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날이라고 달리 좋을 게 있나요. 일하는 게 이렇게 힘든데…."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처럼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아줌마들의 삶을 이해할지는 모르겠네요."
여성대통령이 취임한 뒤 맞은 첫 세계여성의 날이지만 여성노동자들의 고단한 얼굴은 쉬이 펴지지 않았다. 지난 8일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를 비롯한 각계 사회단체·정당으로 구성된 105주년 3·8 여성대회 공동기획단 주최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그래도 여성의 시대는 오지 않았다'를 주제로 열린 대회에서 만난 박정애(54)씨는 "병균과 오염에 노출되도 비정규직이라 위험수당도 못 받아 서럽다"며 "청소노동자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박씨는 서울대병원에서 비정규직으로 10년 넘게 청소일을 하고 있다.
퇴직한 남편 대신 가족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고려대 청소용역 환경미화원인 이모(64)씨는 "허리가 휘게 일해도 한 달에 겨우 100만원밖에 손에 쥐지 못한다"며 "먹고살 수 있게 생활임금은 보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옆에 있던 임모(66)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입으로만 여성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최저임금도 인상해 주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만들어 우리 같은 사람들이 살 수 있게 해 줬으면 한다"고 거들었다.
보신각에 모인 1천500여명의 여성들이 한목소리로 요구한 내용도 이들이 한 말과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정부에 여성노동자 권리보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시간제 일자리·저임금·불안정 노동 그만 △비정규직 정규직화 △평등한 복지 △동일노동·동일임금 △감정노동과 돌봄노동의 가치 인정 △임신중지(낙태) 여성에 대한 형사처벌 중단 △여성이 원하는 출산양육정책 마련 △직장 내 성희롱 근절을 촉구했다.
이날 행사에는 다양한 직종의 여성노동자들이 참여해 자신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토로했다. 보육교사인 김호연씨는 "교사 한 명이 두 돌도 안 된 아이 대여섯 명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쉬는 시간도,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보육교사들에게 화장실은 가깝고도 먼 당신"이라고도 했다. 김씨는 "정부가 부모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을 만들겠다면, 보육교사들의 노동조건부터 나아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산콜센터 상담원인 김영아씨는 "다산콜 상담원들은 고객으로부터 폭언과 성희롱에 시달려도 참아 가며 친절하게 고객을 응대해야 한다"며 "그나마 우리들은 전화를 끊을 권리라도 생겼지만 백화점 등 고객과 직접 얼굴을 맞대야 하는 서비스업종 노동자들은 고객의 말 한 마디에 점수가 깎이거나 해고되는 상시적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걱정했다.
이들의 목소리에 더해 김현미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은 "보편적복지와 여성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던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열 흘도 되지 않아 한 일이 무엇이냐"며 "새 정부의 여성공약은 대거 후퇴했고, 여성이 대다수인 학교비정규직 수천명이 해고됐다. 재능교육 여성노동자들은 30일 넘게 종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비대위원은 "저임금 노동과 고용불안, 살림에 양육걱정까지 떠안고 살고 있는 게 여성의 현실"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에서 약속한 대로 여성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신각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서울시청 광장까지 행진을 한 뒤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를 찾아 헌화했다.
한국노총이 제105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노동자 고용안정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지난 8일 오후 서울 신정동 양천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조합원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전국여성노동자대회를 열고 △여성노동자 고용안정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 △양성평등한 일·생활 균형정책 강화 △보육의 공공성 강화와 국공립 보육시설 30% 확충 △장시간 노동문화 개선을 통한 삶의 질 확보 △성희롱·성폭력 없는 안전한 일터 등 5대 여성요구안을 내놓았다.
‘참여·소통·행동, 양쪽 날개로 나는 평등세상’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진행된 이날 대회에서 문진국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 세상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이 차별과 편견 없이 제 능력껏 일하고 정당하게 대우받을 수 있을 때 국민이 행복한 사회가 가능하다”며 “한국노총은 정부와의 대화·협상을 통해 여성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 여성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회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더 이상 여성이 일자리에 대한 불안과 성폭력·묻지마 범죄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는 현실을 묵과할 수 없다”며 “박근혜 정부가 여성노동권 보장과 성평등을 국정과제의 핵심가치로 세울 것을 요구하며, 적정한 임금과 복지가 보장된 여성일자리를 확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노리유키 스즈키 국제노총 아시아태평양지역기구(ITUC-AP) 사무총장은 한국노총으로 보내온 연대사를 통해 “성평등을 위한 노조의 여러 활동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의 영향으로 여성노동자의 노동조건은 더욱 악화되고 사회적 불평등은 지속되고 있다”며 “성평등과 여성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여성인권 보호를 위해 한국노총이 더욱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노총 출신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정애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날 논평을 내고 “지난해 정부 자료에 따르면 500인 이상 민간기업과 50인 이상 공공기관의 여성노동자 비중은 35.24%인 데 반해 여성관리자의 비율은 16.62%에 불과하고, 박근혜 정부가 내정한 장관후보자 18명 중 여성은 고작 2명”이라며 “정부는 적극적인 고용개선조치를 통해 여성의 사회활동과 가정활동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대회에서는 여성조합원 권익향상에 힘쓴 조직에 주는 ‘평등상’과 노조 내에서 여성활동에 앞장선 조합원에게 주는 ‘여성노동자상’ 시상도 이뤄졌다. 평등상은 금속노련에게 돌아갔다. 금속노련은 규약에 따라 여성할당제를 시행해 여성간부들의 노조활동 폭을 넓히고, 매년 현행법보다 높은 수준의 모범단체협약지침을 사업장에 배포해 모성보호와 일-가정 양립이 실현되도록 지도해 온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여성노동자상은 박영애 대우인터내셔널노조 총무부장 등 17명에게 수여됐다. 한국노총 여성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심영희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는 감사패가 전달됐다.
3·8 세계여성의 날은 1908년 미국 룻저스 광장에서 여성노동자들이 빵과 참정권을 외치며 대규모 가두시위를 벌인 데서 유래했다. 우리나라 양대 노총이 회원으로 가입한 국제노총(ITUC)은 올해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의 근절’을 주제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달 4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되는 제57차 유엔 여성의지위위원회(UNCSW)에서도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의 근절이 주제로 다뤄진다.
