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으로 들어가면 기분이 어떨까?
고래는 보일까? 아니 새우라도 볼 수 있겠지
며칠 날씨가 따뜻하더니 오늘은 기온이 –11도까지 떨어졌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바람도 거세게 불고 눈도 온단다.
그래도 여행을 떠나는 마음은 들뜨게 되어 있다. 아침 일찍 7시 반에 출발한다. 구비행장예비활주로 도로에서 오산-평택 간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차량이 꽉 막혀있다. 참 열심히 들 산다. 이래서 대한민국이 멋진 나라가 되나 보다.
서산휴게소를 들리고 홍성IC를 나와서 서산A방조제에 도착하니 길이 곧게 벋어 있어서 마음이 뻥 뚫린다. 길가에 차를 세우니 바람이 거세게 불고 눈이 조금씩 날린다. 정주영 아저씨는 여전히 세움 간판 위에서 열심히 일하고 계신다. 반갑다.
(서산A방조제)
간월도 입구를 지나 안면대교를 건너서 차를 세우고 돌아와서 깊이 파인 안면운하를 바라보며 이 운하를 삽을 들고팠던 옛 선인들의 노고를 생각해 본다.
옛날에 전라도 충청도에서 세금을 걷으면 세곡선에 싫고 한양 삼개나루(마포)까지 실어 날라야 했다. 그런데 태안 앞바다는 암초가 많고 물살이 거세서 배가 침몰하는 경우가 많았다. ‘쌀썩은여’라는 지명이 있는데 세곡선이 좌초되어 쌀이 썩어나간 곳이다. ‘여’라는 말은 물에 있는 바위를 말하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그래서 안전하게 쌀을 실어 나르려고 운하를 파려고 했다. 태안을 가로지르는 운하를 파려고 했는데 암반이 있어서 파다가 말았다. 차선책으로 안면운하를 판 것이다. 안면도는 당초에 안면곶이었는데 운하를 파므로 해서 안면도가 되었다.
(안면도 구교, 안면운하, 조선시대 삽들고 판 운하이다)
(검은 선은 원래 뱃길, 빨간 점선은 꿈꿔던 운하, 초록 점선도 꿈꿨던 운하, 빨간선은 안면운하를 파고 다니던 뱃길)
(쌀썩은여)
(안면운하)
꽃지해수욕장에도 들렀다. 겨울이라 해수욕을 하는 사람은 없고, 텅 빈 주차장 텅 빈 모래사장에 바람만이 거세게 지나간다. 저 앞에 작은 바위섬 두 개가 있다. 지금은 섬이지만 저 섬까지 육지가 이어져 있었다. 그래서 꽃지이다. 꽃지의 원래 이름은 곶지이다. 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지명인데 지금은 꽃과 연계를 지어서 여름에는 튤립꽃 축제를 한다.
꽃지의 어원을 살펴보자
ㅇ 곧 => 곶 => 꽃
곧 : 곧다.
곶 : 곧은 것, 곧게 나와 있는 것, 호미곶, 월곶
꽃 : 경음화, 된소리, 센소리
ㅇ 곶 + 이 => 곶이 => 곶지 => 꽃지
- '곶지'가 제주도로 가면 '코지'가 된다. 섶지코지
ㅇ 곶게 => 꽃게 (곶이 있는 게, 곧게 나와 있는 것이 있는 게)
ㅇ 곶 => 꽃 (대가 곧게 올라온다는 뜻, 꽃대가 올라오면 꽃이 핌)
곶 됴코 여름 하나니 => 꽃이 좋으면 열매가 많이 열리나니
(꽃지해수욕장 두 개의 바위섬, 저기까지 육지로 연결되어 있었음)
(꽃게 : 곶이 있어서 곶게 = 꽃게)
(꽃대가 곧게 올라와야 꽃이 핌)
거센 바람이 겨울 바다의 쓸쓸함을 밀어내서 나도 밀려서 차에 올랐다. 옆에 있는 동행님이 이곳에 소나무가 멋지다고 한다. 바닷가는 원래 나무껍질이 까만색인 해송인데 이곳에는 육지 소나무인 적송이 쭉쭉 솟아 있다. 조선 시대에 왕가에서 목재로 쓰기 위해서 조림을 한 것이다. 그리고 왕가에서 관리해온 결과 멋진 풍광을 자아낸다.
(안면도자연휴양림 적송, 왕가에서 조림한 나무)
(바닷가에 있는 원래의 소나무, 해송)
원산도를 향해 달린다. 고남에 들어서면 적송은 사라지고 올망졸망한 마을이 지나간다. 점점 눈발이 거세지더니 영목항 원산태안대교를 지날 때는 앞이 잘 보이지를 않는다. 다리를 건너서 오봉산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코끼리바위를 찾아 들어간다. 네비는 연실 길을 수정한다고 떠들어 댄다. 난리가 났다. 도로정비사업으로 길을 직선화하고 새길을 내고 하면서 생긴 일이다. 아직도 포장이 완료되지 않았다. 감으로 찾아간 길은 오봉산해수욕장 서편 바닷가이다.
(원산안면대교, 눈이 나리네)
이제 코끼리 바위를 찾아 나서야 한다. 등산화로 갈아 신고 도로를 되짚어 올라온다. 길가에 사람에게 ‘여기 코끼리바위 어디로 가나요?’ 물어봐도 모른단다. 공사를 하는 인부이다. 카페에 편의점에 물어봐도 모른단다. 매상을 올려주지 않으면 안 가르쳐 준다는 것인지 아니면 진짜 모르는 것인지 모르겠다. 인터넷에 있는 갔다 온 이의 지도를 보고서 더듬더듬 입구를 찾았다.
