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1요한 4,16)
대구교구, 상인성당,야훼이레 반 송명순 스텔라
새로 부임하신 최 마리 에스텔 수녀님께서 구역장 회의 때와 미사 중에 성서 백주간에 대해 말씀하실 때 하고 싶은 마음과, 혹시 참가하다가 눈이 더 나빠질까 두려워 쉽게 결심이 서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가까운 몇몇 분들께 꼭 하시도록 추천을 했더니, 제가 하면 같이 하겠다고 말씀하시기에 며칠간 생각하다 하는데 까지 해보자는 결심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같이 하는 분들의 묵상과 기도를 들으면서 때론 나와 너무 달라 이해와 공감이 쉽지 않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좀 더 따듯한 시선으로 이해와 공감도 하고, 부족한 저 자신을 많이 반성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3주차 때 창세기 11,28절의 “먼저 죽었다”를 읽은 순간 눈물이 앞을 가리면서, 제 눈앞에서 트럭에 치여 자기 집 대문 앞에서 죽어간 소꿉 친구가 떠오름과 동시에 그 아이 몫까지 열심히 살아야한다라는 책임감과 함께 감사함, 그리고 주님의 뜻은 무엇일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어떤 선택을 해야 할 때 그때 그 장면이 방금 일어난 일처럼 떠오릅니다. 전 항상 그 친구에게 빚지고 있다는 생각으로 조금씩 그 빚을 갚으려 합니다.(로마서 1,14:빚을 지고 있습니다) 집에서 성경을 읽기 전 시편을 읽고 기도를 드리면서, 같이 공부하는 한분 한 분을 떠올리면서 그들 모두에게 축복을 합니다. 그리고 이해가 힘든 부분은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으면서 메모도 하고 때론 그림을 그리고 지도 책을 펼쳐 놓고 그 시절로 돌아가 봅니다. 그러면 정말 재미있고 읽는 데도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회를 거듭할수록 실명의 위험도 사라지고 오히려 조금씩 읽기가 수월해졌습니다. 대신 눈 보호를 위해 그림 그리기를 중단하고, 또 성경 읽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더 확보하기 위해, 다른 책 읽기와 모임 및 노는 것을 많이 줄였습니다. 성경을 읽으면서 좀 더 일찍 읽지 못함에 안타까움과 함께, 성경 속의 여러 인물들 한분한분에게 많을 걸 배우고 익히며, 특히 다윗과 압살롬의 관계(2사무 13-19장)을 보면서 부모와 자식관계가 한편으로는 주님과 저희와의 관계를 보는 듯 했습니다. 그토록 지혜롭던 솔로몬 왕도 노년에 우상숭배등 주님 보시기 참 좋지 않은 일들을 하는 걸 보면서 늘 깨어 있고 겸손하며 주님께 가까이 있으려 노력해야 함을 배웠습니다. 또한 욥기를 읽으면서 제 부족한 믿음을 많이 반성했습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탈출 3,13;신명 31,23), “내가 너희와 함께 있다.”(예레 46,28)를 읽고 나서는 맘이 괜스레 든든해지고 왠만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를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리돌이 되었네”(시118,22)와 ‘아가서(가장 아름다운 노래:아가1,1;가장 아름다운 이여:아가1,8;5,8;6,1)를 읽고서는 제 주변을 둘러보고 겸손함과 함께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영세를 받고(1985년 7월)얼마 안 있어 견진성사를 받을 기회가 있음에도 제 믿음이 너무나도 부족하다고 생각되어, 몇 번의 견진교리 교육 끝에 견진은성사는 몇 년 전 성경 강림 대축일에 받음에도, 언제나 제 믿음이 부끄럽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성경 공부를 하면서 구약과 신약의 맛을 조금씩 보면서, 가족에게도 함께 하자고 권하며 또 좋은 구절을 함께 읽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집안의 갖가지 힘든 일에 직면해서도 담대하게 감사 기도와 함께 즐겁게 어려움을 견뎌냈습니다. 바오로 사도를 생각하면 존경과 함께 그 믿음을 본받고 싶어집니다. 1코린 13장 전체<사랑>을 읽으면서 제 삶을 되돌아봄에 감사와 함께, 받은 사랑을 여러분들께 되돌려 줄 수 있어야 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1요한 4,16)을 발견한 순간, 모든 섭섭함도, 미움도, 분노도 안타까움도 사라지고 진작 알고 행했더라면, 작년에 일어났던 본당의 어떤 사건도, 웃으며 끝 날 일이었는데 싶었습니다. 저도 그중의 한 사람으로서 깊이 반성합니다.
최 에스텔 수녀님을 비롯해 함께한 야훼이레 반-박 세실리아님, 김 루시아님, 김 아가다님, 류 율리안나님, 배 미카엘님, 홍바오로님, 서 루실라님, 이 요세피나님, 백 안젤라님, 그리고 저 송텔라-은 모두들 열심히 했으나, 사정상(이사, 직장, 다른 반으로 이동함) 지금은 최 에스텔 수녀님의 지극한 보살핌과 사랑 아래 믿음이 좋고, 늘 성지 순례담으로 우리의 시야를 확 넓혀주는 김 아가다님, 묵묵히 본당 위령회와 선교 봉사에도 열심인 류 율리안나님, 늘 학구적인 순수한 믿음의 소유자로서 바쁜 업무 중에도 솔선수범인 홍 바오로님, 그리고 나날이 믿음과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진 해맑은 조 말가디라님과 등과 함께 함에 서로에게 힘과 용기 그리고 완주하는 끈기를 주는 든든한 방패막이 되어주심에 고마움과 함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제게 늘 힘을 준 가족 모두에게 고마움과 사랑을 전합니다.
사랑 그 자체이신 주님!
저희 모두 당신의 크신 사랑으로 하나가 되게 해주시며, 또 평화롭게 더불어 서로 아껴주고 배려하며 살게 하소서. 주님! 당신 보시기에 참 좋도록 살려고 노력하며, 제게 주신 달란트에 늘 감사하며 또 그것을 주님 당신 뜻에 따라 쑬 수 있도록 인도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