우리나라처럼 노사의 힘이 균등하지 않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나라에서는 사회적 대타협의 모델로 네덜란드를 참고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회적 대타협의 핵심 모델로 평가받는 스웨덴은 경제호황 속에서 노사합의를 이뤄 냈고, 네덜란드는 경제불황과 세계화의 압력 속에서 고용안정과 일자리 확대를 위해 노사가 의견을 모은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0일 '사회적 대화의 발전방향: 한국형 모델의 탐색' 보고서에서 "박근혜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로 대화와 상생의 노사문화 구축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이 채택된 만큼 한국형 모델 개발과 사회적 대화기구의 개편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82년 노사가 노동자의 임금인상 자제와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바세나르협약을 채택하면서 경제부흥을 이끌었다. 고용안정과 일자리 확대를 위해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노동시간 유연화를 노동계가 받아들인 게 협약의 주요 내용이다.
네덜란드의 사회협약은 80년 이전에 사회적 대타협을 주도했던 스웨덴과 달리 경제불황에 세계화의 압력이 높은 시기에 채택됐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상황과 유사하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는 노사 간 이해조정이라는 타협 외에도 노동시장 양극화와 경제구조 이중화라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조직 부문과 사회적 약자층을 적극적으로 사회적 타협에 참여시키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웨덴과 네덜란드 모두 노사가 협약을 체결했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정부의 중재와 정책적·제도적 지원이었다"며 "미조직 부문과 사회적 약자층이 많은 우리나라는 정부가 이들의 이해를 적극 대변하고 노사를 중재하는 중요한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코레일관광개발이 철도 하청노동자 임금착취 논란에 휩싸였다. 코레일관광개발은 공기업인 코레일의 자회사다. 코레일관광개발은 임직원 인건비 과다지급으로 감사원에 여러 번 적발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곳이다.
10일 공공운수노조 서울본부에 따르면 열차에 도시락·지역특산품 등 각종 물류를 상·하차하는 철도 물류하청노동자들이 임금원상 복귀와 적정인원 충원을 촉구하며 투쟁에 나섰다.
이들은 코레일관광개발과 계약을 맺은 한 인력업체에 소속돼 일해 왔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코레일관광계발이 예산절감을 이유로 대구백화점에 하청을 줬고, 대구백화점은 또다시 M서비스라는 인력업체에 재하청을 넘겼다. M서비스는 추가 근무수당 등 각종 수당을 없애는 방법으로 임금을 10만~30만원 가량 삭감했다. 물류노동자들이 기본시간 근무시 받는 월급은 100만원을 갓 넘는 수준이다. 추가수당이 없으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160여명의 노동자 중 절반 가량이 퇴사했고, 빈자리는 아르바이트생과 일용직 노동자로 채워졌다. 물류노동자들은 임금삭감과 노동강도 강화에 맞서 올해 1월 철도물류승무지회를 설립했다. 지난달 4일부터는 서울역 코레일관광개발 앞에서 교섭참가를 촉구하며 중식집회를 열고 있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코레일관광개발이 쥐고 있다는 것이 지회의 설명이다. 지회는 "M서비스가 코레일관광개발의 의지가 없으면 임금과 인력에 대한 조정이 힘들다는 입장을 알려 왔다”고 전했다.
이에 지회는 코레일관광개발에 6차례 교섭 참가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지회는 코레일관광개발이 교섭을 거부할 경우 상급단체와 연대해 투쟁수위를 높여 나갈 방침이다.
지회 관계자는 "임직원 돈잔치로 여러 번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코레일관광개발이 경영적자를 하청노동자의 최저임금 삭감으로 메우려 하고 있다"며 "공기업인 코레일도 철도에서 꼭 필요한 상시업무를 하는 자회사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살인적인 장시간노동 등 열악한 노동조건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는 케이블 방송사 씨앤앰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을 실시한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청장 임무송)은 “12일부터 이달 말까지 케이블방송 업체인 씨앤앰의 협력업체 22곳 중 서울지역에 있는 14곳을 대상으로 수시근로감독을 실시할 것”이라고 11일 밝혔다. 근로감독은 서울노동청을 포함해 4개의 산하지청이 공동으로 진행한다.
서울노동청은 씨앤앰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남녀고용평등법·파견법·근참법 등의 위반 여부에 대해 실태조사를 할 계획이다. 조사결과 법 위반 사항이 발견될 경우 사용자들에게 시정조치를 촉구할 예정이다.
최근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등은 “씨앤앰 협력업체들이 법정근로시간과 초과수당 등 근로기준법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다”며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요구해 왔다.
특별근로감독은 노사분규가 발생했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특별근로감독의 경우 실태조사 결과 법 위반 사항이 적발될 경우 노동부가 별도의 시정요구 없이 곧바로 형사입건을 하게 되는 반면, 수시근로감독은 일차적으로 시정조치를 요구한 뒤 이행하지 않을 경우 처벌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서울노동청 관계자는 “해당 사업장들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수시근로감독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지역에 있는 씨앤앰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근로감독이 먼저 진행되는 가운데, 나머지 수도권 지역에 소재한 8개 협력업체에 대한 근로감독으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희망연대노조 관계자는 “서울노동청이 수시근로감독을 진행하기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며 “씨앤앰 협력업체뿐 아니라 케이블 방송업체의 열악한 노동조건 전반의 문제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케이블 기술자이지만 고객만족을 위한 서비스도 제공하고 싶죠. 저에겐 그럴 만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작업 도중에 무작위로 밀려드는 콜을 처리하려면 10초가 아쉬워요. 급한 마음에 화분을 옮기고 집안 걸레질을 하고…. 설치기사들은 현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사가 아닌 봉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아요.”
케이블 설치업체 씨앤앰의 협력사에서 12년째 AS업무를 맡고 있는 송아무개씨의 말이다.
케이블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가 노동계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보상 없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식사시간과 주말 등 기본적인 휴식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노동실태는 씨앤앰의 22개 협력업체 비정규 노동자들이 최근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를 결성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1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케이블방송 불공정 하도급 실태와 외주업체 비정규직 노동실태 보고회’는 이들의 노동실태를 알리고, 원인을 짚어 보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토론회는 전순옥·장하나·한명숙 민주통합당 의원과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가 공동주최했다.
"업체 간 과열 경쟁이 원인"
케이블 하청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케이블업계의 환경 변화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발제자로 나선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변동과 그 전망'에 나선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케이블업계의 시장포화 상태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았다.
김 팀장은 “이미 2천400만명이 가입한 국내 유선케이블 시장은 더 이상 가입자가 늘기 힘든 구조”라며 “업체 간 상호 쟁탈전으로 인한 경쟁이 케이블 노동자의 과도한 영업압박과 장시간 노동으로 귀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경쟁은 원청의 수익극대화를 위해 하청업체를 쥐어짜는 구조로 이어진다. 씨앤앰이 하청업체와 체결한 업무위탁계약서를 보면 알 수 있다.
