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여고 1학년 전영내 양은 3개월 전부터 매주 동영상강의를 듣고 있다. 이른바 '예쁜 글씨체 만들기 강의'이다. 전양은 일주일에 한 번씩 강의를 들으면서 자신의 글씨체를 고치고 있는 중이다. 전 양은 "악필 때문에 글 적는 것에 자신이 없었는데 꾸준히 노력한 결과 글씨가 예뻐졌다"고 말했다.
컴퓨터 자판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 익숙한 시대에 이처럼 글씨를 교정하는 학생이 생뚱맞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연을 들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글은 그 사람의 인품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최근 대학 입시에 논술이 포함되면서 글씨를 잘 쓰고 싶어하는 고등학생들이 부쩍 늘었다. 논술 심사위원도 사람이기 때문에 못쓴 글씨보다는 깔끔한 글씨가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주말에 시간을 내 서예를 배우거나 악필교정을 전문으로 하는 학원에 다닌다. 시간이 없는 학생들은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들으며 악필을 교정한다. '예쁜글씨'(www.korea700.com)라는 유료 사이트가 알려져 있다. 이 사이트에 등록하면 일주일에 한 권씩 교재를 받고 한글의 기초에서부터 한문의 기초, 아라비아 숫자, 영어, 차트체까지 여러 종류의 글씨체를 배운다. 글씨를 배우면서 자신의 글씨 중 어디가 잘못 됐는가를 알고 싶으면 쓴 글씨를 인터넷 강의 담당 강사에게 보낸다. 그러면 담당 강사는 글씨체를 보고 어디를 어떻게 고치면 글씨체가 좋아지는지 첨삭지도를 해준다.
예쁜 글씨체를 배우기 위해 'POP'를 배우는 학생도 있다. POP는 'point of purchase advertising' 의 약자로 '구매시점 광고'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모든 글씨의 모양과 크기를 똑같게 하기보다 색다르게 표현하고 싶은 것, 눈에 띄게 하고 싶은 것, 전달하고 싶은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깔끔한 손글씨 광고문이 뜨는 추세이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로 활용할 수도 있다.
장유리(국제외고 2)양은 "처음에는 글씨교정을 위해 악필교정수업을 받았는데 요즘은 나만의 개성을 담긴 글씨체를 만들기 위해 POP 수업을 들으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지은(혜화여고 2)양은 "글씨를 정성들여 쓰다보면 우리말이나 맞춤법을 자연스럽게 고려하게 된다. 그래서 글을 쓸 때 어휘 구사능력도 높아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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