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뭐 아주 심각하게 뇌 과학을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 소속된 학교 프로그램의 특성 상 ... 뇌랑 관련된 과목을 좀 많이 들었고 ... 한 학기 내내 뇌의 해부 그림을 들여다 보면서 fMRI나 PET 스캔 영상을 판독했던 일도 있으니 ... 뇌 과학에 발은 담궈본 셈이지요.
그러면서 ... 가졌던 생각은 ... "So What?"이었습니다. 어떤 특정 활동을 할 때 ... 뇌의 특정 부위에 혈액이 집중되고 ... 그것을 Subtraction method던가 하는 방법으로 추리해 내고 ... 그 결과를 학자들은 흥분해서 학계에 보고합니다. 일반 대중들은 이것이 인간의 지성(=Mind)에 대해 무슨 대단한 실마리라도 주는 것처럼 받아들이겠지만 ... 사실 ... 그렇게 해서 우리가 얻어내는 것은 맞는지 틀리는지도 확실하지 않은 뇌의 지도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 뇌의 이 부분은 이런 기능과 연결되고, 저 부분은 저런 기능과 연결되고 ... 이런 지도 말입니다.
엄밀하게 말해서 이런 지도의 작성은 ... Gaul의 골상학 (Phrenology)과 -- 그 기본 개념에 있어서 --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머리통을 만지면서 이 부분이 튀어 나온 사람은 성격이 급하고, 저 부분이 튀어 나온 사람은 거짓말을 잘 하고 ... 잘 아시죠? 인지과학이나 심리학 개론 시간에 우스개처럼 지나갔던 얘기들.
오늘날 뇌과학이 Gaul의 골상학보다 좀 더 정확하고 객관적일 수는 있겠지만 ... 글쎄요 ... 그 사상(=Localism)이나 방법(=지도작성)에 있어서는 그리 큰 차이가 없지요. 이런 까닭에 ... Kotz (1995)나 Shulman (1996)에서는 뇌과학을 현대판 Phrenology라고 혹평했던 것입니다.
정확한 뇌지도의 작성은 ... 제 생각에 ... (1) Holism과 Localism의 해묵은 논쟁에서 Localism 쪽에 유리한 증거를 주고 ... (2) 임상 의학에서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목적 등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 가치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 정확한 뇌지도의 작성은 인간의 Mind ... 그 본질을 이해하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제 소견입니다. Mind의 본질은 근본적으로 인간이 어떻게 이러이러한 "의식적 경험 (Conscious Experience)"를 하게되는가일텐데 ... 예를 들어서 ... Autidory Cortex가 Temporal Lobe에 붙어 있건 ... Occipital Lobe에 붙어 있건 ... 혹은 Sylvian Fissure 틈바구니에 붙어 있건 상관 없이 ... 우리는 여전히 Auditory Cortex의 자극이 어떻게 해서 이러이러한 청각적 경험을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지 전혀 모른다 이 말입니다.
Consciousness를 연구하는 것이 이런 점에서 인지과학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일 텐데 ... 전망은 ... 아마 그리 밝지 못할 겁니다. 거의 "신의 영역"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