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가고자하던 한라산행이 드디어 결실을 보았다. 한달전부터 항공사의 속임수에 마음이 조급해진 것이기도 하지만 어찌되었건 서둘러 예약들을하고 나니 13명이란 참석 신청이 되었다. 허나 개인사로 두분이 같이 하지 못하고 11명이 참석.
여러 항공편으로 개별 출발하는 상황이어 전체 이동은 안되었지만 많이 가는 7시 35분 출발을 기준으로 6시 30분 공항 집결을 전달하였다. 반가운 얼굴들로 환하게 만나는 공항 대합실 웃음꽃이 핀다. 오선배님 사모님 일찍 나와 반기신다. 한성항공으로 가는 회장님과 같이 온 세비는 너무 일찍 도착하여 낮술까지 하고 회장님을 먼저 보냈단다. 일찌감치도 나왔다. 금요일 저녁은 어느 곳이나 교통체증이 있다. 번개도 금요일엔 안치는 게 좋을 듯하다.
오늘도 틀림이없이 문제는 있다. 7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안온다. 누구겠나? 전화로 추적 아직도 강서 구청앞이란다. 다행이다. 다른 날은 아니 왔지만 다행히 오고는 있다. 우린 포기하고 뒤편으로 올 것을 기대하며 탑승구로 이동 기다린다. 확인 전화 결과 공항이란다. 아직도 안올라온다. 또 전화한다. 거꾸로 어디냔다. 여기다. 아직도 안온다. 한국말이 어려운지 같은 티켓을 갖고 있는데 만나지질 안는다. 그나마 마지막 순간 접선 성공이다.
제주공항 도착하니 회장님 구루마 끌고 옆에서 화물수령하고 있다. 자치기 장비 챙기느라 바쁘다. 밖으로 나가니 치과선생님 영효가 나와 마중을 한다. 졸업후 처음보는 얼구ㅡㄹ이다.
숙소에 집을 풀고 식당으로 이동한다. 한치 먹자는 사람과 값비싼 생선 먹자는 의견도 있다. 우리 식구 먹으려면 100만원 정도는 들어야겠다. 그냥 해보는 소리겠지! 영효네 병원 근처 단골집으로 안내한다. 길거리에 간이 의자들을 나란히 놓고 자리들 한다. 생선은 민어, 아까다이, 한치로 주문하고 소주부터 깐다. 소주를 많이 팔려는지 10여병이 비도록 회는 안나온다. 물론 백두의 목소리를 잊지 못하고들 백두의 잔을 딸아 같이 건배를 한다. 얼큰해질 무렵 회가 나온다. 그사이 이경갑교수도 나오고 성기철도 자리를 같이 한다. 집요한 영효의 전화에 박전홍이도 나온다. 두ㅡ런두런 옛날 이야기부터 근황을 물으며 얼굴은 죄다 벌개진다. 산술당 입당 1년된단다. 축하해 달란다. 회장님 지령도 없고 산대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 개긴다. 허나 6반 반장 주녕은 어느새 제과점을 다녀온다. 본인이 케익을 꺼내 초까지 꽂아 축하받는다. 대단한 분이시다. 매운탕까지 처치한 우리는 기철이 가지고 온 봉고를 타고 숙소로 이동. 오늘도 역시 산술당 전야제는 당구로 마무리하잔다. 내일 등산을 염려한 산대는 공식행사를 마무리짖고 개별 행동을 원한다. 비흡연파 두분과 오선배님두분 그리고 산대는 꽁무니를 빼고 나머지 6분은 역시 당구장으로 간다. 새벽 3시까지 당구 치고 왔다는 내일의 이야기가 있다.
새벽 집합시간을 어긴 자는 어제 당구에서 꽁지한 분이더라. 마음이 아팠나보다. 오늘도 성기철 신세. 해장국으로 유명한 모이세로 이동한다. 해장국들을 시키고 기다리는 중에 락앤락통은 김치와 깍두기 고추까지 채워진다.
성판악에 도착한 후 내리는 빗방울을 막으려 주섬주섬 우비들을 입고 값비싼 소주와 물, 쵸코를 산다. 8시 20분 아직도 안오는 이 있다. 귀중한 이쑤시게 챙기느라 그렇단다. 관음사코스는 이미 폐쇄된 것을 알았지만 어리목 영실 코스도 백록담에서는 연결이 안된단다. 개별 코스는 가능하나 백록담까지는 휴식년제. 해서 우린 다시 성판악으로 내려오기로 하고 8시 25분 출발한다.
