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는 분명 매력있는 도시다. 유럽의 대표적인 도시들은 제각기 자신들만의 대표적인 문화 축제를 갖고 있는데, 프라하도 동유럽 최고의 문화도시로 일찌감치 알려진 만큼 특색있는 문화이벤트가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매년 4월에 열리는 '프라하의 봄' 축제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체코의 대표적인 음악 축제다. 또 체코 프라하의 영화학교에서 주최하는 크고 작은 영화 페스티벌과 상업적 공연에 맞서 정통연극을 고수하는 작은 소극장들의 연극 시리즈들은 공포와 내면의 갈등요소 등 강렬한 경험을 안겨준다.
한여름에 찾아보는 카를교의 풍경도 장관이다. 매년 봄 시작되는 다양한 문화 축제들과 함께 바이올리니스트, 화가, 어릿광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마리오네트 등 누가 봐도 멋진 흑백사진을 찍고 싶을 만큼 최고의 풍경이 연출되곤 한다.
이곳 문화 축제들의 절묘한 오픈시즌도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보통 유럽에서 최고의 축제로 알려진 문화 축제는 대부분 6월 중ㆍ하순부터 8월까지 집중적으로 개최되는 반면, 프라하는 봄 축제를 시작으로 4월부터 6월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이어진다.
상업화 아쉽지만 수준 높은 공연‘눈길’
해가 거듭할수록 상업화되고 있는 프라하가 안타깝지만, 그 어떤 나라의 도시보다 클래식 공연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점은 가장 부러운 점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다.
혹자는 '자국민도 아니었던 모차르트 덕에 먹고 사는 나라'라고 혹평할 만큼 프라하 거리는 온통 가짜 모차르트가 판을 치고 있지만, 대표적 공연장 스메타나홀과 국립극장 등에서 열리는 클래식 공연은 세계적 수준으로 연일 매진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공연관람료가 서울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동유럽의 비교적 저렴한 물가를 고려하면 이미 현지 서민들은 쉽게 클래식 공연장을 드나들 수는 없는 상황이다. 동유럽의 일반적인 환율과 물가를 예상하고 여행계획을 짜면서 공연을 관람하려 한다면 예산수정부터 해야 할 것이다.
<다음에 계속 됩니다> 글ㆍ사진_유경숙_문화마케터
프라하의 연인되기
지구촌 문화기행-체코 프라하①
TV드라마 영향으로 관광객 ‘봇물’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 크게 인기몰이를 했던 TV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은 적어도 오늘의 체코에 '한국관광객의 힘'을 확실하게 보여준 계기가 됐다. 학창시절 배낭여행까지 포함해 세 번째 프라하 방문이었는데, 두 번의 방문과 달리 한국말을 쉽게 접할 수 있었고, 거리 환전소에서 한국 돈을 환전한다는 광고까지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낯 뜨거운 일도 눈에 띈다. 가장 보고 싶었던 존 레논 벽(존 레논을 기리는 낙서가 있는 담장)에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문구가 대문짝보다 더 크게 씌어있는 것. 검은색 락카로 뿌려 쓴 것이어서 보기에도 흉물스러웠는데, 지난 여름 프라하를 다녀간 한국인 이모 씨의 작품(?)이었다.(제발 이러지 마세요~)
지금 프라하는 10여년전 일본인 관광객의 전성기 바통을 이어받은 한국인 관광객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 전통인형극 ‘마리오네트’ 전용극장에 들어서자마자 실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리오네트 전용극장의 70%가량이 한국인 관광객이기 때문에 한국어로 된 공연안내서까지 준비하고, 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매체홍보에 아주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물간 공연 찾아 다니는 한국인
그러나 지금 유럽에서는 이곳의 마리오네트가 이미 한물간 공연으로 인기가 없는 반면, 한국인만 의무적(?)으로 몰려가는 것이 안타까웠다. 흔히 ‘노란책’이라고 불리는 한국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여행책자에 마리오네트 전용극장이 일본을 비롯한 다른 국가의 여행책자에 비해 찬양 일색이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빨리 많은 것을 보고 와야 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은 이런 여행책자의 말만 믿고 5만원 가량 되는 공연티켓을 사서 실컷 잠을 자다 나오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작품성에 대해서는 길게 이야기할 수준도 아니었다. 필자가 모차르트라면 이처럼 무성의한 돈 지오반니 마리오네트 공연을 보며 소주 한 잔 하고픈 생각이 절실하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