토론자로 참여한 윤지영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씨앤앰이 원청 사업자라는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수급사업자들이 불이익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씨앤앰은 가입자 모집과 해지 방어 등을 기준으로 협력업체에 대금을 지급한다.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을 금지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위반이다. 윤 변호사는 “씨앤앰은 자의적인 평가지표를 만들어 협력업체에 수수료를 지불한다”며 “상대평가 방식으로 누군가는 20%의 수임료를 깎아 업체 간 과열 경쟁을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씨앤앰은 업무위탁계약서를 통해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노동양태까지 구체적으로 관여했다. 이른바 ‘당일처리원칙’이다. 윤 변호사는 “씨앤앰은 고객의 불만을 당일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해 이를 어기면 페널티를 적용해 기사들을 밤낮없는 노동으로 내몰았다”며 “씨앤앰이 원청업체로서 일의 완성이 아닌 그 과정에 하나하나 관여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한 달에 3일도 못 쉬는 장시간 노동"
케이블업계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실태와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해당 조사는 희망연대노조의 의뢰로 산업노동정책연구소가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동안 케이블방송 협력업체 노동자 144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조사결과 케이블업계 비정규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9.9시간을 일했다. 토요일 출근이 잦아 주당 근무시간은 58.4시간이나 됐다.
케이블업계의 특성상 당직제가 보편화돼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월평균 근무일 수는 27.5일로 치솟는다. 주말을 포함해 한 달에 3일을 쉬기도 힘들다는 뜻이다. 84%는 "식사시간이 따로 없다"고 말했고, 40.3%는 "급여 실수령액이 151만~200만원"이라고 답했다. 회사가 퇴직금을 지급하는 경우는 52.1%로 절반을 겨우 넘었다.
이종탁 희망연대노조 공동위원장은 “원청의 불합리한 단가인하와 영업강요, 지표경쟁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며 “원·하청 불공정 거래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사업장 내 위험물질에 의한 화재·폭발·누출 등과 같은 중대 산업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12일부터 22일까지 전국 5천여개 위험·독성물질 다량취급 사업장을 대상으로 특별지도점검에 나선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특별점검은 위험물질에 의한 화재·폭발·누출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조치 준수 여부, 위험설비의 안전운전 실태, 위험물질의 적정취급 실태에 초점이 맞춰진다. 전국 지방고용노동관서와 안전보건공단, 민간전문기관이 합동점검에 나선다.
노동부는 “법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 외에 시정명령·안전보건진단명령·안전보건개선계획명령 등을 통해 사업장 안전관리 상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3~4월 중 위험물질 취급사업장 사업주와 안전보건관계자를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사업장 지도점검 시 위험물질의 안전정보와 위험물질 취급 안전수칙, 화재·폭발·누출사고 예방·대응요령이 담긴 기술자료를 배포한다. 위험물질 누출 등 위험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노동부 본부에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지방고용노동관서에도 위험상황신고실(1588-3088)을 설치할 예정이다. 화재·폭발·누출사고 방지를 위해 시설개선이 필요한 사업장의 경우 안전보건공단 지역본부에 신청해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다.
조재정 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은 “화재·폭발·누출사고는 발생사업장 근로자의 산업재해와 재산피해는 물론 인근 주민에까지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위험물질 취급사업장에서는 위험물질 안전관리와 사고예방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9일 새벽 건설노동자가 아파트 공사현장 타워크레인에서 체불임금 해결을 요구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건설현장에 비일비재한 불법하도급이 근본원인이라며 ‘사업주 구속’ ‘특별근로감독 실시’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건설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는 11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박정근(55) 건설노동자 사망 관련 체불임금 문제 해결, 사업주 구속 처벌,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촉구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박씨는 일용건설노동자로 건설현장에서 30여년 동안 목수로 일해오다 9000여만 원의 체불임금 해결을 요구하며 9일 새벽 광산구 월계동의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 60미터 타워크레인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일군토건(주)이 공사를 맡은 아파트 현장에서 목수로 일해오다 지난 1월부터 임금이 지급되지 않자 경제적·심리적 압박을 많이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건설노동자들은 전근대적인 현장구조와 이 구조가 조장한 사회적 인식에 의해 노가다, 막일꾼, 잡부라 불리며 푸대접을 받으며 살고 있다”며 “가뜩이나 저임금에 내몰린 건설노동자들에게 임금체불이란 곧 산채로 말라죽으라는 가혹행위나 다름없다”고 박씨 사망과 관련한 제불임금 문제를 꼬집었다.
이어 “건설산업기본법에는 원청사가 전문업체와 계약하고 전문업체가 건설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게 명시되어 있지만 이번 故 박정근 건설노동자가 일했던 현장의 경우만 보더라도 불법 다단계 하도급인 시공참여자에 의해 공사가 불법적으로 진행됐음이 확인됐다”면서 “뿐만 아니라 임금은 매월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금액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나 몇 달째 임금을 밀려서 받는 유보임금과 체불임금이 관행적이고 지속적으로 진행된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군토건 현장은 법에 명시돼 있는 규정 조차도 지켜지지 않는 탈법과 불법이 난무한 현장이었으며 이것이 故 박정근 건설노동자를 죽음으로 이르게 한 것”이라며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불법다단계 하도급으로 임금체불을 밥 먹듯 일삼고 건설노동자의 목숨을 담보로 이윤만을 추구하는 일군토건과 이를 수수방관한 정부와 노동청에게 그 일차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매년 체불임금이 감소되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은 정부와 관계기관의 관리, 감독이 실효성을 못 거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회성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라 지적하며 “체불임금은 건설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사회적 범죄임을 분명히 하고 관리/감독을 더욱 강화할 뿐만 아니라 체불사업주에 대한 사법처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건설노조는 △故 박정근 건설노동자 체불임금 해결 △불법하도급과 체불임금으로 건설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일군토건 사업주 구속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임금체불·불법하도급 일삼는 일군토건 특별근로감독 실시 등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박씨의 유족이 함께 했으며, 문제가 해결될 때가지 박 씨의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출연료 미지급 문제 때문에 KBS를 상대로 촬영거부에 돌입했던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위원장 한영수, 이하 한연노)의 투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다.
