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규 교수 <서울의대 신경과>
뇌졸증, 발병연령 높아지고 환자 증가
CT·MRI 보급 진단-치료 획기적 발전
치매도 약물치료로 진행 늦추는 단계
우리나라에 신경과가 합법적인 전문 진료과목으로 인정받아 신경과 학회가 창립된 지는 불과 20여 년 밖에 되지 않았고, 본인이 신경계 질환 환자들을 보아온 지도 약 26년밖에 지나지 않아, 30년간의 질병양상을 정확히 분석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으나, 그간에 다양한 경로로 축적된 연구 결과와 진료경험을 바탕으로 최근의 변화를 파악하도록 하겠다.
여기에서는 매우 다양한 신경계 질환 중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뇌졸중, 치매, 간질, 말초 신경병증, 감염질환, 퇴행성질환 및 두통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겠다.
노령인구의 사망원인 1위인 뇌졸중은 병의원에 입원한 환자 중 가장 많은 신경계 질환으로 그 발생으로 인한 개인 및 사회경제적 파장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 1960년대까지는 50대에 뇌졸중이 가장 많다고 하였는데, 1980년대에 들어 발병 연령은 50 60대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보고 되었고, 최근 노령인구의 급증으로 발생연령은 점차 60대 이후의 고령군으로 이동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뇌졸중의 빈도도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원인으로 식습관 변화에 따르는 당뇨, 고콜레스테롤증의 증가와 아직도 고혈압 조절에 대한 인식부족 등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며, 평균수명의 연장과 더불어 향후로도 상당히 사회적으로 중요한 질환으로 남을 듯하다.
일반적으로 뇌졸중은 그 원인에 따라 고혈압이나 당뇨, 콜레스테롤, 흡연 등으로 인한 죽상 동맥경화나, 심인성 색전, 소동맥 병변 및 혈액 응고 장애 등으로 발생하는 뇌경색과, 고혈압성 혈관병증, 동맥류, 동정맥 기형 등에 의한 뇌출혈로 크게 구분하는데, 임상 양상 및 위험인자들도 역시 매우 다양하다.
우리나라에는 과거 48 74%로 비교적 빈도가 높았던 뇌출혈의 비율이 1980년대 이후로 꾸준히 감소하는 추이를 보인다.
그 원인으로는 과거에 비해 달라진 생활 습관이나 식이 등으로 인한 뇌경색 위험인자의 증가나, 전국민 진료기회의 확대, 환자의 혈압 조절에 대한 관심도 증가 등을 들 수 있겠고, 의료장비의 발전으로 경미하거나 무증상의 뇌경색에 대한 진단율이 높아진 것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의료장비에 있어 1980년대 초반의 단층촬영(CT)과 1980년대 후반의 자기공명영상(MRI)의 도입은 뇌졸중 진단에 있어서는 획기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들 장비가 널리 사용되면서, 과거 임상증상과 신경학적 검사만으로 뇌졸중을 진단하던 것을 직접 사진으로 병변을 확인하게 되면서 의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또한 최근 개발된 확산강조 영상(Diffusion MRI)도 급성기 뇌졸중 병변의 감별에 있어 큰 역할을 하고 있고,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과 더불어 뇌졸중의 병인적 진단에 획기적으로 공헌하고 있다.
한편 뇌경색의 유형별 차이에서는 동양권에 많은 소동맥 병변이 아직 우리나라 뇌경색 환자에서 가장 높은 비율(38%)을 차지하고 있으나, 죽상동맥 경화증에 의한 대혈관 병변이 거의 비슷한 수준(36%)으로 증가되었고, 위치도 과거 우리나라에는 두개강내 혈관의 빈도가 대부분을 차지하였으나, 최근에는 서구 환자들에게서 흔했던 두개강외 경동맥 협착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우리나라 뇌경색 환자의 발생 양상에 상당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뇌경색의 예방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늘어가고 있는 성인병 등 위험인자에 대한 철저한 조절과 예방약제를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것인데, 예방약제로는 과거 아스피린만이 유일하게 쓰이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복용이 용이하고 효과가 우수한 다양한 혈소판 억제제들이 개발되었다.
