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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공연장 만들기, 우리에게 없는 것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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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도인 (메타기획컨설팅 경영기획실장, 문화전략·예술경영 컨설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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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의 건축, 무대와 오디토리엄을 통해 예술적 감동을 느낀 공간이 있었냐고 물을 때, 우리는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한다. 베를린 필하모니아의 오디토리엄과 글라인드본오페라하우스에서 느끼는 감동이 우리에겐 없다.
왜 그럴까? 물론 우리에겐 서양의 것과 다른 문화와 역사, 전통이 있다. 그러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은 현재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거의 대부분의 공연장이 비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고 내용의 진지함 또한 결여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공연장을 만들고자 할 때, 이 공연장이 국가, 도시와 지역사회에서 어떠한 문화적, 예술적 사명을 가지고 역할을 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생략된다. 공연장에 대한 밑그림이 모호한 상황에서 설계지침서를 만들고, 건립되는 공연장의 역할과 활동을 깊이있게 이해하지 못하는 건축가가 현장을 설계하며 급조된 심사위원에 의해 그럴 듯한 정도의 작품이 선정된다. 그리고 설계가 끝나면 아무 문제가 없는 듯 시공이 이루어지고, 준공을 앞두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문회의라는 형식적 절차를 거친다.
ABTT 공연장 컨퍼런스 2006에서 이루어진 대부분의 세션은 최근에 좋은 공연장이 어떠한 과정과 고민을 통해서 지어지고 있는가를 소개하고 토론하는 자리였다. 그 핵심은 공연장 건축주인 클라이언트와 건축가, 공연장 컨설턴트, 그리고 공연장의 실질적 운영자(공연장 기술진)가 어떻게 협력하여 공연장을 만들어가는가에 있다.
컨퍼런스에서 다루었던 32가지의 주제를 따라 공연장 만들기의 과정을 그려보자. 클라이언트와 클라이언트가 지명한 공연장 컨설턴트에 의해 공연장의 구상이 시작되고 전략으로 구체화된다. 공연장이 추구하는 문화적 역할, 예술적 방향이 분명해지면 공연장 컨설턴트가 적합한 공간의 구성, 오디토리엄 디자인, 기능 계획, 기술장비 계획 등을 마련한다. 계획단계의 모든 것은 우리가 어떠한 공연장을 만들 것인가라는 꿈과 이상의 산물이며 정해진 예산에 대한 고도의 타협이다. 최고의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건립과정에 대한 로드맵도 이때 준비되며, 건축가(디자인) 팀을 선정하기 위한 지침서가 작성된다.
건축가 팀의 선정에 클라이언트 -클라이언트가 향후 공연장의 실질적 운영책임자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와 공연장 컨설턴트가 밀도 있게 참여한다. 건축가 팀이 선정된 후, 건축가 팀과 공연장 컨설턴트 팀, 음향설계 팀이 본격적으로 설계에 들어간다. 건축가, 공연장 컨설턴트, 음향설계자의 트라이앵글 구조가 가장 최적의 공연장을 만들기 위한 조합이라는 것은 세계의 여러 사례를 통해 검증되어 왔다. 최고의 외형 디자인에 모든 것을 거는 건축가와 가장 보수적으로 최고의 음향을 만들고자 하는 음향설계자, 그 사이에서 지렛대 역할을 하며 공연장의 안으로부터 무대와 객석구조, 기능과 장비계획에 대한 최적의 방안을 제시하는 공연장 컨설턴트의 결합은 좋은 공연장을 만들기 위한 필수 요소가 되었다. 물론, 무수히 많은 주장과 논쟁, 타협의 결과로 진통을 겪는다. 더 좋은 공연장을 위해 시공과정에서 공연장 기술진과 컨설턴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극장의 설비가 제대로 발주, 장착되고 있는지 공정을 관리하며, 최종 장착된 공연장의 기술적 적정성에 대해 판단한다.