▲ 지난해 11월 12일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 출연료 미지급 문제로 촬영거부 투쟁에 나섰다. 사진은 조합원들이 투쟁 출정식을 마치고 KBS 본관 앞으로 이동하는 모습 ⓒ뉴스1
한연노는 11일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달 15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교섭 단위를 분리해달라는 한연노의 요청을 받아들여, KBS에게 한연노와 KBS 사내 노조를 분리하여 교섭하라는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연노에 따르면, 그 동안 KBS는 한연노를 교섭단체로 인정해 20년 넘게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지난해 7월 이후 KBS의 태도가 달라졌다. KBS가 내부 사정 등을 들어 교섭을 지연시키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자, 한연노는 당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위원장 권영순, 이하 지노위)에 단체협상 결렬에 따른 조정 신청을 제기했다.
하지만 노동조합법 개정에 따른 하나의 노동조합을 사측의 교섭대상으로 인정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시행으로 한연노는 KBS 내부 노동조합과 교섭창구를 단일화해야만 조정이 가능한 위치에 놓였다. 지노위는 교섭창구 단일화라는 법적 조치 이후에 교섭이 가능하다고 밝혔고, 그만큼 조정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단체행동은 법적인 제약이 컸다.
한연노가 지난해 출연료 미지급 사태로 단체행동을 했을 때, 촬영거부, 기자회견, 끝장토론 제안 등 합법적 틀 안에서 활동을 벌여온 이유는 바로 이 점 때문이다. 지노위의 조정 이후에야 가능한 행동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조정 대상이 되기 위해 한연노는 교섭창구를 단일화해야 하는데, 이때 기존의 KBS 내부 노조들과 단일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러나 KBS 내부 노조는 KBS 사측의 입장에서는 ‘노동자’이지만 한연노 입장에서는 한연노 조합원들의 사용자가 된다.
한연노는 ‘교섭창구 단일화’가 더 큰 노조에게 자신들의 문제를 맡기는 것이 아니라, 결국 사용자에게 노동자들의 문제를 맡기는 것이어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 지난해 12월 지노위에 분리 교섭 신청을 했고 지난달 15일 지노위는 한연노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노조의 분리 교섭 요청이 받아들여진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5일 지노위는 ‘분리 교섭’ 판정 이유로 △1988년 이후 조합으로 인정받은 후 효력을 부인받는 처분이나 판결을 받은 적이 없어 법정 노조임이 확인된 점 △KBS가 지속·상시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주체이므로 교섭 당사자라는 점 △방송연기자들의 등급별 출연료가 KBS가 매년 체결한 출연료 합의서를 기준으로 나온다는 점 등 3가지를 들었다.
KBS는 이에 불복, 재심 청구를 했고 이달 26일에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이 나올 예정이다. 만약 중노위에서도 1심 판정이 유지될 경우 한연노와 KBS는 협상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선다.
문제갑 한연노 정책위의장은 “(출연료 미지급 문제에서) KBS가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 협상이 어려웠고, 그마저도 대선 국면을 맞아 묻혔다”면서 “사안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지노위의 1심이 중노위에서 뒤집히는 것은 15% 정도”라며 KBS와의 문제가 긍정적으로 해결되리라 전망했다.
한연노는 출연료 미지급 문제로 지난해 11월 11일부터 촬영거부에 나섰다. KBS 드라마 <공주가 돌아왔다>, <국가가 부른다>, <도망자>, <정글피쉬2>, <프레지던트>에 출연한 연기자들은 촬영 이후에도 13억 원에 달하는 출연료를 받지 못했다.
한연노는 1988년 설립됐으며, 탤런트·성우·개그맨·무술연기자·연극인 5000여 명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의 방송연기자 노동조합이다. 한연노에 따르면, 전체 조합원 가운데 70% 이상이 연봉 1,000만 원 이하인 생계형 연기자들이다. 한연노는 지난 2010년에도 출연료 미지급 문제로 KBS·MBC·SBS 지상파 3사를 상대로 촬영거부 투쟁을 벌인 바 있다.
노인ㆍ아동에 대한 돌봄서비스를 점차 확대됨에 따라 그 종사자도 해마다 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비정규직이거나 한달 평균 100만원도 못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적인 돌봄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이들 근로자의 처우와 일자리 질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통계청과 한국노동연구원 등에 따르면 돌봄서비스 종사자는 2008년 9월 말 56만 7000명에서 2011년 9월 말 76만 1000명으로 3년 새 20만명가량 늘었다. 이 가운데 4분의1이 가사·육아 도우미다. 하지만 가사·육아 도우미의 상용직 근로자 비율은 2010년 9월 말 현재 4.1%에 불과하다. 같은 해 전체 근로자의 상용직 비중(59.4%)보다 훨씬 낮다. 또 다른 돌봄서비스 근로자인 유치원교사(89.5%), 사회복지전문직(69.5%), 의료·복지서비스직(38.5%) 등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가사·육아 도우미(76만 6000원)나 의료복지 서비스직(87만 6000원)의 임금은 100만원도 안 된다. 이들의 99%가 여성이지만 전체 여성노동자 평균임금(147만원)에도 훨씬 못 미친다. 유치원교사는 154만 3000원, 사회복지전문직은 127만 7000원이다.
돌봄근로자의 낮은 임금은 우리나라의 저임금 근로자 비중을 높이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저임금(중간값 미달) 근로자 비중은 25.9%(2010년)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근속기간이 짧은 것도 문제다. 그나마 유치원교사는 근속기간이 3.7년으로 돌봄서비스 근로자 가운데 길었지만 평균연령은 29.7세로 가장 낮았다. 서른도 되기 전에 일을 그만둔다는 의미다.
노사협의회 근로자대표를 선출할 때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도 투표권을 주고, 사용자가 정리해고를 추진할 경우 반드시 사전에 노사협의회에서 청문회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은 12일 '공동결정제도 도입을 위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기업별 노사관계가 산업민주주의를 위해 꾸준히 개선된 반면 이를 담는 그릇인 제도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기우 연구위원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노동자의 경영참여는 우리 시대의 당면과제가 됐다"며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 노동자 경영참가와 관련한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참법)이 대표적인 노동자 경영참여 법규로 꼽힌다.