또한 뇌동맥 협착의 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맞추어 이에 따른 뇌경색의 예방적 목적으로 좁혀진 혈관을 성형하여 넓혀주는 중재적 시술이 발달하고 있는데, 기존의 수술적 치료에 못지않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명되어, 향후 혈관협착에 따른 뇌경색의 예방에 있어 매우 유익한 치료로 기대되고 있다.
그 이외에도 뇌지주막하 출혈의 원인이 되는 동맥류도 최근에는 중재적 방사선 시술로 치료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어, 뇌졸중의 치료도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 의료기관 이용실태에 있어서는 민간의료나 한방치료, 약국에 의존하는 경우가 병의원을 이용하는 경우보다 많은 현실인데, 실제로 뇌혈전 용해제로 유일하게 FDA의 공인을 받은 rt-PA를 뇌경색 발생 3시간 안에 투여 받은 환자는 전체 대학병원 단위의 진료된 뇌경색 환자의 3%에 불과하다는 보고도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뇌졸중을 '중풍'이라고 생각하여 한방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개념이 지배적인 것 같다.
최근 매스컴을 통한 홍보와 학회, 병원의 노력으로 점점 초기에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지만, 고령의 인구에서는 위험인자와 뇌졸중에 대한 인지도가 현저히 떨어져 있어 향후 지속적인 계도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치매는 뇌졸중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노인 환자들이 가장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질환으로 그 유병률은 과거 농촌지역의 60세 이상 노인들에게서 21.6%로 보고된 바 있으나, 또 다른 연구에서는 복지시설 노인의 7%로 조사되어(이 등, 1995), 그 진단기준이나 대상군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발생률은 나이에 따라 점차 증가함을 보였는데 60대, 70대, 80대에서 남자는 각각 4.1%, 16.7%, 50.0%이고, 여자는 각각 8.7%, 49.3%, 72.2%로 앞으로 인간의 수명이 연장됨에 따라 치매의 빈도도 훨씬 더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한편 치매는 그 자체로 원인적 진단이 될 수 없고, 이를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질환들을 포함하고 있는데, 장년층인 40 50대에는 외상성 치매, 주정성 치매, 무산소후성 뇌병증이 대부분을 차지하였고, 노년층인 60대에는 다발성 뇌경색 치매, 주정성 치매, 알츠하이머병 치매가 주를 이루었다.
최근에는 뇌졸중 진단기술의 발달로 다발성 뇌경색 뿐 아니라 단일(전략적) 뇌경색에 의한 혈관성 치매도 많이 보고되어 있고, 각종 감염성 질환에 의한 치매, 전측두엽 치매, 우울증 등에 의한 가성 치매 등 다양한 치매의 원인이 밝혀지고 있는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상당수의 치매가 고전적으로 여겨졌던 것처럼 만성 불치의 병을 가진 것으로 여겨지는 질환이 아니라, 점점 치료가 가능한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SPECT나 PET 등의 방사선학적 영상검사나 유전자 진단 등 각종 검사방법의 발달과 약물 개발에 힘입어 다양한 치매의 원인에 대한 연구 결과로, 치매를 조기 진단하고 치료 가능한 치매는 치료하고, 알츠하이머병 치매도 병의 진행을 늦추는 약물치료가 가능한 정도까지 발전되었다.
간질의 경우에 있어서는 만성적인 질환으로 간질 자체에 의한 영향뿐만 아니라, 비교적 발병 연령이 낮은 젊은 간질 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냉대, 학업성취도, 직업, 운전, 치료비용 등과 같은 복합적 사회문제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의 가족은 물론이고, 구성사회에 대해서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국내에 보고된 간질의 유병률은 1000명당 4 10명이며, 평생 유병률은 전체 인구의 1 6%로 우리나라 인구 중에서 최소한 25 35만 명 이상이 간질에 이환 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과거에는 환자들이 간질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거나, 기타 무속신앙 등의 치료에 의존하였기 때문에, 환자의 정확한 파악이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는 이보다 더 많은 간질 환자가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간질을 원인에 따라 분류한 이전 조사에서는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이 17.4%, 간질을 유발하는 기질적 뇌 병소가 있는 증후성이 50.5%이었으나, 최근에는 진단기술의 발전으로 점차 증후성 간질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간질의 진단이나 치료도 상당히 발전하여, 24시간 뇌파 감시 및 자동분석 등이 진단에 상당히 기여하였고, 측두엽 간질이나, 종양, 혈관기형 등에 의한 간질 등은 수술적 치료로 거의 완치에 가까운 치료가 가능하여졌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환자에서는 거의 일생 동안 항 간질제를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더욱이 이러한 항 간질제를 갑자기 중단하거나 게을리 복용했을 때 발생하는 간질 중첩증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도 있어 각별한 주의를 요하고 있는 실정이다.
