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휴가를 끝내고 사무실로 출근하던 날의 그 기뵤한 기분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결혼전과 달리 사람들과 나 사이에 뭔가 보이지 않는 막이 쳐진 듯한,뭐라고 딱 꼬집어 얘기할 수 없는 이상하게 불편한 느낌, 스스로가 평가 절하된 듯한, 혹은 회사가 나를 이전보다 덜필요로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까닭모를 자격지심…
․공주옷처럼 꾸며진 웨딩드레스가 상징적으로 나타내듯 무지개빛으로 도색된, ‘그후 왕자와 공주는 결혼해서 끝까지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하는 유의 환상 만들기를 통해 주입되는 결혼 의무에서 자유롭기란, 특히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왜 결혼과 함께 여성은 남성의 호적으로 옮겨지는가, 왜 여자에게만 시집살이라는 억압구조가 있는가, 왜 임신 중에도 태아의 성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가, 왜 아이의 성은 남편의 성만 따르도록 되어 있는가, 왜 밥짓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귀찮고 궂운 일은 당연히 여자 일로 규정되어 있는가, 왜 남편은 처가에서 ‘백년손님’ 대접을 받는데 여자는 시집에 가면 ‘백년하녀’ 노릇을 해야 하는가, 왜 친정엄마는 딸네집에 좀 자주 들르면 스스로 미안함을 느껴야 하는가, 왜 추석명절을 시집에서 우선 지내야 하는가, 왜 아내만이 남편의 사랑을 놓칠세라 안달해야 하는 존재로 인식되어 있는가, 거꾸로는 왜 안된다는 말인가, 외도는 남성의 전유물처럼 되어 있는가 ….
․집에 있으면서, 서투른 솜씨로 김치를 담그고 장을 보고 청소를 하면서 나는 이른바 ‘주부’의 일이 얼마나 고립되어 있고 生소모적이며 사람을 찌들게 하는가를 절감했다. 그리고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사람들이, 이 사회가 얼마나 ‘주부’를 우습게 보는가도 기가 막힌 채 경험해야 했다.
․니체와 릴케를 사로 잡았던 탁월한 지성과 매력의 루 살로메, 사회주의 혁명가였던 체트킨과 로자 룩셈부르크, 하이데거의 연인이었던 정치 사상가 한나 아렌트, ‘생의 한가운데’의 저자 루이제 린저, 68세대의 혁명가 울리케 마인호프와 거인의 카리스마를 가진 영화배우 마를레네 디트리히, 그리고 테니스 스타 슈테피 그라피와 톱모델 클라우디아 시퍼의 나라, 독일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출생지역에 따른 사회적 차별문제를 망국병으로 지탄하면서 그것을 문제삼는 책은 나와 있어도 그보다 훨씬 더 고질적이고 심각한 그리
고 훨씬 더 대규모적인 출생성에 따른 차별은 망국병으로 지목되기는 커녕 사회적 공론화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그들이 ‘봐라, 이렇게 성공한 여성들이 있는데 무슨 차별과 억압이 있다는 말이냐’하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의해 ‘알리바이 여성’으로 이용된다면 그런 현상은 중지돼야 마땅하지 않을까? 썩은 밤이 훨씬 더 많이 들어 있는 밤포대에서 예외적으로 실한 알밤 몇 개를 꺼내 보여주며 밤농사가 풍작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주장을 해서는 안되는 것과 같은 이유로 말이다.
․혼자 산책하거나 혼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혼자 여행을 떠나거나, 무슨 일을 하든 독립적인 존재로서 고유영역을 지키려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 여자들이 모부나 남편에게 의지하는가 하면 계모임이다, 온천행이다, 해서 주로 무리지어 다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남, 모부, 딸아들, 자매형제, 신부신랑, 숙녀신사, 婦夫
․이제 남성의 시대는 지났다. … 수천 년간 남성들은 권력자의 위치를 굳건하게 지켜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도전받고 있지요. 강인함, 경쟁, 권력, 성취 그리고 논리성과 같은 전통적인 남성다움의 속성은 사회적, 환경적 그리고 도덕적으로 배척당하고 있습니다.
