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와 낚시
봄철이 되어 붕어들이 활기를 찾고부터 몇 달 간 우리 낚시인들은 호조황 속에서 낚시를 즐겨왔었다. 즉 기나긴 겨울동안의 움츠림에서 벗어난 붕어들을 우리들은 산란기라는 호재를 맞으며 즐겨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 즐거움에 젖어 있다가 이제 배수라는 악재와 부닥치게 된 것이다. 우리들에게는 연중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된 것이다. 물론 동절기의 악재도 있기는 하지만 이 배수기의 고통과는 좀 차원이 다르다. 따가운 햇살도 가중하여 사실 괴로운 시기이다.
배수기에는 왜 낚시가 잘 되지 않을까? 하는 문제와 이를 극복하고 즐길 수 있는 방법들은 무엇인가? 즉 어떤 저수지에서 어떤 포인트에 앉아서 낚시를 하면 되느냐 하는 문제들을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사실 진정한 낚시인이라면 이 시기, 저수위 때에 그 저수지의 모습들을 깊이 관찰하여 기록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아니면 최소한도 요즈음은 디지털 카메라가 있으니 부분적인 사진의 촬영으로 다음 시기에 참고를 할 만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두면 좋겠다.
1. 배수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1차 산업인 농사를 지으면서 생활하여왔다. 삼국시대부터 축조된 유명한 저수지들이 있다. 제천의 의림지(임지:林池)와, 김제의 벽골제 그리고 밀양의 수산제가 그것이다. 이들 저수지들은 바로 벼농사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그리고 벼농사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부분이 바로 햇빛(기온)과 물이다. 중부지방과 남부지방간의 시차는 있지만 배수라는 개념은 같은 말이다. 농사를 위하여 가두어 둔 물을 빼는 시기를 배수기라고 한다. 그리고 수리시설의 몽리면적(蒙利面積)에 따라서 큰 차이가 나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논농사를 위하여 1차로 물을 빼는 시기는 대략 4월 말에서 5월 말경에 시작된다. 처음 물을 빼는 때는 가장 많은 양의 물을 빼게 된다. 이 시기에는 거의 낚시가 불가능한 시기이다. 모심기가 끝이 나면 약 보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는데, 이 이후로는 모의 뿌리안착을 위하여 이때부터도 많은 양의 물을 공급해 주어야 하므로 상당량의 물을 뺀다. 그리고는 장마가 시작되면 일단 물 빼기는 중단이 된다고 보면 된다. 장마의 초기단계에는 많은 양의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는데 이때가 바로 또 한 번의 호기를 맞는 시기이기도 하다. 모를 심고 뿌리가 안착되기까지의 시기를 경상도 지방에서는 로터리 시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장마가 끝이 나고 나면 벼의 성장에는 물과 햇볕이 가장 주요한 시기이다. 여름이 지나고 벼가 싹이 트는 때를 배동바지 시기라고 하는데 이때까지 계속해서 물을 주어야한다. 그리고 벼가 익어서 고개를 숙일 때까지는 비바람에 쓰러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뿌리가 땅에 단단히 박혀야 하므로 처음에는 1주일간 물을 대고는 하루를 쉬고 그러다가 다음에는 3-4일 불을 대고는 또 하루를 쉬고 하면서 나중에는 물대기가 끝이 난다. 그 시기가 대략 9월 말경이다.
2. 배수기에는 왜 낚시가 잘 되지 않는가?
배수가 시작되면 우선 물고기들에게는 주변 환경의 변화가 많이 생긴다. 평소에 회유하며 지내던 자리가 낮아진 수위로 인하여 없어지게 된다. 특히 붕어들은 일정한 수압 대를 중심으로 이동을 하지 깊은 수심 대를 가로 질러서 반대편으로 건너지는 않는다. 다음에는 물이 빠짐으로 인한 수압의 변화가 생기므로 적정한 수압대로 이동을 하여야 한다. 그래서 초기 물 빼는 시기에는 불안감이 생겨 바로 깊은 수심대인 제방 권으로 일단 이동을 해버린다. 그런 뒤 안정을 되찾으면 회유를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는 물을 뺌으로 인하여 줄어든 수위가 강한 햇볕에 의하여 수온의 상승을 가져와 수중 산소가 희박하여 고통을 당하기 때문이다. 이상으로 3가지 정도가 배수기 낚시가 잘 되지 않는 주된 원인으로 보면 좋다.
3. 배수기를 극복하는 방법들은 무엇이 있을까?
