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반 쯤에 눈이 떠진다. 산장에서는 일찍 소등하니 수면 시간이 충분해서인가 집에서와 달리 눈이 일찍 떠진다. 여기서 다시한번 눈 붙이면 9시지만 열 댓명이 자는 산장인지라 부시럭 대는 소리가 점점 커진다. 짐꾸려서 취사장으로 내려갔다. 어제 저녁에는 햄 넣은 김치찌개에 소주 한 병, 아침에는 엇저녁 먹다 남은 찌개에 부족한 것 조금 더 넣고 역시 어제 저녁에 미리 해 놓은 밥을 넣어 볶아 먹는게 시간상 최고! 취사 시간은 5분 내외! 커피까지 끓여도 총 식사 시간 20분이면 된다. 남들이 보면 돼지죽 비슷하지만 식당에서 고기 구워먹거나 해물탕 거의 다먹고 밥 볶아먹지 않는가? 요령은 국물이 너무 많으면 볶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짜다. 그리고 중요한 포인트는 1박 이상의 등산에서 숟가락은 나무 숟가락을 준비할 것! 그래야 코펠 바닥에 눌은 맛있는 부분을 박박 긁어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요즘 산장에서는 환경오염을 생각하여 설겆이 안하기가 기본 예절이므로. 6시반에 출발하여 영신봉에 올라 셀카 한 장. 머리에 일단 땀 흡수하라고 손수건 한장 두르고 그위에 모자로 은폐. 헤드랜턴은 우리 직장에 일년에 한두번 와서 비아**부터 온갖 잡동사니파는 방물장수 아저씨에게서 5천원에 산 중국산. 이게 그 전에 2만원 넘게 주고 산 코베아 것과 모양은 유사한데 성능은 따따블! 짱께표 좋은 것많다!
칠선봉 좀 못가서 랜턴을 끄고 운행할 정도로 여명이 밝아온다. 칠선봉 지나 뭔 봉우리위에서 일출. 날이 맑지 않아 장엄한 일출은 없다.
선비샘 지나
벽소령에서 맞은 쪽에서 오는 사람 만나 사진 한 장 찍었다. 원래 산에 다니며 사진 안찍었는데 언제 또 오랴 싶어 마구 눌러댄다. 늙었다! 주승아빠!
벽소령 산장 에서 잠시 쉰다.
형제봉 가지 전의 봉우리에서 앞으로 걸어야 할 길을 바라 본다. 시간은 9시 쯤.
연하천에 도착. 라면 한 개 끓여 먹고 물 한 통 채우고 다시 출발한 시간이 12시 반. 얼굴이 무지 힘들어 보이지요?
화개재(뱀사골 갈림길)에서 반야봉 다녀오는 분들 대량 만남.
화개재에서 남쪽 목통골 쪽으로 바라본 모습. 오늘은 하루 종일 시야가 좋지 않네요.
삼도봉지나
시간에 ?기고 또 시야가 좋지 않다는 합리화로 반야봉은 포기.
임걸령 도착
벌써 해가 서산에 걸리고 갈길은 멀고 무릎은 아프고 다리는 팍팍하고... 걸어온 뒤를 바라 봅니다.
임걸령에서 왕시리봉 쪽을 본 모습.
드디어 2킬로 남았답니다. 터덜터덜 걷다가 다시 또 힘이 납니다.
해 떨어지기 까지는 한 시간 남짓? 앞에 봉우리가 있고 바로 위로 노고단 봉우리가 보이고 오른 쪽으로 길게 산줄기가 흐르다가 중간에 약간 들어간 듯한 곳이 노고단 고개 같습니다.
노고단 고개로 가면서 뒤를 돌아 봅니다. 지나온 봉우리들이 저녁 어스름에 희미하게 보입니다.
드디어 노고단 고개 도착. 돌아서서 봅니다. 멀리 왼쪽에 반야봉이 보입니다.
노고단 정상입니다. 역시 힘들고 지쳐 포기! 늦은 시간과 시야가 좋지 않다는 핑계! 내일 아침 해뜨는 걸 보러 가야지 하면서 위안을 삼습니다.
이제 여기 300여 미터만 내려 서면 노고단산장. 그런데 왠 300미터가 이리도 깁니까?
