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 정화 (1610)
체코 델 카라바조
체코 델 카라바조(Cecco del Caravaggio, 1589-1630)는
1601-1603년 사이 카라바조의 <세례자 성 요한> 초판과
<승리자 큐피드>뿐 아니라, <성 바오로의 개종> 초판과
<이사악의 희생 제사>와 <성 마태오를 부르심>에 등장한 소년으로,
카라바조의 화실에서 일하던 조수 ‘체코(Cecco)’이며, 베르가모를 중심으로
1610-20년에 주로 활동했던 프란체스코 부오네리(Francesco Buoneri)이다.
그가 1610년경에 그린 <성전 정화>는 마르코복음 11장 15-19절을 비롯하여
마태오복음 21장 12-17절, 루카복음 19장 45-48절, 요한복음 2장 13-22절이 그 배경이다.
유다인들의 파스카 축제가 가까워지자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가셨다.
그림의 배경에는 성전 기둥들이 여러 개 세워져 있어,
이 사건이 성전 입구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성전에서 소를 파는 상인들과 환전상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끈으로 채찍을 만드시어 소와 함께 그들을 모두 성전 밖으로 쫓아내고 있다.
그런데 예수님은 사랑의 색인 붉은색 속옷과 하늘의 색인 푸른색 겉옷을 걸치고
있어, 제자들이 “당신 집에 대한 열정이 저를 집어삼킬 것입니다.”(요한 2,17)라는
성경 말씀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예수님과 상인들 사이에는 파스카의 희생 제물로 사용될 소들이 모여 있다.
성전 뜰이 탐욕의 가축 시장이 되고 만 것이다.
대사제는 상인들에게 성전에서 가축을 팔 권한을 주면서 거액의 뇌물을 받았고,
가축 상인들은 파스카 대목을 보려고 사람들에게 폭리를 취했기 때문이다.
상인들과 환전상들은 예수님의 채찍질에 놀라며
채찍을 피해 한 무더기로 우르르 넘어지고 있다.
그들은 강도들의 소굴을 정화하여 기도하는 집으로 만들겠다는
예수님의 말씀에 깜짝 놀라고 있다.
성전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겼던 그들은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이제 밥줄이 끊긴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의 채찍질에 상인들이 모두 아우성이다.
환전상들의 판자가 놓인 받침대는 이교도들의 제단이다.
이교도들의 제단 위에 환전상들의 동전이 놓여 있으니
돈이야말로 최고의 우상숭배가 아닌가?
그런데 예수님의 발밑에는 상의가 반쯤 벗겨진 한 남자가
이 와중에도 땅에 엎드려 흩어진 동전을 그릇에 주워 모으려고 한다.
돈에 대한 인간의 탐욕과 애착은 과연 어디까지 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