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님의 어머님을 뵙고 와서-
사람은 사랑을 받고 삽니다. 그리고 그 사랑을 생명삼아 인생을 살아가고 그 다음으로 나아갑니다.
저는 2004년에 목사안수를 받았습니다. 목사안수를 받기 한달 전, 어머님이 위암이 재발되셔서 하늘나라로 부르심을 받으셨습니다.
저는 목사안수식을 받을 날에 당연히 어머님이 저의 곁에 계실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머님은 하나님의 나라로 가시게 되었습니다.
목회자 후배된 선교사님이 '올 겨울에 태국으로 선교를 나가는데, 그 때까지 어머님이 살아계셨으면 좋겠다'는 기도를 부탁했습니다.
인생은 헤어짐이 있습니다.
지난 8월10일, 선교사님의 어머님 권사님을 만나러 용인에 있는 호스피스병원을 찾았습니다.
저는 과학적으로는 치료의 확률이 극히 적지만, 인생의 시간을 하나님이 주관하시기에 시간의 길이보다는 하나님이 주신 선물인 '오늘'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호스피스병동에는 죽음이 전부가 아닌, 삶의 일부로 해석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말기암의 성도님들이 세상의 가치관인 시간의 길이에 연연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모습은 저에게 은혜를 주었습니다.
19년전 성북에 있는 교회에서 고등부 전도사로 사역을 시작하였고, 선교사님은 교회 청년부와 고등부교사로, 권사님의 둘째아들인 **군은 어느새 37살의 원숙한 사회인으로서의 청년이 되어 있었습니다.
19년의 시간은 지나가고, 37살의 청년에게 '**아'라고 반말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질병의 치료를 위하여 기도하였습니다. 하지만 질병의 치료에 머물지않는 만남이었습니다. 제자의 학부모님이며, 교사의 어머님이며, 선교사님의 어머님이신 권사님을 찾아 얼굴을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2019년 12월이 지나면 아들 선교사님은 '태국'으로 선교사파송을 받습니다. 권사님은 몸이 건강해도, 아들을 하나님께 선교사로 드렸기에, 이젠 아무때나 만날 수 없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이젠 품안의 아들은 사명이 끝나고 하나님의 아름다운 종으로서, 선교사로서의 삶이 시작됩니다.
권사님과 아드님은 몸이 건강하든 건강하지않든 '이별'을 앞둔 관계였습니다.
권사님께 기도의 제목을 물어보았습니다. 권사님은 '아들이 선교사 사명을 감당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부탁을 하셨습니다.
저는 권사님께 ' 아들 선교사님은 저에게는 학교 후배이기도하고, 목회자후배이기도하니 함께 의논하며 기도하며 돕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권사님에게는 인생의 전반전에 몸으로 아들을 돌보았으나 이젠 몸으로 함께 할 수 없는 날이 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인생의 후반전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몸이 아닌 마음과 기도로, 영혼의 힘으로 도울 수 밖에 없는 상실의 날이 옵니다.
사랑하는 사람곁에 있을 수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옆에 하나님이 함께 하시기를, 하나님의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있기를 바라는 소망이 있습니다.
생명이 얼마 남아있지 않다는 과학자의 말을 들으며 마음이 불편했지만, 생명의 장소와 길이를 하나님께 맡기며, 사랑하는 아들과 갑자기 어느때에 몸의 이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계신 어머님께 할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권사님, 어머님의 몸이 자유롭게 간섭할 수 없는 곳으로 떠나는 것을 준비하는 아드님을 향하여, 이제까지 어머님의 몸이 아들을 보살폈던 것처럼, 인생의 선배된 저가 아들과 함께 몸으로 함께할 수 있다면, 권사님의 기도를 기억하며 함께 삶의 연합을 하겠습니다.'
저도 목사안수식 한달을 남겨두고 하나님나라로 부르심을 받았던 어머님이 생각납니다. 이별을 할 때는 어머님의 마음을 몰라서, 인생의 마지막 날, 어머님께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죄송하다고 이러한 이야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저도 어머님의 나이를 닮아갑니다. 그리고 어머님이 살아오신 삶을 하나씩 나이를 들며 경험해가고 있습니다. 인생을 사니 어머님을 만나갑니다.
어머님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그 사랑하는 사람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머님의 기도를 부탁하셨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 기도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오늘 어머님의 부탁하신 기도를 기억하는 사람들과 연합하며 살아갑니다. 저에게는 제가 알지 못하는 어머님의 마음을 가진 또 다른 어머님의 몸과 살고 있습니다.
19년전, 후배 목회자인 선교사님의 어머님이 학생의 어머니로, 청년의 어머니로, 교사의 어머니로 ' 아들을 잘 지도하고 인도하여주세요' 라는 기도가 생각납니다.
잊어먹었던 선교사님의 '어머니'의 기도가 생각이 납니다.
2019년 겨울 '태국'에 선교를 준비하며 모든 선교훈련을 'WEC'이라는 건강한 선교단체에서 마치고 파송교회를 위하여 3년째 기도하고 있는 선교사님을 위하여 기도부탁드립니다.
요즘에는 선교사 파송을 하는 교회가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교회가 침체되었기 때문일까요. 예수님이 우리에게 오셨듯이, 하나님의 마음을 가지고 또 다른 부분적 예수가 되어 태국으로 가는 선교사님을 위하여 기도부탁드립니다. 하나밖에 없는 몸때문에, 여기에 사명이 있어서 떠날 수 없는 우리를 대신하여 건강한 몸을 가지고 선교지에 몸과 삶을 드리는 선교사님을 위하여 기도부탁드립니다.
이별학교http://m.cafe.daum.net/bochamchurch/9oZ/50?svc=cafe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