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빅토리아 호수에는 열대어의 일종인 타래어가 200종 이상이나 산다고 한다. 그들 모두는 단 하나의 동일한 선조로부터 20만년 정도의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서로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분화해 간 것들이다. 그 결과 현재의 빅토리아 호수에는, 플랑크톤을 먹는 타래어, 해초를 먹는 타래어, 곤충을 잡아먹는 타래어, 조개를 부숴 먹는 타래어, 다른 물고기의 새끼를 먹는 타래어, 다른 물고기의 비늘을 갉아 먹는 타래어 등 같은 종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서로 다른 식성을 가진 타래어가 공존한다. 식성만 놓고 본다면 소와 호랑이만큼 차이가 나는 것이지만, 그들이 지니고 있는 DNA는 단지 0.4% 정도만 서로 다르다. 초식 어류와 육식 어류의 차이가 이 0.4%의 유전적 차이로 인해 나타난다는 것인데, 이는 아주 작은 차이가 나는 원인에 의해 상당히 다른 결과가 유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과 침팬지 사이에도 유전적인 차이는 1.6%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이 동물의 하나라는 것을 굳이 부정하면서 움직이는 생명체를 인간과 동물로 나누려는 사람에게는 받아들이기 고통스러운 일일지 모르지만, 침팬지와 오랑우탄 사이의 유전적 차이는 침팬지와 인간 사이의 유전적 차이보다도 오히려 크다. 생물학적으로는 우리와 침팬지가 침팬지와 오랑우탄보다 더 가깝다는 것인데, 바로 이 점에서 생물학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이런 유전학적 연구 결과와 함께 우리가 침팬지나 오랑우탄과 마찬가지로 포유류의 한 종이라는 생물학적인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인간이 아닌 동물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현격한 차이를 부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서 인간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와 관련하여,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하는 차이가 도대체 어디에서 연유하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서는“도구의 사용”이나 “언어의 사용”, “불의 사용”, “유희하는 인간” 등 이미 많은 답이 제시되어왔다. 얼핏 그럴듯하게 생각되기도 있지만 동물도 간단한 도구나 언어를 사용하며 심지어 경작을 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인간과 다른 동물 사이를 이렇게 구획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깨닫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질문이 제기돼야 한다.
(이 글은 "아이를 살리는 교육"에 실었던 글입니다. 각 단원별로 나눠서 "느림보"라는 제목으로 올리고자 합니다.)
첫댓글 교수님~ 닉네임을 코끼리로 바꾸셨네요. 교수님과 아주 잘 어울려요.
사슴님 제안에 양교수님 글까지 카페가 살아나는 기분이네요^^ 앞으로도 반가운 글 기다릴게요!
네~앞으로도 올라올 글 기대 됩니다~~^^
"아이를 살리는 교육" 을 분명히 읽었는데 기억이 안나네요 ㅠ. 다시 책을 집어들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