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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시즌의 첫 대회인 '김제 지평선 대회'가 드디어 열렸다.
'얼마나 달라졌을까?'
그동안 준비했던 노력들이 얼마만큼의 성과로 다가올지 궁금하고...두렵고...설레이면서...
출발선에 서서 카운트를 기다리면서도 좀처럼 들뜬 마음은 가라앉지 않는다.
작년에 대열 중간쯤에서 출발했다가 3km를 지나도록 인파를 헤치고 나가느라고 고생했던 터라 가능한 앞쪽으로 나가기 위해 얘를 썼다.
그 결과 세번째 줄에 서게 되어 일단 안심이 된다.
'여기서도 내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이 100명은 되겠는데?'
오늘의 목표는 1시간 22분대의 기록에 순위로는 20위 이내에 드는 것!
공인코스에다가 만만치 않는 후반 오르막 때문에 절대로 좋은 기록이 나오지 않는 이 대회에서 이정도면 충분하리라는 생각이다.
출발신호가 울리고 우르르 쏟아져 나가는 대열의 흐름을 따라 주로에 나서는데 앞쪽에 서니까 참 좋다.
주로도 금방 트이고 선두그룹도 바로 파악되고...
대로에 들어서며 내리막을 달리는 선두주자와 죽~이어진 십여명의 고수(?)들이 들어온다.
1Km 랩타임이 3분 30초!
'에이~뭐가 잘못됬겠지?'
넓다란 길에 나와서 대열의 밀도가 한가한 선두권에 서다보니 이제까지 어느대회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분위기가 낮설기만 하다.
초반에 오버페이스를 할까봐서 주변의 몇사람을 앞세우고 뒤따라 가려고 해본다.
주변의 누구하나도 만만한 사람이 없겠다는 생각에 달리는 사람들 움직임 하나하나에 관심이 간다.
'내가 이사람들, 고수라고 불리는 사람들과 함께 달릴수 있다니...'
영원히 올것 같지 않았던 그 세계가 나에게도 ...
4Km까지는 대로에다 내리막길이라서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던 것 같다.
매km마다 힐끗 쳐다본 시계가 사람을 놀라게 한다.
(이번에는 시간을 아끼느라고 매km마다 랩을 찍지는 않고 그냥 확인만)
5km 18'58"
이미 오래전부터 풀코스 주자들의 대열과 섞이기 시작했다.
숨가쁜 레이스 중에 뒤에서 들려오는 화이팅과 환호소리에 손을 들어 답하느라 신경이 쓰이지만 언제 또 이렇게 즐거운 비명을 지르랴?
하지만 아는 사람이 너무 많아도 부담이 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10km 19'17" , [38'15"]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더이상 바랄것도 없고 욕심낼 것도 없고...
가능한 에너지 소모가 적게 되고 편하게 속도를 유지하는 자세를 찾기 위해 노력하며 앞 주자들과 간격만 유지하면 되니...
수포삼거리를 지나 반환점을 앞두고 선두가 지나친다.
이전에 딴 세상에서 보던 그 모습이 아니다.
그냥 함께 달리던 이웃이 선두와 2등이고 내 앞에 반환점을 돈 9명 모두가 다 그럭저럭 알만한 사람들이 아닌가?
15.1km 20'09" , [58'25"]
반환점을 돈 뒤에도 역시 수백차례의 화이팅과 인사가 계속된다.
13km즈음에서 앞서가던 현대자동차 동우인을 따라 잡고 이제 시선은 100여미터 앞에 달리는 세사람으로 고정된다.
주운로, 이대근 두사람과 노란옷 입은 한사람이 각각 50미터 이내의 간격으로 달리고 있다.
이미 10위 이내에 들어섰기 때문에 순위에 대한 욕심은 없지만 끝까지 기록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앞선 주자들에 대한 주의를 살피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15km지점을 넘어설 무렵에 이대근님이 운로를 추월해 나간다.
지난 봄 남원하프때 단체전에 출전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그날 단체전에서 1시간22분대에 골인한 전주클럽팀이 궁금했는데 오늘 그 주축과 함께 달리게 된 것이다.
'과연 대단한 뒷심이다!'
17km를 넘어서며 이제 남은 거리가 4Km라고 표지된 지점부터는 경기장까지 계속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6차선 대로
미사일이 목표를 추적하듯이 앞선 주자들을 목표로 피치를 높혀 따라잡기에 나선다.
(16.1)4'01", (17.1)3'58",
나머지4km 16'06", [1:22'31"]
지하차도에 막 들어서면서 운로와 나란히 달리게 되고 "화이팅"을 외친 다음에 앞선 주자 두사람을 향해 급한 발걸음을 내딛는데, 앞선 주자 둘간에 앞치기 뒷치기 경쟁이 벌어져서 인지 좀처럼 속도가 줄지 않는다.
지하차도를 벗어나 경기장 앞 사거리 오르막의 정점에 시선이 고정되며 잡히지 않는 앞주자들에 힘이 빠져간다는 느낌이 들 무렵 저 위에서 쏜살같이 달려오는 낮 익은 얼굴이 있다.
두철이가 10km레이스를 마치고 마중을 나온 것이다.
'에고 고마워라!'
앞주자가 간격이 좁혀지지 않고 도망가 버리고 오르막은 100여미터 남아 한참 맥이 빠질 무렵에 만났으니 더 반가울수 밖에...
10km주자들이 주로를 막고 있어서 신경이 쓰이는 가운데 나머지 구간을 원없이 달리며 피니쉬를 밟는다.
손도 번쩍 들고서~
1시간22분32초(공식기록)의 기록이 나왔다.
개인최고기록엔 못 미치지만 공인코스에서 이 기록이 나왔다는 것은 만족, 대만족!
전체순위 8위로 개인명의로는 최초로 트로피를 받아왔다.
처음이라서 그런지 더 기분이 좋고~♬
부상으로 받은 5만원권 상품권으로 집사람것 내것 옷을 구입했다.
갑자기 몸도 마음도 물질도 다 부자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