연구원은 근참법에서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 노사협의회를 개최하도록 한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업부문 단위로 월 1회 노사협의회를 개최하도록 하면 보다 원할한 노사 간의 소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위원은 "현행 근참법은 노사공동결정을 포함한 경영참가 관련 규정이 미약할 뿐만 아니라 현안의 원활한 해결을 위한 사업부문·사업장·기업 단위 논의를 단계적으로 거치도록 하는 운영규정도 없다"고 비판했다.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도록 관련 노사협의회 규정도 개정해야 한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독일은 파견노동자에게 사용사업주 노사협의회의 노동자위원 선거권을 부여하고, 프랑스는 피선거권까지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고용노동부가 사내하도급·파견노동자 대표가 원청 사업장협의회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근참법 입법예고안을 내면서 관련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부 입법예고안은 노사협의 의결범위를 현행보다 대폭 축소해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확대하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사용자가 경영상 해고를 추진할 때 노사협의회의 청문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사협의회에서 사용자위원과 노동자위원 사이에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조정절차나 중재기구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김 연구위원은 "노동부 입법예고안은 노사협의회의 의결사항을 축소시키고 보고사항 규정도 삭제해 사용자의 자료제출의무도 면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광주지회(지회장 박병규)가 신규채용 과정에서 나이·학력 제한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회는 13일 광주시 서구 내방동 지회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요구할 계획이다.
12일 지회에 따르면 기아차는 생산직 신입사원을 뽑을 때 학력은 전문대졸 이하, 나이는 만 29세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학력제한은 신규채용 자격요건에 해당하지만, 나이제한은 고용차별이어서 회사는 비공개적인 내부 선발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회는 "나이·학력 제한이 사내하청 정규직 채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아차는 신규채용시 사내하청 노동자와 조합원 자녀들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나이와 학력 제한에 걸려 가산점 제도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광주공장에서 90명을 신규채용했는데, 비정규직은 고작 3명에 그쳤다. 지회 관계자는 "비정규직 지원자가 많았지만 대부분 나이제한에 걸렸다"며 "17년 이상 기아차에서 사내하청으로 일해 나이가 50대인 사람도 있기 때문에 나이제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최근 광주공장 62만대 증산체제 가동을 앞두고 신입사원을 채용 중이다. 지난달 15일까지 입사원서를 받았는데, 3만2천여명이 응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사가 신규인력 규모를 정하지 못해 채용절차는 잠시 중단된 상황이다.
"중증 환자들 대소변까지 처리해야 하는데 일회용 장갑은커녕 마스크도 안 줘요. 집게도 없어 맨손으로 치웁니다." (고려대 청소노동자)
"대청소 때 세척제 냄새 난다고 문 닫고 청소하라고 하더라고요. 반나절 청소하고 났더니 어지럽고 메슥거렸어요." (홍익대 청소노동자)
대학·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이 유해화학물질에 상시적으로 노출돼 있지만 보호장비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등 건강권에 심각한 침해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중한 업무강도와 신체에 맞지 않는 작업도구를 사용한 탓에 만성적인 근골격계질환에 시달리는 청소노동자들도 적지 않았다.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서비스지부·노동건강연대·건강한노동세상 등 안전보건단체와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 우원식·은수미·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이 참여하고 있는 '대학비정규직 노동안전실태조사단'은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6개 대학·대학병원(고려대·고려대병원·경희대·이화여대·연세대·홍익대)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청소노동자들은 주로 분진이나 물기가 많은 곳에서 일을 하는데도 방진 마스크·작업화 등 안전장비를 지급받지 못했다. 대부분이 자비로 개별구입하거나 공동구입해 사용하고 있었다. 병원 청소노동자들의 경우 업무특성상 안전장비를 필수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그러나 청소용역회사들은 한 달에 고무장갑과 면장갑 한 켤레씩만 제공했다.
고대안암병원에서 일하는 김춘순(61)씨는 "각종 의료폐기물이나 환자들의 배설물을 치워야 하는데 일회용 마스크나 일회용 장갑도 주지 않는다"며 "간호사들이 쓰는 마스크를 눈치 봐 가면서 하나씩 얻어쓰거나 아예 우리가 사서 쓴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물청소나 왁스청소를 할 때는 미끄러질까 봐 신발 밑창에 철수세미를 붙이고 일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청소할 때 사용하는 세척제에는 3급 발암물질·생식독성물질·환경호르몬이 다량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원 원진재단 부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은 "여성에게는 생리불순이나 유산, 남성에게는 정자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생식독성이 다량 함유된 청소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청소노동자 대부분은 허리·목·손목·팔꿈치·어깨·무릎 통증을 호소했다. 주로 허리를 구부리거나 쪼그려 앉고 무거운 쓰레기를 반복해서 나르는 일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길이가 짧은 빗자루 등 몸에 맞지 않는 청소도구도 문제다. 홍대 청소노동자 최현숙(57)씨는 "시간에 쫓기면서 좁은 강의실을 청소하다 보면 여기저기 멍투성이가 된다"며 "요즘은 팔목이 너무 아파 무거운 것을 들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국장은 "지난 10년간 노동부에 정식으로 보고된 자료만 봐도 산재를 당한 청소노동자가 3만1천여명이고, 사망자도 643명이나 된다"며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대책이 없다"고 비판했다. 최 국장은 "원청인 대학과 대학병원에서 청소노동자들의 건강권 보호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명순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부지부장은 △학내 '유해물질 지도' 작성 및 공개 △노사공동 노동안전실태조사 △위생시설 개선 및 확충 △원·하청 노동안전보건협의회 구성을 요구했다.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각종 산업안전에 관한 법·지침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종합적·체계적인 근로감독을 실시하도록 노동부에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은 의원은 또 병원·의료기관이 하청이나 도급사업장 노동자를 배제하는 문제나 산업재해 발생시 원청의 관리·감독 책임을 가중하는 문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협의회와 순회점검 관련 규정에서 건물 유지·보수업무가 제외된 문제에 대한 법 개정을 약속했다.
아르바이트 사업장 10곳 중 8곳 이상이 근로기준법과 같은 노동관계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월7일부터 2월28일까지 겨울방학 기간을 이용해 연소자·대학생 다수고용 사업장 919곳의 노동관계법 위반 여부를 감독해 12일 발표한 결과다.
감독 결과 최저임금을 주지하지 않거나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사업장이 911곳, 근로계약서를 서면으로 교부하지 않거나 근로조건을 명시하지 않은 사업장이 589곳, 임금과 각종수당을 체불하거나 최저임금 위반한 사업장이 388곳, 근로기준법을 어기고 연소자에게 장시간 노동을 강제한 사업장이 62곳으로 나타났다. 적발된 위법 건수는 총 2천756건으로 감독 대상 업체의 85.8%(789곳)가 노동관계법을 어겼다. 노동부는 위법 사업장에 대해 총 7억6천700만원에 달하는 미지급 금품의 지급을 명령하고,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는 사법 조치할 계획이다.
노동부는 사업주의 인식 부족으로 아르바이트 사업장의 위법사항이 개선되지 않는다고 보고 사업주에 대한 감독도 강화할 방침이다. 감독 대상을 올해 3천800여곳의 사업장을 관리하고, 방학 뿐 아니라 학기 중에도 상시감독을 벌이기로 했다.
