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릉중 축구부 주장 강주호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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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도요타컵에 대한축구협회 중등연맹 유소년 대표로 참가해 전체 7골 중 혼자 4골을 사냥한 강주호(서울 공릉중 3·축구부 주장) 군의 말이다. 정말일까? 강 군의 성적을 물어봤다. “1학기 중간고사에서 평균 96점으로 반에서 2등 전교에서 7등을 했어요.” 강 군은 축구를 하면서도 ‘우등생’ 자리를 내놓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중학교 1학년부터 반에서 늘 1, 2등을 차지했다. 운동선수들이 각종 대회 참가와 연습 때문에 학교 수업을 밥 먹듯 빼 먹는 현실에서는 ‘기적’에 가까운 성적표. ‘제2의 박지성’을 꿈꾸는 우등생 축구 선수 뒤에는 부모님과 축구부 감독의 남다른 철학이 있었다. <허운주 기자>apple297@donga.com ● 공부하는 축구부 김경수(50) 축구부 감독은 서울 체육중학교, 체육고등학교, 서울대 사범대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한 체육 엘리트. 스포츠와 줄곧 함께 생활해왔지만 그는 운동하는 학생들이 운동에만 ‘올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운동을 즐기면서 하고 학생의 본분인 공부도 열심히 해 ‘인성’을 닦아야 한다는 것. 김 감독은 경기가 오후 1시에 열리면 학교를 출발하기 전까지 선수들이 수업을 듣게 하고 있다. 또 빠진 오후 수업 노트 필기도 반드시 챙기게 한다. 이런 노력으로 공릉중학교 축구부 선수 대부분은 반에서 중간 정도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수업을 마친 후 매일 2시간씩 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좋아하는 축구 연습에 집중했다. 축구부가 생긴 지 5년째인 공릉중학교가 2006년 서울시 서부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지난해 강동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것은 이런 배경이 한몫했다. 김 감독은 “연습량이 부족해 체력은 다른 팀에 비해 떨어질지라도 실력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 “홍명보 선수 답장이 큰 힘” 강군은 서울 당현초교 시절 축구가 너무 좋았다. 하지만 부모님은 공부 잘하는 막내아들이 축구를 하는 것을 탐탁지 않았다. 그래서 5학년은 축구를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이야기해 줬다. 똘망똘망한 아들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인 홍명보 선수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러자 홍 선수가 답장을 보내왔다. ‘나도 5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다. 늦지는 않았다. 하지만 부모님과 상의해서 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강 군은 부모님께 “좋아하는 것을 즐기면서 하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설득했고 부모님은 5학년 2학기에 축구부가 있는 서울 신북초교로 강 군을 전학시켰다. 강 군은 키 174cm의 센터포워드. 키가 커 헤딩을 잘하고 스피드와 드리블도 뛰어나다. 그러나 고교 진학 문제는 큰 고민거리. 1년 거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합숙하며 운동에만 매달리는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 하지만 짬짬이 공부하겠다는 의지는 변함이 없다. “공부를 하는 게 즐겁다. 하지만 축구를 열심히 해 태극마크도 달고 박지성 선수처럼 프리미어리그에도 진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축구, 연령에 맞게 즐기면서 해야
한국 유소년 축구의 기반은 ‘학교축구’다. 그래서 선수들은 어린시절부터 축구로 성적을 내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인 양 공만 찬다. 전문가들은 이제 ‘축구 백년대계’를 생각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프랑스 브라질 잉글랜드 스페인 등이 세계무대에서 최강을 자랑하는 이유는 수십 년 전부터 잘 갖춰진 유소년클럽 시스템을 통해 ‘재목’을 키우기 때문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은 입단 테스트를 거쳐 클럽에 가입한다. 학교에서는 공부를 하고 축구는 클럽에서 하는 것. 호나우지뉴나, 베컴, 앙리 등 유명한 축구선수들도 모두 유소년클럽 출신이다. ‘새싹’이 잘 자라야 큰 ‘줄기’를 이뤄 튼튼한 버팀목이 된다. 에메 자케 전 프랑스대표팀 감독은 어린 축구선수들에게 연령에 맞는 교육을 시키고 축구를 즐겁게 하도록 가르친 게 지금 프랑스가 세계 최고의 축구선진국이 된 밑거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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