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글>
3 Peaks을 오른 산행길,
다소 벅찬 일정과 코스였음에도,
가파른 산길을 오르락, 내리락 반복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길이었음에도,
한 분의 뒤처짐 없이 거뜬히 해내신 한 분 한 분들..
고된 산행길만 있었던 것은 아니고, 탁트인 조망을 끊임없이 선물하는 산길,
산의 둘레길을 돌 때마다 펼쳐지는 풍경이 한 폭에 끊어 그림 액자로 걸어두고 싶은 풍경,
저 멀리 구름이 떠가는 파아란 하늘 아래 걷는 길은 노래가 절로 나오고,
더위가 한 발 뒤로 물러나고 지난 시간 큰바람이 불었는지, 어린 잎새와 도토리와 솔방울이 억센 바람에 맞서지 않았을 텐데, 가을 문턱이라고 평소 바람보다 더 세었는지 아직도 파릇파릇한 것들이 산길에 널브러져 있고,
한낮의 햇빛은 역광으로 예정은 했지만 오르지 않은 Mt. Markham의 검은 배경과 눈앞에 피어난 꽃의 붉은빛이 한 폭의 수묵화를 연출하고,
저마다 열심히 이 더위를 이겨낸 살아가는 모든 것들로 휘황한 이 자연의 모습에도 이름 모를 나뭇가지 거미줄에 바람을 따라가다 덜컥 걸려든 한 마리 벌레의 흔적을 바라보며 가끔은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지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아름다움이나 멋이 강요되지 않은 작고 구불구불한 산길,
아는 사람만 찾고, 앞으로도 많은 사람이 오지 않을 것 같은 침묵의 산길,
오르막은 끝없는 숲 터널의 나무그늘이 햇빛으로부터 뜨거워진 머리를 식혀주는 산길,
자주 가지 않고, 잘 알려지지 않은 산길이기에 우리 주위에서 너무 흔하고 너무 가까이 있어 소중함을 잊고 있었던 것들로 가득 찬 것들을 체험한 하루,
봉우리 하나하나를 넘을 때마다 생각을 깊게 하고, 마음에 여유가 더해 준 하루,
한여름도 꺾였는지 칙칙하게 피부에 달라붙는 더위도 없고, 상쾌한 시원함을 느낀 하루,
일주일에 한 번 만나지만 가끔은 희미해져 가는 기억을 붙잡고 싶은 마음에 “피맥” Party에서 서로를 향한 진한 향을 나누고자 마음을 오래오래 간직한 하루,
정현종 님의 시 “방문객”에서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것이다..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란 글처럼 눈앞에서 마주한 한 분 한 분의 삶 전체를 마주하는 만남이기에 많고 적음이 아닌 마음을 어루만지고 부드럽게 받아들여 주는 넉넉하고 웃음이 넘쳤던 하루..
오늘같이 오붓하고 여유롭고 조용한 분위기(사실은 사람은 적었지만, 웃음소리는 요근래 가장 요란스러웠던 듯)의 식사와 쉼의 시간에 한 분 한 분의 말씀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이 들어가며 “철”이 드는 이유가 가까이 있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책이나 지식이 아닌 지금껏 살아 온 체험으로 깨달았기에..
넓은 잎은 항상 낮은곳에서 머물면서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꽃이 돋보일 수 있도록 조용히 자리를 내주고, 꽃이 떠난 뒤에도 아름다운 기억의 자리를 지키듯이 어쩌면 삶의 여행에서 잠시 만나 뵌 산악회 분들은 꾸준하고 꿋꿋하게 누군가 피어날 수 있도록 말없이 묵묵하고 조용히도 서로를 위하고 받쳐주는 너무도 감사한 분들이신 듯..
가끔은,
자주 뵙던 분이 아무말없이 사라지고,
지극히도 평범하고 너무나도 당연했던 것들이 자꾸만 멀리멀리 가버리는 사실에 속상해 하는 마음도 있지만,
오히려 멀어서 그리워해야 하는 것들이 됐다는 사실에 새삼스레 위로와 위안을 받기도..
꽃에서 꽃으로만 흘러다니며 살 수 있는 벌과 나비가 아니라면,
서로의 삶을 살아온 방법이 각각 틀린 것이 아니듯 우리도 서로 잠시의 어긋남이, 방법만 다름이 틀림이 아니라 느끼며 잔잔하고 아름답게 때론 향기롭게 만나 정과 사랑을 다시 나누기를 바랄뿐..
남궁옥분님의 “나의 사랑 그대 곁으로”를 들으며 그립고 반갑던 분들의 모습을 그리며 한참을 취한 밤..
■ 월간 산 9월호에 실린 등산하는 이유 6가지
● 복잡한 생각의 종료
- 가파른 깔딱고개를 오를 때는 잡생각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이 끼어를 틈이 없다. 다음 발을 어디에 디뎌야지 안 미끄려질까 하는 눈앞의 한 걸음과 내 거친 호홉에만 집중하면서 머릿속이 깨끗하게 비워진다.
●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보상
- 사회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뜻대로 안되는 일이 태반이지만, 산은 내가 걸은 만큼 올라간다. 얼마나 많은 재산이 있고, 높은 지위에 있고, 많이 배웠는지 하는 척도와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땀 흘리며 끝까지 차오른 숨을 견디다보 면 어김없이 정상이 나오고, 그때 들이키는 물 한 모금과 바람은 어떤 인스턴트 쾌락보다 짜릿한 성취감을 준다.
● 디지털 소음으로부터 탈출
- 쉴 새 없이 울리는 알림과 답장을 요구하는 메시지들, 15초짜리 숏품에 절여진 뇌를 정화하는 시간이다. 산의 침묵과 흙냄새, 바람 소리로 짧은 도파민에 익숙해진 뇌를 다시 원상복구하는 시간이다.
● 몸으로 느끼는 생생함
- 어두운 헬스장이 아니라, 정해진 공원 트랙이 아니라 거대한 자연을 내 다리로 딛고 땀을 흠뻑 쏟아내면 온몸이 근육과 세포가 펄떡펄떡 뛰며 최대치로 활성화되는 것이 느껴진다. 묵은 땀을 배출하고 맑은 공기와 물로 채워지는 듯한, 건강한 변화를 체험하게 된다. 하산 후 먹는 밥 한 끼와 샤워의 쾌감은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있을 때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살아있다는 감각을 전한다.
● 마음의 위로와 힘을 얻는다.
- 산에 오른다고 갑자기 고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산에서 내려오면 무엇이든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고 자신감이 생긴다. 몸은 피곤한데 번져오는 에너지가 생기고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주말에 산을 다녀오면 이상하게 화요일까지는 지치지 않는다.
● 내려놓고 온다
- 산행 후 일상에 찌든 피로감과 상실감, 스트레스와 뱃살 지방과 유산소 운동으로 지친 폐 기능을 산에 두고 오고 건강과 활력을 가져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