위법 사업장에 대해서는 확인감독을 실시하고, 위법 사항이 다시 발견되면 즉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부당한 처우를 당한 아르바이트생들을 위해 현재 고등학교에 설치돼 있는 알바신고센터를 대학교와 청소년 보호단체 등에 확대 설치하고, 전화와 모바일 신고체계(대표전화 1644-3119)를 확대할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알바노동이 저임금 취약직업군으로 확산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고용시장이 점점 더 열약해지고 있다는 뜻”이라며 “정부가 이 같은 현실을 방치해선 안 된다”고 주문했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11일, 취임사를 통해 불법파견과 비정규직, 부당노동행위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
취임식 이후에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대차, 쌍용차, 유성기업, 재능교육 등 고공농성 사업장에 대해 언급하고, 아울러 전교조 법외노조 시도와 관련해 신중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안투쟁이 산적해 있는 노동계로서는 ‘장관의 말만 믿고 기다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현대차 불법파견과 노조파괴, 쌍용차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요구다.
[출처: 한국노총]
방하남 장관, “기업은 부당노동행위 삼가 달라”
금속노조, “사용주에 구걸 말고 법적 처벌해야”
방하남 장관은 취임사에서 “불법파견을 확실하게 없애고,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법’을 제정해서 사회적으로 많은 갈등을 빚고 있는 사내하도급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서는 “비정규직의 남용과 불합리한 차별을 예방하기 위해 제도와 관행을 과감하게 바꾸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방 장관의 불법파견 해결 의지에 대해, 노동계는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부터 해결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속노조는 12일, 논평을 발표하고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대법확정판결을 즉각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현대자동차 정몽구회장은 대법판결 취지대로 사내하청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신규채용이라는 기만적인 방법으로 불법행위를 덮으려 하고 있다”며 “재벌에 대한 권고와 솜방망이 처벌로는 대법판결이행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똑바로 알고 현대차 불법파견 대법판결 이행을 강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방 장관은 노조파괴를 비롯한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해 “기업은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지고 부당노동행위를 삼가 주시고, 경영상 해고제도가 남용되지 않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방 장관이 기업에 부당노동행위 근절을 구걸하고 있다며 엄중한 법적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금속노조는 “노조파괴 부당노동행위 근절을 사용자들에게 구걸하지 말고 범죄행위로서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최소한 심각한 노조파괴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한 유성기업사업주는 즉각 구속시켜야만 한다”고 요구했다.
전교조 ‘신중론’...“인사청문회 입장과 달라진 것 없어”
방하남 장관, 이후 노동계 잇따라 방문
방 장관은 취임식 이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고공농성 사업장을 언급하며 “굉장히 가슴 아픈 현장”이라며 “노동부가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만큼, 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교조 법외노조 시도와 관련해서도 “시간을 갖고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교조 문제의 경우, 지난 6일 국제노동기구(ILO)가 긴급개입을 결정한 바 있어 방 장관 측에서도 다소 신중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노조 측은 기존의 전교조 법외노조화 입장에서 변화된 것이 없다며 노조법 재개정 활동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고민의 흔적은 보이지만, 인사청문회 당시의 입장과 달라진 것은 없다”며 “기존에 고용노동부에서 독자적으로 추진한 시정명령과 법외노조화 시도가 중단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전교조 법외노조화 시도는 노조법과도 연계돼 있기 때문에, 이후 대국회 사업을 통해 노조법 개정 운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실도 12일, 논평을 통해 “현행법이 헌법과 국제기준에 부합되지 않는다면 국제기준에 맞춰 법을 바꿔야 한다”며 “고용노동부가 무리하게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몰아가는 일이 더 이상 없어야 하며, 무엇보다 헌법정신과 국제기준의 준수가 우선조치된 후, 전교조의 법외노조 문제 해결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방하남 장관은 취임 이후 잇따라 노동계를 방문해 사업추진 등에 관해 노동계의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그는 12일 오후 4시 한국노총을 방문하며, 민주노총은 7기 임원선거 이후에 방문한다는 계획이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의 포섭과 배제 정책이 아닌, 고용노동부와 민주노총의 대등한 파트너쉽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아울러 고용노동부는 최소한 국제기준에 기초한 노동정책을 제시해야 하며, 당면 현안 투쟁 해결에 우선적으로 힘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도 논평을 통해 “방 장관이 취임사에서 ‘국민 모두가 일을 통해 희망과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며 “쌍용차 해고자들이 ‘일을 통해 희망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이어 올해 초 국회입법조사처의 의견표명에도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과 관련한 사회적 합의는 요원하다.
13일 오전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를 위한 입법·정책적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노·사·정과 학계가 활발히 의견을 교환했지만 서로 간 온도차만 확인했다. 참가자들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보호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지만, 접근방식은 저마다 달랐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입법조사처와 복지노동포럼이 공동주최했다.
학계 "중간지대 설정" vs 노동계 "노조법 개정"
주제발표에 나선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회색성’에서 여러 사회적인 쟁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도 교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업무형태가 독립적이면서도 종속성을 띠고 있어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규제 부재형’ 비공식 고용으로 분류하고, 관련법 부재와 사법적 기준의 모호함을 극복하기 위해 ‘중간지대’ 설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도 교수는 “사법부와 입법부는 한국 노무공급자를 근로자와 자영인으로 구분하는 이원적 접근으로 보호방안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며 “새로운 입법을 통해 제3의 영역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도 교수의 의견과 시각을 달리했다. 중간지대 설정 주장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논의를 후퇴시킨다는 비판이다. 이승철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중간지대를 두자는 주장은 2007년 참여정부가 내놓은 특별법 제정안과 유사하다”며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노동계와 학계의 반대로 특별법 통과가 무산됐다”고 말했다.