운무인지 구름속을 거니는 건지 세비?가 몸을 적시어 댄다. 모두들 우비를 벗는다. 맞는 편이 편하다. 등산로는 자갈과 돌, 바위로 채워져 있다. 돌덩이만을 밟고 가자니 눈은 다른 곳을 볼 수가 없다. 멈춰서 두리번 거려봐야 동남아 우림같다. 정글 같다고 해도 될 정도다. 등산로 주변은 산죽으로 일렬 종대로 서들 있고 그 밖은 많은 나무들로 시선을 막는다. 구상나무도 여기저기. 그나마 흙도 없다. 있을 만한 곳엔 마루를 깔아놓았다. 돌과 마루 자갈과 침목 이것만 밟고 간다. 소도 올라간다는 이야기 건성이 아니다. 아구를 포함한 정규생도들은 선두를 놓치 않는다. 야속타. 진달래밭까지 2시간 10분, 앞팀들은 1시간 45분에 왔단다. 오선배님 팀을 아구가 맡기로 하고 백록담을 다시 도전한다. 계속 내리는 비는 그칠줄 모른다. 육사생도들 미리와서 대기한다. 백록담엔 내려 가지도 못하고 보이지 않는 주위경관 이런곳을 왜 왔지하는 생각뿐, 올라 오면서 올려다 보면 보이는건 15도 전방의 하늘 평소엔 이것 보이면 목적지 근방에 다 온고 것이나 여긴 다르다. 항시 똑같다. 가도 가도 그자리다. 길기도 길다. 마지막 백록담 근방은 나무 계단 한참을 올라도 그자리다. 오선배님부부를 남기고 온 아구는 카메라를 가지고와 기념사진을 남겨준다. 힘도 좋다 늦게 출발했을 터인데 일찍와서 샷타를 눌러주니 고맙기 그지없다. 춥다. 더이상 기다리기엔 덜덜 떨리는 몸이 늦은 동지들을 기다려주는 배려의 마음을 없앤다. 하산길 세비와 주녕을 만난다.
한참을 내려와 진달래 휴게소로 복귀한 동지들은 두팀으로 나뉘어 점심을 한다. 어젯 밤 기철이 무모하게도 집사람에게 부탁한 김밥을 꺼낸다. 아니 무척 양이 많은 김밥이다. 세줄씩이나 쌓다. 밤새 세 밥솟을 지어 김밥을 말았으니 기철과 부인은 밥새 한잠을 못잤을 거이다. 고맙다. 늦게 도착해 먹고 있는 이들에게 내려 가잔다. 배려하는 마음보단 빨리 내려갈 마음이 큰가보다.
진달래밭을 출발한 우린 그저 우중충한 몸 매무새가 싫은지 산구경 한번 할 틈없이 내려 빼기만한다. 가끔 개인당 50만원씩 벌며 내려온다. 점점 빗방울은 커진다. 그나마 다행이다. 두시에 출발한 진달래 밭은 어느새 3시 35분 성판악휴게소다. 여기에도 기철인 봉고차 트렁크를 열고 기다린다. 휴게소 커피 한잔씩 한다. 산행중 향내가 기억난다. 어느곳에선 더덕인듯한 냄새가 어디선 구상나무 갈라진 틈에서 나는 내음새인지 향나무 냄새가 난다. 빗방울 냄새도 있나보다 산바람 냄새도 있고, 마시는 커피 향 몸을 따뜻하게 한다. 몸과 마음을 비고 오시는 선배님 부부를 마지막으로 챙겨 봉고는 떠난다. 이로써 편도 9.6Km의 백록담은 산술당에게 발걸음의 기록을 남기게 했다. 왕복 19.2Km, 7시간 10분의 산행은 오랜만에 해본 긴 여정의 산행이었다.
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샤워를 하고 옷도 갈아 입은 산뜻한 기분으로 당구장으로 향한다. 찾아 헤맨후 만만 당구장은 숙소 옆 얼마되지 않는 곳. 고생만 했다. 메시지 받고도 오지 않는 금수는 잠자는 모양이다. 한게임하고 우린 '흑돈가'에 도착한다.