항경련약물도 꾸준히 개발되어, 정확한 진단에 의한 간질의 유형에 따라 그 동안 개발된 여러 가지 항 경련제제들 중 그 환자에 가장 적당한 제제를 처방 받아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겠다.
말초 신경병 중에서는 당뇨병의 증가와 더불어 그의 합병증인 당뇨병성 신경병증이 최근 들어 가장 흔한 것으로 생각된다.
신경합병증은 통증이나 감각이상, 근력약화 등 주로 말초 신경병의 증상으로 나타나지만, 족부 궤양이나 안과적인 증상, 소화기관이나 심혈관계 증상, 성기능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당뇨인구가 200만 명에 달하고, 그 수는 매년 5%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당뇨 환자의 50% 이상에서 신경합병증이 발생하고, 심각한 후유증을 보일 수 있으며, 일단 발생하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발생 전 철저한 혈당 관리가 꼭 필요하다.
또한 면역계 장애를 원인으로 발생된 말초 신경병증도 최근 들어 진단이나 치료가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부분이며, 정확한 진단을 통한 면역 억제제나, 혈장치환 또는 면역글로불린 등의 치료가 발전되어 왔다.
감염질환도 과거에는 제법 흔하여 많은 환자들에서 결핵성 뇌막염, 또는 뇌낭미충증을 위시한 기생충 감염이 많았으나, 지속적인 결핵 퇴치 사업과 낭미충중 감염 경로의 홍보에 힘입어 많이 줄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결핵은 아직도 드물지 않게 신경계 감염을 일으키고 있다.
새로운 감염질환으로는 역시 AIDS나 광우병이 관심을 끌고 있으나 아직은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그간 신경계질환 중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은 퇴행성질환이다.
퇴행성질환 중에서 많은 부분이 유전학의 발달과 더불어 유전질환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따라서 퇴행성질환들은 어떻게 보면 질환들의 분류체계가 대폭 수정된 것들도 있고, 진단도 과거에는 임상 양상이나 부검에 의존하던 것들도 유전자 검사로 확진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나 치료적인 측면에서는 아직도 흡족한 결과가 많지 않아 앞으로 의학이 더욱 발전해야 해결이 될 과제로 남아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두통은 일차 진료 기관을 찾는 신경과 환자 중 가장 많은 질환으로, 최근 그 유병률은 편두통이 22.7%(남자 21.0%, 여자 24.3%)에 달하고, 긴장성 두통이 16.2%로 보고되어 있다.
또한, 편두통의 유병률은 15 19세의 연령군에서 가장 높았고, 연령이 증가할수록 감소되었으며, 남녀간의 성비에서도 외국에서는 여자에서 남자에 비해 1.45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그간의 연구 결과와 비교해 볼 때, 남녀간의 유병률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어, 최근 증가하고 있는 학업, 사회생활 등에 의한 스트레스가 편두통의 발생에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한편 최근 들어 편두통의 효과적인 치료법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어, 제대로 치료만 받는다면 많은 편두통 발작들을 예방 또는 중단시키거나 경감시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부분의 환자들이 적절한 약을 처방 받지 못한 상태에서 필요에 의해 진통제들을 무분별하게 복용함으로써 오히려 질병기간을 연장시키고, 경제적으로도 많은 손실을 입고 있어 향후 많은 관심과 계도가 필요한 실정이다.비록 짧지만 우리나라 신경계 질환의 변화 양상을 살펴보았다.
국민의 생활 습관이나 성인병등과 더불어 질병의 양상도 상당히 변해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어, 향후 지속적으로 변화 양상을 조사해 볼 필요가 있겠다.
신경계 질환에서는 최근 신경과학 분야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이전에 알지 못했던 질병의 원인이나 병태생리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치료적인 측면에서도 의학과 주변 과학이 계속 발달하면서 꾸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어, 향후 만성적인 신경과 영역의 환자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