저녁은 역시 참치 김치찌개. 산에서 며칠간 김치 한통으로 저녁엔 찌개, 아침에 볶음으로 모두 해결 했습니다. 식단 개발이 절실하네요. 그런데 삼겹살 구워먹는 것은 정말 환장하겠네요. 그 냄새가 취사장 전체를 완전 장악 합니다. 아무리 맛있는 요리를 하더라도 그 강력한 냄새에 파묻힙니다. 대부분 떼거리로 오신 분들입니다. 그러니 자기네 끼리도 경쟁일테니ㅎㅎ 한 점 먹어보라는 얘기도 안합니다. 산에서 삼겹살 구이 자제해야 합시다!!! 그런데 대단한 가족을 만났어요. 40중반쯤의 남자와 40말이나 50초반부부와 고2인 딸. 세석에서 노고단까지 20여킬로 운행시간이 별 차이가 안나네요. 거기다 노고단 도착해서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는데 우와!!! 지원조인지 왠 아저씨가 미리 준비한 술! 대병 팻트병 3개!!! 그런 댓병이 과실주 담그는 30도 짜리만 있는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란 걸 얼마전 드리머가 처음 보여 주더니 이 아저씨들 사람 기를 팍 죽입니다. 날보고 같이 한 잔 하자는데 삼겹살이고 뭐고 겁나서 꼬리내리고 일찍 들어가 쉬었습니다. 하루종일 걸으며 달달한 무화과와 사탕을 먹어대고 물을 들이켰더니 위산 과다 같습니다. 앞으로 산행에서는 짬나는대로 먹어서 위액분비를 수시로 시키지 말고 두세시간 간격으로 간식 시간을 할애해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가 많이 약해졌는지... 나중에 집에 도착해서 컴퓨터 켜보니 한 술 더뜨는 여자도 있더군요. 키뭐시기님이ㅎㅎㅎ 40킬로 주파했다고. 깨갱!!! 4일차. 다음날 아침입니다. 온통 자욱한 안개로 노고단 오르기 포기.
무릎이 안 좋아 성삼재에서 차를 타려고 했으나 남들이 말린다. 화엄사-대원사 종주는 공식이라나! 종주가 대수냐? 무릎아파 죽겠는데... 산장을 출발해 성삼재로 내려오다가 무릎도 심한것 같지 않고 시간도 넉넉해서 결국 화엄사로 내려가기로 한다. 코재를 한참 내려 서는데 이게 잘한 결정인가 바로 후회된다. 으이그. 다시 올라갈 수도 없고. 안개에 둘러싸인 나무들이 서있는 풍경이 마음에 와 닿는다.
코재를 다 내려서고 호젓한 산사에 오르는 오솔길 같은 길을 계속 내려옵니다.
3박4일의 일정을 함께한 배낭입니다. 짐이 많이 줄긴 했습니다. 써미트, 용량 80리터. 내가 사용한 햇수만 10여년. 선배에게 받을 때에는 아마도 몇년 쓴 정도. 여러 번 꿰매고 수선 했지만 아직도 쌩쌩. 헤드의 고무가 탄력이 없지요? 그런데 이제 이 배낭을 이용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이제 40중반이 되는 젊은 나이지만 나에게는 무리인 용량이라고 판단. 그리고 산장있는 설악산, 지리산 갈 때는 돈 천원에 모포 빌리는게 현명한 방법이라는거. 난방 안되는 산장만 피한다면. 돈을 좀 투자해서라도 구스다운500그램 이하 짜리 침낭을 마련해야지! 체력이 안되니 돈으로!!! 아! 벌써 이런 나이가 되었는고!!! 여러 어르신들 죄송! 혹시 필요하신 분 계시면 버리기전에 연락해서 가져가세요.
드디어 화엄사 도착. 역시 명당이여! 절 구경하고, 스님이 북치는 연습하는 소리를 한참 듣다가 비를 맞으며 버스 종점으로 갑니다.
마침 알맞게 있는 버스로 구례에 와서 남서울행 시간을 보니 2시간 간격의 차가 10분 전에 출발 했네요. 일단 점심을 먹으며 소주 한 병! 적당히 취기가 오는게 뿌듯합니다. 2~30대에는 지도에 나온 시간을 70%정도로 걸었는데 이번엔 거의 지도 시간이 맞더라고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풀 배낭 메고 다닌건 마찬가진데. 하여튼 종합건강진단은 통과한 걸로 봐야겠지요? 산장 공단 직원 한테 물어보니 등산인구가 사오십대가 가장 많다는군요. 일단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을뿐아니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을 나이라는 자평과 함께. 공감! 평소에 뒷산에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건강관리 잘하고 즐겁게 삽시다. 끄---읕. |
출처: Woodworking & idling 원문보기 글쓴이: 주승아빠
첫댓글 평소에 뒷산에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건강관리 잘하고 즐겁게 삽시다....ㅎㅎㅎ 저는 수락산도 정상까지 못가는데, 천왕봉에 다녀 오셨네요...혜인아빠와 연락하여 얼굴 한번 봅시다. 010-4560-5680
아. 어쩌면 내 상황과 그리 맞아 떨어지는지요... 못가지만 맘은 늘.. 지리산인데. 그래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파는 헤드랜턴. 성능 좋드라구요... 즐감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