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에 반사되어 눈을 부시게 한다. 냇가 옆의 수양버들에 앉았던 물총새가 쏜살 같이 물로 다이빙해 물고기를 잡아 잽싸게 나무 가지로 날아오르고, 은계 뒷산의 돌산에서는 돌 캐는 작업을 하는지 허연 먼지가 뭉턱뭉턱 올라온다. 가끔씩 돌 사이에 폭약을 설치 폭파시키면(남포 터트린다고 한다)튀어나온 돌맹이가 냇가까지 날아와 멱 감다 기겁을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멀리 보이는 냇가 위에는 서 너 패의 아이들이 고기 잡는 모습이 보인다. 맛두리(족대)를 대고 물탕을 튀기며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는 게 피라미를 잡는 성싶다.
병석이들이 사라진 섬둑 쪽으로는 밭일하시는 어른들의 모습이 띄엄띄엄 보이고, 논 사이에는 하얀 황새 몇 마리가 머리를 박았다 쳐들곤 하며, 그중 한 마리는 한쪽 다리를 들고 물끄러미 사방을 응시하고 있다. 둑 밑으로 펼쳐진 모래밭 군데군데 돌무더기가 쌓여있고 시커멓게 그을린 자국과 장작 부스러기가 널려 있는 게 천렵을 하였거나, 몸보신한 흔적으로 여름 한철이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좀 찾았냐? 어떻게 된 게 영 보이지 않네. 이놈의 물새들이 집단으로 소풍을 갔나, 아니면 운동회를 하나. 전에 여기서 꽤 주었는데 오늘은 참 이상하네”
“진태야 누군가 벌써 지나간 거 아녀? 정말 하나도 안보이네. 이러다 공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글쎄.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올라가면서 자세히 찾아보면 나오겠지. 지깐 것들이 어디 가겠어. 어차피 눈이 보배노릇 할텐데”
“그런데 참 전번에 가지고 다니던 그 조그만 칼, 어떻게 만든거냐. 좀 가르쳐 주라”
“기태 너 정말로 한 번도 안 만들어 봤어?”
“응”
“역시 샌님은 다른 단 말여. 딴 애들 모두 하나 아니면 두 세 개씩 만드는데 정말로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구?”
“그래”
“너 철교는 가봤지?”
“그래. 가끔 가서 누가 빨리 건너는지 시합하곤 했잖아”
“그 철교에서 역 쪽으로 조금 내려오면 철길이 구부러지잖아. 오산여중 쪽으로 말야. 그 철길 위에 대못을 두세 개 간격을 두고 쭉 놓아두고 기차가 지나갈 때까지 몰래 숨어 있어야 돼. 만약 걸리면 엄청나게 혼나거든. 기차가 지나간 뒤 얼른 뛰어가 보면 하나정도는 납작하게 되거든. 그것을 가지고 와서 숫돌에 갈아 날을 만들고, 대가리 쪽에 타마구(아스팔트)를 묻히고, 나무를 끼워 손잡이를 만들면 돼”
“그것 간단하네. 빨리 한 번 해보아야겠네. 그건 그렇고 내일 장날 아녀”
“장날이면 뭐 근사한 꺼리 있냐? 시장 통에 가봐야 침만 넘기다 오는 걸”
“거 있잖아. 아까 어른들 하는 얘기를 얼핏 들었는데 싸전마당에 약장사가 온대. 아마 지금쯤 무대 만들고 있을꺼야. 악극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번호표도 나누어주고 나중에 번호를 뽑아 상품도 준다고 하더라. 재수 좋으면 혹 하나 건질 수 있잖어”
“에이. 난 재미하나도 없더라. 기껏해야 눈물 질질 짜는 연극에, 소리만 벅벅 지르는 노래에다, 중요한 장면이면 멈추고‘이것이 무엇이냐. 천하의 좋다는 놈 다 잡아 넣고 팍 고아서 만든 건데, 이번에 특별히 가지고 왔다며 속이 아픈 분, 허리, 다리 쑤시는 분, 밤이면 땀만 좔좔 흘리는 아저씨, 허리 아픈 분, 한 번 잡셔 봐’ 하며 약 선전하고 잘 안 팔리면 재탕, 삼 탕해 시간 끌다가 마지못해 다시 시작하는 꼴이 영 기분 잡치드라. 차라리 차력시범 보이거나, 혼자서 큰북 등에 지고 꿍짝꿍짝 하는 사람이나, 원숭이 한 마리 데리고 묘기 부리는 편이 더 보기 좋더라. 그러면서 걸핏하면 ‘애들은 가라, 가’ 하며 쫓아내잖아. 특히 밤이면 어른들이 많아 그 틈에 기웃거리기가 보통 힘들어야지”
“그래도 돈 내고 들어가는 서커스보다는 맘대로 보는 공짜 아녀. 공짜라면 양잿물도 먹는다는데 좀 달라졌나 한 번 가보자 어때?”
“그래 좋다. 밑져야 본전인데 가보자”
“진태야, 하나 찾았다”
말을 하면서도 연신 모래바닥을 살펴보던 기태가 조심스레 새알을 집어 올리며 기쁨에 찬 소리를 지른다.
“몇 개냐?”
“응 세 개. 이 근처를 자세히 뒤져 보자구. 더 있을테니. 보통 하나 발견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