거운동원도 모두 아줌마로 구성했습니다. 정미영 캠프는 때가 되면 집에 가서 아이들 밥도 챙겨야 하는 이들 아줌마들로 구성되었습니다. 모두 정치와는 무연한 아줌마들이었지만 정미영에 대한 신뢰와 정미영을 당선시켜야 한다는 열정만은 대단했습니다.
서투른 컴퓨터 실력으로 밥하는 틈틈이 지인 명부를 정리해 준 아들 친구 엄마들. 학원에서 애들 가르치는 틈틈이 당원 모집을 위해 온 동네를 뛰어다녀 준 선배 언니. 밥 한 그릇은커녕 물 한 잔 사주지 않아도 스스로 팀을 짜서 선거운동기간 내내 자원 봉사해 준 일본어반 언니들. 자신의 일은 뒤로 미룬 채 정미영을 지인들께 알려주신 박사장님. 우리 선거운동원과 홍보 차량이 가까이 가면 호위하고 응원해 주신 김사장님. 그리고 일체가 되어 준 나의 남편.
선거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지만 모두가 하나같이 열심이었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마음으로 금정구 살림을 내 살림처럼 알뜰살뜰 살아 줄 구의원 하나 만들어 보자고 굳게 뭉친 캠프였습니다. 덕분에 가는 곳마다 순수하게 열심히 한다며 드러내지는 않지만 속으로 응원하는 듯한 지지자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순수한 열정과 우직한 성실은 짧은 지혜와 요령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멋지게 보여 주신 선거운동원들과 아줌마 자원봉사자들께 이 지면을 빌어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왜 구의원이 되고 싶었던가?
구의원이 되고자 한 것은 이 지위를 이용하여 조직화된 세력을 길러 보다 큰 정치판을 기웃거리기 위함도 아니고 경제적 영리를 탐하기 위함도 아닙니다. 장바구니 들고 다니며 이웃과 부대끼고 아이 키우는 사이, 경험이든 지식이든 제가 가진 것을 조금씩 이웃과 함께 나누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금정구 내에서 초 ․ 중 ․ 고 ․ 대학을 모두 다니는 등 40년을 살아 왔고, 첫 직장 또한 이곳이었던 덕분에 지역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는 것이 그 배경이 되었습니다.
아들 둘 모두 이 지역 학교에 다녀 학부모회나 학교운영위원회 활동 등을 통해 뭔가 부족한 학교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주민자치센터에서 7년간 일본어 강사로서, 3년간 아파트부녀회 회장으로서, 4년간 쌈지도서실 실장으로서 지역사회에 봉사하면서 어깨너머로 지켜 본 공무원들의 행정서비스가 좀 더 주민 중심의 행정서비스로 발전하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주민의 세금 등으로 구성된 금정구의 살림살이가 장바구니를 든 주부들의 감각으로 지출되었으면 했습니다. 구민의 절반 이상인 우리 여성, 특히 우리 아줌마들의 기대치를 구정에 제대로 반영하고 싶었습니다.
금정 살림을 내 살림처럼
한나라당과는 다른 열린우리당의 여성 구의원으로 저를 선택해 주신 구민들의 한 표 한 표에 모범적인 의정 활동으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좋은 유치원, 싼 보육비는 애들 키우는 부모님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바램입니다. 동네 보육시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살펴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 노력하고자 합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있는 초중고의 어느 학부모든 모두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걱정거리가 학교급식입니다. 학교급식조례안을 마련하여 부모님들이 믿을 수 있고 아이들에게는 기다려지는 급식시간이 되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근거 없고 중복성이 강한 예산편성의 관행을 근절하고, 주민의 세금이 건전하게 집행되도록 살림살이를 바로 잡도록 하겠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운동하러 나가는 온천천과 윤산이 길이 패여 걷기 어렵고 악취로 다가가기 싫은 곳이 아닌, 걷고 달리기 편한 곳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시장이나 길가에서 오가며 동네일을 이야기할 수 있고, 잘되면 같이 웃고 힘들면 서로 껴안고 위로할 수 있는 주민인 당신 곁의 구의원이 되고 싶습니다.
주민들의 신성한 신탁에 따른 중한 책임감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는 구의원 초년생의 하루하루입니다. 4년 내내 이런 설렘과 책임감을 유지하도록 스스로를 다스리겠습니다.
첫댓글 요즘 누구나 떠올리는 "처음처럼", 처음처럼만 품고 있으면 다음에는 선거운동이 필요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