․연애감정과 재채기는 누구도 숨길 수 없어 …
․노비와 아내의 다른 점은 노비들은 명령과 처벌에 의해 노골적으로 통제 됐지만 아내들은 칭송과 이상화를 통해 교묘하게 조종되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한쪽은 채찍에 의해, 다른 한쪽은 당근에 의해 통제되고 조종되는 점이 다를 뿐 그 본질적인 역할은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당신이 독립적인 경제력을 가진, 자신있는 여성이면서 사랑하는 남자와 함게 살고 싶다면 우선 동거부터 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러면서 동등한 파트너 관계를 세울 수 있는 시험기간을 가지자. 아마도 그 시기에는 우리의 실정상 격렬한 투쟁을 피해가기 어렵겠지만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동등권에 관한 한 하나도 피해가지 말도록 하자. 3분이면 가능한 쓰레기 치우는 일을 누가 할 것이냐 하는 문제를 가지고 3시간 동안 토론을 벌여도 좋다. 현재 우리 상황에선 토론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니까.
․운전면허를 따려고 해도 실제 도로주행을 거치지 않는가? … 만약 당신이 동거를 통한 시험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결혼 날짜를 받아놨다면, 아니 혹시 그런 과
정을 거쳤다 하더라도결혼을 앞뒀다면 결혼 전에 두 사람 간의 동등한 관계를 보장하는 계약서를 작성해 두는 게 좋을 것이다.
․여성들은 파트너에 대해 예전보다 근면 절약 직업적 성공에 대해 가치를 적게 두는 반면 따뜻함 개방성 자연스러움 유머 그리고 신뢰 등에 더 많은 가치를 두고 있다. 남성들 역시 독일 하우스프라우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질서정연함 근면 절약 요리솜씨보다는 개방성 자연스러움 따뜻함 지성 유머 신뢰 등에 훨씬 더 큰 가치를 두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집살이는 여자로 하여금 여자를 통제하게 하는 제도이다. 남자들은 집안에 새로운 여자를 하나 들여놓음으로써 가내 노예를 바꾼다. 그간 집안에 갇혀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아이키우며 노예처럼 일해오던 여자는 시어머니가 되면서 이제 며느리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고 특권층인 남자의 위치 가까이로 올라선다. 말하자면 ‘명에남성’이 되는 것이다. 그녀는 이제 남자와 똑같지는 않지만 상당한 정도로 평생을 짊어졌던 노예노동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그리고 오랜 신고 끝에 겨우 획득한 명예남성의 지위를 확고히 하려면 며느리로 들어온 여자를 노예의 위치에 확정짓기 위해 가능한 한 억압하지 않을 수 없다. … 며느리를 노예화시키는 과정에서 시어머니는 필연적으로 여성의 이익이 아닌 남성의 이익을 대변할 수밖에 없게 된다. 새신부를 억압하고 노예화하는 데 누구보다 시어머니가 앞장설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억눌리고 살아온 평생에 대한 보상심리 외에도 그러지 못할 경우 당장 불이익이 자신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시아버지나 시동생이 시어머니나 시누이보다 새로 들어온 신부에게 너그러울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더욱 자애롭고 인간적이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도 자신들의 특권이 아무런 위협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들이자 남편인 한 남자를 두고 고부간에 다툼이 나는 것은 그들이 이해심이 없고 인간적으로 미성숙해서가 아니라 자기 삶을 살 기회를 박탈당한 존재인 여자들이 허무한 대로 자기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조금이나마 인간적인 처우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남자의 힘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삶의 조건에서 비롯된 것이다.
․요즈음의 시어머니는 돈을 꾸어갔는지 안 꾸어갔는지 기억이 분명치 않은 상대에게 빚을 갚으라고 말하는 채권자처럼 불안하다. 예상했던 것과 달리 전통적인 시집살이의 억압 아래 참고 살아온 젊은 날의 보상을 어디서 확실하게 찾을 데가 없으니 마치 세상으로부터 배신당한 느낌일 것이고 무엇보다 인생이 억울할 것이다.