가. 저수지의 선정 - 배수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면 평지형의 저수지는 아무리 긴대를 펼친다 해도 찌를 제대로 세울 수가 없을 정도로 전체적인 수심이 낮아지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산간의 깊은 골짜기에 있는 계곡형의 저수지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계곡형지는 물이 빠지더라도 그 수심 대를 일정부분 유지하여 준다(대표적인 저수지가 오동지 같은 저수지이다). 이 시기에는 소류지 보다는 제방 권에서 깊은 수심이 나오는 대형 지와 계곡 형 저수지를 선택함이 올바르다.
나. 포인트의 선정 - 수위가 낮아지기 시작하면 일단 상류는 낚시터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그러나 일정한 수심을 유지하면서 물골이 있어 그곳의 수심이 적당히 나온다면 좋은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중류의 큰 골 자리 주변의 수심이 깊은 곳이나 아니면 아예 제방 권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제방 권에도 제방의 석축과 양 연안의 땅이 맡 닫는 곳이 일급 포인트가 된다. 제방의 한 쪽이 밭 자락이고 다른 한 쪽은 산자락이라면 둘 다 좋은 포인트가 된다. 그리고 무넘이 부분은 그 어떤 저수지를 막론하고 넓고 평평하게 되어 있고 그 너머로는 급격한 수심 대를 이루고 있으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다. 미끼의 선택 - 배수기의 낚시 미끼로는 붕어들의 경계심이 극에 달해있으므로 부드러운 미끼인 떡밥이 좋다. 떡밥을 갤 때에 평소보다는 조금 묽게 개어야 좋다. 그리고 동물성 미기를 사용할 때는 새우는 머리 부분의 각질을 살짝 제거해 주면 좋고, 지렁이는 될 수 있으면 작고 싱싱한 지렁이가 좋다.
라. 채기 등 기타 - 배수기에는 경계심이 강하고 예민한 시기이므로 평소 나의 낚시 스타일을 버려야 할 때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점잔은 찌 올림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평소보다도 조금이라도 이상한 찌 놀림이 보인다면 일단은 챔 질을 해 보아야 한다. “붕어가 대를 찬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바로 정상적인 찌 놀림이 아니고 갑자기 ”쑥”하고 솟아오르던지 아니면 대를 차고 나가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그 어떤 찌의 움직임에도 집중을 해야 된다는 뜻이다. 또 한 가지 평소보다도 긴 대를 사용함으로서 붕어에게서 그 어떤 경계심도 유발하지 않게 조용히 낚시를 한다면 한결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팁 하나
이상으로 경험에 의한 배수기 낚시에 대한 글을 적어보았다. 지난 6월 첫 째 주에 두량지 상류 밭 자락에서 월례회를 가졌는데, 2칸대로 약 2m 가까운 물골 자리에서 37cm와 33cm의 붕어 및 준척 급으로 여러 마리를 낚은 회원이 이었다. 나머지 회원들은 모두가 1m 내외의 수심 대에서 낚시를 하였는데 마리 수며 씨알 면에서도 월등히 뒤떨어진 조황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둘 째 주에는 두량지의 상류는 찌가 제대로 서지를 않아서 운천지로 옮겼다. 운천지의 상류는 완전히 바닥을 드러내었고, 제방 권에서의 낚시는 가능하였는데, 나는 제방과 무넘이 부분이 만나는 부근에다 대를 폈는데 호 조황을 보였다. 수심은 2.5m 정도였고, 초저녁 케미컬라이트를 꺾은 다음부터 집중적으로 붙기 시작하더니 10시 경이 되니 찌 놀림이 판이하게 다른 놀림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점잔은 찌 놀림이 아니고 물 위로 튀어 오르는 듯한 놀림으로 나타나더니 11시 정도가 되니 또 다시 정상적인 입질로 이어지곤 하였다. 입질의 주된 시기는 초저녁과 새벽에서 동이 트기 직전까지가 호황으로 이어지는 시간임을 알 수가 있었다.
팁 둘
앞에서 ‘蒙利面積’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이 때 ‘蒙‘자는 ’뒤집어쓴다’. ‘물려받다.’ ‘혜택을 입는다.’라는 뜻이 있다. 옛날 임금의 피난길을 “蒙塵”이라고 하는데 이는 피난을 하면서 많은 사람이 움직이다 보니 많은 먼지가 일어났을 것이고, 그 먼지를 뒤집어쓰면서 갔다고 하여 임금의 피난길을 ‘몽진‘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말은 ‘그 저수지의 물로서 농사를 짓거나 어떤 형태이든 물의 혜택을 입는 면적’을 말한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저수지의 넓이가 ‘얼마이다’라고 말을 할 때는 ‘몽리면적이 몇 만 평이다’라는 말을 하여서는 안 된다. 다만 ‘저수지의 수 면적이 몇 만 평이다’라고 하여야 올바른 표현이 된다.
쓰레기는 임자없다 먼저보면 임자이다!
경붕사에서 ....퍼온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