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하제일 객잔》
## 제48화 ― 대나무 숲의 약속
새벽 햇살이 산허리를 비추기 시작했다.
청운은 연우의 허리에서 조용히 푸른빛을 내고 있었다.
객잔으로 돌아가려던 연우는 문득 걸음을 멈췄다.
웅—
청운이 다시 한 번 낮게 울었다.
검끝은 여전히 북쪽 산을 가리키고 있었다.
풍백이 한숨을 내쉬었다.
"포기할 생각이 없군."
묘묘가 꼬리를 흔들었다.
"천 년을 기다렸는데 하루쯤 더 기다릴 이유는 없지."
설화가 연우를 바라봤다.
"가 볼 거죠?"
연우는 미소를 지었다.
"손님도 중요하지만."
"기다리는 약속도 중요하니까요."
모두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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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숲은 깊고 고요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대나무 잎이 서로 부딪히며 은은한 소리를 냈다.
사락...
사락...
그 소리는 마치 오래된 누군가의 숨결 같았다.
청운은 스스로 검집에서 조금 빠져나오더니 숲속 작은 공터 앞에서 멈췄다.
공터 한가운데에는 오래된 바위 하나가 있었다.
그 위에는 세월에 빛이 바랜 나무 상자가 놓여 있었다.
봉인의 수호자가 조용히 말했다.
"...누구도 이곳을 찾지 못했다."
"결계가 모든 흔적을 감추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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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는 상자 앞에 무릎을 꿇었다.
손을 얹는 순간.
상자가 저절로 열렸다.
끼익—
안에는 낡은 편지 한 장과 작은 목패 하나가 들어 있었다.
목패에는 '청운'이라는 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연우는 조심스럽게 편지를 펼쳤다.
천 년의 세월을 견딘 종이였지만,
글씨는 놀라울 만큼 선명했다.
편지에는 단 한 줄만 적혀 있었다.
**"스승님, 저는 끝까지 약속을 지켰습니다."**
순간.
숲에 바람이 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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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빛이 편지에서 흘러나왔다.
연우의 눈앞에 또 하나의 기억이 펼쳐졌다.
천 년 전.
젊은 제자는 홀로 이 수련터를 지키고 있었다.
수많은 적들이 몰려왔지만 그는 끝내 물러서지 않았다.
몸은 피투성이가 되었고,
청운의 검날도 수없이 부러졌다.
그러나 제자는 끝까지 웃고 있었다.
"스승님은..."
"반드시 돌아오십니다."
그는 마지막 힘으로 편지를 상자에 넣었다.
그리고 결계를 펼쳤다.
푸른 빛이 숲 전체를 감싸며 시간마저 멈춰 버렸다.
그날 이후,
그는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은 채
천 년 동안 약속만을 지켜 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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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끝났다.
설화는 말없이 눈가를 훔쳤다.
"천 년을..."
"혼자 기다린 거네요."
청아도 고개를 숙였다.
"약속 하나 때문에..."
묘묘가 조용히 말했다.
"천검성군을 따르던 사람들은."
"모두 이런 사람들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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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청운이 천천히 허공으로 떠올랐다.
검끝이 하늘을 향했다.
푸른 검광이 숲을 뒤덮더니,
누군가의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승님."
"이제야..."
"편히 떠날 수 있습니다."
푸른 빛 속에서 젊은 제자의 영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천검성군을 바라보듯 연우를 향해 깊이 절했다.
연우도 조용히 허리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약속은 지켜졌습니다."
제자는 미소를 지었다.
"아닙니다."
"지켜 주신 건..."
"스승님이었습니다."
말을 마친 그의 모습은 수천 개의 푸른 빛으로 흩어져 대나무 숲 사이로 사라졌다.
사락...
대나무 잎이 다시 흔들렸다.
이번에는 슬픔이 아니라,
따뜻한 작별 인사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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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를 정리하던 무명이 바닥에서 작은 지도를 발견했다.
낡은 양피지였다.
지도 한가운데에는 붉은 먹으로 원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단 한 줄.
**「달이 가장 붉은 밤, 봉인의 문이 열린다.」**
풍백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건."
봉인의 수호자도 숨을 삼켰다.
"흑월."
"그가 찾는 장소다."
연우는 지도를 조용히 접었다.
미소는 여전했지만 눈빛은 이전보다 훨씬 깊어져 있었다.
"이제."
"손님보다 먼저 찾아야 할 곳이 생겼군요."
설화가 그의 곁에 섰다.
"이번에는."
"혼자 보내지 않을 거예요."
연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같이 갑시다."
대나무 숲 사이로 두 개의 검이 동시에 푸른빛을 그렸다.
천명검과 청운.
두 검은 새로운 운명을 향해 조용히 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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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화 예고
## 제49화 ― 붉은 달의 지도
천 년 전 제자가 남긴 마지막 지도가 흑월의 봉인지를 가리킨다.
그러나 그 지도를 노리는 검은 가면의 자객들이 객잔을 먼저 찾아온다.
평화롭던 객잔에 다시 피바람의 전조가 드리우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