․만약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채권자와 채무자 혹은 감독자와 피감독자의 강요된 틀이 아닌 순전한 인간 대 인간 혹은 여성 대 여성의 관계에서 만난다면, 게다가 한걸음 더 나아가 양측 다 자기 생을 가진 자유롭고 개성적인 주체로 만난다면
혈족을 빼놓고 그들만큼 친밀할 수 있는 관계가 그렇게 흔할까? 한 남자를 생의 공통체험으로 가지고 있는 性동지로서, 여성적 생체험의 선후배로서 그들은 오히려 아들이나 남편과의 관게보다 더 멋진 관게를 창조할 수도 있으리라. 이는 낡은 관께의 파괴고 새로운 관계의 창조다.
․독립적인 시어머니, 내적으로 아들과 며느리를 자신의 생의 형성애 편입시키려는 생각을 던져버린 사람이다. 간청받지 않은 간섭은 오히려 도움보다 피해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자식들을 위해 옆에 있지만 간섭하지는 않는다. 이런 태도 뒤에는 거의 항상 그에 상응하는 자신감과 용기, 고유성, 그리고 건강한 에고이즘이 감춰져 있다. 이들은 대개 직장에서 고되게 일하고 있거나 최소한 그런 적이 있으며 자기의 자유시간을 처리할 줄 알고 정치 사회적인 운동에 참가하기도 한다. … 이런 경우 관심과 애정과 지원을 위해 싸워야 하는 사람은 어머니가 아니라 보호가 필요한 아들이 된다. 며느리에겐 이런 시어머니와 직접적으로 싸울 하등의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로 다른 경우보다 자주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조언과 우정을 찾는다고 한다.
․자식의 관심과 애정을 배우자가 생긴 후에도 끝까지 잃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느라 며느리와 다투다 기피인물이 되는 추한 모습과 오히려 자식의 불필요한 접근을 막고 며느리가 먼저 우정을 맺고 싶어 하도록 만드는 당당한 모습의 대비가 드러내는 교훈은 결코 만만치 않다.
․사람은 끊임없이 자기생의 과제를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항상 호기심을 가져야지요. 그래야 노인이 됐을 때 풍부한 생의 경험과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니까요. 나는 아직도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습니다.
․자전거를 주고 비행기 탄 사람과 똑같이 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400미터 경주에 남자는 20미터 앞에서 출발햇고 운동복을 입었다. 여자는 아이 둘이 담긴 색을 멨고 앞에는 여러 개의 장애물이 놓여 있다. 여기서 누가 더 빠른가 하는 질문이 과연 필요할까?
․한번 따져보자. 한 자식은 열심히 키워 놓으면 별어려움 없이 좋은 직장을 얻거나 출세할 기회도 많고 자기 집안을 계속 지켜갈 뿐 아니라 결혼과 함께 매우 쓸모있는 여자 하나를 집안에 데리고 들어온다. 그리고 노후를 돈 잘 버는 아들과 살림 잘 꾸리고 순종적인 며느리에게 당당하게 의탁할 수도 있다. 흔한 예로 몸이 아프더라도 내 자식이 번 돈이니 얼마든지 치료와 간호를 요구할 수 있다. 또 죽은 후까지도 그 자식으로부터 제삿밥을 봉양받을 수 있다. 반면 다른 한 자
식은 뼈빠지게 키워봤자 출세는커녕 그저 그런 직장도 얻기가 힘들고 한다발 싸서 결혼시키느라 집안 기둥이 흔들리며 결혼과 함께 말 그대로 출가를 해버린다. 말하자면 남의 집 새끼를 기른 꼴이다. 대부분 독자적인 경제력이 없으니 노후에 도움을 바라기도 힘들고 남의 집 사람이 됐으니 자기 생일 때도 부르기가 왠지 조심스럽다. 똑같이 배아파 낳고 온 정성을 다해 걸렀는데도 …
․삶이란 늘 무언가 새로운 것이 있고 성취와 발전이 있을 때 그 역동성이 유지된다. 역동성이 결여된, 즉 살아있지 안은 삶은 더 이상 삶이 아니다. 자기집의 네 벽 안에 같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들과 남편과의 틀에 박힌 접촉에 국한 시키고 매일매일을 그 일이 그 일인 일로 보내는 가사경영인의 일상이 짜증스럽고 회의적으로 될 수밖에 없는 것은 그것이 절대로 살아있는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빨래를 하고 또 해도, 아무리 그릇을 닦고 닦고 또 닦아도 그리고 아무리 먼지를 털고 털고 또 털어도 거기엔 아무런 새로움도 즐거움도 도전도 성취도 없다. 그러기는커녕 문지르고 닦고 부벼대는 그만큼 자신의 삶은 갈수록 마모되어 갈 뿐이다. 흔히 하는 푸념대로 밑빠진 독에 물부은 양 일한 티도 찾아보기 어렵고 똑같은 일의 지루한 반복만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것이 가사의 그 진저리나는 본질이 아니던가.