입구에는 키가 큰 세움 간판이 있다. 오봉산으로 오르다가 능선 사거리에서 좌회전한다. 약간의 오르막길이다. 작은 봉우리에 오르면 군용 폐막사가 있다. 여기서 내려가다가 삼거리에서 좌회전해야 하는데 삼거리를 지나쳤다. 이정표도 없고 그냥 길섶이다. 계속 직진해서 내려가니 바닷가 군초소가 있다. 등산로가 아니라 군초소로 가는 길이다. 되돌아 올라왔다.
(빨간선 알바한 거리, 파랑선 코끼리바위 가는 길)
(오봉산해수욕장)
(코끼리바위 가는 입구)
(군의 폐막사)
다시 검색해서 삼거리를 찾고 바닷가로 내려가서 코끼리 바위를 만났다. 축복이다. 어렵게 만났으니 더 많은 행운이다. 눈이 내리고 바람은 불어도 만남은 축복이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미소처럼 보이고, 소리 내 지나가는 바람도 노래처럼 들린다. 눈이 내린다. 그리고 여우처럼 햇살도 잠시 찾아와 준다. 고맙고 감사하다. 아무리 반가워도 함께 살 수 없으니 돌아선다. 작은 손짓을 하고 말이다.
(삼거리, 찾을 수가 없다)
되돌아와서 신발을 갈아신고 보령해저터널로 행해 간다. 새롭게 뚫어놓은 검은 길을 잠시 달리니 그동안 많이 보아왔던 산속 터널처럼 다가온다. 드넓게 펼쳐진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산속으로 들어간다.
터널은 곧게 벋어 있는 것이 아니라 커브 길로 되어 있다. 들어서니 푸른색도 없고, 고래도 없고, 새우도 없다. 그래도 내 머리 위에서 물결이 출렁이고 물고기가 있겠지! 하면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터널을 나온다. 대천 방향으로 터널을 빠져나오니 물고기 두 마리가 마중한다.
대천항 수산시장에 들렀다. 거대한 건물이다. 많은 수산물이 있으나 다 맛을 볼 수는 없고 꽃게 1kg을 사서 2층에 올라가 꽃게 매운탕을 시켰다. 잠시 기다리니 꽃게 매운탕이 나왔다. 비싼 돈을 드렸는데 이렇게 맛이 없는 꽃게 매운탕은 처음이다. 육수는 맹물인 듯하고, 고춧가루 냄새가 나고, 마늘도 넣었는지 안 넣었는지 알 수 없고, 짜고 아무런 풍미가 없다. 동행님이 그래도 감사하게 먹으란다. 낸 돈이 있어서 그냥 먹었다. 짜장면 한 그릇이, 칼국수 한 그릇이 간절히 생각이 난다.
(7 만원 짜리 꽃게탕)
수산시장을 나서는데 눈발이 거세다. 대천을 나와 오천항에 들렸다. 오천항은 낚싯배와 키조개를 잡는 배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조선 시대 수군 자리가 있다. 성벽을 따라 걸으면 바다로 떨어질 것 같은 낭떠러지기가 있다. 이곳만의 매력이다. 기회가 되면 걸어 보시라!
옛 생각을 되짚어 소영식당을 찾아본다. 대영식당도 있다. 이곳은 음식을 상으로 파는데 간자미 무침이 일품이다. 한 번 맛을 보시라! 골목에서는 키조개 관자를 따는 아주머님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키조개 관자를 사 왔으면 좋으련만 아들이 대방어를 사 온다고 해서 그냥 지나쳤다. 아쉽다.
(충청도 수군 터)
오천항을 떠나 천북굴단지에 도착을 했다. 놀랍다. 몇몇 집이 해안가를 따라 있었는데 대단위 시장이 들어섰다. 시설을 현대화시켜 놓았다. 여유 있게 풍광을 즐겼으면 좋으련만 거센 눈바람에 얼른 굴 한 봉지를 샀다. 깐 굴이 알이 굵은 것은 2만 원, 잔 것은 2만 5천 원이란다. 우리는 잔 것을 샀다.
이제는 출발이다. 서해대교 휴게소를 들려 커피를 한잔하고. 오산 평택 고속도로를 들어서니 차가 밀린다. 서 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톨게이트를 나와서 수원으로 들어서는 길은 아기 걸음보다도 더 느린 것 같다. 내 생각으로는 도로설계 잘못인 것 같다. 출구가 1차선밖에 없다.
직진 4차선에 출구는 1차선이다. 인구를 따져도 영통 방향 보다는 팔달구 방향이 더 많을 것이다. 차선에서 나가는 차선을 1개 차선으로 한다고 해도 기존도로를 나와서 나가는 것은 2차선으로 해도 분주할 것이다. 그런데 땅속에 1차선 밖에 만들어 놓지 않았다. 확장도 어렵다. 땅 안팎을 다 뒤집어야 하니깐 말이다. 담당이 기본설계를 이렇게 했더래도 감독자가 검토를 했어야 했다.
이와 같이 설계를 한 것은 그냥 돈이나 벌자는 것과, 가져온 대로 결재를 했거나, 상급자가 무식해서 초래한 결과로 추정이 된다. 시민은 수십 년 간 무한한 불편을 겪어야 한다.
이래서 입안자의 생각이 엄청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늘 내 편이 아닌 모두를 위한 올바른 입안자를 찾아야 한다.
세상 살이에 무식한 자를 지도자로 뽑아서는 이런 일이 다반사로 발생할 것이고, 후세가 살기가 참으로 괴로울 것이다.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멋진 하루였다.
첫댓글 알려준 대로
오천항에 가서 간자미회무침 맛나게 먹고 왔다고 자랑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