당시 특별법 제정안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노조법상 쟁의권을 보장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노동계는 특히 중간지대 설정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관련한 최근의 법 개정 움직임에 상반된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이 국장은 “지난해 열렸던 마지막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노조법 2조 개정논의가 사실상 여야 합의 직전까지 갔던 상황을 상기해야 한다”며 “논점과 취지는 공감하지만 (도 교수의) 오늘 주제발표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조법 2조 개정 논의를 후퇴시키는 쪽으로 활용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노조법 2조를 개정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근로자' 개념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영계 법 개정 난색 … 노동부 "실질적 권익보호 나서야"
경영계는 “시기상조”라고 난색을 표했다. 이형준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입법·정책적 개선방안은 법적 신분이 근로자인지 개인사업자인지 논란이 되고 있는 현실을 아우를 수 있는 객관적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노동법 적용이 애매하다고 해서 법률 자체가 없다고 단정하기보다는 기존의 경제법적인 보호방안을 내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을 통한 일률적인 규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자유의사를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본부장은 “레미콘 운전기사의 경우 90년도 초반에 수요가 급격히 늘자 본인 스스로가 선택해 사업주가 된 경우가 많다”며 “노조법이 10명 중 1명을 보호하기 위해 나머지 9명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분법적인 시각이 논의를 공전시키고 있다”며 중간지대를 인정하는 쪽에 힘을 실었다. 김소연 고용노동부 근로개선정책과 사무관은 “논의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집중될 경우 논의를 위한 논의가 반복될 수 있다”며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등 실질적인 권익보호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양한 직종의 특성에 맞는 특별법 제정도 검토해 봐야 할 때”라며 “지식경제부 등 관계부처 협조와 노사정위원회 등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거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수도권 최대 케이블방송사 씨앤앰 협력업체들에 대해 수시근로감독을 시작한 가운데 노동계가 방송통신위원회에 씨앤앰과 협력업체들의 불공정 하도급과 노동관계법 위반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케이블방송 공공성 보장과 비정규직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13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방송통신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공대위는 기자회견 뒤 방송통신위를 방문해 ‘불공정 하도급 실태 및 노동법 위반 조사 및 시정요구 민원요청서’를 전달했다.
공대위는 민원요청서를 통해 씨앤앰과 22개 협력업체에서 발생한 불공정 하도급 사례를 조사하고 위법사항에 시정을 촉구했다. 씨앤앰 협력업체들을 상대로 △법정 연장근로시간 한도 초과 △시간외 근로수당 미지급 △휴게시간 미보장 △유급 주휴일 미부여 △미사용 연차 유급휴가수당 미지급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미실시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공대위는 가입자 모집과 해지 방어 등을 기준으로 협력업체에 대금을 지급하는 케이블업체의 관행이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을 금지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공대위는 “씨앤앰의 불공정 하도급거래로 협력업체의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되고, 뒤이은 재하청 행위로 케이블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다”며 “하청의 연쇄구조 속에서 씨앤앰 가입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서비스의 질도 저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레미콘업계의 불합리한 하도급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표준계약서를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윤후덕 민주통합당 의원은 “경제민주화가 주요 정책 과제로 논의되는 가운데 건설산업의 민주화를 위해 ‘건설기계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14일 밝혔다.
윤 의원에 따르면 레미콘 생산업체와 운반계약을 체결하는 레미콘 노동자들은 따로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대가없이 심야작업을 강요받는 등 불공정한 하도급 관계를 맺어 왔다.
윤 의원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국토해양부장관이 건설기계임대차 표준계약서 사용을 권고하도록 하고 콘크리트믹서 트럭의 임대차 계약에 대해 고시하는 사항에 따라 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또 대한건설기계협회 등에 건설기계임대료체납신고센터를 설치해 임차인으로부터 임대료를 신속하게 회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윤 의원은 “건설기계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심야작업을 강요받고 건설업자가 기계를 대여한 뒤 임대료를 주지 않아 업자가 도산하는 경우가 잦다”며 “개정안이 통과돼 업계의 불합리한 관행이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윤후덕·이윤석·박수현·이미경·신장용·문병호·김관영·민홍철·유대운·남인순·홍종학·이찬열·최원식·배기운 민주통합당 의원 등 14명이 이번 개정안 발의에 참여했다.
최근 산재사고로 노동자들이 잇달아 숨진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기로 했다.
부산고용노동청 통영지청은 14일 “최근 잇달아 발생한 산재사고와 관련해 대우조선해양을 대상으로 25일부터 사흘간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영지청은 근로감독관 10명을 투입해 대우조선해양 작업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규정을 제대로 준수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지청 관계자는 “원·하청을 가리지 않고 대우조선해양 작업장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에서는 지난달 7일 입사 2주일 된 하청업체 노동자 전아무개(19)씨가 건조 중인 컨테이너선의 해치커버를 닫는 작업을 하다가 26미터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앞서 1월15일에는 325톤의 블록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하청업체 소속 민아무개(23)씨가 숨지고 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지난해 11월에도 정규직인 박아무개(48)씨가 작업도중 협착사고로 숨지는 등 산재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잇단 사고에 대해 노동계와 산재관련 단체들은 “대우조선해양이 제대로 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공기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작업을 하는 바람에 사고가 발생했다”며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요구해 왔다.
특히 최근 숨진 노동자 중 2명이 사내하청업체 소속이어서 산재사고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숨진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모두 입사 한 달을 넘지 않은 시기에 사고를 당해 업무 적응기간을 거치지 않은 신입사원들을 무리하게 작업에 투입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네트워크와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조직위원회 등은 이날 오전 서울 다동 대우조선해양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내하청 정규직화와 산재예방 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14일 오후 8시 50분 경, 여수 산단 화학폭발로 전국플랜트건설노조(플랜트노조) 소속 하청노동자 6명이 사망하면서 ‘기업 살인’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플랜트노조 여수지부 조합원 등 건설노동자 6천여 명은, 오는 16일 여수 대림산업 현장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민주노총과 건설노조는 이번 참사를 기업 살인으로 규정하고, 전국 투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명백한 인재...전국적 투쟁으로 확대시킬 것”
민주노총은 1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대림산업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수 산단 대림산업 사고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산재사망 처벌강화 특별법을 요구했다.
박해욱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위원장은 “건설현장은 근로기준법이나 건설산업기본법 등이 무시당하는 무법천지”라며 “이번 사건은 최저가 낙찰과 짧은 시간 안에 일을 끝내려 안전을 도외시하는 기업의 이익 논리 때문에 발생한 명백한 인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플랜트건설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자들의 사지가 찢어져야 하는 안전 불감의 사회가 너무 참담하다”며 “플랜트노조는 사고원인 규명과, 노동자를 경시·천대하는 풍토를 바꾸기 위한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대 건설산업연맹 위원장 역시 “지난 2008년, 냉동창고 화재로 40명이 넘는 노동자가 사망을 했는데도 벌금 1000~2000만 원으로 산재를 방치했다”며 “건설산업연맹은 이 참사를 시작으로, 법에 보장된 건설노동자의 생존권 확보를 위해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백석근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사건이 인재라는 것이 분명하지만, 사건 현장에 노조는 접근조차 못하게 하고 있다”며 “정확한 진상규명과 함께, 대림산업 회장을 비롯한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민주노총은 △대림산업 회장 사과와 책임자 처벌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 △하청 노동자 산재사망 원청 사업주 처벌 △산재사망 처벌강화 특별법 제정 △화학물질 사고 근본적 종합대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제는 현장의 실질적이고 위력한 투쟁으로 산재 사망 처벌 강화 특별법 제정을 쟁취해 나갈 것”이라며 “그 출발은 내일 여수에서 열리게 되는 플랜트 건설 노동자의 투쟁으로 시작될 것이며, 이후 전국적인 투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반복되는 하청노동자 산재 사망...‘사실은폐’ 우려도
앞서 14일 오후 8시 30분 경, 여수산단 대림산업 HDPE공장 내 탱크에서 폭발이 일어나 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사망자 6명은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소속 하청노동자들이었다.
