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에덴동산(창 2,15, 최마리 에스텔 수녀)
“주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데려다 에덴동산에 두시고, 그곳을 일구고 돌보게 하셨다”(창 2,15)
2012년 4월 9일~20일까지 10박 11일 이집트-요르단-이스라엘 성지 순례를 다녀왔다. 나의 주님과 우리의 경전인 성경 역사지를 순례하는 너무 귀한 시간이었다. 성서백주간 도입 20주년 기념의 일환이었다. 성서백주간을 하는 여러 본당 교우들로 구성된 팀들이라 일 년여 이 계획은 맡은 나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러나 이왕에 하는 봉사이니 성의껏 잘해보자는 기특한 각오와, 이미 네 차례나 다녀오시어 평소 안목과 준비성이 철저하신 장익 주교님의 철저한 사전 지도 편달을 받으며 순례하였다.
그러나 오래도록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동행하셨던 춘천교구 김학배 안젤로 신부님의 강론 중 한 마디였다. “자신이 사는 곳을 성지로 만들지 못한다면 성지 순례는 아무 소용이 없다”라는. 쌍날칼같은 말씀이 무딘 신앙과 영성의 한 복판을 꿰찌르고 들어왔는데 떠나 보낼수도 잊을 수도 없었다.
‘성지’하면 순교자들이 돌아가신 곳이나 활동한 곳, 또는 예수님이 돌아가신 이스라엘로 알고 있다. 그러나 더 근원적인 최초 성지는 에덴이다. 에덴은 가장 완전한 곳, 거룩한 곳, 아름다운 이상향 파라다이스로 우리가 회복해야할 근원적 성지이다. 그래서 예수님의 처음과 마지막 유언도 그 하늘나라 즉 에덴”을 회복하라고 명령이셨다. 각자의 갈릴래아에서.
탐욕스런 일부 정치 지도자들의 농간으로 하느님 백성들이 사는 중동의 한 지역이 지금 생지옥이 되었다. 백성들의 목숨과 평화는 안중에도 없는 그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시리아와 미얀마의 내전 소식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우리나라도 국민의 평화와 복지는 뒷전이고 권력에만 탐닉하여 민주화의 발목을 잡은 정치인들 행태에 개탄스럽고 노엽다.
나는 어떠한가? 태어난지 66년, 세례 42년, 입회 35년, 성경공부 20년 어마어마한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오늘 나는 나의 삶의 자리를 성지로 만들었는가? 하느님 앞에 부끄럽고 초라한 성적표가 죄송하다. 그렇지만 다시 다시 용기를 내자. 그리고 하느님께서 명령하신 성지)에덴 만들기에 정성 다해 행동하자.
좋으신 하느님 아버지! 당신께서 명하신 성지)에덴동산을 잘 일구고 돌보라는 명령에 깨어 실천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