엄청 큰 제주 흑돼지 전문점이다. 두동으로나뉘어 있다. 약 40억 들었다 한다. 손님도 무지 많다. 칼집낸 살에 참나무 숯으로 구워댄다. 오가는 술잔속에 우정이 돋아난다. 오늘도 경갑 기철 영효 동석했다. 계산도 못하게하는 종훈을 달래 간신히 DC만을 용인한 후, 에쿠스를 형수님이 운전하고 당구장으로 간다. 3팀으로 나뉜 당구는 끝이 나질 않는다. 한잔 한 덕분인가 기다려 주는 동지들에게 미안하다. 큐션당구 치는 팀들은 웃음꼿 만발, 팀별 4장씩 걷은후 노래방 가잔 이야기를 뒤로 하고 모두 생맥주 집으로.
생맥주집 오늘도 시쓰럽다. 누가 조용해졌다했냐고 선배님 말씀에 아구는 제가 그랬는데 잘못본 모양입니다라고 답변한다. 두런 두런들 이야기가 오간다. 그래도 그는 독주다. 해서 내린 아이디어 한장씩 걷어 줄테니 30분만 지퍼달란다. 진짜 한다. 못참겠는지 수화를 시작한다. 제한시간 3분을 남기고 일어선다. 종훈인 계산을 한다. 제주까지 내려온 동창들에 대한 배려다 고맙다. 끝 까지 3분을 채운 그는 국수집에서 다시 말하기 시작한다.
우동 시원하게 하면서 소주를 또 깐다. 돈 내놓으란다. 잊지 않을거란다. 집요하다.
악수들 하며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진다.
새벽이 밝았다. 서둘러 물항식당으로 간다. 하필이면 고등어회가 없단다. 갈치회, 갈치국, 고등어조림으로 아점을 하며 소주로 해단식을 한다. 맛있게 먹고 자치기 팀을 뒤로 하며 기철인 봉고를 타고 공항으로 간다. 당구장 문연 곳이 없어 이른 비행길을 선택했다.
서울 도착후 관악산엘 가잔다. 그냥 해본 이야기었겠지하며 각자 갈 길을 간다. 한편 서운하면서도 아쉽게 헤어진다.
피곤한 와중에도 부지런히 사진을 찍어댄 주녕, 제주도 친구들과의 사전 교류로 어레인지를 도운 회장님, 시끄러워도 아는 것 많음을 자랑한 으악, 의리와 따뜻함을 선보이시는 선배님, 기철부인에게 감사의 표시로 사과상자를 전해 주신 형수님, 쓰레기를 진달래밭에서 휴게소까지 챙겨온 세비, 이젠 친구들에게 부끄러움이 사라져 모자를 벗어 던지고 당구수 200으로 올렸으며 종아리 가늘어 졌다고 좋아하는개빈, 스틱 잘못 휘둘렀다가 기사에게 혼줄나고 더 큰소리로 뭉개버리는 금수, 강인한 체력과 인정으로 만인의 추앙을 받으며 무거운 짐 들어주고 늦게 오는 이 챙겨주는 아구, 이사람 저사람 배려하느라 바쁘기만 한 현원 (당구 수는 내려라) 모두가 고맙고 좋은 친구들이었습니다. 같이 못한 친구들 미안하기도 서운하기도 합니다. 앞으로 이런 기회 자주 만들기로 합시다. 따듯한 배려 잊지 맙시다.
첫댓글생맥주집에서 나와 국수집까지 이동하는 3분 동안 으악새와 승헌 선배가 나누는 수화를 주위 사람들은 벙어리가 이야기 하는 줄 알고 호기심 갖고 쳐다 보았다 한다.(물항식당에서 아침식사중 승헌 선배의 말씀..한참 웃었음) 잘 놀고 잘먹고 올라 왔습니다. 못간 친구들한텐 미안..
첫댓글 생맥주집에서 나와 국수집까지 이동하는 3분 동안 으악새와 승헌 선배가 나누는 수화를 주위 사람들은 벙어리가 이야기 하는 줄 알고 호기심 갖고 쳐다 보았다 한다.(물항식당에서 아침식사중 승헌 선배의 말씀..한참 웃었음) 잘 놀고 잘먹고 올라 왔습니다. 못간 친구들한텐 미안..
이번 기회에 케빈은 공식 200 으로 승급
나도 당구수를 내리려고 했으나 개빈과 그날 가락시장에서 다시만나 복수전을 한 결과 勝! 당구수는 다음으로 미루게 됐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