대림산업 측은 이번 사건이 저장소 내부 검사를 위한 맨홀 설치 용접 작업 중, 내부에 잔존한 화학물질 분진으로 폭발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조와 시민단체 등은 대림산업이 안전규칙을 위반하고 무리한 공정을 진행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며,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신범 원진 노동환경 건강연구소 실장은 “대림산업에서 열작업허가서를 발급했다는 것은, 원청이 안전보장을 약속했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대림산업은 공기단축을 위해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하며, 분진조차 예측하지 못하고 열작업 허가서를 내 주는 등 끔찍한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수산단 대림산업 현장은 작년 6월에도 폭발사고가 발생했던 곳이다. 지난해 6월 28일 오전 1시 30분, 대림산업 내 HDPE공장 내 저장탑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폴리에틸렌 5t가량이 외부로 유출되기도 했다.
또한 민주노총이 이번 사고에 대한 현장 증언을 수집한 결과, ‘한 달 전에도 폭발사고가 있었고, 바로 며칠 전에도 추락사고로 건설노동자가 사망했다’, ‘오후 작업 중에 3인치 라인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고,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 작업에 투입한 것은 죽으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사고 현장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휴대전화 사용까지 차단하면서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 등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노동자 산재사망 사고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화학물질 사고에 대한 대책마련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하루 약 2~3명, 한 해 약 700명의 건설노동자들이 산재로 목숨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여수산단 산재사고만 69건에 이른다.
민주노총은 “산재사망 사고가 발생해도, 사고 은폐와 작업자 과실로 몰아가는 데만 혈안이 돼 있고, 구속된 사업주는 눈 씻고 찾아 볼 수 없다”며 “건설현장 뿐 아니라 조선업, 서비스업 등 전 산업에 만연한 하청구조와 사고 위험이 방치되는 현실에서 하청 비정규 노동자의 죽음의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대림산업 공장에서 14일 발생한 폭발 사고로 17명이 죽거나 다친 가운데, 사상자 대부분이 1개월짜리 '초단기 계약직'인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대림산업과 시설 정비·보수업체인 유한기술 등에 따르면 양 업체는 최근 단지 내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공장에 맨홀 설치 공사와 탑 상부 플랫폼 공사를 맡기 위한 도급·하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유한기술은 3월 12일부터 4월 5일까지 약 한 달간 공사를 진행하기로 하고 노동자 40여 명을 현장에 투입했다. 현장에 투입된 노동자들은 대부분 1개월 동안 일하기로 한 초단기 계약직 노동자들이었다.
사고를 당한 노동자 17명 가운데 15명도 하루 평균 12만-15만 원가량의 일당을 받고 이달 초부터 약 1개월 동안만 일하기로 계약한 상태였다. 대림산업 소속 정규직 노동자는 2명에 불과했다.
▲ 여수산업단지 내 대림산업 화학공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의 현장 조사가 진행된 15일 오전 경찰이 폭발 사고가 발생한 사일로(silo·저장탑) 주변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달짜리 간접 고용 초단기 계약직…노조 "가스 감지기도 지급받지 못해"
노동자들은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아 '화약고'로 불리는 여수산업단지에서 일한다는 점을 걱정하면서도 생계를 위해 초단기 계약을 하고 위험한 작업 현장에 나서기로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용직 노동자를 투입한 것과 관련, 유한기술 관계자는 "채용한 일용직 근로자들은 플랜트노조에 소속돼 용접 등 고급 기술을 가진 숙련공들이었다"며 "한 달 걸리는 공사였기 때문에 공정에 맞춰서 공사 기간에 따라 일주일에서 한 달 정도 일하는 것으로 계약했다"고 말했다.
유한기술 측은 현장에 안전 관리자를 배치한 상태였으나, 40여 명 가운데 정확한 일용직 투입 규모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림산업 측은 "협력업체와 도급 계약을 체결했을 뿐, 한 달짜리 계약직을 사용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김경철 플랜트건설노조 여수지부 사무국장은 "1년짜리 공사를 하면서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11개월 25일 되면 잘라버리고, 관리자들조차 계약직으로 쓴다"며 "(간접 고용 노동자들인 사상자들은) 가스 감지기 등 안전 장구조차 지급받지 못하고 일했다"고 비판했다.
"안전 관리 문제 없었다" vs "잔류 가스 제거 제대로 안 됐다"
사고 책임을 둘러싸고도 노사는 대립하고 있다. 유한기술 측은 사고가 발생한 사일로 안에 있던 폴리에틸렌을 다른 곳으로 모두 옮겼고 사전 가스 점검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플랜트건설노조 여수지부 측은 잔류 가스 제거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청소를 해서 가스가 제로인 상태에서 작업 지시를 한 것으로 확인됐고, 틈새에 남아 있는 미세 분진 때문에 폭발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플랜트건설노조 여수지부 측은 "탱크에서 작업하려면 하루에도 수시로 가스 체크를 해야 한다"며 "정상적으로 가스를 체크했다면 용접을 시작하자마자 '펑' 소리를 내며 터질 리가 없다. 가스 체크를 형식적으로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플랜트건설노조 여수지부는 또한 "탱크 작업을 하려면 공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물로 클리닝 작업을 해야 한다"며 "내부에 물을 뿌리는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아서 사고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앞서 여수산단 대림산업 공장에서는 14일 밤 9시께 폴리에틸렌을 보관하는 사일로 용접 작업 중 "펑" 소리와 함께 폭발 사고가 일어나 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쳤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공장은 제조소, 옥내 저장소, 옥외 탱크 등에 경유 외 22가지 폭발 등 위험 물질을 보유하고 있으며 화재 시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 2차 폭발 가능성이 매우 크다.