우리에게 이렇게 만들어진 공연장이 있는가? 현재까지 만들어지고 있는 공연장을 보면 복합이냐, 전용이냐, 다목적이냐는 1차원적 논의에 함몰되어 있거나 단지 무대와 객석구조에 대한 아이디어 차원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이따금 외국의 공연장 기술 컨설턴트를 불러오는 곳이 최근 생겼지만 우리의 문화와 예술환경, 운영의 방향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나눌 파트너는 없이 공허하게 기술적 실현 가능성에 대한 검토만 이루어진다. 공연장의 방향을 제시하는 예술적 클라이언트와 컨설턴트가 우리의 공연장을 만드는 과정에는 없다. 단지 과정을 관리하는 관리자와 아이디어 제시자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만들 공연장에 담을 우리 시대의 예술은 어떻게 존재하고 진화하는가? 우리 공연장은 관객과 어떠한 감동과 경험을 나누고자 하는가? 이러한 물음에 분명히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우리 공연장은 단지 정책, 행정가의 책상에서 만들어지는 기반시설이 아니어야 하며, 예술적 진지함은 없고 숫자만 존재하는 흥행사의 감각 이상이 필요하며, 아카데미즘과 비평의 테두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학교 속 예술경영 이상이어야 하며, 통합되지 못하고 자기 분야의 견해만을 주장하는 무대기술자의 경험 수준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공연장 만들기는 고도의 전문성이 결합되어야 한다. 물론 사람의 몫이다. 사람이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우리 시대의 몫이다. 예술적, 경영적 책임을 가진 실질적 클라이언트와 함께, 뛰어난 건축가와 좋은 공연장 컨설턴트, 음향설계팀이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 과거 행정가와 건축가, 시공자가 주도했던 관행과 한계를 넘어서려는 의지와 실천이 있어야만 우리 시대의 문화를 앞서 제시하는 ‘좋은 공연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웹사이트 : www.meta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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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엔지니어링과 건축에 관한 컨퍼런스' |
- 공연장 건축의 해외사례 - 도전 과제와 성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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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앤디 헤일즈 (영국극장기술인협회 이사, 차콜블루 대표, 공연장 컨설턴트) |
올 초 서울에서 열린 노들섬예술센터 국제심포지엄을 제외하면 이번 컨퍼런스는 다른 실무자의 경험을 공유함과 동시에 건축, 무대기술, 건설 및 경영 등 많은 공연장 전문가들의 시각에 대한 토론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국제행사다. 이번 컨퍼런스는 좋은 공연장 조성을 위해 예술과 과학, 엔지니어링의 결합을 연구하는 관련 학자들과 더불어 유수한 세계 정상급 공연장 컨설턴트와 건축가, 음향설계자, 기술진, 프로젝트 및 공연장 책임자들을 불러모았다.
컨퍼런스 참가 예약률은 2002년 보다 35% 높았고, 한편 전체 참석자 중 55%는 해외 30여개국에서 참가했다. 이러한 참석 현황만 두고 보더라도 세계에서 극장 설계 기술, 극장 운영 및 설비에 대해 가지는 큰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참가국으로는 미국, 캐나다, 호주, 싱가폴, 말레이시아, 일본, 한국 등지에서 참가하였으며, 특히 한국에서 온 메타의 임원들과 서울시 직원들은 특히 동양의 관점에서 값진 의견들을 공유하며 활발한 토론 자리를 이끌어냈다.
컨퍼런스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뉴욕 소재 웹 경영 서비스사(Webb Management Services Incorporated)의 던칸 웹(Duncan Webb)씨는 앞으로 서양에서 지어질 '예술의전당(Palaces for the Arts)'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던칸씨가 보여준 놀라운 통계수치에 따르면, 뉴욕 소재 링컨 센터에 사용한 자본금이 링컨센터 주변 자산에 부과되는 세금에서 산출되는 연간 수익보다 적다는 것이다.
또한 어려운 위치에도 좋은 공연장을 지은 사례가 많이 소개되었다. 그 중 한 예로 라파엘 비놀리의 재즈 앳 링컨센터(Jazz at the Lincoln Centre)는 쇼핑몰 위에 지어진 공연장으로 여러 개의 멋진 공간을 가지고 있다. 알렌룸은 감미로운 재즈 선율을 배경으로 유리벽을 통해 보는 뉴욕의 풍경이 인상적이다.
현재 차콜블루(Charcoalblue)가 레스터 공연예술센터에 무대조명 디자인과 음향 시스템을 자문해주고 있는데, 내년에 이 시설을 사용하고 과연 어느 것이 옳은 선택이었는지 알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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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소개해주셔서고맙습니당~
지속가능한 주제를 ,컨텐츠 개발을 위해 바로 지금이 참 중요한 시점이지요... 조교수님 감사합니다.. 카페에서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