․당신의 아내가 말이 잘 통하지 않는 것은 그녀가 열등해서가 아니라 집에 갇혀 시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당신이 대화가 통하고 어려울 때 힘이 될 수 있는 진정한 동반자 관게를 원한다면 아내가 사회 속에서 다시 싱싱하게 살아나도록 그녀를 후원하는 일에 적극 나서자.
․그녀의 메시지는 자의식과 거부와 저항과 건강한 에고이즘 등이야말로 현대여성에게 필요한 덕목이라는 것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대결하고 싸울 것, 어려운 여자라거나 히스테릭한 여자라고 낙인찍힐까 눈치 보지 말 것, 갈등을 무서워 하지말고 차분하게 나쁜 여자로 남을 것, 이것이 바로 저자 우테 에르하르트가 권하는 여성을 위한 전략이다. (독일에서 1996년6월 비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1위 ‘좋은 여자는 하늘로 가고 나쁜여자만 사방으로퍼졌다’, ‘여성의 성경’이라고 여자들이 칭함)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김치 같은 것도 사먹는 것이 좋고 식기세척기 같은 것도 빨리 들여 놓는 게 좋다.
․몸은 그냥 그대로 자연스러운 몸일 뿐 전혀 감추거나 부끄러워할 대상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독일에는 여남이 함께 하는 사우나가 널리 퍼져 있어 친한 부부들이 함께 가서 서로 벗은 몸을 보이는 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 비스바덴이라는 유명하고 아름다운 온천도시에 들렀을 때 …
․IQ 140에 야망의 화신인 마돈나는 스스로가 결정하는 ‘주체적’ 섹시함, 도발적이고 공격적으로 남성을 휘어잡는 섹시함이어서 계속 성공한 여성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독일 신세대 여성들의 우상 …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고딕건물의 첨탑이나 늠름하고 날렵하게 돋추세워진 로켓, 당당하게 목표지점을 겨누고 잇는 대포의 포신에 비유되던 남성의 성기가 색정으로 달아오른 여성의 붉은 입술에 물려 있는 바나나로 격하되어 비유되고 있는 사실은 성에 있어 변화된 여남관계를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내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사실 따지고 보면 순결이나 정조는 남자에게 중요한 것이자 여자에겐 별의미가 없는 것이다. 자기 아이인지 남의 아이닌지를 구별해야 하는 남자와 달리 여자는 어떤 경우에도 다 자기 아이를 출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발전을 위해 해로운 것은 집에 머물고 싶은데도 일을 하는 엄마와 함께, 매우 일을 하고 싶은데도 불구하고 아이 때문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서 집에 틀어박혀 있는 엄마들이다. 아이를 위해 가장 좋은 것은 아이와 함께 있는 것을 즐거워하는 만족스러운 엄마다(소아심리 치료사, 베로니카 윈저외텔 박사)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원천, 건강, 행복한 부부관계, 사랑해주는 사람들, 가족, 기쁨을 주는 직장, 아이 갖기(셰링여성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